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과 미녀에 속았다” – 록키 발보아 <영진공 70호>

재외공관소식
2007년 3월 16일

실베스타 스탤론이 <록키 발보아>를 만든다고 했을 때 난 “좀 어떻게 된 거 아냐?”라고 생각했다. 스토리도 뻔하고 해서 록키 시리즈는 1탄부터 아예 외면해 왔다. 그런 내가 록키 발보아를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근데 그게 아니란다. 감동 그 자체란다. 네이버 별점이 무려 8.86, 대체 어떤 내용이 있기에 그런 걸까 궁금해졌다. 결정적인 한방. 이 영화를 본 미녀가 전화를 했다.

“록키 발보아 봤어요. 너무 감동이어요.”

30대 중반이고 책을 좋아하는 그녀의 말이라면 믿어도 된다. 난 친구와 소주 한병씩을 마신 후 얘기했다.

“야, 우린 늘 1차도 술, 2차도 술 이랬잖아. 근데 오늘은 좀 색다르게 해보자. 2차로 영화 보는 거 어때? 영화값 내가 낼게.”

친구는 반신반의하면서 날 따라갔다.

영화가 시작된 후 20분쯤 지나니까 겁나게 초조해진다. 도대체 재미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다. 친구는 이미 잠이 들었다. 깨웠다. 또 잔다. 40분이 지났을 무렵 난 친구를 깨우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 내내 재밌다고 해도 이미 틀렸으니까. 불편하게 자는 것에 지쳤는지 친구가 눈을 떴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이런 재미없는 영화를 보게 하다니.

60이 넘은 록키는 결국 현 헤비급 챔피언과 논타이틀전을 한다. 경기 내용은 압도적으로 현 챔피언이 우세했지만, 영화에서는 심판 판정 결과 2대 1로 간신히 챔피언이 이긴다.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던 것, 애들이 감동적이라고 하던데 그 뭔가가 또 있는 건가? 알고보니 그 챔피언이 록키의 숨겨진 아들이라던가, 아니면 록키가 그 경기 이후 죽는다든지. 없다. 그게 끝이란다. 영화가 끝난 뒤 잠깐 동안 의자에 앉아 있었던 건 너무도 허무해서였다. 별점과 미인계에 속은 패착. 오는 길에 미녀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어? 저는 정말 재미있었는데요?”
그녀와 난 취향이 달랐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

상벌위원회 부국장의 상념
서민(bbbenji@freechal.com)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