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쉬 타임즈(하쉬 타임)”,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허쉬 타임즈(Harsh Times)]는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극장주라고 해도 이 영화를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할 것
같지는 않군요.(수정: 2009년 9월 17일에 국내에서 “하쉬 타임”이라는 제목으로 정식 개봉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크리스찬 베일이 주인공이라는 것 외에 국내 관객들에게 어필할 거리가 단 한가지도 없는 영화입니다. 스케일이 작고, 우리로서는 별로 공감할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도 않으며, 결정적으로 국내 관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찝찝씁쓸한 여운이
남는’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걸작도 아니지요.  국내에선 이상할 정도로 인지도가 낮고 인기가 없는 크리스찬 베일의
위치를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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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들은 밝고 낙천적이고 예의바른 사람을 좋아하지요. 잘생겼지만 커튼을 친 듯 어두운 얼굴
속에 광기와 해결되지 않은 욕망을 날선 칼처럼 숨기고 있는 베일은 국내 관객들에게 별로 좋은 이미지가 아닐 듯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에겐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매력을 느낄만한 여유가 없나봅니다. 뭐, 어쨌건 …

[허쉬타임즈]에서도 베일은 그의
이미지에 딱 맞아 떨어지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같은 인간이지요. 영화 속에선 그가 6년간 이라크전에 참전했다는 것 외엔 아무런 정보를 주고 있진 않지만, 우리는 그가
대~에충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람보]에서부터 꾸준히 반복되어 온 상처입은 참전군인, 근육질
몸에 군번줄을 걸고 다니지만 머릿속은 끔찍한 기억과 정신착란적인 파편으로 가득한 모습을 떠올리면 정확히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그는 더 젊고, 더욱 강력한 자기파괴적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는 불안한 정도가 아니라 왜 이자식이
진작에 미쳐버려서 검은식 줄무늬옷을 입지 않고 멀쩡하게 정장을 입고 돌아다니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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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멀쩡해 보임? … 훼이크라능 …


하나 흥미로운 점은, 그의 이런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성향이 단지 전쟁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다소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
사실은 그와 붙어 다니는 친구인 ‘알론조’와 그들이 만나고 다니는 패거리들을 보면 더욱 명확해지는데, 전쟁을 겪어서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그와 별로 차이점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막 나가는 친구들입니다. 도찐개찐이에요. 주인공과 그의 친구는 LA의 험한
바닥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당연히 어둠의 자식들과 어울렸기 때문이겠지요. 즉, 원래 깡패같이 자란 애를 데려다가 전쟁통에
살인기술을 알려주고 실전경험까지 선물한 결과물이 바로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전쟁을 거치면서 원래 있던 폭력성향에서 한끗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베짱과 기술을 익혔습니다. 이 정도면 만랩의 괴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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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촤식 … 만랩인데?

더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주인공이 직업을 갖게 되는 과정입니다. 그는 경찰이 되려다가 실패하고 정부기관에서 일자리를 갖게
되는데, 거기서 일할 사람을 뽑는 인간들은 주인공의 과거 행적과 그가 마약을 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이라크에서 포로들을
잔인하게 으깨서 과실음료로 만들어 버린 전적이 있다는 사실까지 모조리 알면서 그를 채용하려고 합니다. 오히려 너같은 놈이
필요해, 이런 뉘앙스를 풍기면서 말이죠.

그 말인즉슨, 그런 선발과정을 통해 선발된 인간들이 미국 정부 어딘가에서 비스무리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뒤통수가 선뜻해지는군요. 콜롬비아에서 마약을 팔다 걸리면 저런 인간들을 무더기로 만날 수
있단 말이죠.. 콜롬비아로는 여행도 가지 말아야겠어요.

영화는 이런 주인공과 그의 친구가 이틀동안 LA와 멕시코를
누비면서 겪는 일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틀동안 술과 마약을 잔뜩 처먹고 구라를 치고, 깡패들을 삥뜯고,
삥뜯어낸 무기를 팔아먹고, 결국은 시한폭탄처럼 폭발해 버릴때까지 F**k 이라는 단어들을 무려 260번 내뱉으며 거리를
누빕니다. (제가 세 본것은 물론 아닙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목적따윈 없습니다. 이 친구들의 모험은 다분히 현실도피적이기
때문이지요. 그냥 그러는 겁니다. “왜 그러고 다녀요?”라고 물어보면 “그럼 노냐, ㅆㅅ야.”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 같군요.

우리는 이런 영화들을 적어도 10번 이상은 보아 왔습니다. 이런 류의 주인공들은 사실 “나 이 영화 끝나기 전에 죽을꺼임”이라는
말을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영화 끝에 그들이 파멸할 것이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스포일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예정된 불운과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파멸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막연하게나마 꿈꾸어왔던 희망이(사실 희망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죠. 주인공이 파멸하지 않았더라면 연방요원의 탈을 쓰고 더더욱 끔찍한 인간으로 변했을 겁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시점에서 말이죠.

당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미국사회는 지금 이런 괴물같은 인간들을 찍어내는 공장
비스무리하게 돌아간다는 말이죠. 이는 다분히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어린시절에 저를 LA 복판에 던져놓고 자라게 한 후에
이라크전을 경험하게 만들어준다면? 저도 저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비슷하게 성장한 인간도 몇 알고 있구요. 인간은, 환경의 동물입니다. 좋은 인간을 기대한다면 면저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죠.
그렇지 않습니까?

덧) [플레닛 테러]에서 진지하게 미니바이크를 타면서 저를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프레디 로드리게스가 주인공의 친구인 ‘알론조’역할을 합니다. 이 친구 목소리가 섹시하군요.

덧2) 국내에서는 괄약케이라는 선구자에 의해 실시되었던 “똥구녕 조이기”기술을 크리스찬 베일이 실시합니다.
괄약케이는 국방의 의무따위 쿨하게 벗어던지기 위해 실시한 기술이지만 주인공은 국방부에서 일하기 위해 실시하는군요. 전 왜 이리 쓸데없는 데에서 웃음이 터지죠?

영진공 거의없다

디카프리오는 BB총으로 테러리스트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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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개봉할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
레오나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이고 러셀 크로가 조연, 그리고 감독은 리들리 스콧..
딴거 볼 필요 없이 위의 이름들 만으로도 저 같은 총덕들은 꼭 봐야 할 영화죠.
요즘 지하철 무가지들마다 이 영화에 대한 홍보 기사들이 넘쳐나는데
함께 실린 포스터를 “유심히”(-_-) 보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일단 포스터부터 보시죠.

네, 저 같은 인간들은 여기서 특히 디카프리오가 들고 있는 바로 그것!!!!! 에 주목한답니다.


바로 그것 !!!


클로즈업 !!!

근데, 이 권총의 정체가 모호합니다.
해머 없이 뒤가 각진슬라이드를 보면 글록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섬세이프티(엄지손가락으로 걸거나 해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달려있군요.
글록은 방아쇠 빼고는 외부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총인데 말입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권총치고는 덩치가 너무 큽니다.
뭐 데저트이글이나 그리즐리도 아닌데.
더욱이 가늠쇠는 슬라이드의 맨 뒤가 아니라 조금 앞에 있죠. 데토닉스처럼…
세상에 이런 권총이 있었나? 저 같은 총덕도 모르는 양산형 권총이라니…
그럼 이 녀석은 도대체 뭘까요?

여기서 다른 포스터를 한장 보시겠습니다.
외계인이든 뭐든 걸리면 전부 목을 꺾어버리시는 스티븐 시걸 옹께서 주연과 제작을 겸임하신 영화, <파이어 다운> (원제는 Fire down below) 입니다.
1997년에 개봉한 영화죠.

일단 이 순간에도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지 않은 정석 그립을 보여주시는 시걸옹께 박수한번 치고, 스티븐 시걸이 쥐고서 인상쓰는 권총을 함 보세요. 아까 그 녀석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네, 사실은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같은 총입니다.

이 총은 실총도 아니고, 실총을 흉내낸 모형총도 아니며, 영화에 등장하는 SF건도 아닙니다. Marksman 이라는 이름의 미국에서 취미삼아 비비탄(미제 비비탄은 제가 알기론 납탄)이나 다트, 펠렛 같은 것을 쏘는 공기총이죠.


포스터에 등장한 총, 마크맨


섬세이프티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그림, 이걸 보면 정작 이 녀석에겐 이게 섬세이프티가 아닌듯.


비비탄은 여기다 넣습니다.

구형은 이미 단종되었고 요즘에는 약간 고쳐서 신형이라고 파는 듯…


국내에도 소장한 사람이 있습니다. 디시 총갤의 키튼님 사진…

왜 이 공기총이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지(그것도 10년 간격을 두고)는 모르겠습니다.
제 추측에는 두 영화 다 포스터 사진을 같은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 스튜디오에서는 뭔 총을 쥐어줄 지 애매한 경우에 이 총을 쥐어주는 모양이죠.
저 같은 일부 괴상한 관객을 제외하고는 이런 물건에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고
따라서 뭔가 큼직하니 있어보이는데다 대충 이총 저총 어설프게 닮은 이 녀석이라면
무난히 넘어갈 수 있을테니까요.


애먼 총 들고 사진찍느라 수고하신 디카프리오 군

만약 그렇다면 이 놈은 다른 영화 포스터에도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스튜디오를 거쳐간 포스터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죠.
혹시 다른 곳에서 이 녀석을 보신 분이 계시면 제보해주세요.

참고로, 본 영화에선 저런 괴상한 물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디카프리오는 글록을 쓰는군요. 참 성능 좋은 총이죠…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글록, 크기로 보아 19나 23 같은 컴팩트 모델인듯…


영진공 짱가

덧1) 이 영화 미국에서 별로 흥행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요즘같은 경제위기 시대에는 총질보다는 판타지나 코미디가 나을지도 모르죠.

덧2) 국내 인터넷에 공개된 포스터에는 또 들고 있는 총이 다릅니다. 뒤에 해머도 보이고 총도 좀 작아졌죠.  아무래도 포샵질을 한 듯 … 사실 이런 식의 포샵질은 꽤 많습니다.  일단 주연배우 얼굴만 찍고 권총든 손 사진은 딴걸 가져다 붙이는 경우가 종종있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덧3) 시걸의 영화 <파이어다운>에는 미드 팬들에게 꽤나 익숙한 얼굴이 등장합니다.


엇, 이 얼굴은?


바로 CSI의 캐서린 반장님이죠. 이 양반, 10년 전 모습이 더 나이들어보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