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거침없이 쏘면서 타란티노를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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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의 개들>(1992)과 <펄프 픽션>(1994)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루었고 이후의 전세계 액션/갱/SF 장르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영화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루었다’고 함은 이전의 영화들과는 다른 요소들과 스타일로써 관객들과 대화하는 새 문법을 확립했다는 뜻이고 동시에 이후의 많은 영화들이 그 문법을 따랐다는 이야기입니다. 타란티노의 새 영화 문법에 가장 근접했던 작품은 가이 리치 감독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1998)와 <스내치>(2000)를 꼽을 수 있을텐데요, 아쉽게도 쿠엔틴 타란티노를 넘어서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던 작품들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자신조차 쉽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이 타란티노 스타일의 본질이란 한마디로 거침이 없다는 점입니다. 주인공들의 지루한 수다와 피칠갑의 총기 액션, 그리고 시간 흐름을 무시한 내러티브의 재조합 등의 개성적인 영화적 취향과 아이디어들이 관객들 앞에 ‘거침없이’ 전시되는 것이 타란티노 영화의 핵심이었습니다.1) 가이 리치의 영화들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타란티노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그 아류작들로 분류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타란티노 영화의 요소들을 추종만했지 그 핵심은 놓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기존 장르 문법을 해체하는 통렬함과 일탈의 쾌감을 담아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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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은 쿠엔틴 타란티노 이후 타란티노 스타일의 본질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주류 상업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 만큼이나 말 그대로 거침없이 쏴대는 영화가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입니다. 이와 같이 거침이 없는 영화는 필연적으로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오류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쏴죽이고 싶은 상대라면 가리지 않고 총질을 해대면서 총기 규제의 이슈를 다루는 뻔뻔함과 남들이 하는 보기싫은 행동들에 대해 질색이라고 나불대지만 그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질색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는 모순들로 무장한 영화가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입니다.2)

이와 같은 영화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동네 재개봉관에 다리 뻗고 앉아 팝콘을 스크린을 향해 던지며 보는 B급 영화들과 그 수요 계층의 정서를 가감없이 반영하고 있는 서브컬쳐 영화입니다.3)  또한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은 영화 팬들을 위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오우삼 영화에서 즐겨 사용되었던 슬로우 모션 총격 액션의 사용은 물론이고 액션 영화들에 대한 등장 인물들의 잦은 언급이나 심지어 여주인공 도나(모니카 벨루치)의 성을 퀸타노(Quintano = Quentin + Tarantino)라고 붙여놓고 영화 속에서는 한번도 언급을 안하다가 엔딩 크리딧에 띄워주는 일에 이르기까지, 영화 팬들을 위한 남다른 서비스 정신을 시종일관 과시합니다.

주연급 배우들의 캐스팅에서도 거침없는 이미지 차용이 돋보입니다. 클라이브 오웬은 <씬 시티>에서의 과묵한 터프가이 이미지와 <칠드런 오브 맨>에서의 생명의 수호자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4) BMW 홍보용 단편영화 시리즈에서 주연을 맡았던 인연 탓인지 줄기차게 BMW만 훔쳐타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여기에 모니카 벨루치는 <말레나>, <매트릭스 2, 3>,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 등에서의 창녀와 모성애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구요.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사이드웨이>나 <아메리칸 스플렌더> 등에서 낙오자의 이미지가 강했던 폴 지아매티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사악하고 과격한 악당 캐릭터를 선보이는데, 이 역시 “찌질이가 총 들고 설쳐대는 꼴은 질색이야”라는 대사를 던지기 위한 최선책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액션 씨퀀스의 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최근 어떤 영화들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쳐 흐릅니다. 각 씨퀀스를 가능케 하는 논리적인 개연성을 면밀히 구축하기 보다는 반짝반짝 하는 아이디어들을 거침없이 살려내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있는 영화입니다. 손가락이 다 부러진 상태에서 식당에 쳐들어온 3인조 총기 강도들을 무찌는 방법이 궁금하십니까? 이 영화를 보시면 됩니다. 이런 영화 싫다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 대신 좋다는 사람들에게는 보고 또 봐도 끊임없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 남게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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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잡담들>

1) 그런 점에서 타란티노 영화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작품은 <저수지의 개들>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데쓰 프루프>는 타란티노가 자기 영화의 본류를 향해 다시 찾아들어간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비록 총기 액션이나 시간 순서를 뒤바꾼 에피소드의 배열 등 타란티노 영화의 인장과도 같은 요소들은 없었지만 이들은 영화의 구성 요소들일 뿐 그 핵심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2) 콜롬바인 고교 사건과 9.11 테러 이후 한동안 자제되어왔던 과도한 폭력과 인명 살상(?) 영화가 드디어 다시 등장했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 최근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율이 땅바닥을 닥닥 긁어대면서 그 동안 미국 시민사회를 사로잡아왔던 지나친 엄숙주의의 망령이 드디어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로 해석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3) 그렇기 때문에 장르 문법과 플롯 구성의 개연성을 시종일관 무시하며 기존 유사 장르의 영화들을 마음껏 오마쥬하는 자유분방하면서도 거침이 없는 표현 방식이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업 영화들은 흥행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기득권층이나 다수 대중들의 취향과 통념을 의식하게 되고 그 결과로 스스로의 표현 방식에 제약을 가하게 됩니다.

4) 당근을 먹다가 그것을 무기로도 사용하는 주인공 스미스(클라이브 오웬)의 캐릭터는 일견 <에이스 벤츄라>(1994)에서 짐 캐리가 보여준 황당하고 거침없는 캐릭터를 연상케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저 역할을 짐 캐리가 했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진공 신어지

<캐쉬백(Cashback)>,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세상은 적대적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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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쉬백 (Cashback)

감독: 숀 엘리스
배우: 숀 비거스태프, 에밀리아 폭스, 숀 에반스, 미셸 라이언, 스튜어트 굿윈

인간의 두개골을 부수기 위해서는 대략 500파운드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훨씬 깨지기 쉽다. 던진 머그컵에 맞아도 깨지지 않는 경이적인 강도의 머리를 소유한 벤 윌리스도 여자친구 사라와의 이별로 지옥의 아스팔트 도로로 힘껏 내쳐진듯한 고통을 받는다.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세상은 적대적으로 변한다. 잠은 우주 끝까지 달아나 버리고 언제나 객관적이던 시간은 돌연 주관적으로 바뀌면서 1초가 영겁의 시간으로 느껴지는 초현실을 선물해 준다. 이로 인해 생겨나는 원치 않은 여분의 시간들. 벤 윌리스에겐 8시간이라는 여분의 시간과 시간을 정지시키는 능력이 주어진다.

원래 18분짜리 영상으로 제작되었지만 2004년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상에 노미네이트되며 2년 뒤 100여분의 장편영화로 만들어진 숀 엘리스 감독의 데뷔작으로 영화는 이별과 새로운 사랑을 찾게 되는 과정을 시간이란 소재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이미 ‘보그’, ‘바자’ 등의 패션 잡지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숀 엘리스 감독은 감각적인 영상과 연출로 기발한 영화적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그리고 탄탄한 각본과 영화 전반을 알알이 수놓고 있는 유머러스함으로 일찍이 2006년 서울유럽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많은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하고 서울의 ‘스폰지 하우스(씨네코아)’ 에서만 상영되었다.

영진공 self_fish

, 최고의 MLB 영화

2007년 ALCS가 빨간 양말들(Boston Red Sox)의 승리로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부족(Cleveland Indians)이 월드 시리즈에 오르길 응원했었는데 …

암튼 이 인디언들은 1948년 이후 월드 시리즈 우승과 지지리도 인연이 없다.
같은 종족인 용사들(Atlanta Braves)은 “90년대의 팀”으로 불리며 반지를 하나 꿰어차기라도 했는데 …

어쨌든 사정이 이러다보니 이런 인디언들이 리그에서라도 우승하길 바라는 심정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있었으니 그 영화가 바로 1989년 개봉작 <Major League (메이저리그)>이다.

MLB 팬들 사이에선 <Bull Durham(19번째 남자)>과 함께 최고의 MLB 영화로 손꼽히는 이 영화를 ALCS에서 탈락한 Cleveland Indians의 팬 여러분을 위해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이 기사는 2004년에 우리 <영진공>의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분과에서 이미 소개한 걸 다시 전재하는 것이니 독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를 바라는 바이다.

편집자 이규훈

2004년 10월 26일
과거사 청산위원회

1. 취지: 과거는 그 미추(美醜)에 따라 과도하게 미화되거나 묵살되어서는 아니 되며 현재의 시점에서 객관화 가능한 잣대를 통해 엄격히 평가하여 잘한 것과 잘못된 것을 가리고 교훈을 남겨 이를 희망찬 미래를 건설하는 토대로 삼아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영화진흥공화국”의 과거사에 대한 기본정신에 입각하여 설립 된 본 “과거사 청산위원회”는 계속되는 활동을 통해 우리 공화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과거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조사기관: 제 1 조사분과(위원장: 이규훈)

3. 제 1 차 조사대상: 영화 『Major League』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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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사배경
미국의 프로야구 리그(MLB)에는 New York Yankees라는 팀이 있다. 이 팀을 대하는 MLB 팬의 태도는 딱 두 가지다. 열광하거나, 증오하거나. 열광하는 입장에서는 New York Yankees가 승리를 위해서는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며 경기에 들어가서는 화려한 플레이를 통해 언제나 이기는 야구를 펼친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지만, 반면에 증오하는 입장에서는 그 구단이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또한 승리를 돈으로 사려고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구단은 실력 있는 선수를 일단 엄청난 액수의 돈으로 사들여서 당장의 승리를 위해 투입하고 대부분 원하는 바를 이루긴 하지만, 좋은 재능의 신인을 발굴하고 꾸준히 키워 미래를 기대하기 보다는 다른 구단에서 검증을 거쳐 전성기를 맞아 Free Agent의 자격으로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을 커다란 액수의 돈과 우승 가능성으로 밀어 붙여 싹 쓸어 간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과거사 청산위원회”에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지만 그 운영방식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 구단의 사례에 착안하여, 영화시장에도 이처럼 내용과 완성도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보다는 우선 잘 나가는 배우들을 동원하여 흥행성적을 높이고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데에 치중하는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가능성 있는 (그리고 값도 싼 …^^) 배우들을 기용하여 당해 영화도 살리고 배우의 재능도 길러 미래의 스타로 키워내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기특한 영화도 있음을 상기시키고 그러한 사례를 전파하여 향후 영화생산 및 소비에 있어서 우수한 Case Model로 삼고자 하는 바이다.

5. 조사대상에 대한 약술(略述)

가.감독: “David S. Ward”

나.개봉연도: 1989년

다.Genre: 전형적인 Hollywood 스포츠 코미디 영화

라.Plot: 리그에서 꼴찌를 시켜 보다 더 큰 시장이 있는 곳으로 본거지를 옮기려는 구단주의 음모에 따라 지지리 실력도 없고 몸도 부실한 선수들로만 구성되는 프로야구팀 Cleveland Indians의 업치락 뒤치락 성공기

6. 조사대상의 교훈 및 성공 사례

가.교훈: 크게 히트 친 원작소설을 사들이거나 몸 값 비싼 배우들을 기용하지 않더라도, 이야기 소재에 대한 애정 어린 연출로 각 장면을 만들어내고 적재적소에 중견급 및 신인배우들을 기용, 적절히 배치한다면 얼마든지 영화로서의 성공과 상업적인 성공을 동시에 거둘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줌.

나. 성공 사례
1) 영화 팬 및 야구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스포츠 영화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으며, 각종 스포츠 및 영화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Best Sports Movies” 순위 상위권에 항상 거론 됨 (예: 미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 ESPN, “The 25 Best Sports Movies”) http://sports.espn.go.com/espn/espn25/story?page=listranker/bestmoviesresult
2) 가능성 있는 신인급 연기자를 대거 기용하여, 추후 정상급 연기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가) “Wesley Snipes”의 사례
아래 사진에서 뒷줄 맨 오른 쪽의 선수가 보이는가.
그의 이름은 Willie Mays Hayes. 실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중견수 Willie Mays의 이름과 비슷하고 포지션도 같은 중견수 이지만 야구 실력에 있어서 닮은 거라곤 빠른 발뿐. 타격, 수비, 주루플레이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이 친구. 그래서인지 속편인 『Major League 2』 (1994) 에서는 아예 기용되지 조차 않는다. (참고로 뒷줄 맨 왼쪽의 선수는 두 번째 사례로 소개할 지명타자 “Pedro Cerrano” 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사생활이 문란하여 이후 두 번에 걸쳐 공공연하게 불륜을 저지르는데 …
그 첫 번째는 『Jungle Fever』 (1991, 감독: “Spike Lee”)에서 자기의 비서(“Annabella Sciorra” 분)와 일을 저지르더니, 6년 후에는 『One Night Stand』 (1997, 감독: Mike Figgis)에서는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난 웬 여자(“Nastassja Kinski” 분)와 하룻밤 불장난을 벌이고야 만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인간이 되기를 포기하고 흡혈귀로 변신하지만 그나마도 제대로 못해서 흡혈귀 세계에서 조차 왕따를 당하게 되자, 이에 앙심을 품은 이 친구는 『Blade』 (1998, 감독: “David S. Goyer”) 에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가 먼저 인간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아예 흡혈귀 사냥꾼으로 직업을 바꿔 앙갚음을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시도는 아직도 계속되어 현재 3편까지 제작 중에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래 보였는지 어쨌는지 미국의 정보부서에서 이 친구를 자주 고용하곤 했는데, 『Murder at 1600』 (1997)에서는 경찰로, 『U.S. Marshals』 (1998)에는 특수부대원으로 쓰더니 『The Art of War』 (2000, 감독: “Christian Duguay”) 를 통해 마침내 UN 대표부에서 까지 이 친구를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나) “Dennis Haysbert”의 사례
아래의 사진을 보자.

불 같은 강속구의 Rick “Wild Thing” Vaughn (“Charlie Sheen” 분)과 한때 잘 나갔지만 퇴물이 되고야 만 포수 Jake Taylor (“Tom Berenger” 분) 사이에 있는 인물. 아니, “Rene Russo” 말고. 그래 조금 검게 나온 선수 말이다.

쿠바 출신의 부두교도인 Pedro Cerrano. 힘만 디립따 좋지 변화구에는 손도 못 대는 알 사람은 다 아는 공갈포의 대명사. 게다가 살아있는 닭을 Voodoo 신에게 바쳐야 타격이 잘 된다는 우직(?)하기 이를 데가 없는 지명타자이다. 하지만 이 친구 뜻하지 않은 상황에 터뜨리는 결정적 한 방이 있어서 그런지 『Major League 2』 (1994) 와 『Major League 3: Back to the Minors』 (1998) 에 연속적으로 기용이 된다.

그런데 이 친구, 야구에 대한 흥미를 잃었는지 어쨌는지, 아니면 정보기관에서 활약하는 전 동료 Willie Mays Hayes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야구는 뒷전인 채 『Absolute Power』 (1997), 『The Thirteenth Floor』 (1999), 『Random Hearts』 (1999) 등에서 연이어 정보요원 및 형사로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하지만 야구 이외의 직업에서도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한 이 친구, 잠시 농구계 쪽도 기웃거려 보지만 결국에는 낙향하여 고향의 전원 속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며 살아가기로 결심을 한다. 그렇게 고향에 자리를 잡고 자상하고 인간미 넘치는 정원사 Raymond로 살아가지만, 그러한 생활도 잠시, 지가 무슨 변강쇠나 떡쇠도 아니고 그만 옆집 마님(?)과의 플라토니꾸한 러브가 동네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고향을 등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의 이런 순애보는 『Far From Heaven』 (2002, 감독: “Raymond Deagan”)이라는 영화로 제작되었고, 이 영화는 인디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영광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사건을 겪으면서 이 친구는 순수한 사랑마저도 허락 하지 못하는 암담한 사회현실을 온 몸으로 직접 부딪혀 타파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다졌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 어쨌든 얼마 후 이 친구는 그야말로 엄청난 변신과 출세를 이뤄내고야 마는데 …

현재도 진행 중인 TV 시리즈『24』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David Palmer로 거듭 났을 뿐만 아니라 전에 없이 위기에 처한 미국 사회를 구해내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 하고 있는 중이다.


변변찮은 야구단에서 직구 전용 지명타자로 시작하여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고, 우연히 찾아 온 사랑마저 아픈 상처와 세상에 대한 한탄으로 얼룩지고야 말았던 이 친구. 하지만 굴하지 않고 꿋꿋이 다시 일어나 마침내는 대통령의 자리에 까지 오르게 된 이 친구. 그의 이름은 “Dennis Haysbert”.

다) “Rene Russo”의 사례
“Dennis Haysbert”를 소개하기 위해 제시한 사진 속에는 그녀의 모습도 눈에 띈다. 17 세 때부터 패션모델을 시작하여 그야말로 초슈퍼울트라급 모델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그녀는 나이가 30이 넘자 홀연히 모델계를 떠나더니만 어느 날 돌연 『Major League』에 합류를 결심하게 된다.


허나 첫 출발에서 그녀는 한때 날렸지만 무릎 부상으로 인해 멕시칸리그를 전전하는 퇴물포수 Jake Taylor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고, 그 사내와 결코 순탄하지 않은 관계를 지속하게 된다.

이러한 첫 만남의 기억 때문인지 그녀는 이후로도 운동선수들과의 만남을 계속하게 되는데, 『Freejack』(1992, 감독: “Geoff Murphy”) 에서는 자동차 레이서와 사랑에 빠지고 『Tin Cup』 (1996, 감독: “Ron Shelton”)에서는 역시 물이 확 간 퇴물 골퍼를 만나 정분이 나고야 마는 기구한 인연을 이어가고야 만다.


이러한 운동선수들의 만남이 계속되는 것에 진저리가 났는지 그녀는 『Ransom』 (1996, 감독: Ron Howard)에서 전직 형사 출신일지도 모르는 백만장자 (“Mel Gibson” 분)와 결혼을 하지만 행복한 생활도 잠시, 부패한 경찰의 음모에 의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때의 경험이 너무나 충격이었는지, 그녀는 마침내 스스로 그러한 부조리를 개혁해 보겠다는 원대한 포부 하에 “경찰개혁”의 기치를 높이 내걸고 『Lethal Weapon 3』 (1992), 『Lethal Weapon 4』 (1998, 감독: “Richard Donner”)에서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종횡무진의 활약을 펼치고야 만다.


하지만 그러한 현장 생활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책과 조우하게 되는데, 그 책의 제목은 바로 “마스터 키튼”. 이 책을 통해 보험 수사관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된 그녀. 마음을 먹으면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직성이 풀리고야 마는 그녀인지라 즉시 새로운 직업의 세계로 뛰어들고야 마는데 ……

그렇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그녀는 마침내 『The Thomas Crown Affair』 (1999, 감독: “John McTiernan”)를 통해 모네의 회화작품 도난사건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 받는 지위에 까지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에서도 또 사랑에 눈이 멀게 되고 기어이 그 도난범과 함께 사랑의 도피를 저지르고야 만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두 사람의 도피 행각이 세인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요즈음, 사회 일각에서는 그녀의 모습이 목격되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 ……

그 소문 속에서도 그녀는 첫 사랑의 기억을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했는지, 『Two for the Money』 (2005 예정, 감독: “D. J. Caruso”)에서 역시 전직 미식축구 선수와 인연을 만들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7. 결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비싸디 비싼 배우, 사람을 깜딱 놀라게 만드는 반전, 화려하다 못해 눈알이 다 아파지려고 하는 그래픽, 있는 것 없는 것 다 쏟아 부어서 만들어내는 스뻮따끄르한 장면들 만이 성공하는 영화의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의 조사대상인 『Major League』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전술한 요소 중 어느 것 하나와도 어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가치, 즉 재미와 감동을 관객에게 훌륭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의 상업적 성공도 거두는 사례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 있어 분명 영화는 Entertainment의 주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Entertainment를 구성하는 여타의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문화로서 기능하여야 한다. 영화가 문화일 때 그 안에는 문화 생산자가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야 하고 관객을 단순히 돈다발이 아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일한 구성원으로 존중하는 태도가 스며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영화가 그러한 요소들을 획득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내용과 형식이 예술의 경지에 다다를 필요는 없다.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지, 어떤 극적 장치를 통해 관객과 대화할 것인지, 어떤 등장인물이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적절한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여 그 기준으로 풀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코미디든, 엽기공포물이든, 슬랩스틱이든 간에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훌륭히 문화영역에서 영화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상업적 보상도 있게 될 것이다.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쭉쭉빵빵 남 녀 배우, 할리우드표와 구분이 안 가는 액션장면,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는 홍보전략 등은 영화를 상품으로 팔기 위한 요소들이 될 수 있을지언정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고려사항과 조건이 될 수는 없으며, 판매전략 이전에 우선 영화가 가지는 가치에 대한 고려와 관객을 대화대상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결론으로 제시하면서 제 1차 과거사 청산위원회 조사보고를 마친다. 끝.

과거사 청산위원회 위원장
이규훈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내게 준 슬픈 교훈

추석연휴 마지막 날, 천안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바람에 외박을 해야 했다. 같이 마시던 선생님 댁으로 가 아들을 다른 방으로 보내고 거기서 잤다. 습관처럼 6시에 잠을 깼고, 그 선생님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알랭 드 보통의 <행복한 건축>을 읽었다. 일주 전부터 붙잡고 있던 책인데, 열페이지쯤 남아 있었기에 다 읽고 나니 6시 15분이다. 책꽂이를 보니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가 있다. 이거면 한시간은 버티겠지 하고 책을 폈는데, 읽고 난 소감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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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러닝타임

그 책을 다 읽는 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페이지 수도 워낙 적고, 글자도 큰데다 “치즈는 채소다”같이 별 대단한 말도 아닌 경구들을 한페이지 전체에 큼지막하게 배치한 탓이다. 쉽게 얻어지는 진리는 오래가지 않는다. 일주일 걸린 <행복한 건축>까지는 안될지라도, 모름지기 책이라면 최소한 두시간의 노력은 요구해야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30분이라니. 책 한권을 읽었다는 뿌듯함은 제공할 수 있겠지만, 그것 말고 이 책에서 얻을 게 뭐가 있을까? 이 책을 읽고 감동하신 분들도 분명 있겠지만, 그래서 그분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지 난 회의적이다.

2) 교훈

그래, 대단한 교훈이라도 준다면 또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사람들은 ‘변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교훈을 얻기 위해 쥐가 치즈를 찾아 헤매는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 책에 나온 우화는 다섯줄 정도로 요약될 것을 지리하게 늘어놓아 그 자체로도 별반 재미가 없는데, 더 나쁜 것은 바로 세 번째 파트다. 책의 첫 파트는 동창들이 모여 담소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명이 치즈에 관한 우화를 이야기하는 부분, 그리고 세 번째엔 다시 동창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과연 세 번째 파트가 왜 필요한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원래 책이라는 건 이야기를 들려주고 독자가 그 안에서 교훈을 얻으라는 매체일진대, 이 책은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대신 작중 화자가 아예 교훈까지 들려준다. 이런 식이다.

갑: 이야기 잘 들었어. 그러고보니 요즘 너무 치즈에 소홀했어.

을: 나도나도! 앞으로 우리 치즈 많이 먹자.

병: 치즈도…중국산 있니?

이건 저자가 할 얘기가 아닌,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할 얘기다. 굳이 이해를 해보자면 두 번째 파트까지만 가지고 책을 내자니 너무 얇은 것 같아 그랬겠지만, 그 결과 이 책은 정말 최악의 책이 되고야 말았다. 저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책이라니 원.

3) 슬픈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대단한 판매고를 올렸다. 그게 난 슬프다. 리뷰 역시 찬사일색인 것 역시 슬픈 일이다. 삼겹살은 육체를, 책은 정신을 살찌워 준다고 어릴적 선생님이 얘기하셨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잘팔리는 책들은 더 이상 우리 정신을 살찌게 해주지 못한다. 그것도 난 슬프다. 이 책을 수백부 주문, 직원들에게 돌렸다는 사장님, 사장님 회사는 그래서 번창하고 있나요?


영진공 서민

[가사 검열] 영화 <더티 댄싱> 중

1987년 개봉작 헐리우드 영화 중에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한 영화가 하나 있었으니, 그 영화의 제목은 <Dirty Dancing>.

Patrick Swayze와 Jennifer Grey가 남, 여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신분(?)을 뛰어 넘는 사랑을 하는 영화인데, 스토리와 결말이 뻔해서 크게 흥행할 것 같지 않았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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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객들은 이 영화를 좋아하였고,
특히 여 주인공으로 나온 Jennifer Grey의 순진한 이미지를 사랑하였다.

그래서 1988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Jennifer Grey는 여우주연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하였는데, 이후 그녀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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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쉰 것도 아니고 스캔들이 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금세 대중에게서 잊혀지게 된 건, 다름아닌 성형때문이라고들 한다.

Jennifer Grey는 자신의 매부리코에 대해 불만이 많았었는데,
<Dirty Dancing>을 통해 인기가 급상승하자, 오똑한 코를 만드는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분명 이전보다 예뻐졌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은,
더 이상 영화에서 보았던 순수하고 귀여운 소녀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대중의 관심에서 지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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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Jennifer Grey는 이전의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 뿐이지,
꾸준하게 영화와 TV에서 왕성히 활동 중이다.

오늘 준비한 동영상은 영화 <Dirty Dancing>의 마지막 장면이고,
이 장면의 삽입곡은 “(I’ve Had) The Time Of My Life”이다.

노래를 부른 이들은 Bill Medley와 Jennifer Warnes인데,
Bill Medley는 1990년 개봉 영화 “사랑과 영혼 (Ghost)”에 삽입되어 너무나 잘 알려진 1965년 버전의 노래 “Unchained Melody”를 부른 Righteous Brothers의 멤버였다.

그럼 모두들 즐감~ ^.^

(I’ve Had) The Time Of My Life
By Bill Medley & Jennifer Warnes  (1987)
   

Now I’ve had the time of my life
No I never felt like this before
Yes I swear it’s the truth
and I owe it all to you
‘Cause I’ve had the time of my life
and I owe it all to you

지금 난 생애 최고의 시간을 맞았어,
이전에 한 번도 이런 느낌을 가져 보지 못했지,
맹세하지만 이건 진실이야,
그건 다 당신이 있기 때문이야,
그래, 난 생애 최고의 시간을 맞고있어,
그건 다 당신이 있기 때문이야,

I’ve been waiting for so long
Now I’ve finally found someone
To stand by me
We saw the writing on the wall
As we felt this magical fantasy

참으로 오랜동안 기다려왔어,
이제야 진정 함께 할 수 있는,
그 사람을 찾은 거야,
벽에 쓰인 글귀를 보며,
우린 마법같은 느낌을 함께 하지,

Now with passion in our eyes
There’s no way we could disguise it secretly
So we take each other’s hand
‘Cause we seem to understand the urgency
Just remember

우리의 눈 속엔 열정이 불타올라,
그 불꽃을 감출 방법 같은 건 없어,
그래서 우린 서로의 손을 잡지,
우린 서로의 뜨거운 불길을 느낄 수 있어,
기억해,

You’re the one thing
I can’t get enough of
So I’ll tell you something
This could be love because

넌 내가 항상 원하는,
단 한 사람,
그래, 그대에게 말할게,
이건 사랑이라고,

I’ve had the time of my life
No I never felt this way before
Yes I swear it’s the truth
And I owe it all to you

지금 난 생애 최고의 시간을 맞고있어,
이전에 한 번도 이런 느낌을 가지지 못했지,
맹세하지만 이건 진실이야,
그건 다 당신이 있기 때문이야,

With my body and soul
I want you more than you’ll ever know
So we’ll just let it go
Don’t be afraid to lose control
Yes I know whats on your mind
When you say “Stay with me
tonight.”
Just remember

내 몸과 영혼은,
당신이 알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그대를 원해,
그냥 이렇게 서로를 느껴봐,
자제심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대가 내게 오늘 밤 함께 있어달라고 할때,
나도 그대와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기억해,

You’re the one thing
I can’t get enough of
So I’ll tell you something
This could be love because

넌 내가 항상 원하는,
단 한 사람,
그래, 그대에게 말할게,
이건 사랑이라고,

‘Cause I had the time of my life
And I’ve searched through every open door
Till I’ve found the truth
and I owe it all to you

지금 난 생애 최고의 시간을 맞고있어,
이전에 한 번도 이런 느낌을 가지지 못했지,
맹세하지만 이건 진실이야,
그건 다 당신이 있기 때문이야,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