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영문 논평을 한글로 번역해 보니 …


얼마 전에 한나라당에서 한국의 경제 위기에 대한 외국 언론의 일부 보도에 대해서 반박을 하는 논평을 영어로 냈다는 소식을 듣긴 했으나 … … 뭐,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고재열의 독설닷컴>에 포스팅 된 “한나라당 영문 논평, 알고 보니 오류투성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그 영문 논평이 발표된 사실(fact)의 실체(truth)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포스팅에서 제안한 내용도 있고 하여,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그 영문 논평을 한글로 번역해 보았다.

참고로, 번역문은 원문의 단어와 어휘, 어조, 주어의 선택 등을 최대한 살려보고자 노력하였음을 밝힌다. ^^

 


원문


  The majority of foreign press are very friendly to Korea.  They are very helpful in letting the international community know about the good aspects of Korea.

  I feel thankful to them.  But then there are the exceedingly few foreign press which are not like that.  They sometimes do malicious or irresponsible reporting that distorts the facts completely.

  As the financial crisis is engulfing the world so fast and so strong, we cannot say Korea is the only country which remains safe.  But our situation is not critical enough to be the target of irresponsible ridicule.

  Compared to other countries, Korea has a relatively solid financial system and sufficient foreign reserves.  The nation’s leader and the people are standing together to overcome these obstacles.  Criticism based on facts we can accept and think of them as constructive.

  But I hope that you will refrain from reporting baseless allegations.  Those kind of reports will not make the Korean economy collapse, and I rather am worried that one or two of those irresponsible reports may create mistrust of the entire foreign press.

You know the saying that one rotten apple can spoil the whole barrel.


외국 언론의 다수는 한국에 대해 무척이나 친근하다.  그들은 국제 사회가 한국의 좋은 면을 알도록 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고있다.

나는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게다가 그 수가 너무나 적어 세기도 힘든 그런 언론들이 있다.  그들은 가끔씩 사실들을 완전히 왜곡하는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보도를 할 때도 있다.

지금의 금융위기가 너무도 빠르고 너무도 세게 세계를 뒤덮고 있는데, 우리는 한국만이 무사하게 남아있는 나라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책임한 조롱의 표적이 될만큼 우리의 상황이 아직 충분히 위태롭지는 않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자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금융시스템과 충분한 외국 저장고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애물들을 극복하기 위해 이 나라의 지도자와 백성들은 함께 굳건히 서있는 것이다.  사실에 기반한 비판, 그거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건설적인 뭐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근거 없는 주장을 보도하는 것을 삼가길 희망한다.  저런 류의 보도는 한국식 경제를 몰락시키지 않을 것이며, 그리고 나는 저러한 무책임한 보도들 중 한 두 개가 전체 외국 언론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걱정이 되고 있다.

너 그거 알지, 썩은 사과 한 알이 전체 바구니를 망칠 수 있다는 속담말이야.

이상이다.
감상평이나 첨삭 요구사항이 있다면 가열차게 댓글 쏘아주시기 바란다.

영진공 이규훈


 

[PIFF] 축제를 마치고 돌아오다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6)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길은 경로를 좀 다르게 잡아 봤습니다. 남해 2번 국도를 따라서 진주까지 갔다가 거기서 ‘전라도’로 넘어가 서해안을 타고 올라가겠다는 계획이었지요. 구라청의 비 소식도 있었기 때문에 언제 비가 떨어질지 몰라서 오전에 출발했습니다.


일요일이라서 동기 녀석들을 보러 진해에 들렀는데 한 녀석도 없더군요 ㅡ.ㅡ 아무리 급 번개지만 이런 배신감이! ㅋㅋㅋ 그나저나 진해는 변한 게 없더군요 – _-)a 외곽 도로 새로 놓은 거 외에는 – _-)a

마산 시내는 정말 최악이에요. 가는 길마다 도로 번호 이정표가 끊어져 있어서 마산 시내 벗어나는 데만 30분 정도 쓴 것 같아요. 외박 나오면 고속버스만 타고 다니던 옛길을 더듬다 보니 저도 참 많이 늙었구나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진주 시가지를 벗어나기 직전이었습니다. 진주남강유등축제 기간이어서 시내는 시끌벅적하더군요.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올라오면서 들리는 시마다 하나씩 축제를 하고 있더군요. 아니 대체 축제를 이렇게 같은 날에 몰아서 하면 대한민국 국민들 어디 가야할지 모를 것 아닙니까?!?!


진주에서 3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다가 함양에서 26번 국도로 꺾어 탔습니다. 줄기차게 산길을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육십령 고개에 도달했더군요. 여기서부터 ‘전라도’ 땅입니다. 아 이 얼마나 감격입니까?!!?

육십령 고개 내려오는 길은 참으로 험하더군요. 제가 모터사이클 타면서 코너에서 발가락이 닿은 건 여기가 처음입니다. 물론 부츠를 신었으니 보호대가 긁히는 소리만 ‘다그라라락~’

오히려 봄철에 ‘전주영화제’를 하는 전주 시내는 아무런 축제 없는 듯 조용하더군요. 꼭 휴일의 지방 도시 시가지처럼 마냥 조용하고 제 고향 같은 느낌의 지방 도시라 벗어나면서 아쉬움까지 느껴지더군요.

전주에서 익산 방면으로 쭉 직진하다가 23번 국도를 타고 ‘논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때부터 고민이 됐지요.


충남으로 넘어온 김에 서해안을 타고 올라가느냐 아니면 밋밋하게 그대로 올라가느냐.

역시 모터사이클 하면 서해안의 석양을 받아가며 한 번 달려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바로 또 다시 ‘축제’를 하고 있는 부여 시내를 지나 40번 국도로 갈아타고 ‘보령’까지 진행했습니다. 아쉽게도 보령 머드 축제는 여름에 하지요.

보령부터 횡성까지 서해를 벗삼아 질주한 후에 ‘아산’으로 꺾어져 들어가니 어느 새 해가 뉘엿뉘엿 져버렸습니다.


해가 지면 엄청나게 추워지기 때문에 쟈켓에 속피를 끼고 따뜻한 두유 한 잔을 위해 휴게소에 들렀지요. 역시 차가운 바람에 뜨뜻한 물이 들어가면 몸이 찌르르 떨게 되는 겁니다.

지 도 상에서 본 대로라면 아산에서 39번 국도만 타고 올라가면 제 집인 고양시까지 직선으로 올라오게 됩니다만….. 이 39번 국도가 엉망이더군요. 시흥시가지 진입한 뒤로는 마산처럼 도로 번호 표지판이 엉망으로 되어 있어서 시내 주행을 얼마나 돌아가면서 했는지 도로 관계자들 욕을 수도 없이 했을 겁니다. 뭐 어쨌든 덕분에 밤 9시 전에 집에 도착하긴 했지만요.


이번 PIFF 여행에서 모터사이클로 주행한 길입니다. 강원도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국토의 절반을 다녀온 셈이네요. 어쨌거나 피곤하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꽤 나름 즐거운 추억이 된 셈이니 기쁩니다.


PIFF에서 이 많은 감독들의 영화 중 한 편 밖에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틀 동안 분위기를 만끽했으니 좋습니다.


프레스 배지도 발급받아 프레스 센터에 앉아 노닥거리기도 하고, 우에노 주리도 실물로 만나보고,


게스트 하우스에 앉아서 공짜 커피도 마시고, 임순례 감독을 비롯, 류승완 감독 같은 좋아하는 감독들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보너스 영상은 부산MBC에서 취재해 간 뉴스데스크 방송 영상. 1분 31초 쯤 제가 잠시 등장 합니다 – _-)v 목소리도 얼핏 나온다능 – _-)v

영진공 함장

‘여성 감독’이 아닌 그냥 동일한 ‘사람’일 뿐 – PIFF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5)



PIFF 빌리지 오픈카페 – 도대체 아무리 국제 행사라지만 ‘한글’로 된 장소명은 없냐능 – 에서 벌어진 ‘아주담담’ – 어차피 행사명은 한글이면서 말이죠 – 중 제 관심사와는 별개로 시간이 남는 바람에 관람하게 된 것이 <한국의 여성 감독들>이란 주제의 대담이었습니다.


오픈 카페 행사치고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든 경우인데요. 아마 대부분의 PIFF 행사 관객이 ‘여성’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끌게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5인 감독인데 이 중 임순례 감독을 제외하곤 전부 최근 ‘잇뽕’을 한 감독들입니다. – ‘잇뽕’도 이라는 일본어죠. 뭐 어차피 데뷔도 우리말 아니고. –



사실 진행자의 질문부터 시작해서 좀 뻔한 이야기였어요. 다들 ‘연출부’의 일을 겪었느니, 스크립터 일을 했을 때 경험이 도움됐다. 이런 식인데…. 이건 너무 상투적이잖아요. 도대체 대한민국 사회에서 ‘씨다’ 생활 안 하는 사람은 엄친아나 엄친딸 밖에 없지 않나요? – 물론 제 주위의 엄친아들은 다들 씨다 생활 합니다 ㅡ.ㅡ –

관객들이 그나마 궁금할 수 있던 ‘여자라서 힘든 점’을 묻는 이 뻔한 레퍼토리는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했어요. 그만큼 이 나라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힘들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사실 제가 ‘여성 감독’의 입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아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미국 드라마 <ER>의 감독 ‘미미 레더’가 <딥 임팩트>라는 영화를 감독할 때 ‘여성 감독’과 ‘남성 감독’의 시선 차이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거든요.

당시에 <딥 임팩트>는 똑같이 혜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는 소재로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이 되어버렸어요. 결론은 <아마겟돈>의 승리일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저는 <딥 임팩트>가 훨씬 섬세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감동으로 다가왔다는 점이에요.

더군다나 <딥 임팩트> 이전에, ‘미미 레더’가 감독했던 <피스 메이커>는 액션 영화의 감각 또한 ‘여성 감독의 시선’을 씌우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그런데 전 거기에서 하나 더 의문이 들었죠.

시장 논리와 비슷한 것인데, 제가 미미 레더 감독의 이런 ‘시선’을 통한 영화들에 신선한 감각을 느끼면서 즐거워할 수 있지만 과연 ‘다수 관객’들이 이 영화를 선택할까라는 의문이 든다는 거죠. 심지어 여성 관객층이 엄청나다 하더라도 흥행성을 비롯하여 영화의 선택에서 이 ‘여성’ 들이 과연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 중에서 어떤 걸 선택할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여성 감독의 영화라서 ‘여성 다수’가 공감한다는 건 억측이라고나 할까요? 아니면 무모한 주장? 또 다른 편견?

사실 PIFF 행사에서 ‘여성감독들’이란 주제로 아주담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미 ‘여성의 시선’이라는 것이 하나의 독립적일 수 있는 인간의 관점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그러나 전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는 거죠.

남성 감독도 여성만큼 섬세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여성 감독의 이야기가 남성들에게 충분히 공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퍼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간과하고 ‘아~ 여성 감독이라서…’ 라고 잣대를 댄 이야기를 충분히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럼 뭔가요?

장애우 감독이 등장해야만 장애우의 시각을 제대로 다룬 영화가 나오나요? 레즈비언 혹은 게이 감독의 영화가 등장해야 ‘제대로 된 시각’을 반영할까요?

또 다시.

결국 소통 이야기로 흘러가는 <은하해방전선> 같은 뻔한 이야기가 되는 거죠.

우리는 ‘남성중심의 사회’이자 군대에 갔다 온 남자들이 사회의 주도권을 쥐면서 ‘군대의 상하 계급 문화’를 적용시킨 일종의 ‘병영국가’에 살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의 시각’이 새롭게 비치는 것은 그만큼 ‘볼 수 없었던 시선’이었기 때문이고, 그들이 ‘비주류’였기 때문이죠.

영화도 똑같은 거예요. 우리 모두 할리우드 키드이자 홍콩 키드죠. 한국 액션 영화가 60년대에 어떤 영광을 누렸든 간에 – 제 기억에도 어렴풋이 남아 있는 팔도사나이나 손가락 7개? 8개만 가지고 액션을 펼쳤던 영웅도 남아있지만 결국 영웅본색과 같은 느와르나 무협영화, 강시영화 아니면 전부 할리우드 영화니까요 – 머릿속에 그동안 보아온 영화가 그런 ‘엄청난 영화들’이었으니 여성 감독들이 뱉어내는 이야기들이 ‘신선’하다고 보이는 것은 당연한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뜬금없이 여성 감독들의 이야기가 튀어나온 것도 아니죠. 그들의 시각이 ‘신선’하다구요?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현재 대한민국의 ‘문화’관련 주 소비층은 이미 여성이 다수입니다. 20~30대의 여성층이 거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죠.

덕분에 여성 감독의 잇뽕도 늘었죠. 이뿐인가요? TV를 비롯해 드라마작가, 구성작가 다수가 여성이에요. 이 여성들이 내뱉어내는 이야기에 남성상이 그려지고 여성상이 그려지고 있어요. 보수적인 – 나쁜 의미의 보수가 아닌 – 남성들은 그런 TV 시스템에 숨막혀 갈 곳을 잃어가고 있지요.

아마 어떤 페미니스트가 보면 기가 찰 겁니다. 아니 아직도 이 사회의 양성 평등은 갈 길이 먼데 무슨 헛 소리냐고.

관객과의 질문대답 시간의 가장 마지막에 제가 물었던 질문의 요지는 딴 게 아니었어요. ‘여성 감독’이라는 주변 시각 때문에 영화감독으로써 이야기를 매만질 때 ‘자체 검열’을 하게 되는 경험이 있는지가 궁금했죠.

임순례 감독의 대답은 참으로 ‘당연하고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어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영화감독이라면 제작자의 압박이고 나발이고 ‘하고픈 이야기’를 해내야죠.

이건 그러니까 우리의 정체성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어요.

내가 우파인데 자신 있게 우파라고 얘기 못 하는 사람들 – 좌파도 마찬가지 -.

주변 시각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믿는 바를 꺾어가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까발려 놓고 ‘그렇게 힘들게 살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만드는 영화가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포장되지 않는 사회를 바라는 거예요.

사람은 ‘합리적’이려고 노력하는 동물입니다. 이때의 ‘합리’라는 것은 이익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성에 합치하려는’ 것을 말해요. 여성 감독들에게 거는 기대가 남성 중심의 시각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인 것을 중시하는 경향이라면 그건 억지스런 주장일 수밖에 없어요. 이미 대다수의 여성 감독을 노려야 하는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씨다’를 거쳐 입뽕을 향해 나가는 겁니다.

물론 감독들의 말마따나 ‘영화판’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다고 믿는다손 치더라도 그들이 만들어내고 이야기 해야 하는 이 사회는 안 그렇다는 거죠. 동떨어진 이야기를 만들어낼 순 없잖아요? 그리고 임순례 감독의 그 섬세한 이야기 밀도를 보세요. 그게 ‘차별’을 안 겪은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던가요?

결국 ‘깨어 있는 사람’이 그 마음을 잃지 않고 ‘감독’이 되어야 – 아니 개인적으로 이 나라에서는 ‘제작자’가 되어야 라고 쓰고 싶습니다만 – 하겠지만. 역시나 어려운 일이죠.

그냥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감독이라서 달라’가 아니라 사회의 차별 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감독. 그 감독의 성별이 여성이 되었든 남성이 되었든 결국엔 자기만의 독특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

우리가 ‘여성 감독의 영화’로 분류하면 할수록 그건 ‘우리 이야기’로 100% 동화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영진공 함장

레드카펫 놀이 – [PIFF]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4)




해운대 백사장은 언제나 밤에 거닐게 됩니다. 낮에는 볕이 따갑거니와 그 더위에 못 이겨 어서 빨리 바다로 뛰어들고 싶게 만들거든요.


행사 시작은 8시 30분부터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8시 30분이 되어도 시작은 커녕 행사가 왜 늦어지고 있는지 방송조차도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백사장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렇게 밀집되어 저마다 가까이서 보기위해 자리를 잡은 터라 앉기도 어려웠지요.


저는 아예 레드카펫의 시작점부터 자리를 잡았습니다. 카펫의 3분의 2지점에 기자들의 Photo-Zone이 마련되어 있었고 거기는 이미 사람들로 ‘山’을 이루고 있던 터에다가 레드카펫 끄트머리에는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전경 몇 개 소대 정도가 아예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도록’ 막아놓고 있었습니다. 프레스 뱃지를 보여줘도 통행이 안 되더군요.

뭐 우리는 홍길동과 일지매의 후손.

가볍게 담 넘기.


행사 진행요원이었는지 그냥 구경꾼인지 모르겠지만 백사장에 세그웨이를 타고 나타났더군요. 아마 행사 진행요원이 백사장을 하루 종일 걸어다니면 피곤할까봐 주어진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은 해봅니다만 – 만약에 그 정도라면 PIFF도 개념있음? – 어쨌거나 세그웨이를 실물로 본 건 처음입니다.

더군다나 백사장에서 저렇게 잘 굴러 가다니!!

9시가 조금 넘어서야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안성기 아저씨가 역시 제일 먼저 나오더군요. 사실 유인촌이 먼저 나오면 ‘미친 xx’하고 욕을 해주려 했는데 다행이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영원한 ‘이쁜 언니’ 강수연. 물론 꼬장꼬장하게 생기신 PIFF 김동호 위원장께서도 미소를…


눈에 거슬리는 놈도 하나 나타났는데 촛불시위 때 ‘채증’하던 그 놈입니다. 꼴에 사진기 들고 설쳐야 하는 보직을 맡았으니 오늘은 ‘배우’ 채증하러 왔나봅니다. 더군다나 일반 시민은 ‘우러러’ 보게 만든 레드카펫 단 위에 떠억하니 올라가서 대놓고 찍더군요. 훗. 그러나 사진기 성능이 안 받쳐줬던지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능. 물론 더 좋은 자리를 찾으러 갔는지도 모르지만.


아 제 사진기도 엄청 나쁘지요. 배우 사진 80%를 결국 날려 먹고 말았다능. 그래서 우리 이쁜 예지원 배우가 흐릿하게 ㅠㅠ


유준상 배우도 보이고 – 사실 그 옆에 김혜나라는 사람은 제가 잘 몰랐다능 ㅡ.ㅡ 미안해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 아니면 이름을 잘 몰라연 ㅡ.ㅡ


3일에 있던 레드카펫에서는 임형준 배우와 김지수 배우가 함께 걸었어요. 5일에는 김주혁 배우와 함께 걸었다던데 이미 그 때 저는 올라왔다능.


식객의 김강우 배우와 김소연 배우도 나란히 등장. 김강우는 참 멋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지요.

그런데 한국 배우들은 바삐 걸어가기 바빴어요. 물론 그네들에게 가장 중요한 곳은 언론에 나가는 Photo-Zone이었지만 꽤 많은 인파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손 한 번 안 흔들어주고 가는 배우가 허다했지요. 물론 이건 인격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어떤 남자 배우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레드카펫에 딱 올라서면서 그 많은 인파에 놀라 ‘어떡해!?!’를 내지르면서 부끄러워하더군요. 어허 배우가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야 ㅋㅋ

더군다나 오광록 배우 – 개인적으로 오광록 아찌라고 부르고픈 ㅋㅋ – 는 그 특유의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어찌나 빨리 휙휙 걸어 가시던지. 아 물론 좌우로 둘러보면서 그 특유의 웃음을 비춰줌으로 인해 관객들이 무척이나 유쾌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이기선 배우 – 제임스 키선 리, 혹은 제임스 카이슨 리 – 와 문 블러드굿 배우는 레드카펫 처음부터 아예 열 걸음마다 한 번씩 좌우로 허리 굽혀 절을 하던 모습에 ‘우왕국’을 연발할 정도였어요.

레 드카펫 놀이가 재밌는 이유는 순전히 관객들 덕분입니다. 저 멀리 배우들이 자동차에서 내리는 입구쪽에 환호성이 들려오면 이번에 등장할 배우가 어느 정도 인기인인지 나타납니다. 다니엘 헤니가 등장할 때는 해운대가 떠나가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카펫’에 올라가면 누구나 ‘스타’가 된다는 겁니다. 레드카펫 초반부터 Photo-Zone까지 가는 동안 꽤 많은 배우들의 ‘코디네이터’나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들이 뒤를 따라갑니다. 그러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이미 스타가 지나간 후에 등장하는 스탭들이 나타납니다.

이 스탭들을 위해서도 관객들은 아낌없이 환호를 보냅니다. 무식한가요? 무지하다고 비판할 건가요? 말도 안 돼죠. 보안 요원이 급히 뛰어가는 것도 우리 관객들에겐 환호하고 즐거워할 광경입니다. 그 곳은 ‘레드카펫’이니까요.

물 론 문제도 있었지요. 너무 띄엄띄엄 배우들이 입장하게 되니까 관객들은 지루해하면서 허리를 두드려가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요. 더군다나 레드카펫 등장 인물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는 관객이 대부분인데 아무런 설명도 없으니까 외국 배우들이 등장하면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레드카펫 단상 아래에 LED 전광판을 설치해서 현재 지나가는 배우의 이름과 국적, 주요 작품 내역 정도가 텍스트로 출력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뭐 어쨌거나 재미난 ‘관객’들이었습니다. 어떤 여배우가 나오자마자 부산 사투리로 ‘우와!!…. 에이 성형 안 했다다두만 했네!’라고 ‘배우 민망하게’ 외치는 관객부터, 등장 인물들의 배역을 마구 불러주는 관객까지.


별로 ‘우리나라 레드카펫 문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확실히 축제 분위기의 관객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행사인 것 만은 사실입니다.

그렇게 PIFF의 밤이 저물어 가는 거죠.

영진공 함장

증권가 정보지(찌라시)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이유


 

최근 한나라당에서 “최진실법”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더군요.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사실부터 적시하고 보죠.

사이버 명예훼손죄나 (온오프라인을 포괄하는) 모욕죄는 이미 있습니다.
특히 사이버 공간관련해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아래와 같이 명시되어 있죠. 이 내용은 법제처 홈페이지에서 누구든 검색할 수 있습니다.

제70조 (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전문개정 2008.6.13]

이 법은 2004년에 제정된 것이며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내용이 명시된 것은 2007년부터입니다. 마지막 표시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법령은 올해 6월에 마지막으로 개정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최진실법”은 없던 법의 제정이 아니라 이 사이버 명예훼손법의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뜻입니다. 개정의 주요 내용은 3항의 친고죄 항목을 없애겠다는 것이죠.
즉, 뭔 일 생기면 무조건 수사하고 구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건데, 놀랍게도 이미 경찰은 그렇게 하겠다고 나섰군요. 이 나라, 법치국가 맞습니까?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1005090202767&p=yonhap

이번 최진실씨 사건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원인을 인터넷 악플러 몇명과 증권사 모씨에게만
돌리는 것은 너무도 간편하지만 참으로 무모한 짓입니다.
그렇다면 뭐를 문제 혹은 원인으로 봐야 할까요?

저는 우선 “연예인은 공인이다” 라는 명제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심지어 연예인들까지도 자기들이 공인이네 뭐네 하는데…
공인은 공공의 이익에 직결되는 사람을 뜻합니다.
즉, 정치가들, (정책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무원들, 언론사 간부들, 우리나라 같은 재벌 국가에서는 재벌 총수들 같은 사람이 공인이죠.

공인의 삶에 대해서는 대중이 간섭하거나 강요할 권리가 어느 정도 인정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뭔짓을 하는지가 우리 삶에 직결되니까요.
예를 들어, 그들이 뇌물을 받고 정책결정을 하면 우리 삶에 어떻게든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들이 퇴직후에 특정 회사의 임원이 되는 것 역시 그 작자들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테니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들이 신문사 기자들과 술먹고 여기자의 가슴을 주물러대며 여주인인 줄 알았다고 주절대고서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우리의 공익에 직결됩니다. 법적 문제를 떠나서 일단 특정 신문사 사람들과 같이 술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보도의 편파성을 유발할 테니 말이죠.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사안이 바로 공인이 왜 공익과 직결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14062.html

하지만 연예인은 그냥 유명인일 뿐입니다.
그네들이 뭔짓을 하든, 그네들이 바람을 피우던 이혼을 하던 죽네사네 싸움질을 하던 반말을 찍찍 하던 욕을 하던 마약을 먹던, 그건 우리가 밥먹고 출퇴근하고 생활하는데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저 그네들의 삶일 뿐입니다.
따라서 거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수다를 떨 수는 있어도 감놔라 배놔라 할 자격이 없습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거꾸로입니다.
진짜 공인들이 뭔짓을 하는지는 잘 알려지지도 않고, 알려져도 별로 관심도 없고, 간섭이나 비난은 커녕 심지어는 두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명인에 불과한 사인들인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의 관심과 비평과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되죠. 소위 말하는 ‘국민정서 법’에 따라서 말이죠.
게다가 더 골때리는 일은 진짜 공인에 대한 평가마저도 연예인에 대한 평가를 닮아간다는 겁니다. 그의 공적인 정책결정의 내용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소한 언행이나 소위 말하는 ‘인간적인 면’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죠.

이런 게 정말 잘못된 거고 ‘개탄할 일’ 인 겁니다.

이 나라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국민정서가 아니라 공익입니다.
실체도 없는 국민정서에 매달리는 동안 공익이 위협받고 있다구요.

이번 사건에 마음속에 약간이라도 찔리는 사람들 있을겁니다.
최진실이 하룻밤새 읽은 악플이 3천개였다고 하니, 중복악플을 감안하면 그것만으로도 최소한 2천명 정도는 양심에 가책을 받아야죠. 하지만 그들 대다수는 떳떳하다고 주장할 겁니다. 왜? 자기는 국민정서를 대신해서 악플을 날렸을 뿐이라거나, 나도 어디서 들었을 뿐이라거나 … 모두 헛변명입니다. 그럴 에너지를 진짜 공인을 감시하고 평가하는데 쓰세요.

그리고 둘째로 증권가 찌라시가 확산된 통로가 인터넷이라는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인터넷이나 리플 탓을 하는 것은,
자동차사고의 원인으로 자동차나 고속도로를 탓하는 셈이죠.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찌라시를 수사한다고 없앨 수 있냐는 겁니다.

찌라시가 돌아다니는 이유는
사람들이 찌라시를 필요로하기 때문이고,
사람들이 찌라시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제도권 언론이 제구실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간신문이 증권가 정보지를 인용했다가 삭제하기도 ...

신문방송에서 하는 보도에 진짜 정보들이 결핍될 때,
그래서 신문방송이 찌라시 수준이 될 때,
찌라시와 유언비어가 언론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미 땡전뉴스 시대에 다들 겪어본 일 아닙니까.

게다가 이번에는 그 찌라시의 내용을 기성언론이 확대재생산했죠.
이런 짓은 예전부터 비일비재했습니다.
몇몇 예를 보여드리죠. 이게 신문입니까, 찌라시입니까?
http://sports.chosun.com/news/news.htm?name=/news/entertainment/200702/20070210/72j16007.htm

네티즌들은 이런 기사를 일컬어 ‘ABC놀이’라고 합니다.
기사가 아니라 놀이죠.
이런 걸 쓸려면 실명을 직접 언급하던가, 자신이 없으면 아예 기사를 쓰지 말아야죠.
최소한 언론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요?
미국이나 유럽에도 가십들은 늘 넘쳐나고 파파라치들이 난장을 부립니다만,
최저급의 타블로이드라 해도 ABC놀이는 안합니다.
기사화 할때는 애초에 실명을 쓰죠.

사실 이번 사건관련 루머도 저는 리플이 아니라 포털의 신문기사를 통해서 처음 봤습니다.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이었죠. 내말이 아니라 그냥 요즘 이런 이야기가 떠돈다 카더라는 말로 소문 뒤에 비겁하게 숨어서 빌붙어 먹는 보도 말입니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16&articleid=2008092411270995947&newssetid=83

심지어 사망기사에도 이렇게 뒤에 물음표를 곁들여주는 센스로 카더라 통신을 반복하는 이 저질 기사들..-_-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12&articleid=2008100208464575819&newssetid=82

결론적으로 굳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따지자면,
연예인은 공인 취급하면서 정작 공인은 연예인 취급을 하는 우리 대중문화와
지금처럼 무뇌아처럼 소위 관계자의 지도편달에 따라 움직이면서
인터넷이나 찌라시를 기웃거리며 선정적 내용을 확대 재생산이나 해대는
자칭 기성 언론이 가장 큰 원인제공자입니다.

적어도 기성언론에서는 누군가 이에 대해 반성을 할 줄 알았는데
어디서도 그런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군요.

뭐 부끄러운 줄 알 정도의 인간들이면 저러고 있지도 않겠지만 …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