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 감상, “애플과 앵프라맹스 (Inframince)”






마르셀 뒤샹의 작품 변기 ‘샘물’




l’Inframince


진중권씨가 씨네21에 기고한 글중 앵프라맹스(Inframince)의 개념을 소개한 글을 언젠가 보게 되었습니다. 씨네21사이트에서 우연히 보게 된 글이었는데 앵프라맹스는 ‘지각하기 힘든 미세한 차이’를 가리키는 말로 프랑스의 위의 작품 샘물(이라지만 자꾸 변기로 읽히는)을 만든 전위 화가 마르셀 뒤샹이 만든 말이라는군요.

예술이나 문학에서 앵프라맹스에 대한 진교수의 글 내용 전체는 자세히 기억이 안나지만 앵프라맹스 개념자체는 아주 흥미롭게 기억에 남게되었습니다. 종이의 두께, 총의 발사와 피격사이의 찰나등 사람이 지각하기 힘든 작은 변화폭이나 차이를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는것이 신기했고, 많은 영역에서 제가 선호하는것이 바로 엥프라맹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애플의 수석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원래 변기 같은걸 디자인하던 사람아니었나요? 뒤샹에 영감을 얻어 아이브를 고용했으려나요..) 



예를 들어 전에 올린 건프라사진강좌에서 모형을 실감나는 거대물체로 보이기 위해서는 거대한 물체에 달린 디테일들도 같이 줄어들어 보일듯 말듯 할것이므로 작은 디테일은 도드라지지 않고 있는듯 없는듯하게 존재하며 전체적인 인상에만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것이 좋다고 했는데 그런 작은 디테일이 일종의 앵프라맹스라고 할수 있겠죠.

그 자체로는 눈에 띄거나 존재를 알긴 어렵지만 집합적으로 전체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것. 애플 제품 전반에 대해 생각할때도 이 앵프라맹스라는 개념이 어떤 단서가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써보면 너무 좋아서 다른건 쓰기 싫다’ 와
‘별것 아니더구만 왜 GR이야’ 를 가르는 차이



애플제품은 대체적으로 호불호가 극단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플팬(혹은 애플빠)들 찬양, 애플까들은 질색을 하지요. 그러한 케이스에는 물론 애플제품을 많이 써보지 않고도 애플 브랜드와 스티브 잡스의 팬이 되어 무조건적 찬양을 하는 팬도 있을수도 있고 애플제품을 써봤다가 아주 진저리나는 경험을 하고 – 제품불량, 사후서비스의 악몽, 여러가지 악재 등- 이후 애플에 질려버린 사람도 있을겁니다만 가장 흔한 경우는 역시 애플 제품을 쓰며 좋아게 된 팬들과 그 애플팬들의 호들갑(이나 보기에 따라 꼴깞)에 질려서 안티애플이 된 사람들의 두극단이 가장 많습니다.

특히 애플빠에 대한 반감이 막상 조금 만저본 애플제품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자기경험과 융합되면 아주 강한 반애플감정을 만들어낼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애플은 높은 가격과 윈도플랫폼과의 비호환성때문에 소수의 사용자들만 선호하는 제품이었고 애플은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며 검증되기보다는 소수의 사용자들의 문화나 성향에 관련하여 어떤 의견이 형성된 점이 더 큽니다.  꾸준히 써온 사람들 보다 안써보거나 잠간 써본 사람들이 더 많고 역시 의견형성에 참여합니다.

앞에서 말했듯 예외의 경우도 있지만 거칠게 분류했을때 사용자 vs 비사용자가 양극단의 의견그룹을 형성한다는것, 그리고 그 사이에는 (선입견없이) 충분히 써본 경우와 아닌경우의 차이가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사용량이 누적되며 스며드는 앵프라맹스처럼 감지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Do you care if icon is round edged or not? Should you care? Steve thinks so.


제가 처음 썼던 아이폰사용기에서 80년대초 스티브잡스가 사각형 아이콘에 둥근 모서리를 넣기를 고집했다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둥근모서리는 눈에 띌수 있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용감의 차이는 앵프라맹스에 속할만큼 인지하기 어려운것일텐데도 전체 OS가 128k 메모리에서 돌아가야했던 시대에 그것을 고집했던것입니다. 지금도 아이폰의 아이콘은 강제적으로 둥근모서리가 됩니다. (SDK에서 아이콘 이미지로 지정한 사각형 이미지는 알아서 둥근모서리 형태로 설치됩니다.)

 




또 한 파드캐스팅에서 한때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일했던 사람이 첫 아이파드가 나왔을때를 회상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들은 아이파드에 오직 클릭휠의 딸깍소리를 위해 만든 작은 스피커가 달렸다는것을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엔지니어들은 절대 떠올리지 못할 발상이라면서요.

클릭휠을 돌릴때의 딸깍소리는 역시나 있으나 없으나한 작은 요소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용감의 향상을 위해 전용 스피커를 넣었던 것이죠. 아마도 일반적인 경우라면 비용절감을 위해서 채택되지 않았을법한 디테일입니다. 애플의 제품, 특히 스티브잡스 휘하의 애플제품들에는 이런식으로 ‘뭘 굳이 그런걸 다’ 싶게 넣은 요소들이 구석구석 많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산되어 배치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한차원 높은 사용감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다 보니 애플제품을 선호하고 좋아하는 경우 딱히 왜 그런지 설명하기 어려울때가 많습니다. 그냥 쓰기 편하다, 예쁘다, 잘 만들었다 는 등의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해야할때가 많고, 그런 작은 차이를 감지할수 있을만큼 꾸준히 써보지 않으면 모양이 좀 예쁠뿐 별로 뛰어나지도 않고 오히려 기존에 쓰던것과 달라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시스템이 왜 좋은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깁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이유를 잘 모릅니다. 거참. 





한 블로그에서 가져온 픽셀 확대이미지

 

 

 




Over-built iPhone4



드디어 아이폰4로 돌아와서, 아이폰4를 처음 봤을때의 큰 물건을 압축해서 줄여놓은 듯한 정교함의 느낌은 좀 ‘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좋긴한데 ‘굳이 이렇게 까지야’ 싶습니다. 실질적으로 이전 저해상도(?) 아이폰에서도 정보를 읽고 보는데는 지장 없었습니다. 깨알같은 글씨를 읽을수는 없지만 글씨를 그렇게 읽을 일도 없고 핀치줌으로 확대하면 어느 웹페이지든 읽지 못할일이 없었죠.

이전 아이폰 디스플레이의 픽셀을 1/4 크기로 쪼개서 해상도를 높이는것은 픽셀레벨에서는 알아채지 못할 작은 변화이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전체적인 선명도의 향상도 처음 볼 때 인상적인 와우팩터 이상은 아닌듯 했습니다. 멋지지만 꼭 필요하진 않은것이죠.









아이폰3GS와 아이폰4의 뉴욕타임스사이트 화면 캡쳐.
같은 사이즈로 디스플레이되지만 위의 두 이미지의 크기 차이가 

사실상 뿌려지는 시각정보량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글씨’의 선명함은 예상보다 사용감에 큰 변화를 준다는 것을 알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의 첫화면 전체를 펼쳐놨을때 원하는 영역이나 기사를 찾는것이 훨씬 빠릅니다. 글씨를 보려고 핀치 줌하여 이리저리 옮기는 횟수도 적어지고 의식적으로 읽지 않더라도 읽힐수 있는 글씨 덕분에 원하는 정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를 찾기가 더 상쾌한데 마치 무의식레벨에서 작은 글씨가 주는 정보를 흡수하고 있다는 느낌같은것이 있습니다.

역시나 직접 조금 시간을 두고 사용해보면서 점점 분명해지는, 앵프라맹스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사용감의 향상의 한 예입니다. 뿐만 아니라 작던 크던 텍스트를 읽는 행위자체가 훨씬 덜 피곤합니다. 여전히 아이패드같은 큰화면에서 책을 읽는것이 더 편하겠지만 이전 아이폰에 비해 전화기에서 아이북스나 킨들의 책을 읽는 다는것이 좀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카메라롤의 썸네일뷰 스크린 캡쳐.
iOS4의 빨라진 카메라덕분에 거의 연사가 가능해서,
비슷한 사진들이 여러장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지가 선명해서 특히 좋은건 thumbnail류의 작은 이미지를 식별하기 편하다는 겁니다. 카메라롤의 thumbnail뷰 상태에서만도 비슷비슷한 사진중 원하는 표정의 사진을 찾아내기가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iOS4의 신기능인 폴더만들기 – 비슷한 성격의 앱들을 폴더로 묶어 각페이지를 정리하기 훨씬 편해졌지만 가끔 앱을 찾기가 애매할때가 있습니다. 폴더아이콘 안에는 실제로 묶인 앱들의 아이콘이 축소되어 보입니다만 너무 작아 별의미가 없을거라는 예상과 달리 은근히 앱찾기에 도움이 되는데 아이폰4에서는 그 유용성이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가장 위대한 아이폰? 아니 가장 위대한 폰?

 




하루가 다르게 하드웨어 사양과 소프트웨어가 개선되는 스마트폰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종을 뽑으라면? 저는 두말 없이 2007년의 첫 번 아이폰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아무리 안드로이드나 다른 스마트폰 시스템의 팬이라 하더라도 2007년 아이폰 이전과 이후 스마트폰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고 기준이 확립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수 없습니다. 이전에도 분명 있어왔던 이메일/인터넷하는 똑똑한 전화기가 왜 첫 번 아이폰으로 그렇게 점프를 하게 되었는가를 따져보면 작은 스크린이라는 창문을 통해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를 조작하고 접근해야하는 방법에서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Maciej Dakowicz라는 사진작가의 작품 ‘작은 창문’.
저 창 사이로 손을 뻗어 뜨개질을 해야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
 


그것은 아이폰이 터치폰이라는 점만도 아닙니다. 아이폰 이전에도 터치폰은 있었습니다. 프라다폰이라고 했던가요. 아이폰의 진정한 인터페이스 혁명은 제가 생각하기엔 관성 스크롤링핀치 줌입니다.

두가지 모두 3.5인치의 작은 화면을 통해 갖가지 정보를 열람하고 밀고 당기며 다루는 것을 가능케 하는 가장 핵심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는 순간 감탄사와 함께 두번 생각할 필요없이 너무나 이해가 쉬운, 자연스러운 훌륭한 구현방법이지요. (안드로이드가 아무리 기능상 아이폰과 대등해지고 언젠가 넘어선다 하더라도 태생적으로 이 두가지 빚을 아이폰에 지고 있다는것은 간과할수 없는 중요한 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있었던 월스트리트 저널 주최의 All Thing Digital 컨퍼런스에서 스티브 잡스도 이 사실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아이폰 이전에 먼저 태블릿기기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그러다 한 UI 디자이너가 관성스크롤을 완성해서 시연했을때 ‘오, 이것으로 (태블릿보다 작은) 전화기를 만들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태블릿 프로젝트를 접어두고 아이폰개발을 시작했다”고 고백한 잡스. 

 




아이파드에서 무한회전 가능한 스크롤휠이 수천곡의 리스트를 스크롤하며 사용가능하게 한 핵심요소였다면 휠없이 긴 리스트를 스크롤할수 있는 기능은 손가락의 가속도에 반응하는 관성스크롤이 가능케 해준것입니다. 그것만으로 전화기를 만들수 있겠다 (We can make a phone out of this 라고 말했죠)고 간파하는 그의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즉, 작은 화면을 정보열람에 훨씬 유용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이 개발되었으므로 ‘작은 화면의 기기=전화기’를 만들자가 된것이겠죠. 



사용자와 무한정보를 이어주는 화면의 창문이 최소한의 방해가 되도록 해주는 스크롤/줌 방법, 그리고 화면을 건드리면 정체현상 없이 손가락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신속성(맥오에스에도 포함된 코어애니메이션기술)등이 어우려 제공하는 아이폰 터치경험의 핵심은 손가락으로 직접 정보를 건드리고 움직인다는 센세이션입니다. 그리고 아이폰4에서는 그 화면에서 방충망을 걷어내어 더욱 직접 보며 터치하는 느낌을 한단계 올려놓았습니다. 





아이폰4의 평가를 마치며 – 응 벌써?



아이폰4의 새로와진 점은 물론 아주 많습니다. 이미 밝혔지만 3GS를 4로 바꾼 이유는 향상된 카메라였습니다. 망막디스플레이화면은 좋긴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지요.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외장형 안테나와 새로운 카메라, 전면부 카메라, 자이로스코프 센서 등 얘기거리는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간단하게 훑어보자면 …




안테나 – 이보전진 일보후퇴, 혹은 일보전진 이보후퇴? : 와이파이, GPS, 3G 등 전체적인 감도가 3GS에 비해 확실히 향상되었습니다만 잘못 손대면(?) 안테나 바가 떨어지는 현상은 분명 보입니다. 아직 통화가 끊어지거나 한적은 없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있을거라니 좀 기다려 볼 문제입니다.

범퍼케이스를 쓰면서는 아무런 문제를 경험하지 못했는데 그에 비해 향상된 감도의 잇점은 훌륭합니다. 저는 이보전진 일보후퇴라 평하겠습니다. 소프트웨어 픽스가 안테나 바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그냥 이보전진이 되겠죠. 




카메라 – 아이폰4의 카메라가 실망스런이유는(응?) 폰카메라로서가 아니라 똑딱이 디지탈 카메라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는것입니다. 애초에 비교기준 자체가 달라져 버렸습니다. 똑딱이에 비해 한계는 좀 있지만 모든 폰카메라를 통털어 최고이며 왠만한 경우 독립적인 포켓카메라의 필요성을 느끼는 일은 없다는 것이 지인의 증언입니다. 



전면부 카메라 – 셀프샷 찍기 편하지만 메가픽셀이 낮아서 … 아직 페이스타임은 써보지 않았는데 아직은 별 관심도 없습니다. 제가 업그레이드 하게 되면 둘이서 할수 있게 되겠죠. 



자이로스코프 – 아직 이것을 활용한 소프트웨어가 없습니다만 layar 같은 증강현실 앱들이 자이로스코프를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 기존보다 훨씬 정확한 결과를 보일듯 합니다. 그리고 물론 게임도 큰 혜택을 얻겠지만 게임은 잘 모르므로 패스. 



A4프로세서, 메모리 – 3GS 보다 빠르긴 한데 큰 차이로 와닿지는 않습니다. (CPU향상은 앵프라맹스적이면 안되는데 …) 그래도 차이가 크겠지 싶어 두 모델에서 동시에 구글어쓰를 런칭 해봤는데 확실히 아이폰4가 몇초 더 빠르게 로딩하고 화면 스크롤링도 자연스럽습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지만요. 또 메모리가 많아서인지 멀티태스킹으로 여러앱을 쓰고난후 묵직해지는 느낌이 없습니다.



애초에 주관심사였던 카메라보다 망막디스플레이에 집중한 생각거리만 풀어내고 맺습니다만 애플이 제품을 구상하고 만드는 방식, 사용자들이 요구하던 않던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강요하다시피 제공하여 결국 따라오게 만드는 능력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지만 모여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앵프라맹스를 알아보고 찾아내어 만들어내는 애플과 잡스의 능력이 결국 지금껏 제가 애플 제품을 좋아해왔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결론 지으며 (마무리 안되는) 아이폰4 첫인상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진공 노타입


 

“나잇 & 데이”, 재미와 씁쓸함을 함께 느끼다






평범한 노처녀가 우연히 비밀요원과 만나 사건에 휘말리고 이 과정에서 사랑도 얻게 된다는 지극히 뻔한 설정의 <나잇 & 데이 (Knight and Day)>는 그러나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가 그 배역을 맡아 출연하게 되면서 일약 화제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만약 이 영화에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솔직히 <나잇 & 데이>는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굳이 봐야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코믹 로맨스 액션’ 장르에 충실하다.

부담없이 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팝콘 무비의 법칙에 충실하다 못해 진지한 메시지 전달은 커녕 논리적인 개연성조차 제대로 챙길 겨를 없이 마냥 달리기만 하는 작품이 <나잇 & 데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나잇 & 데이>에는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가 나온다. 두 배우가 얼토당토 않는 각본과 연출의 부실함을 채워주면서 관객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한다는 말이다.










<나잇 & 데이>에 출연한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를 보면 이 영화야말로 두 배우가 헐리웃과 세계 영화 시장에서 더이상 초일급 배우로서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증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50대의 나이에 가까워진 톰 크루즈는 첨단 미용 성형술의 도움을 받아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케이티 홈즈와의 결혼 이야기를 하던 중에 소파 위로 올라간 이후 확실히 예전만은 못한 편이다.

물론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는 초일급 배우라고 해서 작품성과 오락성을 겸비한 특급 프로젝트에만 항상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좋아하던 배우가 생활비나 벌러 나온 듯한 느낌을 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경험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트로픽 썬더>(2008)에서의 이미지 변신이 환영할만 했을지언정 이런 식의 눈에 띄는 하향 곡선은 그야말로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게 만든다. 드디어 실사 영화 연출에 도전장을 내미는 브래드 버드 감독과의 차기작 <미션 임파서블 4>(2011)은 아마도 톰 크루즈의 영화 경력에서 마지막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다.



그나마 톰 크루즈는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불과 몇 년 사이에 제대로 삭아버린 모습 그대로 카메라 앞에 나서고 있는 카메론 디아즈 때문이다.

마음은 여전히 <마스크>(1994) 시절이실테고 <미녀 삼총사 2>(2003)까지만 해도 생동감 넘치는 매력을 과시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 카메론 디아즈는 먼저 결혼하는 동생을 둔 노처녀가 아니라 거의 과부처럼 보이고 있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다른 배우들처럼 보톡스 시술 후유증으로 이상하게 부어버린 입술을 들이미는 것 보다야 낫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나름 로맨틱 코믹 액션 영화인 <나잇 & 데이>와 같은 영화에서는 마치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을 대접받은 것처럼 불만스러워 할 수 밖에 없다.

여성 관객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졌을런지 모르겠지만 카메론 디아즈는 비밀 요원과 사랑에 빠지는 ‘귀여운 여인’이 아니라 CIA나 FBI의 베테랑 요원 쯤으로 나와줘야 하는게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나잇 & 데이>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눈요기 영화로서는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개연성이라곤 일절 없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데다가 별다른 고민 없이 써제낀 듯한 마지막 장면의 로맨스 대사들이 헛웃음을 자아내긴 하지만 몇 군데 확실하게 터뜨려주는 코믹함과 액션 장면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미국 내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등지를 오가며 촬영한 근사한 풍경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그저 보는 동안 충분히 즐기고 상영관을 나서는 순간 깨끗이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애초에 톰 데이 감독에 크리스 터커와 에바 멘데즈의 조합으로 영화가 만들어질뻔 했었다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 편이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다.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의 캐스팅으로 그나마 이런 정도 규모의 영화가 나올 수 있게 된 것이긴 하겠지만 애초에 패트릭 오닐의 오리지널 시나리오 자체가 팝콘 영화 수준을 넘어서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톰 크루즈에 대한 오랜 팬심으로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작품이다. 피터 사스가드와 폴 다노, 비올라 데이비스와 조르디 몰라 등의 출연은 그야말로 재능의 낭비요 알바 뛰러 잠시 출연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 정도다.


영진공 신어지

 


 

자녀를 미술학원에 보내는 부모의 자세?!


초등학교 3학년 딸과 함께 놀러왔던 와이프의 친구 분이 내게 물었다.

“이번에 미술학원에 보낼까 해요. 뭐 그렇다고 특별히 미대에 보낼려고 하는 건 아니고요. 그런데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럼 미술학원을 보낼 때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보내야 할까요?”

당시에 말을 좀 버벅거려 제대로 답변을 못해드린 것 같아 이제 와서 말씀을 드리자면

“태권도 학원과 같다고 보면 돼요. 아이를 태권도 학원에 보낼 때 아이들이 무림고수가 되길 바라는 분은 없잖아요. 그냥 몸 건강하라고 보내는거지.

마찬가지로 미술학원도 마음이 건강하라고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들 중 하나거든요. 그럼으로써 스트레스도 풀어지는 것이죠. 마치 화날 때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풀리듯 말이예요.”

나도 딸과 부인님에게 당하고만 살아야 하는 억울함을 그림으로
해소하고 있다 ^^;;;

물론 위 답변의 전제조건은 제대로 된 학원에 다닐 때의 이야기일 것이다.

제일 좋은 것은 화가분이 하시는 조그만 화실의 취미반에 등록해서 화가 선생님과 상담 후 아이가 마음껏 자기 생각을 그리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야 할 것은 미술학원이랍시고 그림 기술들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는 곳이다. 그런 건 부모의 눈에는 돈 쓴 보람을 느끼게 해줄진 몰라도 아이에겐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맛있는 것들은 맛보지 못하고 쓰디쓴 껍데기만 씹어먹게 하는 짓이다.

영진공 self_fish

영화로 수다떨기 (4), 반전에 대하여



Q. 금요일 밤에는 뭐하고 보내시나요?

금요일날 … 뭐 영화를 볼 때도 있고, 게임을 할 때도 있는데
요즘은 미국드라마에 빠져서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Q. 음 … 뭔가 박사님 이미지와는 다른 광란의 밤이 있으면, 반전일텐데 별로 그렇지 않군요.

제가 점잖고 차분해보이시나 보죠. 사람들은 이상하게 제가 생각이 깊을거라고 오해를 하더라고요. 사실은 아무 생각이 없거나 햄버거나 순대국밥 사먹을 생각이나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 순대국밥…. 돼지국밥도 좋아함

Q. (먹는 얘기는 그만 닥치고) 오늘 주제는 반전 영화…그 묘미와 강박이에요. 고전 영화가 처음에 만들어질 때요, 마술사들이 감독인 경우도 꽤 있더라구요, 뭔가 속임수를 써서, 색다른 것을 이끌어내는 것, 관객을 속이면서 놀라게 하는 것, 모든 감독들의 꿈 중 하나라고 하던데요?

잘 말씀하셨습니다. 멜리에스라는 프랑스 마술사가 <달세계 여행>이라는 최초의 SF영화를 만들었죠. 자기 마술기법을 사용해서 달나라로 떠나는 우주여행 이야기를 영화로 찍었는데요. 최초의 특수효과가 사용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정말 영화는 마술과 비슷한 면이 많네요. 속이고 놀라게 하고 거기서 즐거움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다 그렇긴 하지만, 요즘 마술들도 거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되어가고 있죠.


멜리에르가 만든 세계최초의 SF영화 <달세계 여행>,

이 영화에는 에디슨이 엮인 슬픈 전설이 있다는…
그 전설이 알고싶으시면 이 링크를 =>
http://enterfactory.net/206?category=0

Q. 잘 만든 반전 영화, 보고 나면 괜히 입이 간질간질, 그 반전을 말해주고 싶은 경우도 있어요.

네, 물론 그런 행동은 남의 재미를 빼앗는 행동이라 재미를 망쳤다는 뜻으로 스포일러라고 불립니다만, 그래도 남들은 모르고 나만 알고 있는게 있다는 건 간질간질하고 재미있는 일이죠.

Q. 요즘, 특히나 스릴러 영화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스릴러 영화 속에서 반전 빼놓을 수 없죠. 아카데미가 선택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액션 영화 <밴티지 포인트>, <마이 뉴 파트너> 등이 그러하구요,

뭐 반전 영화 중에 대명사라면 <식스 센스>-‘내 눈에 귀신이 보여요’라든가 <유주얼 서스펙트>-‘절름발이가 범인이다’ … 가 기억나기도 하는데요, 박사님이 기억하시는 반전 영화, 어떤 것이 있나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너무 결말이 너무 황당해서 반전이라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역시 지난 번에 말씀드린 <행복했던 여자>도 인상 깊었고요. 아마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유주얼 서스펙트>하고 <식스센스> 가 최고죠. 근데 두 영화의 반전 포인트가 달라요.

<유주얼서스펙트>는 주인공이 속이는 영화지만, <식스센스>는 주인공이 속는 영화죠. 저는 그래서 첫 번째를 제1종 반전, 두 번째를 제2종 반전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두 번째 유형은 최근에 많아졌어요. 나도 내가 누구인지 몰랐어. 종류의 영화인데, 아마도 사회가 급변하면서 생긴 가치관의 혼란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어요.


<유주얼 서스펙트> 반전 영화의 유행을 만들다



새로운 유형의 반전 영화 붐을 연 <식스센스>

Q. 보면, 어느 정도 반전 영화의 공식이나 소재가 있어요. <아이덴티티>의 다중인격이라든가, <싸인>의 범인이 외계인이라든가, <식스센스><디 아더스>의 귀신, <범죄의 재구성>의 쌍둥이, <오픈 유어 아이즈>나 <바닐라 스카이>의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올드 보이>나 의 최면 등, 소재가 점점 다양해져요.

반전이란 게 결국은 관객들에게 예상밖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입니다. 관객이 어떤 것을 예상하는지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그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을 만들 수 있는거죠. 그런데 갈수록 많은 기법들이 사용되니까 그만큼 새로운 것 낯선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더 다양한 소재들이 사용되는 거죠.

이렇게 그 결말로 이끌어가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결국 반전의 내용은 결국 둘 중에 하나에요. 알고 보니 주인공이 거짓말한 거였다. 아니면 주인공 자신도 자기가 누구인지 몰랐었다.

Q. 관객들도 점점 영화를 보는 눈이 높아져서, 다양한 소재와 공식이 있어도 제대로 반전의 재미를 주기란 어려울텐데요….

반전영화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반드시 두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는 복선이예요. 결말을 어떻게든 암시하는 내용이죠. 이런 게 영화 중간에 들어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관객과 공평한 게임이 되거든요.

두 번째는 당연하지만 관객의 예상을 벗어난 결말입니다. 이 둘이 다 있어야 성공한 반전영화가 되요. 만약 복선없이 관객의 예상을 벗어난 결말만 제공하면 영화 전체가 황당해져버립니다. 이게 뭐야. 이런 상태가 되는거죠. 그리고 물론 복선을 너무 충실하게 주는 바람에 관객들이 이미 결말을 다 예상해버리면 영화는 그냥 시시한 영화가 되고 말죠. 니가 뭔 얘기 하려는지 이미 다 알지롱. 고작 그거야? 뭐 이렇게 되는거죠.


왜 저 아일랜드 아저씨 이름이 뜬금없이 ‘고바야시’ 지? 이것이 알고보면 복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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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복선이랄 건 없는데,

배역에 어울리지 않게 지명도 높은 배우가 출연하면 대개 그 인간이 범인

Q. 박사님! 강박증은 어떤 심리일까요? 현대인들 누구나 하나쯤의 강박증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하는데요, 특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반전 강박증에 시달리기도 할 것 같아요.

강박증이란 우리 모두에게 있는 심리입니다. 정상적이고 위생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약간의 강박증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다음이나 외출에서 돌아온 다음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는 것 같은 행동도 강박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면 병에 잘 안걸리거든요. 사실 제가 예전에는 잘 안씻었는데, 몇 년 전부터 손 씻는 습관을 들였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감기에 안걸리더라구요.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반전 강박에 빠지는 것도 똑같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야 관객이 재미있어하고 그래야 영화가 흥행될거라고 믿으니까요.


그는 빈틈을 참지못하는 강박증 환자였다 …

 



Q. 그렇다보니, 실패한 반전 영화들도 꽤 많이 나와요. 반전이 한 번에 제대로 충격적으로 이루어져야지 꽤 성공한건데,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라든가, 마구잡이로 풀어놓은 반전 암시용 인물들이나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끝내버리는 영화라든가요…

아까 손씻는것에 비유하자면, 적당히 위생을 유지할 만큼 손을 자주 씻는건 좋은 일이예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손을 안 씻으면 불안해서 참지를 못해요. 이렇게 불안감 때문에 억지로 손을 계속 씻으면 위생에도 도움이 안되고 생활하는데 오히려 큰 불편이 생기죠. 그게 강박증이거든요. 반전도 강박증으로만 만들면 진짜 중요한 알맹이는 빠지고 반전만 남는 영화가 되겠죠.

사실 반전으로 유명한 영화들이 성공한 이유는 반전 때문만은 아니거든요. <유주얼 서스펙트>는 이야기 자체가 꽤나 쿨하고 재미있어요. <식스센스>같은 경우는 반전에 놀라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고요. 저는 그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하고 엄마하고 차안에 앉아 대화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늘 코끝이 찡해요.

Q. 또 이 반전이요, 억지스럽지는 않지만, 너무 고난이도면 관객이 논란이 많이 이는 것 같아요. 똑똑해야하는데, 적당히 똑똑한 반전, 참 반전 영화 제작은 어렵고, 그래서 매력적인 것 같은데요? 사람들이 반전 영화에 끊임 없이 매료되는 이유, 무엇일까요?

아마도 우리 세상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세상이 좀 반전 스럽쟎아요.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더라. 믿는 도끼가 발등을 찍고 … 진실은 저 너머에 있고 … 그게 또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세상의 모습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 <혈의 누>하고 <박수칠 때 떠나라>는 시대는 다른데 이야기 내용이 비슷해요. 둘다 차승원이 주연을 맡았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그 차승원의 역할이 뒤늦게 숨겨진 진실을 알았는데 미처 제대로 밝혀내지도 못하고 박수칠 때 떠나는 역할이거든요.



차승원 주연의 두 반전영화

Q. 앎에 대한 강한 욕구, 때로는 그것이 정말 뒷통수를 제대로 맞는 수가 있는 반전인데도 사람들은 진실을 알려고 해요. 그런데, 또 요즘 세상은 진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사람도 많은데, 모르는 게 약, 모르는 척 하는 게 상책이라면서도 사람들의 이런 욕구나 심리, 어떻게 해석하고 계시나요?

아는 게 힘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통하는 원칙이죠.
학습된 무기력이라는게 있습니다. 내가 뭔 짓을 해도 세상은 변치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 우리는 무기력을 학습하게 되죠. 이런 세상에서는 모르는게 약이예요.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알기만 하면 복장만 터질테니까요.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면 아는게 힘이 되겠죠. 뭘 알아야 어떻게 할지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특히, 너무 알려고 하면 다친다는 …

Q. 네, 오늘 이런저런 영화 속 심리학, 반전의 묘미와 반전의 강박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많이 되었네요. 반전이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노는 것이기 때문에, 박사님이 보기에 이런 반전, 요즘 먹힐 것이다 … 싶은 반전이 있다면요?

글쎄요.. 그런 게 있으면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텐데 …

최근 우리나라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전문가들이 바보짓을 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그걸 막는 이야기예요. 요즘 세상이 정말 그렇기 때문이겠죠. 이런 이야기와 반전을 섞으면 뭐가 나올 것 같긴 한데 잘은 모르겠어요.


사실 <괴물>이 이미 그 얘기를 했고 … 요즘 우리나라가 뭐 영화 자체고 …

Q. 급변하는 세상도 반전이면 반전이죠?

네. 인생 자체가 반전의 연속이죠. 그래서 사는 재미도 있는거고요.
모든 게 예측대로 되어가는 인생처럼 재미없는 인생도 아마 없을겁니다.

Q. 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구요, 다음에는 어떤 내용으로 만나볼까요?

다중인격이 어떨까요? 영화에서 종종 사용된 소재이기도 하고,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거든요.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


영진공 짱가


이글루스 사태 단상, ‘편리함과 안전함은 공존하지 않는다’




 

1.


요즘 들어 주변에서 인터넷 서비스 – 정확하게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블로그에서 일기를 쓰고, 구글 독스로 회의록을 만들고, 구글 쉬트로 매상을 기록하고, 드롭박스로 파일을 저장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왜? 편리하니까. 언제 어디서든, PC에서든 스마트폰에서든, 인터넷에 접속해 문서를 열어보고 수정하고 교환할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한 걸 안 쓰는 게 바보지!



2.

이번에 이글루스에서 대형 사건이 하나 터졌다.



거의 모든 회원들에게 관리자 권한이 잘못 주어지는 바람에, 다른 사람이 내 블로그의 비밀글을 읽을 수도 있고, 삭제할 수도 있게 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것도 무려 20분이 넘도록.

이 엄청난 사건 앞에서 회원들 절반 가량은 넋을 잃고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뒷골을 부여잡고 입에 거품을 물며 이렇게 외쳤다.




“이 빌어처먹을 이글루스 관리자 놈들 같으니라고! 당장 나와! 쇠파이프로 깨부숴 버리겠다!”



그러나 이런 사건은 언제 어디서든 터질 수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이게 바로 인터넷 서비스다.


3.


우리는 하드 디스크에 야동 … 아니, 교양영화를 저장하고는 안전하게 보관되리라고 믿는다. 하드 디스크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엔 눈을 감는다. 백업하는 건 귀찮은 일이니까.

그리고 하드가 깨져서 몇 년 간 모은 야동 … 아니, 소중한 자료가 단숨에 날아간 뒤에야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이래서 슈퍼맨도 백업을 한다는 말이 생긴 거구나!




안전함을 추구한다면 블로그를 개인 일기장처럼 쓴다거나, 구글 닥스에 기업 정보를 써갈긴다거나 하는 짓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왜? 구글은 신이 아니니까.

다른 인터넷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의도적이건 외도적이지 않건 언제든지 사고가 터질 수 있다. 민감한 기업 정보가 해킹당해서 빠져나갈 수도 있고, 몇 년 간의 거래 장부가 노출될 위험도 있다.



이런 문제는 다들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으리라. 하지만 몸에 배인 편리함 때문에 다소간의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는 일부러 외면하고 떄로는 자기 최면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딴 사람은 몰라도, 나한테 그런 일이 터질 리가 없지!”라는 식으로.



그러나 막상 사건이 터지고 나니까 생각이 180도 달라진 거다. “내가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 말도 안 돼!” 라는 식으로.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이란 원래 변덕스런 생물이니까.



4.


자동차를 타고 가는 건 두 발로 걷는 것보다 훨씬 편안하다. 하지만 위험도 따른다.

인천대교 버스 추락 사고처럼 속절없이 가는 수가 있다. 원래 그런 거다. 편리함과 안전함이 공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둘 중 하나만 건져도 다행이다.




이글루스를 버리고 다른 서비스로 옮긴다고 해도 이 사실은 변치 않는다. 결국엔 가장 평범한 해결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비밀스럽게 써야 하는 글은 개인 일기장에 쓰고, 중요한 회의록이나 문서는 PC에 암호를 걸어서 저장해야 한다.

아아, 그렇다. 귀찮고 번거롭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인생인 것을
C’est la vie!



영진공 DJ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