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질리지말기!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든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표지와 같은 표정을 짓게 될 것이다.
“이 책 제목…뭥미?”


 저자: 닉 혼비, 닐 게이먼 외


 역자: 이현수


 펴냄: media 2.0



제목을 픽션이라고 썼지만 진짜 제목은 [픽션;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폰과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이다. 헉헉 …

이 무슨
“ 김 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스런 터무니없는 제목인가 싶지만 이는 국내의 괴짜 편집자가 그의 아드로메다를 넘나드는 센스로 붙인 제목이 아니다. 이 책의 원제 역시 [noisy outlaws, unfriendly mlobs, and some other things that aren’t as scary, maybe, depending on how you feel about lost lands, stray cellphones, creatures from the sky, parents who disappear in peru, a man named lars farf, and one other story we couldn’t quire finish, so maybe you could help us out]이다. 헉헉 …



하지만 이런 장난스런 제목과는 달리 일명 잘나가는 글작가들과 잘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뭉쳐서 만든 단편집이다. 닉 혼비, 닐 게이먼, 켈리 링크, 잔 뒤프라우 등 내놓라 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역시 일러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터넷 상에서 종종 보았을 눈에 익은 그림들이 많이 보인다.



환타지한 이야기들로 엮인 이 책은 서문의 레모니 니스켓이 자부하듯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단 몇 킬로미터 밖에 안되는 작은 나라의 이야기인 닉 혼비의 ‘작은 나라’. 말없이 페루로 떠난 부모님 때문에 혼자 남겨진 그림블의 일상을 기묘한 분위기로 묘사한 클레멘트 프로이트의 ‘그림블’, 세상의 모든 음식을 먹어본 미식가 클럽의 회원들이 유일하게 먹어보지 못한 태양새를 먹기 위해 떠나는 닐 게이먼의 ‘태양새’, 지금은 사라져버린 뉴욕의 6번째 구에 관한 이야기인 ‘여섯 번째 마을’등 책에 실린 단편들은 아기자기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일러스트작가들의 명성에 비해 그들의 그림이 적절히 활용되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좀더 적극적으로 일러스트가 사용되었다면 난 이 책을 들고 정말 울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영진공 self_fish









“마루 밑 아리에티”, 하야오 없는 지브리의 미래



올해로 70세의 나이가 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언제 처음 은퇴를 선언했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1997년작 <원령 공주> 때였던 것 같은데 작품 자체가 워낙 좋기도 했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연출작이라는 소식에 일본에서만 2천만 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을 했다던가 그랬었다. 그 이후로 감독의 은퇴와 복귀 선언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그리고 재작년 <벼랑 위의 포뇨>(2008) 을 계속 내놓으며 “지브리 스튜디오는 곧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등식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간 후계 양성을 목적으로 스튜디오의 애니메이터들에게 연출 데뷔의 기회를 여러 차례 주어왔지만 – <귀를 기울이면>(1995)의 콘도 요시후미, <고양이의 보은>(2002) 의 모리타 히로유키,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2006)의 미야자키 고로 – 그 가운데 어느 누구도 두번째 연출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곧 노감독이 마음 편히 뒷자리로 물러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다름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195년에 처음 씌여진 영국 아동문학가 메리 노튼의 원작을 각색한 작품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각색과 기획, 제작을 담당하고 스튜디오의 애니메이터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연출 데뷔를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연출하지 않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 앞에서 언급한 스튜디오의 후계 구도에 관한 고민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 <마루 밑 아리에티>는 오로지 작품 자체로만 보았을 때에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후계자를 찾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작품의 내용과 주제, 그외 기술적인 부분들까지 모든 면에서 창업주의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오히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근작 <벼랑 위의 포뇨> 보다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의 데뷔작 <마루 밑 아리에티>가 훨씬 더 미야자키 하야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쏙 빼어닮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 과정에 각본과 제작자로 참여한 창업주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바꿔 말하자면 신인 감독의 재량권은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방법이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원제목인 <The Borrowers>는 인간들의 도구와 음식을 빌려다가 사는 소인들이라는 의미다.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는 모르지만 마루 밑에 거처를 마련해놓고 인간들 몰래 필요한 가재도구와 음식물을 얻어다 쓰며 살아가는 이 존재들은 외관상 인간의 형상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듯한 외관을 갖추었지만 그 자체로 대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는 – 인간 자신들을 모함해서 – 모든 생명체를 상징하는 듯 하다.

그런 상징적인 존재들이 조금씩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연민을 느끼고 무언가 행동으로써 도움을 주는 등장 인물의 모습은 곧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돼” – 이 지극히 일상적인 작별의 인사말에 간절한 심정이 느껴지는 것은 <마루 밑 아리에티>가 지브리 스튜디오와 창업주의 세계관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곤 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마루 밑 아리에티>는 비교적 작은 스케일의 작품이라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공간적으로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눈에 띄는 특별한 스펙타클을 전시하고 있지도 않는 편이다. 등장 인물들도 거의 만나자 이별인지라 개별 캐릭터에 깊이 감정이입이 되기 보다는 그들의 짧은 만남과 이별에 담긴 상징적인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 전반적으로 넉넉하게 진행되는 전개 속도와 섬세한 작화 스타일 만큼은 확실히 지브리 스튜디오 특유의 시청각적 체험을 재연해준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앞으로도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 계속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을 연출하게 될런지는 알 수 없지만 – 사실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체제 하에서 연출 일을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못할 것 같다고 했댄다 – 판타지를 기반으로 자연과 인간이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세상의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깊은 연민을 담아 때로는 인간의 파괴적인 행동에 대해 날선 비판을 던지기도 하는 지브리 스튜디오 고유의 작품 세계와 스타일이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에도 충분히 재현 가능한 것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마루 밑 아리에티>는 앞으로 자주 언급될 수 밖에 없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영진공 신어지












 

최고의 화장실용 워크스테이션, Macbook Air 11.6







2003년말 파워북 G4를 구입한 이후 7년만에 나의 맥 노트북을 새로 샀다. 그 사이 맥미니와 아내의 맥북을 사긴했지만 내가 쓰진 않고, 난 파워북이 2008년 사망한 후 회사에서 준 맥북프로와 맥프로를 주로 써왔으니 정말 오랫만에 맥포터블을 사게 된것이다. 그것도 사게 될거라 생각 못했던 맥북 에어 시리즈다.

지난달말 애플이 발표한 새 맥북에어중 11.6인치형. 메모리4GB, SSD 128GB, CPU 1.6GHz로 사양을 최대한 올려서 주문했다. 그래봐야 코어2듀오 1.6GHz이니 장난스럽긴 하지만, 많은 리뷰에서 말하듯 SSD의 속도 덕분에 매우 빠르게 느껴진다. CPU가 혼자 힘써야하는 작업 (3D 렌더링, 비디오 인코딩등)만 아니면 맥북프로가 부럽지 않은 쾌적함을 보여주어 아주 만족스럽고, 마치 쇠판때기 하나를 접어놓은것 같은 얇고 가벼움덕에 휴대성이 최고다. 항상 찾아왔던 화장실용 컴퓨터를 드디어 만났다. (농담. 화장실용을 찾진 않았음…T_T) 


















화장실용으로는 사실 아이패드가 최고이겠지만 컨텐츠소비뿐 아니라 생산도 하고 싶은 욕심에는 비슷한 사이즈이면서도 완전한 컴퓨터인 맥북에어가 적격인것 같다. 그래서 기왕 얼마나 힘을 쓸수 있나해서 Maxon사의 Cinebench 11.5로 테스트해 봤다. 




씨네벤치는 3D 애니메이션 용도로서의 기기의 성능을 테스트하는데 특화돼있고 GPU의 OpenGL의 성능과 CPU의 소프트웨어렌더링 성능을 측정한다. 맥북에는 OpenGL테스트에서 초당 11.8프레임을 재생할수 있었다. 생각보다 상당한 수준인것이, 아래에 있는 맥프로 (Xeon 3GHz 8코어, Nvidia QuadroFX 5600)의 OpenGL이 24fps 정도가 나왔다. (사실은 맥프로의 성능에 실망했다는게 더 맞는 말이지만 아무튼..흠흠) 



CPU는 역시 생각한대로 뭐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맥북에어를 렌더링 머신으로 쓸일은 없을테니 별 상관없다. 



오른쪽의 윈도XP상의 성능이란건 오라클사의 무료가상화툴인 VirtualBox상에 윈도XP를 깔고 씨네벤치를 돌린것. OpenGL은 하드웨어가 받쳐주질 않아 아예 테스트 못하고 대신 CPU는 나쁘지 않다. 코어를 하나밖에 인식 못한 정직한 수치인듯. 


 










이번엔 맥북에어와 짝을 이뤄 힘든 일은 도맡아 하는 맥프로(2008년형. 그래도 아직 듬직하다)에서 돌린 결과. 앞서 말한대로 OpenGL 성능은 생각외로 실망스럽다. FX5600이 나온지 좀 되긴했어도 45fps를 내는 FX5800보다 원래 이렇게나 느린건가, 아니면 Mac OS가 그 성능을 다 발휘 못시키는건가 좀 의문스러움. 




가상화시킨 XP에서는 보다시피 맥북에어와 필적한 점수가 나왔다. 역시 클럭스피드의 정직한 힘이다. 



맥북에어의 0.91과 맥프로의 7.04는 거의 정확히 클럭스피드x코어갯수의 차이만큼이다. 이렇듯 CPU의 파워가 그대로 반영되는 측정분야도 그리 많지 않을듯. 역시 3D 랜더링을 위해서는 힘쎈 머신이 많이 필요하다. 









에어가 나의 워크스테이션이 되진 않는다고 해도 아이패드와는 달리 급할땐 그 역할을 할수도 있다.(그리고 그점이 중요했다)

실제로 예전에 일했던 마야 작업파일을 맥북에어에 설치한 마야2010에서 열어보았다. 6년전에 했던것이니 그때 하드웨어의 인플레이션을 생각해야겠지만 당시 AMD 옵테론 4코어 머신에서 작업하기에도 만만치 않았던 200MB짜리 파일인데 실제 작업에 쓸만한 쾌적함을 보여준다. (물론 작업내용에 따라 금새 버거워질수는 있지만 그건 맥프로에서도 마찬가지)

역시 ‘계산력’중심이 아닌 작업은 오히려 저장공간의 입출력효율이 더 중요해서인지 SSD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듯 하다. 




유일하게 답답한 면은 1366×768의 좁은 스크린이지만 1920×1200 스크린도 붙일수 있고 듀얼링크dvi 어댑터를 쓰면 2560×1600 사이즈의 세컨드 모니터도 운용이 가능하니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철판때기처럼 생긴게 참 알찬 성능을 보여주어 아주 만족스럽고, 앞으로 계속 맥북 에어 시리즈의 진화가 더 기대된다.

영진공 플라팬

 

DSLR 영상촬영시대가 열리다 (2)





D90은 제대로된 영상을 찍기위해 필수적인 수동조절기능이 전무한데다 스틸이미지용 CMOS 센서의 느린 속도로 심각한 울렁거임 (jello effect)을 보여줬습니다. 그후에 나온 캐논 5DmkII 역시 수동기능전무에, 영화같은 24p가 아닌 30p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역시 갖고 있었습니다. 니콘이나 캐논으로서 DSLR의 비디오 기능은 순전히 보너스 개념이었습니다.

라이브뷰모드로 거울을 젖히고 바로 센서로 모니터링하는게 가능하다면 그걸 기록하게 하는것쯤이야 쉬운 일이니까요. 세심한 컨트롤이 핵심인 고가의 전문 DSLR이면서 영상은 자동으로만 제어되고 기록포맷또한 RAW가 아닌 고압축의 h264 라는 점에서 캐논이나 니콘 모두 비디오 기능을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걸 알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보너스장난감 같은 기능으로 만들어진 빼어난 영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조금만 보완되면 꿈의 영상카메라가 될수 있을 DSLR에 대한 아쉬움은 동시에 더 커져갔습니다.



Reverie from Vincent Laforet on Vimeo.  This was the first 1080p video widely released that was shot with the Canon 5D MKII.


스틸사진가인 Vincent Laforet가 5DmkII의 비디오 기능을 테스트해보고자 만든 단편 Reverie. 비디오 기능이 제한적인데도 불구하고 큰 센서와 고급렌즈, 전문모델과 전문사진가의 손길이 더해져 엄청나게 인상적인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24fps의 부재로 인해 영화적이기보단 비디오 같아 보이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5DmkII의 부족한 기능 (수동조절, 24fps)를 지원하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내달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캐논을 조르는 목소리가 높아질무렵 EOS 7D가 발매됩니다. 7D는 스틸카메라 관점에서는 5D의 풀센서보다 작은 APS-C센서 카메라이지만 위의 챠트에서 보듯 영화촬영용 수퍼35mm 의 크기에 오히려 더 가깝고 5D와 달리 부족했던 기능 (동영상촬영시 셔터스피드, 조리개 등의 수동조절, 다양한 프레임속도 24, 25, 30, 50, 60 지원 등)을 전격적으로 탑재하여 DSLR 영화촬영을 꿈꾸는 사람들의 꿈의 카메라에 가장 근접한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이후 경악할만한 저조도 촬영기능을 보여주는 1Dmk4가 나오고, 그리고 청원운동끝에 올해 2월 5DmkII 역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부족했던 대부분의 기능이 추가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캐논 펌웨어업그레이드가 버그소탕이 아닌 기능추가가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 합니다.) 그리고 같은 달에 7D와 같은 비디오 기능을 가지되 가격이 절반 이하인 550D가 나온것이죠. 




센서사이즈 챠트를 다시 보시면, 단순히 비교했을때 수퍼35미리 센서 카메라의 가격대는 25만달러(파나비젼 제네시스) ->만8천달러(레드원)->$1900(7D)->$800(550D)로 떨어진 셈입니다.  물론 이것은 부가기능의 큰 차이점을 무시한 심하게 단순화된 도식이지만 센서사이즈라는, 전자회로기능으로는 어쩔수 없는 물리적 한계의 극복은 그만큼이나 유의미한 것입니다. 2만달러 카메라도 힘겨워하는 저예산업계뿐 아니라 25만달러 카메라를 기본으로 쓸수있는 대규모 프로덕션에서도 DSLR촬영을 심각하게 여기며 수용하고 있다는것이 그 증거입니다.
 







빼어난 영상미의 드라마 추노에 사용되어 화제가 된 Red One카메라. 25만달러 카메라를 대체하는 만8천달러의 카메라가 혁명적이었음을 부인할수 없습니다만 이후 혁명은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방향으로도 막 튀고 있습니다. 


프로들의 호들갑

인기 드라마인 [H]ouse의 시즌6 마지막회가 필름카메라가 아닌 5DmkII로 촬영되었음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우스는 원래 레드원이나 제네시스도 아닌 35mm 필름으로 촬영되는 순수 필름쇼(?)입니다. 그리고 씬시티, 스파이키드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7D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DSLR 영상촬영의 전문가로 알려진 Philip Bloom이 루카스필름의 영화 Red Tails 촬영에 DSLR 도입을 테스트 하기위해 고용되었고, 캐논DSLR로 찍은 영상이 소니의 F35카메라가 촬영한 영상과 함께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미방송협회의 트레이드쇼인 NAB는 비디오카메라와 방송장비중심이었지만 올해에는 DSLR과 그 관련 부가장비업체들의 참여가 대단히 늘었고 화제성에서는 주인공인 비디오카메라분야를 단연 압도했으며  ARRI, Panasonic, Sony 모두 가격대가 훨씬 떨어지고 컴팩트한 시네마용 카메라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습니다. 5DmkII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해달라던 염원이 거꾸로 올라가 초고가 시네마 카메라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듯 보입니다. 진짜 혁명은 레드사가 아닌 소뒷걸음치다 쥐잡은 캐논이 이어나가고 있는것이죠. 캐논은 아직 정확히 다음단계에서 뭘 해야할지 잘 모르는듯 보입니다만.
  






 

일반 시청자야 드라마가 폰카로 촬영된들 관심이 없겠지만 메이져 드라마가 DSLR로 촬영된다는것은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대단한 화제거리입니다. 







 

스파이키드의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캐논7D로 뮤직비디오 촬영하는 모습.
하나는 그냥 카메라만으로, 또 하나는 온갖 부가장비를 덧붙힌 7D릭을 쓰는 모습. 레드원을 쓸수도 있을텐데 굳이 7D를 쓰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주목할만한 광경입니다. 바닥에 누워 맨 카메라로 찍는 모습이 그 힌트중 하나가 되겠지요. 저만한 센서의 카메라가 저토록 작은 사이즈의 바디에 담긴적이 없기때문에, 촬영시 융통성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The Last 3 Minutes” From Shane Hurlbut, ASC from Shane Hurlbut, ASC on Vimeo.


터미네이터 샐베이션의 촬영감독인 섀인 허버트는 헐리우드의 1급 촬영감독이면서 DSLR 영상제작 전도사 역할을 크게 하고 있습니다. (아, 참고로 전에 터미네이터 촬영장에서 크리스쳔 베일 욕설 음성파일의 피해자가 바로 이 사람입니다. 불쌍..) 그가 특별히 DSLR 영상제작의 장점을 홍보하기위해 만든 단편영화 ‘마지막 3분’ 


 


비디오DSLR과 다시 배우는 홈비디오

편당 몇백만달러 제작비가 오가는 프로페셔널 영상제작계에서 다시 제 캠코더 얘기로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영화적 영상 제작을 위한 24fps와 큰 센서를 지닌 카메라의 가격대가 25만불에서 2천불대로 떨어지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지만 $1800는 여전히 개인에겐 부담스런 액수이고 제 캠코더구입비용으로는 예산초과입니다.

그런면에서 550D는 다시한번 혁명적인 카메라입니다. 스틸연사촬영속도, 각종버튼의 위치와 편리함, 방수처리등 정도를 제외하고는 영상과 스틸 모두 7D와 거의 똑같은 퀄리티이면서 가격은 절반인 550D는 분명히 저와같이 DSLR영상촬영에 관심있으나 선뜻 지를 생각을 안하던 관심군의 최하단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임이 틀림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출시된지 1달동안 아마존이나 BH포토 등 주요 판매처에는 계속 주문이 밀려있었습니다.


 





DLSR구입도 처음이고 제대로 써보는게 거의 처음인 상황에서 숙지해야할것이 상당히 많더군요. 게다가 DSLR로의 영상촬영은 캠코더에 익숙해진 사람에겐 상당히 불편한 일입니다. LCD는 캠코더처럼 편리한 각도로 회전하지 않고 캠코더에서는 당연한 연속자동포커스도 없습니다. 줌도 버튼이 아니라 렌즈를 잡고 돌려야하는 수동이다보니 캠코더처럼 한손만으로 여유있게 쓰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위의 로드리게즈 감독이 쓰는 거대한 릭의 역할이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전문적 노력의 또 한가지 예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돌 지난 아기와 유치원생 초등학교생 아이들을 둔 제 상황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순발력있게 찍는역할은 애초에 HV20도 아닌 아이폰이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HV20의 자리를 차지한 550D는 쓰기는 더 불편함에도 HV20보다 더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똑딱이로 사진을 찍다가 DSLR로 업그레이드 했을때 얻어지는  퀄리티의 차이와 새로 눈뜨게 되는 사진미학의 세계에 재미를 느끼는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돌발영상을 순발력있게 잡는것 보다는 한번찍을때 더 신경써서 좀더 멋진 장면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것이지요.

카메라를  움직이며  줌을 뺐다 당겼다가 하는 영상이 아니라 되도록 움직임이 적은 정적인 영상을 더 찍게 되는것은 DSLR로 찍는 것이 정적인 동영상인지 혹은 동적인 정지영상인지 모호한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영상이 바로 그러한 모호함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초당 24프레임의 분절적인 동세, 카메라의 부피와 무게때문에 육중한 카메라워크가 기본적이며 빠르고 거친 장면은 무언가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수단으로 절제되어 사용되는등 영화 영상은 바로 스틸이미지적인 동영상이자 동적인 스틸이미지이기에 그 독특한 매력이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영진공 플라팬

“레지던트 이블 4”, 이젠 나도 어엿한 블럭버스터


2002년에 <레지던트 이블>이 처음 개봉되었을 때에는 혹평 일색이었습니다. 게임 원작으로 만들어진 또 한 편의 지루한 액션 영화라는 얘기가 많았었고 그래서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이 영화가 4편씩이나 계속 만들어지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죠. 2년 뒤에 만들어진 <레지던트 이블 2>(2004) 는 그나마의 신선함마저 사라진 속편 영화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시리즈의 종말을 예고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제작비의 3배 이상을 전세계 상영관에서 벌어들이는 꽤 내실있는 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특히 부가판권 시장을 통해 그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었지요. 애초부터 대단하다고 할 만한 작품은 못되었지만 일단 보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괜찮은 영화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할까요.

그리하여 2007년에 <레지던트 이블 3 : 인류의 멸망>이 다시 나왔을 때에도 작품에 대한 평가는 특별히 나아질 이유가 없었습니다만 역시나 탄탄한 흥행 기록을 세우며 시리즈를 이대로 끝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로 그 브랜드 가치가 성장했음을 입증했습니다. 비유하자면 1억불 이상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그 이상의 호평과 흥행 성적을 올리는 초대박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3 ~ 4천만불 규모로 매번 쏠쏠한 재미를 거둬들이는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죠. 놀랄 만한 수익률을 보여주는 일 보다 중요한 건 역시 리스크 없는 착실한 성장이니까요.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이번 <레지던트 이블 4 : 끝나지 않은 전쟁>은 첫 편과 비교할 때 제작비 2배에 흥행 수익 역시 2배 이상으로 훌쩍 커지면서 이제는 아무도 무시하지 못할 블루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영국 뉴캐슬 출신인 폴 W. S. 앤더슨 감독은 시리즈의 첫 작품을 제작, 각본, 감독한 이후 2편과 3편의 연출을 계속 다른 감독들에게 맡겨오다가 이번 네번째 작품을 통해 촬영 현장에 직접 나섰습니다. 앤더슨 감독의 연출은 T-바이러스의 창궐로 인류가 멸망하면서 전편에서는 거의 <매드 맥스>(1979)의 사막 풍경처럼 변모해버린 시리즈에 다시 한번 사이버펑크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 영화 초반을 장식하는 도쿄 지하 기지에서의 총기 액션은 누가 보더라도 <매트릭스>(1999)의 장면들을 연상할 수 밖에 없을 만큼 닮아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액션 영화 팬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이미지들이 넘실거리는 편인 <레지던트 이블 4 : 끝나지 않은 전쟁>은 워쇼스키 형제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 또는 마이클 베이 감독과 같이 선구자적인 위치에 서기 보다는 남들이 이미 완성해낸 기법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되 간결한 편집을 통해 영화 전체의 속도감을 부여하는 폴 W. S. 앤더슨 감독의 연출 방식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드라마적인 측면에서는 절대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영화이지만 – 그런 점에서는 3편 <레지던트 이블 3 : 인류의 멸망>이 가장 나은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 오직 액션 영화의 기술적인 완성도 면에서만 놓고 본다면 당대의 어느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매우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여전히 내러티브 자체가 게임 진행 방식을 따르고 있고 – 마지막에는 언제나 보스전이 기다리는 – 관객들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하는 대충 건너뛰는 허술함도 엿보이긴 합니다만 3D 포맷의 트렌드에 맞춰 블럭버스터급 영화로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이 시리즈를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5편의 예고편이나 다름이 없을 만큼 유난스럽기까지한데 <레지던트 이블>(2002)을 의외로 꽤 재미있게 보았던 이후로 줄곧 앨리스(밀라 요보비치)의 액션 씨퀀스를 즐겨왔던 관객들이라면 오히려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확실한 약속 쯤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앞에서 언급한 <레지던트 이블 4 : 끝나지 않은 전쟁>의 첫 액션 씨퀀스는 시리즈의 한 축을 이루는 좀비 호러의 흔적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었지만 어쨌든 앨리스의 얼굴이 처음 드러나는 순간 만큼은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정말 즐거웠습니다.


영진공 신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