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질렌할 역시 그간 자신에게 주어졌던 온통 심각하기만 했던 배역들과 그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훨씬 쾌활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보여준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의 모습이 실제 제이크 질렌할의 캐릭터와 가장 유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해서 진짜 좋은 배우로서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싫을 리는 없지만, <러브 & 드럭스>에 앤 헤서웨이가 아닌 다른 배우가 제이크 질렌할과 호흡을 맞추었더라면 어땠을까, 말하자면 작품이 좀 더 나아보일 수 있었을 법한 다른 캐스팅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 두 명의 배우는 사실 다른 어느 누구와 짝을 지어놓아도 충분히 제 몫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좋은 배우들이다. 그런데 이 환상의 커플이 작정을 한 듯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동반 출연을 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러브 & 드럭스>는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을 보장 받은 상태에서 시작한 기획이었다고 하겠다.
이것을 에드워드 즈윅 감독과 두 명의 시나리오 작가들이 각색해서 로맨틱 코미디로 재탄생시킨 작품이 <러브 & 드럭스>인데, 덕분에 작품의 메인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곳곳에서 미국 내 의료 현장의 뒷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공개되고 있다.
물론 <러브 & 드럭스>는 코미디이고 멜러물이다. 여자가 불치병에 걸린 사실로 인해 원치않는 생이별을 하고 있는 모습은 설 연휴 동안 TV에서 본 <내 사랑 내 곁에>(2009)를 떠올리게 하고, 여자의 병을 고치기 위해 눈길을 헤치면서 돌아다니는 남자의 헌신적인 모습에서는 <러브 스토리>(1970)의 간절함 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역시 <러브 & 드럭스>의 첫째와 두번째는 모두 제이크 질렌할과 앤 헤서웨이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