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니 ?

 사실 섹스, 즉 ‘떡’ 이라는건 그 목적이 ‘어디까지나 종족번식을 위한 것’ 이라는데 있었다. 허나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를 넘어오고 문명에 의해 모든 것이 재해석되면서 섹스의 당초 목적이었던 임신과 출산을 위한 섹스는 이제 아마존에서나 찾을수 있으려나.

 현대인들은 ‘섹스’ 하면 ‘쾌락’ 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문명병인가? 그러나 이걸 병으로 보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점이 있다. 언어에도 사회성이 있는데 하물며 섹스라고! 섹스 본래의 의미가 약간 바뀐건지 아니면 섹스할때 쾌락과 임신의 중요도가 바뀐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가 바뀌었건간에 섹스는 쾌락뿐 아니라 임신 및 출산의 기능도 자의든 타의든 충분히 해내고 있으니 이쯤되면 변질이 됐네 어쩌네 떠들지 않아도 될성 싶다.

 하지만 섹스의 목적을 쾌락으로 봤을때, 그 쾌락을 만끽할수 있는 권리는 남녀 모두에게 있느냐하면, 그건 아니다.

 술마시고 정육점에 가야 집에 돌아가는 길이 허전하지 않고 야동, 야설은 세계명작소설 100선보다 더 피가되고 살이 되며 딸딸이를 하다 걸리면 민망하지만 웃긴, 두고두고 회자되는 추억이며 비지니스 클럽에서 접대를 받아야 계약서 쓸 만년필에 잉크라도 채울 맘이 생기며 터키탕이 웰빙스파의 정석이라고 역설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자기 클리토리스가 어딘지를 몰라서 오르가즘이 뭔지도 모르고, 자신이 자위를 한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절대 먼저 섹스를 요구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애인이 요구했을때는 무조건 순응해야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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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이 신장됐다는 소리는 어느 남자가 퍼뜨린 유언비어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뭐 유언비어 덕택인지는 몰라도 사방에서 ‘여성’ 섹스 칼럼니스트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나오는데 정작 칼럼의 소비자는 여성이 아닌 남성. 아 물론, ‘우리 여자들은 이래요. 그러니까 잘 들어요.’ 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겠지만, 암만 소리쳐봐라 그걸 걔들이 듣나, 말하는 ‘여자’ 를 구경하고 있지.

 섹스에 관해 남자는 이미 차고 넘칠만큼 능동적이다. 뭣모르는 여자들은 아직도 조선시대 사대부집안 딸내미 마냥 굴고, 그게 자신의 최대 메리트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있기 때문에 여성 칼럼니스트들이 지면에다 토한 열변의 흔적은 냄비받침밖에 안되는거다. 이쯤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채는 사람이 있을것 같다. 그렇다. 꼬셔야 할 대상은 능동적인 ‘남자’ 가 아니라 수동적인 ‘여자’ 다.

 전희가 존나 길었다.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자.

 앞에서 섹스의 또 다른 목적이 이른바 ‘쾌락’ 이라고 역설한바 있다. 그래서 성적욕망의 표현, 분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에게 잔소리 좀 해볼까 한다.

‘저기… 그거 꼭 즐겨야 되는거에요?’ 라고 질문할 여자가 있을거 같다. 존나 좋은 질문이다. 그건 너 꼴리는대로 해라. 꼴리는대로 하는건 좋은데 네 자신의 기쁨도 없이 상대방에게 이른바 ‘대주기’ 라는 자원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면 당장 집어치우기 바란다. 너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거냐. 그이가 좋다면 난 다 좋아요?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구나.

 쾌락의 필요성에 대해 자꾸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암만 필요에 의해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고는 하나 혀의 즐거움을 위해 간을 하는것이 당연하거늘, 맛없으면 먹냐? 안 먹지.

‘쾌락을 표현해야 한다.’ 는 주장은 이미 수많은 여성들이 역설한바 있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쾌락은 표현하는 것’ 이라는 그 사실을 알고는 있다. 알고만 있으랴, 귀에 딱지가 앉았겠지. 그러나 막상 때가 되면 표현을 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이고도 실용적인 예를 몇가지 들어주도록 하겠다.

 먼저 당신이 남자친구와 모텔에 가고 싶은 경우를 한번 들어보자. 당신은 가고 싶다. 섹스도 하고 싶거니와 한 차례의 격정이 지나간 후에는 같이 살맞대고 끌어안고 있고도 싶고, 함께 씻고 싶기도 하고. 헌데 이 남자 눈치는 어디 갔는지 내가 몸이 달아있다는걸 모른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 일단 신호가 왔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꼴리기 시작한다. 일단 기다린다. 그러다보면 늘상 하는 것처럼 남자친구가 당신의 손을 잡거나 뽀뽀를 하려 할 것이다. 기회는 찬스! 바로 이때다. 손을 잡으려 하거든 그 손을 자연스럽게 당신의 몸으로 유도하고 뽀뽀를 하려하면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농도짙은 키스로 이어간다. 일단 당신의 몸에 얹힌 손은 절대 물러서거나 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한발 앞서갔으니 이제 뒤로 물러설 차례. 갑자기 그의 손을 당신의 몸에서 거둔다(혹은 그의 몸을 살짝 밀쳐 키스를 중단한다). 남자친구는 의아해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달뜬 입을 천천히 떼면서 물어볼 것이다(그 대답이 바로 이 작전의 열쇠다).

“왜?”

 그래. 바로 ‘왜’ ! 여기서 ‘왜’ 라는 질문은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해서 저런 질문을 한다기보다도 ‘아니 한참 재밌는데 왜 판을 깨느냐.’ 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편이 더 좋다. 사실 왜인지가 궁금할 턱이 없잖은가. 이제 당신에게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가르쳐주겠다.

“흥분된단 말야….”

 최대한 에로틱하게 말하는거 잊지 말자. 사실 저 표현은 미풍양속에도 어긋나지 않거니와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쾌락과 욕망을 표현하자는 주장에도 한치 어긋남이 없다. ‘흥분된단 말야.’ 라는 말은 일단 그 겉모양을 해석하자면 ‘흥분이 되니까 그만해라.’ 라는 뜻인데,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게다가 그냥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흥분이 되니까 하지 말라는거 아닌가. 그리고 말의 껍데기를 벗겨서 보면, ‘계속하면 점점 더 흥분할것이다.’ 라는 뜻이 내포되어있으므로, 당신이 흥분하는걸 보고 싶어서라도 그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부작용으로는 정말 그만하는 결과 등이 초래되므로 말할때의 말투와 표정에 유의하자).

 우리가 우려하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남자친구와 모텔에 있을 것이다. 아마도 열심히 전희중이겠지? 근데 이상하다. 분명 아까는 뽀뽀만 해두 막 꼴렸던거 같은데, 게다가 지금 그가 열심히 입과 혀를 놀리고 있는데도 뭔가 2% 부족하다. 문제는 그가  당신의 성감대를 자꾸 겉도는데 있다. 군대 얘기만 나오면 자기 부대에서 알아주는 명사수였네 어쩌네 하더니만 자꾸만 표적을 빗나가는 그(이런 상황에서 종종 ‘거기 말고 거기’ 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때 ‘말고’ 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어떻게 할것인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말해야지!

 상황설명 들어간다. 아무리 야메 스나이퍼라도 소 뒷걸음질쳐 쥐 잡는다고 한두번은 당신의 성감대를 스칠것이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그의 입과 혀가 당신의 주요 성감대를 스치는 순간 소리친다.

“거긴 안돼!”

 이러면 또 다시 열에 달뜬 남자가 당황하며 물어본다. ‘왜?’ 그렇다. 우리는 이 ‘왜’ 라는 말에 대답을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잖은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듯 말한다(늘 그렇지만 표정 중요하다).

“기분이 이상해진단 말야….”

‘옳다구나’ 하는 그의 표정과 함께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낼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희가 끝나면 본격적인 섹스로 들어갈 것이다. 열심히 허리를 놀리던 그에게 갑자기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눈이 뒤집히면서 허리놀림이 점점 빨라지고 표정이 컨트롤이 안된다. 사정을 하려나보다. 근데 아직 당신은 절정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급박한 사태를 어찌 할것인가.

 두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한가지 방법은 그의 허리를 꼭 안고 ‘잠시만 쉬었다 하자.’ 라고 도닥이듯 말해주자. 자존심때문에라도 일찍 사정하는거 좋아하는 남자 없다. 흥분이 좀 가라앉았다싶으면 다시 시작하자. 말로 하기가 부끄럽다면 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몸을 움직여서 체위를 바꾸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허리놀림이 둔화 될 수 밖에 없다. 더 좋은건 아예 빼고 다시 시작하는 것, 원래 남자는 여자보다 빨리 식고 빨리 데워진다.

 그리고 다른 한가지 방법은 사정하게 내버려둔다. 내버려두고 당신은 2회전을 노리면 된다. 여유있게 생각하자. 사정 좀 일찍 했다고 해서 ‘개새끼야 너 토끼지?’ 라는 둥 촌철살인의 말을 내뱉는다면 진짜로 개가 토끼가 되는 놀라운 현상을  경험할수 있을지도 모르니 함부로 뱉어서는 안된다. 한번 주저앉은 사기는 사정직후의 꼬추마냥 암만 북돋아줘도 웬만해선 잘 서질 않는 것이므로 조심하도록 하자.

 보노보노 같은 원숭이 들은 쾌락을 위해서 성교를 하기도 하지만, 세상의 모든 동물 중  “오르가즘”을 느끼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고 한다. 남자의 오르가즘이 어디 오르가즘이랴, 전 지구에 절정같은 절정은 여자가 느끼는 오름가즘 밖에 없다. 그런 소중한 것을 말한마디 못해서 놓쳐버린다면 그보다 아쉬운 일이 또 있을까, 그리고 부끄러워 하시는 분들께 말씀 드리자면, 그런 표현을 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남자들 요즘 없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 좋아들 한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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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 전에 페미니스트 잡지 if 에서 원고청탁이 들어왔을때 써 준 글이다 . 근데 이게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른 걸 요구하길래 그냥 예전 글을 주었더니 이건 별 탈없이 실렸다 . 그냥 , 메일함 정리를 하다보니 예전 글들이 막 나오길래 그냥 올려본거 . 참고로 2년이 좀 넘은 글이다 . 2년 … 반 전인가 .

영진공 담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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