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칠드런>, 불륜 로맨스 너머로 확장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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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 불륜 로맨스 영화라길래 꽤나 끈적한 분위기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겉포장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실제 내용물이 다른 또 한편의 영화가 <리틀 칠드런>이었습니다. 유부녀 사라(케이트 윈슬렛)와 유부남 브랫(패트릭 윌슨)의 이야기는 분명히 불륜 로맨스가 맞습니다만 <리틀 칠드런>의 시선은 두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만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적지 않은 러닝타임이 두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에게 할애되고 있는 것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선택된 방식입니다. 구태여 공영방송 스타일의 전지적 나레이션까지 사용한 것도 불륜 드라마의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됩니다.

잘생긴 애아빠에 환상을 갖고 있으면서도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젊은 주부들, 온 동네를 긴장하게 만드는 성도착자 로니와 그를 보살피는 어머니, 성인 인터넷 사이트에 심취한 사라의 남편, 총기 사고로 경찰직에서 쫓겨난 후 로니에게 화풀이 하는 전직 경찰, 그리고 현실로부터의 탈출 욕망에 시달리는 두 주인공 사라와 브랫… 겉 보기와 달리 알고보면 우리 주변에도 ‘정상적’이라고 할만한 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영화가 <리틀 칠드런>입니다. ‘정상적이고 바람직하다’는 통념적인 기준에서 보면 누구나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거나 변태이거나, 신경쇠약에 걸려있거나 다스리기 힘든 욕망에 시달리며 사는 것이 현대인의 자화상 아니겠습니까. 이와 같은 미국 중산층들의 풍경을 느슨한 블랙코미디의 느낌으로 담고있다는 점에서 <리틀 칠드런>은 <아이스 스톰>과 <아메리칸 뷰티>, 그리고 <크래쉬>(특히 이야기를 매듭짓는 방식에서)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여기에 완전한 주변 인물이거나 악인으로만 다뤄지기 쉬운 로니(와 어머니, 그리고 소개팅 상대)를 영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인 과감한 플롯은 <리틀 칠드런>만의 강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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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칠드런>은 톰 페로타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작품인데, 톰 페로타의 다른 작품으로는 놀랍게도 알렉산더 페인 감독, 리즈 위더스푼과 매튜 브로데릭 주연의 <일렉션>(1999)이 있어 기억해둘만 합니다. <인 더 베드룸>(2001) 이후 두번째 연출작을 내놓은 배우 출신 감독 토드 필드는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1999)에서 톰 크루즈의 재즈 뮤지션 친구(밀교 장소에서 올갠을 연주하는)로 출연했더랬습니다. 케이트 윈슬렛이나 브랫의 아내로 출연한 제니퍼 코넬리는 <리틀 칠드런>을 통해 영화 고르는 안목이 상당한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영진공 신어지

“Padres의 선택”

당신이 코끼리팀을 이끄는 야구 감독이라고 해보자.

코끼리팀은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호랑이팀에 1승이 앞서 있다.

코끼리팀은 표범과, 호랑이팀은 사슴팀과 한경기가 남아 있다.
마지막 경기를 코끼리가 이긴다면 호랑이팀의 결과와 무관하게 우승을 차지한다.

하지만 코끼리가 지고 호랑이가 이기면 우승을 놓고 재경기를 해야 한다.

마침 당신에겐 무시무시한 에이스 투수가 있다.

그 투수를 마지막 경기에 등판시키면 무조건 우승이다.

그렇지만 그 경우, 이틀 후부터 시작되는 우승팀들간의 플레이오프 첫경기에

그 에이스를 등판시키지 못한다.

플레이오프같은 단기전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우승할 확률은 70%를 넘는다.

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1) 일단 올라가는 게 중요하니까 에이스를 마지막 경기에 등판시킨다.

2)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에이스를 쉬게 한다.

에이스가 안나온다 해도 표범한테 이길 수 있고, 사슴이 호랑이를 잡아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재경기를 한다고 해도 그때 에이스를 등판시키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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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명에게 물어봤을 때 모두 1번을 택했다.

나 역시 1번인데, 올라가고 나서야 플레이오프가 있는 거지

올라가는 게 확실치도 않은데 플레이오프 생각을 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전에서 코끼리에 해당하는 샌디에고 감독은 2번을 택했고

샌디에고의 패배와 콜로라도의 승리가 맞물려 두 팀은 단판승부를 해야 했다.

올시즌 19승을 올리며 사이영상을 이미 확보한 제이크 피비(샌디)는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난타당했다.

연장 13회말, 8-6으로 뒤진 콜로라도가 마무리의 전설 호프만을 상대로 3점을 내면서

샌디에고의 올시즌은 끝이 났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지만 이런 의문은 남는다.

감독이 1번을 택했다면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까?

영진공 서민

[가사 검열] 영화 <프랭키와 쟈니> 中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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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개봉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프랭키와 쟈니 (Frankie & Johnny).

알 파치노와 미셸 파이퍼 주연의 이 영화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http://nowhereman.co.kr/entry/프랭키와-쟈니)에서 자세히 다룬 적이 있으니 시간 많으신 분들은 들러보시라.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을 이어주는 중요한 계기는 한 피아노 소품곡인데,
그게 바로 드뷔시의 “달빛(Claire De Lune)”되겠다.
그리고 사실 이 영화의 원작인 연극의 제목이 “달빛 속의 프랭키와 쟈니 (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이다.

영화 속에서 쓰여지는 피아노 소품곡은 그저 소품으로 쓰이기 십상인데,
이 영화에서의 “달빛”은 참으로 멋진 하나의 배우가 된다.

그래서 오늘 준비한 가사 검열은 드뷔시(Debussy)의 “달빛”이다.
첫 번째 동영상은 이 곡이 흘러 나오는 영화의 엔딩 장면이고,
두 번째는 이 곡을 배경으로 영화의 장면 등을 모아 놓은 동영상이다.

그럼 모두들 즐감~ ^.^

영화 <Frankie And Johnny> 중에서 …
Clair De Lune
By Claude Debussy (1905)  


영진공 이규훈

<나이스의 숲 (The First Contact, ナイスの森,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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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이시이 카츠히토, 미키 슌이치로, 아니키

전작 ‘녹차의 맛’에서도 범상치 않은 4차원 개그를 보여준 이시이 카츠히토 감독은 이번엔 두 명의 크리에이터가 더 가세해서 만든 ‘나이스의 숲’이란 괴물(?)을 들고 지구로 돌아왔다.

21개의 에피소드들과 영화 전반에 빼곡히 들어차있는 기괴하고 희안한 상상력, 뭔가 우주 저 너머에서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보낸 것만 같은 개그 센스, 게다가 이들의 작당을 위해 의기투합해준 유명 배우들.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는 ‘녹차의 맛’에 이어 또 출연했다! 이사람 재미붙였다.) 도대체 인간의 언어로는 형용하기조차 힘든 이 아스트랄한 작품은 이들 세 명이 뭉쳐다니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강하게 들게 만든다. 하지만 한순간의 객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이 영화의 제작뿐만 아니라 이후의 창작활동을 위해 아예 영화 이름과 같은 ‘나이스의 숲’이란 불길한(?) 회사까지 차려버린다. 이 사람들. 진심이다. 덜덜덜~

그들의 머릿속과 직렬연결 되어있는 당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면 우선 당신의 뇌를 머리에서 꺼내 옆에 놓고 팝콘으로 머리를 채우자. 그리고 뇌를 콜라캔에 쑤셔넣어 영화에서 방출되는 괴전파로부터 뇌를 차단하라. 자. 준비가 되었다면 그들의 머릿속으로 출발이다~!

영진공 self_fish

“노무현 대통령 … 삼개월 남았다.”

대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이 9월 22일이니 석달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해 있을거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건 이명박 대통령을 학수고대해서 그런 건 물론 아니다.
지겹기 때문이다.
노무현이 아니라 노무현을 욕하는 세력들이.
대통령이 뭐 그렇게 자기 삶에 훼방이 되는지 5년간 난 한결같이 대통령 욕을 들어야 했다.

오늘 만난 사람들은 의사 둘에 병원 간부 하나.
5년간 줄기차게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그들은 어김없이 노사용자 삽입 이미지무현 욕을 했다.
거기엔 물론 내 원죄도 있다.
잠시나마 노사모를 했던 전력이.
노무현이 당선되자마자 탈퇴를 했건만 그 전력은 전과가 되어 날 따라다닌다.
모임 때마다 누군가가 말한다.
“쟤 노사모래!”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나고, 궁금해 죽겠는 사람이 내게 묻는다.
“너 정말이야? 너 그런 애였어?”
그게 아니라고, 한때 그랬지만 대선 후 바로 탈퇴했다고 아무리 말을 해봤자 별반 소용이 없다.
다음 모임 때 그들은 노무현을 욕하며 “너 노사모잖아?”라고 날 비웃으니까 말이다.
그런 게 참 짜증난다.
웬만큼 좀 하지, 어떻게 5년동안 내내 노무현을 욕할 수가 있을까?

물어봤다.
“노무현이 제일 잘못한 일은 뭐죠?”
누군가의 답이다.
“경제를 말아먹었잖아.”
다시 물었다.
“그럼…김영삼보다 노무현이 더 나쁜 대통령인가요?”
그렇단다.
외환위기를 만든 김영삼보다 노무현이 나쁜 이유는
“김영삼은 밥솥의 밥을 몽땅 잃어버렸지만 노무현은 그 솥까지 털어먹었다”는 거다.
경제지표는 좋지 않냐고 하면 “실물경기는 지금 밑바닥이잖아”라고 대답하는 그들을 대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말은 정말 바로하자.
머리가 아무리 나빠도 십년도 안된 외환위기 시절을 잊지는 말자는 거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많은 사람이 해고되었으며 노숙자가 생긴 것도 그 무렵이 아니던가.
우리 경제가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그시절, 우리 정말 얼마나 어려웠던가.
노무현이 솥을 털어먹었다고?
다른 데서는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그 선배가 어째서 노무현만 나오면 이성을 잃을까.

난 지금 노무현을 찬양하는 건 아니다.
실망을 많이 안겨줬지만 그는 내게 그저그런 대통령으로 남아 있을 뿐 최악은 아니다.
최소한의 형평성은 갖자는 말이다.
군부독재 대통령을 겪어냈던 사람들이, 그리고 외환위기를 만든 김영삼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어찌하여 노무현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말 노무현이 그렇게 최악이면 기대를 접을 만도 한데 왜 5년간이나 줄기차게 욕을 할까?

다시금 그 선배에게 물었다.
“저는 정치보다 주위 사람들이 제 삶에 훨씬 더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선배는 노무현 때문에 어떤 피해를 봤는지요?”
“저번에 개포동에 아파트를 하나 샀는데, 노무현이 부동산을 꽉 잡는 바람에 집이 안팔리잖아.”
아파트 값이 꽤 올라 팔고 싶은데 노무현 땜시 안팔린다는 걸 이유로 드는 그 선배,
학생 때만 해도 그 선배는 최소한 정의에 대한 신념이 있었고
군부독재 정권을 미워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 시절 전두환을 미워했던 것보다 더 많이 노무현을 미워한다.

“노무현이 되서는 안됐던 게 다른 건 몰라도 그가 자수성가했다는 사실 때문이야.
자기 힘으로 뭔가를 이룬 사람은 원래 부자인 사람을 싫어해.”
그에게 물었다.
“저기요…이명박은 거의 자수성가의 신화 아닌가요?”
선배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런다.
“그거야…그렇지.”

여기다 이렇게 적으니 내가 시종일관 그네들의 주장에 반대한 걸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난 웬만하면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리고자 노력을 했다.
침묵 아니면 화제 돌리기, 이건 노무현이 되고난 뒤부터 생긴 내 습관이다.

미움에는 어떤 이유가 있지만, 싫어하는 데는 그 어떤 합리적 이유도 없다.
싫어하기 때문에 이유를 만드는 거지, 이유가 있어서 싫어하는 건 아니란 말이다.
지금 가진 자들이 노무현을 욕하는 건 그가 그냥 싫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사람은 뭘 해도 밉게 보이기 마련,
상고 나온 것도 보톡스도 서민적인 말투도 다 그냥 싫게 보인다.
욕하는 데 가장 앞장섰던 그 선배는
“서민들이 잘사는 게 좋은 나라인데 노무현이 경제를 망쳐 없는 이들이 못산다”고 했다가
어느 대목에선 “노무현 때문에 세금이 너무 많아져 짜증난다”고 한다.
없는 이들을 지원하는 걸 세금에서 충당하지 않으면 어떻게 한담? 50%를 세금으로 내는 스웨덴같은 나라와는 비교할 수준도 아니고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세 부담률은 별반 높지 않다.
게다가 세금을 걷기 전과 걷기 후의 지니계수가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커지는 건
우리나라 세금이 철저히 누진세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진대
그네들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통하지 않는다.
모든 안되는 건 다 대통령 때문,
신정아 파문의 배후도 사실은 대통령이고
이형택이 유에스오픈 16강전에서 진 것도 대통령 때문,
네이버에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한 건 있는 자들의 행태를 비꼰 것일진대
그네들은 여전히 모든 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며 거품을 물고 있다.
그분들에게 말씀드린다.
정말 축하드린다.
이제 삼개월 남았다.


영진공 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