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공 61호]포르노를 허가하라!

구국의 소리
2006년 10월 16일

처음엔 믿지 않았다. 500명이 나와서 섹스를 하는 포르노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단 포르노에 출연할 500명을 모으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무리 일본이라지만 영세한 업계 사정상, 포르노 배우 500명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메이저 업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마추어 500명을 데리고 영화를 찍겠다는 기획을 했다고 쳐도, 설마 일반 사람들이 몇 푼 받겠다며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 얼굴 봐가며 섹스를 하겠는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보기 전까지. -.-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500명이란다..

경악이었다. 정말 500명이 모여서 한꺼번에 떡을 쳐댔다. (화면을 보면 섹스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저들은 지금 떡을 치는구나’라는 비속어가 입 밖으로 신음소리마냥 새어 나올 뿐이다.) 앞에서 지휘자가 구령하면, 줄 맞춰서 서있던 남성들이 자기 파트너의 여성의 가슴을 애무하고, 지휘자가 깃발 한번 올리면, 앞치기를 하고, 뒷치기를 하고, 여성상위를 해댔다. 놀라운 장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이 아니라면 감히 상상해 볼 수도 없는 과감한 기획! 일본이 아니라면 모일 수 없는 엄청난 인파!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군대의 제식훈련에서처럼, 일사분란하게 떡을 치는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 장엄한 스펙타클함에 어이가 막혀 웃음부터 나왔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그 스팩타클한 영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뜬금없는 이야기겠지만, 하나 묻자. 당신은 포르노를 본 적이 있는가?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대한민국에서 포르노 상영을 허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1. 포르노 영화의 상영을 허가해야 하는가?

20세 이상의 성인 중, 95%가 포르노를 관람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 봤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포르노 상영을 허가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채 40%가 되지 않는다. 놀랄 일은 아니다. 클릭 몇 번으로 인터넷에서 포르노를 다운 받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음에도, 털 보이는 장면에 대한 가위질이 만연한 환경에서 이 정도의 이중적인 사회적 잣대는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계속 가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렇지만 반대 이론도 만만치 않다. 어차피 누구나 다 보는 포르노, 구태여 모든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는 의견은 일리가 있다. 또 몰래 카메라, 미성년자 포르노와 같은 범죄적 포르노가 몰래 나도는 상황에서 차라리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자는 의견도 타당성을 갖는다. 외국에 서버를 둔 한국의 포르노 업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현재는 단속으로 많이 닫혔지만) 지금처럼 포르노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외화낭비라는 이야기도 – 조금 억지 논리가 섞여있기는 하지만 – 포르노 상영을 허가해야 한다는 근거로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비디오 방 몰래 카메라.. 이런 거 볼때마다 뜨끔할 분도 계시리라 설마 내가 나온 것은 아니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포르노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이 만들어지는 것은 법이 너무 약하기 때문인걸까?


2. 포르노 상영에 대한 논쟁

사실, 포르노를 허가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논쟁은 진부한 논쟁거리다. 예술적 창작 행위인 에로스 (혹은 에로티카)를 법으로, 그리고 권력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허가론자들의 주장이다. 포르노의 폭력성과 여성비하적인 메시지는 사회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하도 오랫동안 이어진 논쟁이어서, 주장과 반대로 이어지는 그 스토리를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꿰고 있을 정도다. 재미있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 예술적 가치를 존중하는 찬성론자와 포르노의 유해함을 강조하는 반대론자의 주장은 서로 대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쪽이 예술을 떠들면, 다른 쪽은 포르노의 유해함을 주장하는 식이다. 오랫동안 치고 받고 싸워왔지만, 서로 자기 말만 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3. 포르노가 정말 사람에게 유해한가?

포르노가 유해하다고 믿는 것은, 포르노가 사람에게 악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것일까? 포르노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론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포르노에서 봤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한다는 사회학습 차원의 모방 (modeling)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포르노를 통해 억압된 성적 욕구를 해소시켜, 오히려 반사회적 성행위가 줄어들게 된다는 정화(catharsis)이론이다. 마지막 이론은 포르노를 보는 일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는 무 효과이론(null theory)이다.

모방 이론과 정화이론은 모두 근거가 있다. 사람들에게 포르노를 보여주고 실험한 결과 “보다 폭력적인 성적 판타지”를 가지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포르노를 자주 노출시키다 보면 “성적 충동이 무디어지게 된다.”라는 정화이론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결과를 얻기 위해 미국에서는 60년대, 이름도 무지하게 긴 “폭력의 원인 및 예방에 대한 자문위원회”와 “외설물과 포르노에 대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200만 달러를 쏟아 붇는 연구를 했다는 것이다. 결국 두 가지 이론 모두가 어느 정도 인정되는 결과가 나와, 예산낭비라는 비난에 휩싸이게 되었지만.

세 번째 이론은 내가 동의하는 이론이다. 여배우의 이름과 프로필까지 꿰고 다니는 매니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 이상으로 봤다. 구워놓은 DVD만 계란 한판이다. (괜찮은 것들만 모았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봤지만, 남들 보다 폭력적인 성적 취향을 가지게 되지도 않았고, 더더군다나 정화되지도 않았다. 영향을 끼쳤다면, 기껏해야 휴지 소비량을 증가시킨 정도랄까? -.-;

모방 이론과 정화 이론의 근거가 되는 실험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포르노를 본 대학생들이 보다 더 폭력적인 성 취향을 가지게 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수 십 개고, 포르노의 합법화 이후 성범죄가 오히려 줄었다는 스웨덴 정부의 공식 보고서도 있다.

결론은 그거다. 포르노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는 것. 혹은 아무런 기능도 없다는 것. 다시 말해, 포르노는 인간에게 나쁜 영향과 좋은 영향을 모두 미치지만, 그 결과의 합이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포르노가 정말 유해한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페이스의 남자 배우가 출연하는 이런 포르노는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해할 수 있다. -.-

4. 포르노는 예술인건가?

포르노가 예술인가? 질문 자체가 코미디다. 사람들의 90% 이상은 “아니다.”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그러면 질문을 바꾸자. “예술(에로스)과 외설(포르노)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 기준에 맞춰 포르노가 예술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가?” 아. 갑자기 어려워진다. 예술과 외설의 차이. 이건 포르노의 합법화 보다 더 흔한 논쟁거리이지만, 깊게 들어가면 복잡하기 짝이 없는 논쟁의 주제가 된다. 혹자는 “꼴리면 외설이며, 안 꼴리면 예술이다.”라는 말을 한다. 명답이지만, 정답일리 없다. 꼴리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오이와 가지만 봐도 꼴리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미스코리아 단체 누드를 봐도 안 꼴리는 남성이 있다. 게다가 발가락만 봐도 꼴려야 한다고 믿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팬티만 입고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문화권도 있다. 꼴리는 기준은 정말 “지 꼴리는 대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예술과 외설을 논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이미 수 백 번은 돌고 돈 논쟁일뿐더러, 명확한 답도 없는 논쟁이다. 게다가 재미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낼 수 있다. 그것은 “예술과 외설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기준”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런 기준이 마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외설과 예술의 대착점인 고대 그리스의 신 에로스 ( 그림 : 에로스와 푸쉬케)

5. 문제가 되는 것은 폭력성과 상업성이다.

사실, 포르노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폭력성과 상업성이다. 내가 아는 일본어 중에 “키라이~”라는 단어가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일본 AV (Adult Video)에서 배운 단어다. 한국말로 하면 “싫어요~” 정도가 되는데.. 어떤 장면에서 나오는 단어일지는 대강 짐작하시리라. 비위도 약하고, 폭력도 좋아하지 않아 나름대로 건전한 것만 보는 편인데도, 키라이라는 단어가 귀에 박혀 버린 것은 그만큼 포르노가 폭력성에 물들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강간과 폭력이 일상화되고, 그 속에서 성적인 만족을 얻는 포르노 영화의 문제점은 누구나 동의하는 것이다.

상업성 문제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인간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점은 인간을 화폐단위로 평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는 점에서 경계해야하는 논리임에 분명하다. 포르노는 이런 인간의 상품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포르노가 돈을 벌 목적으로 인간의 몸을 팔아 만드는 영화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로 줄기차게 포르노를 탄압해 왔음에도 줄기차게 버티며,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가의 고된 예술 혼 때문이었다기보다는, 자본가의 장삿속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섹스 산업은 돈이 많이 남는다. ( 성인용품은 빼고. -.-)


6. 포르노에만 죄가 있는 것인가?

상업성과 폭력성에 대한 비난에서 포르노가 자유로울 수 없다고는 하지만, 상업성과 폭력성을 팔아먹는 영화가 오직 포르노만일리는 없다. 많은 영화가 폭력을 팔아 장사를 하며, 인간의 몸을 상품화해서 돈을 번다. 어디 영화뿐이겠는가? TV 드라마나 CF는 말 할 것도 없고, 소설과 연극도 그러할뿐더러, 심지어는 아이들이 보는 만화책에서조차 폭력과 상업성은 일상화된 요소일 따름이다.

참고 1 : 마광수 교수님의 섹스스토리
참고 2 :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노에만 폭력과 상업성의 잣대를 가져다 대는 것은 무언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물론 포르노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다른 영상물 보다 훨씬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금지하면 금지할수록 더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기에, 오히려 “미성년자와의 섹스”나 “몰래 카메라”와 같은 포르노가 더욱 힘차게 생산되어지게 된다. 금단의 열매는 언제나 달콤한 법이니까.

수 많은 가위질 끝에 개봉된 감각의 제국.. 무삭제판을 보며.. 포르노와 영화의 구분히 모호해졌었더랬다.

4. 포르노를 허가하라.

포르노가 교육적인 영상물이거나 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이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해악이 있으며, 비판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런 문제가 포르노의 상영을 반대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포르노에 대한 과도한 금지는 다른 매체에 비해 형평성이 맞지 않으며, (포르노에 자체적인 문제가 있다 할지라도) 포르노 자체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악 영향을 미친다는 것 역시 증명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암묵적으로 유통되는 포르노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여들여 적절한 비판과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 점차 음습해지는 포르노의 퀄리티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비법일 수 있다. 게다가 포르노의 순기능에 대한 여러 연구와 보고서가 말하듯이,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다면 사회의 성범죄 감소와 불법 성행위의 감소에 큰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포르노 상영을 허가 하는 일은 이중적인 성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솔직하고 건강한 성문화를 지향하는 사회로 가는 작은 발 디딤이 되는 일이라 믿는다.


5. 500명이 나오는 포르노

포르노 상영과 제작은 다른 문제다. 상영을 허가하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작까지 가능해지려면, 아마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보기 힘들 듯하다. 아님 말고.. -.- ( 늙어서 힘 다 빠진 상황에서 한국 포르노가 제작되면 무엇 하겠는가? 어차피 봐도 지금 같은 재미가 없을 텐데. 고로 제작을 허가하라는 주장은 후손의 몫으로 남겨두련다. 후손들이여 꼭 쟁취하여 그대들의 대에서는 즐거운 세상을 이룩하시길. )

설령 우리나라에서 포르노 제작이 가능해진다고 하더라도, 500명이 나오는 포르노가 제작될 수 있으려면 아마도 훨씬 많은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다. 많이 까졌다고 생각하는 내 입에서도 500명이 나오는 포르노를 보며 “미친.. ”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을 정도였으니, 아마 이런 영화 찍겠다며 달려드는 사람들이 500명이 되려면 대한민국이 몇 번 뒤집어 져야 할 것이다. ( 꼭, 그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해 마시라. )

500명이 나오는 포르노의 마지막 장면.. 다 끝나고 누워있다. -.-

사회마다 받아들이는 포르노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일본에서는 500명이 모여서 단체로 떡을 쳐도 용서가 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포르노가 허용되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장면일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왕과 왕비가 나와 일본 황궁에서 섹스를 하는 비디오가 제작될 수 있겠지만 (오히려 더 흥행할 듯), 일본에서 그런 걸 만들었다가는 만든 사람들 밤길 조심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나라마다, 사회마다 관습적으로 허용하는 기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포르노 상영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상식을 벗어나는 폭력적인 포르노는 상영될 수 없을 것이며,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포르노가 제작될 리도 없을 것이다. 설령 그런 영상물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아예 보지도 못하게 해 놓고 뒤에서 훔쳐보는 것보다, 보여주고 앞에서 비판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포르노의 악영향에 대한 걱정과 혹은 반사회적인 포르노에 대한 근심은 그저 기우가 되지 않을까?

잠시 구국의 소리로 마실 나온
성역사연구회 과장
짬지(http://zzamziblog.com)

“[영진공 61호]포르노를 허가하라!”의 2개의 생각

  1. 핑백: nooegoch
  2.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왔어요.
    안녕하세요~
    재미있는 글이네요ㅎㅎ

    잘 보고 갑니다~
    rss등록하고 자주 올게요~
    좋은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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