[테이큰], 우리에겐 피터가 필요해….









찾기는 어렵지 않아. 바로 당신 옆에 있거든.

본 슈프리머시(제이슨 본 시리즈 2편)에서 본은 자신의 여친 마리가 저격당해 죽자
거의 축지법과도 같은 기술을 발휘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널럴한 나라 중의 하나에 도착해 일부러 공항검색 카메라에 찍히고
이미 등록된 위조여권을 사용해서 허술한 장소에서 자신을 심문하게 만든 뒤,
전화를 복사해서 작전담당관의 이름과 도시를 알아내고,
해당 도시에 도착해 전화 몇통으로 그 담당관이 투숙한 호텔과 방번호까지 알아내고,
작전본부까지 미행을 해서는 저격총 스코프의 조준점에 그녀를 올려놓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로 그녀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 사이에 트레드스톤 요원 한명과 격투까지 했지만, 그 지점까지 도착하는데 딱 이틀 걸리더군요. 인도에서 유럽까지 가는 비행기 시간은 빼고 말이죠.

네, 단 이틀 만에 지구 반대편에서부터 복수의 대상자를 찾아,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복수를 끝낼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한 겁니다.

그 속도감과 효율성, 그리고 그 대담함을 즐긴 분이라면 영화 <테이큰>에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들 이야기 하듯, 이 영화는 아빠가 된 제이슨 본 이야기거든요.
자동차 추격장면의 배경음악 조차도 제이슨 본 스럽죠.

물론 이 영화의 브라이언(리암 니슨)도 제이슨 본 만큼 대단한 사람입니다.
프랑스에 도착해 납치된 딸을 찾아내는데 한 사흘 걸린 것 같더군요.

단, 제이슨 본과는 달리 니슨 아저씨는 정말로 마구마구 무자비합니다.
딸을 찾기 위해서라면 친구 마누라 어깨쯤은 주저없이 쏴버리고요.
(그 친구, 조금 더 머뭇거렸으면 정말 새 장가 갈 수 있었을겁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며 양해(?)를 구하는 악당에게는
“나는 감정이 매우 많다”며 남은 총알을 다 먹여줍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 영화의 악당들에겐 정말로 용서해줄 만한 여지가 없어요.
모두 죽어도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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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다고? 그래 알겠어. 하지만 용서는 못해줘

결국, “여자 하나 잘못(-_-) 납치했다가 프랑스 파리의 인신매매 조직 하나와
그 범죄의 최종수요자에 이르는 유통경로 하나가 완전히 궤멸된다”

는 것이 이 영화의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니슨 아저씨는 현역 요원도 아니고 그 조직에서 은퇴한 노땅입니다.
물론 실력이 녹슬어 은퇴한 것이 아니라 딸네미 때문에 은퇴한 거지만 말이죠.

여튼 17살짜리 딸을 둔 노땅이 한 도시의 범죄조직 하나를 싹 쓸어버릴 정도라면
현역 요원 한 두셋만 투입하면 그 어떤 범죄조직이든 전부 쓸려나갈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지구 상에 아직도 이런 악독한 범죄자들이 날뛰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게 좀 착잡하단 말이죠…

그 악당들이 날뛰는 건 이 슈퍼맨 요원들이 얌전히 그걸 묵과하고 있어서라는 얘기니까요.
아니라고요? 그 아저씨들은 지금 이라크에서 바쁘다고요?
혹은 중간에 니슨 아재가 중얼거린 것 처럼, 그 범죄자들을 쓸어버리긴 커녕 그들에게서 돈을 뜯어 정찰위성 유지비용을 대고 있는 걸까요?
아니, 어쩌면 그들이 무사한건 다행히도 (혹은 유감스럽게도)
그놈들이 이 무서운 아저씨들의 딸을 납치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다 보면, 이 모든 정의가 구현될 수 있었던 것은 처음 납치대상을 찍은 놈들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피터란 놈이 니슨 아재의 딸을 골라내지만 않았더라도
모두가 여전히 인신매매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었을테니 말이죠.

이 지점에서 저는 한탄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 도대체 왜, 우리가 사는 현실 세상에는 피터 같은 애가 없는 거랍니까…



잘 도망가다 트럭에 깔려죽은 피터..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은 <13구역>을 만든 삐에르 모렐이고, 제작자는 뤽 베송입니다.
<13구역>보다 이 영화가 조금 더 긴데, 박진감은 여전히 만빵입니다.
아우 후련해…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