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지 블로그의 마지막 글을 올리며 …” <영진공 69호>

언론중재위원회
2007년 2월 22일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어떻게 써야 하나. 이걸 써야 하나. 계속 생각해 봤는데.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포스팅이 이 블로그의 마지막 글입니다.


로그에 1년에 글이 올라오는 날이라고 해 봐야 채 한 달이 안 되고, 그나마 1년의 절반은 블로그를 방치해 두는 잠수 전문
블로거이기에 조용히,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도 별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사랑해 주신 분들과 가끔씩
방문하셔서 피식웃어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뿅~”하고 사라지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 같아,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많은 말이 머릿속에서 튀어나오는데 그걸 적으려고 하니, 막막해지네요.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그리고 이렇게 사라져서 죄송하다는 말. 그런 말들만 입안에서 맴도네요.


저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해 주신, 그리고 방문해 주신, 그리고 댓글 달아 주신, 추천해 주신
분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확인해 보니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방문자 수를 합하면
100만 명이 넘더군요. 미디어몹은 히트수로 측정되기에 100만명이라고 하기엔 뻘쭘하지만, 테터와 미몹, 그리고 네이버까지
합치면 100만이 넘네요. 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많은 숫자를, 하나씩 하나씩 늘려 주셨던 방문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100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 세계의 로봇들과 스패머들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마지막 글이라고 생각해
보니, 이런 저런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이렇게 이 정도에서 그만 둘 줄 알았다면 더 많이 글을 썼어야 했는데. 아직 아웃룩
메모장에 적어 놓은 아이디어가 남아 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풀어보지도 못하고 버려야 하다니. 아쉬움 만땅 입니다.
블로그 스킨을 수정해서 장난치려 했던 것도 있는데, 그것 역시 머릿속에서 놀다 끝나 버렸네요. 섹스 이야기를 쓰시는 분들과 언제
한번 힘을 합쳐 팀블로그를 운영해 보려 했는데 이 역시도 공상이 되어 버렸고, 몇 년간 모임을 나가지 않은 영진공을 위해 무언가
해 주고 싶었는데 이 역시, 미안함만 남아 버린 채 끝나는 혼잣말이 되었네요.

광고 블로그라고, 성인 블로그라고
이곳을 쳐다도 보지 않은 분들도 많으셨을 겁니다. 때로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더랬죠. 지금이야 가끔씩
등장해 조용히 사라지니 욕 하시는 분들도 없지만, 지금보다 블로고스피어가 작았던 시절, 작은 이슈 하나만으로도 올블이나 블코같은
메타 사이트가 흔들리던 시절에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저는 더 조심스러웠고, 덕분에
아직까지 이 블로그가 다른 어떤 사이트보다 “덜 상업적이고, 덜 야한 블로그”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블로그 제목은
제가 봐도 짱입니다. 성인용품 주인의 블로그라니. 게다가 그 성인용품점이 짬지닷컴이라니. 제목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긴 하죠.
^^; 하여간, “상업적이고 야한 블로그”라는 오해를 가지셨던 분이 계셨다면, 이제 그 오해는 풀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에드센스에 비한다면 옆의 배너는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나요? 더 야한 사진과 더 야한 내용을 포스팅하는 블로거가 수두룩한데,
이 블로그 정도의 야함은 웃어 넘겨주실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다시 볼 사이도 아니잖아요?

아. 블로그 뿐만 아니라 짬지닷컴도 문을 닫을 계획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짬지닷컴을 닫으며, 블로그도 그만 둘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그렇게 보니까, 제가 광고 블로거가 맞긴 맞군요. -.-;


지닷컴도 사실 그래요. 성인용품 쇼핑몰이라는 것. 어떻게 보면 참 접근하기 힘든 것이죠. 페니스 모양의 딜도가 굴러다니고, 여성
성기를 꼭 빼닮은 자위기구가 넘쳐나는 곳. 누구에게는 천국(-.-)이겠지만, 대부분에게는 접근하기 힘든 [나와 다른 세계]로
느껴지겠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죠.

그런데요. 성인용품이 그렇다고 범죄는 아니잖아요?
성인용품을 사용한다고 누군가가 상처를 입는 것은 아니잖아요? 성인용품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누군가의 가슴을 후벼파는 것은
아니잖아요? 성인용품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 세상에 범죄가 가득한 곳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성인용품을 범죄인양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요? 왜 짬지닷컴을 그런 음탕한 생각들의 온상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요?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성인용품이라는 것은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의 한 부분일 뿐인데, 왜 사람들은 이걸 가지고 사회의 정의까지 생각하려는
걸까요?

저는 그냥 사이트를 운영했을 뿐입니다. 짬지닷컴. 제목은 우스꽝스러웠을지 모르겠지만, 내용은 언제나 알찼다고
자부합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악성코드나 심으려하는 누구처럼 사이트를 운영한 적도 없고, 스팸이나 보내서 어떻게 해 보려는
업체들처럼 쓰레기를 만들어 본 적도 없고, 누구처럼 고객 정보가지고 장난쳐본 적도 없습니다. 회원정보는 전부 암호화되어서
운영자도 절대 알 수 없도록 보호 되었고, 사이트에 들어가기 위해 하는 성인인증에서 그 어떤 정보도 취합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정직하게 운영했고, 양심적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요. 사실대로 말할게요. 얼마 전에 중부 경찰서에 갔다
왔습니다. 사이트에 올라온 제품 사진이 너무 야하다고 누군가가 고발했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성인용품점을 40개 정도 고발한
모양입니다. 그걸 고발한 사람이나, 조사한 경찰이나, 거기에 가서 조서꾸미고 지장까지 찍고 나온 나나 매 한가지로 우습지만,
결국 상처는 저 혼자만 남게 되겠죠. 경찰서를 나오면서 문득 더러워서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얼마 전에는 관세청에 가서
밀수혐의로 조사 받고 왔는데 (밀수라뇨.. 신혼여행 빼고 외국에 나가보지도 못한 제가.. -.-;; 그것도 누군가의 신고로
조사를 받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경찰 조사라니. 평생 단 한번도, 경찰서에 가 본적 없이 조용히 살았는데,
아니, 신호위반 조차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았고, 심지어 무단 행단조차 한번 해 보지 않고 살았는데. 이런 거지같은 상황이
나에게 생기다니. 지나치게 억울하더군요. 게다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니.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나름대로
제대로 성인용품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들어오는 테클에 감당하기 힘들겠더군요. 그래서
짬지닷컴을 그만둘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짬지블로그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인인증을 하고 들어간 사이트의
인형 사진을 가지고도 고발을 당하고, 벌금을 받고, 전과자가 되는데 (벌금만 받아도 전과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젠장. -.-) 블로그라고 안전할리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만 두어야겠다고 결심을 했더랬죠.
이쯤에서 다른 분들에게도 경보를 쏘고 싶습니다. 제 레이더에 걸린 분들이 여럿 계십니다. 성인관련해서 좋은 글을 쓰시는 분도
계시고, 야한 사진 열심히 펌질하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전과자 되는 것. 지금 보니까 아주 쉬운
일이더군요. 특히나 사회적 관습 어쩌구 저쩌구를 가지고 음란을 평가하는 섹스파트 쪽에서는.

어쩔 수 없죠. 까라면
까야죠. 이걸 가지고 싸워서 전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싸워서 이긴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행여나 작은 파이가 내 몫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결국 큰 몫은 내가 욕하는 기존의 성인용품점들이 고스란히 가져갈
거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거든요. 게다가 사실. 이길 수도 없어요. 여성 성기를 닮은 성인용품은 인터넷 쇼핑몰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인정할 수 있을만큼의 음란기준을 초과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더라구요. 싸우기도 싫고, 싸워서 이기기는
힘들고, 이긴다고 해도 좋을 것이 없는 상황. 어쩌겠어요. 접어야죠. ^^ .

그러고 보면, 사고라는 것은 겹쳐서
오는가 봅니다. 얼마 전에, 제가 운영하던 다른 쇼핑몰을 접었고, 그 보다 한달전에는 쇼핑몰 제작 파트를 없앴는데, 이제는
짬지닷컴까지 문을 닫아야 하다니. 순식간에 백수가 되어 버리네요. 지난달에 마지막 직원을 떠나보내고,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제
동생과 “이제 우리 둘이서 새로운 것을 한번 해 보자.”라고 다짐했는데, 그 새로운 일이 “짬지닷컴을 닫는 일”이 되어
버리다니. 참 황당할 따름입니다.

요 며칠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최면처럼 읊조리고 있지만, 잠도 안자고 열심히 일했던 지난날들을 생각나니 아스라해지더군요. 차라리 다른 쇼핑몰에 매진을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 거라는 후회도 생기고, 작년 초 직원들이 돈 안 되는 짬지닷컴은 그만하고 접으라고 말할 때 오기를 부리지
않고 접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도 생기는군요. 그랬으면 이런 꼴은 안 당했을텐데요. 나 답지 않은 이런 후회들을 하다 보니,
하룻밤이 훌쩍 지나가 버리네요.

1월 말까지 일을 마무리 할 생각입니다. 여태껏 벌여 놓은 일들을 마무리 짓고,
2월 초에 계획되어 있던 성인용품 쇼핑몰 제작 건에 대한 마지막 PT를 마치고 나서는 완전히 성인용품 쪽에서는 손을 뗄
생각입니다. 어디 조용한 섬 같은 곳으로 동생이랑 며칠 여행이나 갔다 와야죠. 갔다 와서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고민을 할
계획입니다. 아. 좋은 아이템 있으신 분 연락주세요. 제 모든 능력을 다해 성심성의껏 머리를 맞대고 생각할 자신이 있습니다.
돈은 없지만, 의리와 양심은 출중하답니다. ^^

구질구질 말이 많았습니다. 마지막이다 보니, 이런 저런 할 말이 많군요. ^^; 글이 길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내고 싶지가 않아요. -.-; 정말로, 이 블로그에 쓰는 마지막 글이거든요.


들 블로그를 운영하실테니까, 아실겁니다. 자기 블로그라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저 취미일 따름이라 말을 한다고
해도, 여기에 쏟게 되는 관심과 정성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라는 것을. 저 역시 마찬가지거든요. 앞서도 말했지만,
일 년에 서너 달만 달랑 운영하고 숨어버리는 블로거라고 스스로를 자조하지만, 이 블로그에 대한 애정은 넘쳐 납니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백개의 글을 쓰며 애정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마지막 글을 쓰려고 하니, 참 기분
묘해지네요. 오래된 친구와 헤어지는 기분이랄까. 연인과 헤어지는 기분이랄까. 성격상, 마지막이라고 말을 해 놓고, 다시 글을
쓰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미련이 남나 봅니다.

휴.. 시작할 때는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스러웠지만, 쓰다
보니 단숨에 달려 왔습니다. 글은 길지만 실상 내용은 없습니다. 블로그의 문을 닫겠다라는 이야기 하나 뿐이죠. 나머지는 감정과
미련의 주절거림일 뿐입니다. 더 이상 구질구질할 필요 없겠죠.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고, 짬지닷컴이라는 이름은 이 블로그에서,
그리고 블로고스피어에서 완전히 떠나겠습니다.

이 블로그를 찾는 모든 분들이 언제나 건강하시길,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짬지 블로그의 마지막 글을 올리며 …” <영진공 69호>”의 5개의 생각

  1. (짬지닷컴) 2007-01-25 10:57 작성으로 알고 있는데.. 넘늦게 퍼오신듯.ㅋㅋ

  2. 1111 님/ 영진공의 기사는 2주 단위로 업데가 됩니다. 그러다보니 해당 기사의 게재가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3. 애구.. 항상 건강하시고 다른 일 하시더라도 잘 되시길 바랍니다. 기운내세요!!

  4. 짬지닷컴의 팬이었는데. 아. 그간 생계문제로 인터넷을 멀리했더니.아. 이런 소식을. 아. 말이 안나오는.

이규훈에게 댓글 남기기 댓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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