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청년 윤성호> – 그의 독립영화들

산업인력관리공단
2005년 11월 14일

영상자료원에서 주관하는 ‘해피투게더 독립영화’를 관람하러 갔다.

“윤성호” 감독은 2001년 <삼천포 가는 길>이라는 독립영화를 디지털 비디오로 시작하여, <중산층 가정의 대재앙>, <산만한 제국>,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 <우익 청년 윤성호>, 그의 첫 35mm 필름 독립영화 <이렇게는 계속 할 수 없어요>까지 한 큐에 감동을 이끌어내는, 천재성을 의심케 만들 정도의 ‘힘’으로 이야기를 토해낸다.

산만한 이야기의 구성 속에서 시종일관 시선을 놓치지 못하게 숨겨두거나 대놓고 고자질 해둔 ‘꺼리’들은 구성을 갈아엎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가장 명료하면서도 인상깊고 내 ‘입맛’에 들어맞는 <우익청년 윤성호>를 보게되면 그 해학은 점입가경을 달린다. 서강대 전 총장인 ‘빠콩’아저씨의 이너뷰 장면을 잘라내

‘노동신문을 매일 봅니다’

라는 한마디에 ‘빠콩’을 ‘빨갱이’로 만들어버리는 솜씨야 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늘 보아오던 함수의 ‘역’관계가 성립하는. ‘참’인지 ‘거짓’인지 모를 아우성들 속에서 명쾌하게 깨닫는 구라의 향연이 얼마나 어처구니의 상실이요, 아이러니의 연속인지 되묻는다


제작 작품 중 4편의 상영을 끝내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기에 그의 ‘산만한’ 언변을 들을 기회도 있었다. 천재성에 기인해서인지 ‘토해내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아 두서없이 정렬되진 않았지만 그의 영화처럼,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명료하게 던져냈다. 독립영화를 통해 자신이 달성하고 싶은 이야기, 35mm 필름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에 완전히 빠져들고 밥벌이가 되든 안되는 영화에 몰입하고자 하는 의식, 독립영화감독 선배들의 전철을 밟게 될지 안될지 불투명한 시장. 다시금 내비치는 용기.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명쾌한 의지가 돋보이는 목소리에서, 20대 후반의 젊은 감독이 뿜어내는 열기는 분명 뛰어난 무엇인가가 느껴질 수 밖에 없으리라.

그의 영화를 보고난 뒤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과 비교하는 질문을 던졌다.

“마이클 무어”가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아이를 붙잡고 ‘임신 중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지자, 아이는 폭력이나 그 외의 ‘항거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임신되었을 경우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마이클은 그 아이에게

“그렇다면 너는 민주당 지지자여야지, 공화당은 임신중절 무조건 반대야”

라며 논리적인 반박을 통해 공화당을 까대는 모습을 비춰주고 있다.

헌데 “윤성호” 감독의 영화들은 우리나라의 자칭 ‘우익’, 본실 ‘극우’ 세력들을 조롱하고, 까대는 모습은 들어있지만 ‘논리적인 반박’부분은 없다.

이는 내가 당면한 문제이기도 한데, 더 이상 논리적인 반박이 무의미 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버린 후에는 ‘노력’하지 않고 무시하며 조롱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합리적인 선택인지 적절한 타협인지, 아니면 더 나은 생산성을 향해 진일보하는 모습인지 스스로의 고찰도 꽤나 여러갈래로 나온다.

마찬가지로, “윤성호” 감독은 조롱의 아이러니 속에서 ‘깨닫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ABC부터 가르쳐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도 있듯이, 양주동 박사의 얘기처럼 백번 읽으면 뜻이 통한다고, 질리도록 보다보면 보는 사람이 스스로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말이다.


어쨋든 상영회가 끝나고 호프집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자신의 지향하는 바를 시나브로 퍼뜨리는 그의 모습은 그가 누차 강조한, ‘조금씩 넓혀나가는’ 탄탄한 걸음의 행보로 보여 즐거웠다.

<우익청년 윤성호>가 진정한 ‘우익’으로 인정받을 그날을 기리며.
화이팅.

산업인력관리공단 감사2부 부장
함장(http://harmj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