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을 시작하시려는 분들께(1)


경기가 많이 안 좋아지고, 자영업을 하시든 월급쟁이시든 수입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 – 상대적 수입이든 절대적 수입이든 – 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앞으로 더 심하게 지속될 것 같습니다만. 뭐 어쩌겠습니까.  국가 자체가 가지고 있던 비전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린 상황이니까요.

이는 특정한 누구라기 보다는 순전히 아직도 ‘한나라당’을 이 땅 위에 내버려 두고 있는, 그들 속에 빌붙어 먹고 사는 ‘뉴라이트’ 같은 단체가 생겨나게 만든, ‘국민'(이라고 쓰고 ‘황국신민’이라고 읽습니다) 탓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 ‘시민사회’였다면 이런 막장까지 오진 않았겠지요.


각설하고.



제 나이 서른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숨을 고르려 시작한 대리운전이 벌써 만 4개월이 되어갑니다. 작년 9월 대학시절의 마지막 학기를 시작으로 구직을 한지 5개월째입니다만 아마 5월이 넘어가면 그냥 판촉 영업 사원에 발을 디밀지도 모르지요. 졸업 후 한 학기가 지나가는 시점이 될 테니까요.



어쨌거나 나이 서른에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도 드물지만 대학교 졸업예정자가 대리운전을 하는 것도 드물 겁니다. 참고로 작년 8월까지는 학업과 함께 소프트웨어 기획과 웹 기획일을 하였지요. 여하튼 서울에 맨손으로 올라온지 만 7년동안 쭉 혼자 벌어먹고, 고향에 돈 부쳐주고 잘 살아왔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미리 깔고 시작하는 이유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가장 충격적으로 들은 욕, “젊은 놈이 할 게 없어서 대리운전이냐?”라는 욕이 또 다시 이 글에 달릴까 씁쓸해서 입니다. 물론 전 지금 제가 하는 대리운전이라는 일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어쨌든 다음과 같은 차례로 2회에 걸쳐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1. 대리운전 서비스의 정의
2. 일반적인 대리운전 시스템 – 광역기사
3. 조금 특별한 대리운전 – 지역기사
4. 대리운전을 시작하려면 필요한 것들
5. 수입과 지출
6. 그래서 얼마 쯤 버는가?
7. 어떻게 해야 이만큼 버는가?
8. 그럼 과연 적정단가는?
9. 양아치

자, 시작합니다.







1.
대리운전 서비스의 정의


대리운전은 그냥 술취한 차주 대신 차를 운전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왜 이런 얘기를 꺼내냐 하면 이 글 중간에 대리운전 단가에 대해 얘기를 잠깐 할 것인데 손님에 따라 ‘어떻게 택시비 보다 비싸냐?’고 묻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정의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을 통해 즉심으로 넘어가서 물게 되는 벌금은 100~200만원이 됩니다. 그리고 음주운전이라는 것은 미국의 어떤 주(state)에서 ‘이급살인’으로 분류될 정도로 본인을 비롯한 도로상의 다른 운전자에게 위험한 행위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집에 가시는 겁니다. 어떤 분들은 같이 술 마신 일행의 택시비까지 걱정하는 오지랖을 발휘해서 서울 곳곳으로 일행을 데려다주는 분도 있습니다만 … 이건 돈을 아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꽤 많은 사람의 시간을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비용으로 낭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다음 날 아침 일찍 차가 필요해서 집으로 가져가야 하실 때만 대리운전을 이용하시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아예 집이 멀어서 집에 가는 택시비보다 대리운전 비용이 싸게 먹혀, 늘 차를 가지고 나와 술을 드시고 대리운전을 이용하시는 분도 있습니다만 글쎄요 … 뭐 일단 이런 분 때문에 대리운전 기사들이 먹고 사는 것일 테니 개인 시각차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대리운전 서비스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인적, 물적, 심리적피해의 사전 방지나 그 외의 운전 불가능 상황에 대해 제3자의 도움을 얻어 대처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이라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2.
일반적인 대리운전 시스템 – 광역기사


대리운전은 하나의 회사 – 쉽게 얘기해서 1588-xxxx 같은 전화번호 하나 당 하나의 회사라 보면 됩니다 – 에 속한 기사들이 그 회사의 전체 수요(앞으로 편하게 콜이라 쓰겠습니다.)에 대해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건 하나의 거대 독점 회사가 나타나기 전에는 수익 창출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 물론 제가 들여다 보니 이거 충분히 소프트웨어랑 개발 기획 설계만 잘 해도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하는 독점 벤처가 나올만 합니다만 ㅋㅋ ㅋ

몇 개의 회사 들이 연합을 하여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고 그룹 내부의 회사끼리 대리운전 콜을 공유합니다. 예를 들어 개그맨 강 모씨가 광고하는 대리운전 회사에 전화를 해서 대리기사를 부르더라도 실제로 나타나는 기사는 해당 전화번호의 기사일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해당 전화번호를 가진 회사에서 가입한 그룹에 속한 기사가 오는 것이죠. 그룹 당 회사 수를 보더라도 다른 회사의 기사일 확율이 훨씬 높죠.



대리운전기사들을 보시면 죄다 손에 PDA나 휴대폰 1~2개 정도를 늘 들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 물론 무전기로 하는 법인도 있습니다. –  이 모바일 기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로 서버와 통신하면서 소비자인 차주와 서비스 공급자인 대리기사 사이에서 Contact가 이루어지는 겁니다.


이런 시스템이라서 서비스 질에 대한 관리가 거의 안 됩니다. 무척 열악한 수준인 거죠. 손님들이 “1588-xxxx는 언제나 친절한 기사를 보내주는 것 같아” 혹은 “1588-xxxx 얘네 안 되겠네, 뭐 이런 기사를 보내?” 하시는 데 그거랑 크게 연관이 없습니다. 고객이 기사에 대한 항의를 해도 이미 그 때는 서비스를 받은 후인데다가 해당 기사가 자기 회사 소속이 아닌 그룹 내 다른 회사 소속이라면 자기 회사의 콜만 서비스 공급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메이저 회사들마다 하부엔 지사들도 꽤 여럿이어서 지사별로 뽑은 기사들에 대해 일일이 인적자원관리가 이루어질 수 없죠. 인적자원관리란 말 조차도 붙일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시스템 – 흔히 보는 손에 PDA와 휴대폰을 들고 다니시는 대리운전 기사분들 – 으로 대리운전 하시는 분들을 ‘광역기사’라고 합니다. 수도권 전체 어디든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달려가는 분들입니다. 프리랜서라고 볼 수 있죠. 더불어 광역기사가 동일한 손님을 또 만날 확율은 로또 4등에 걸릴 확율보다 약간 높은 수준일 겁니다.

3.
조금 특별한 대리운전 시스템 – 지역기사



대형 주차장을 끼고 있는 고기집이나 공영주차장 골목, 나이트클럽이나 룸싸롱, 모텔 촌 앞에서 자주 보실 수 있는, ‘대리운전 1588-xxxx’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booth가 있습니다. 이 booth는 해당 번호를 가진 회사에서 운영하는 booth이며 그 booth가 있는 업소와 주변 업소들에 대한 대리운전 콜은 다 이곳으로 집중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콜을 그 booth에 출근하는 지역기사들이 처리합니다.

광역기사와 달리 굳이 고생해서 휴대폰이나 PDA에 의존하지 않고 앉아서 기다리면 일정 수준의 콜이 나옴으로 인해 어느 정도 고정 수입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만 불경기에는 장사가 없습니다. 게다가 각 회사마다 지역기사는 인원을 무한하게 뽑을 수 없습니다. 광역기사는 어느 정도 많아도 상관이 없지만 지역기사는 자신들이 창출할 수 있는 콜보다 더 많을 경우 기사들이 불만을 갖고 이탈할 수도 있으며 이는 곧 자신들이 영업한 업소에 제 때 대리기사 인력을 공급하지 못 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거래처를 놓칠 수 있는 상황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기사는 ‘인상 좋은’ 사람들 위주로 어느 정도 착실하고 트러블 안 만들 사람들로 채워 넣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지역기사는 거래처가 늘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같은 손님을 여러번 만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4.
대리운전을 시작하려면 필요한 것들


물론 1종 보통 면허가 필요합니다. 요즘은 스틱(매뉴얼)이 잘 없다 하더라도 – 참고로 전 2.5톤 트럭도 몹니다. – 1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스틱 차량을 만나게 됩니다.


더불어 당연히 ‘운전자 보험’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없으시다면 대리운전 회사를 통해서 대리운전자용 보험을 가입해야만 운행이 가능합니다. 보험료의 경우 1달에 60,000원 선이며 이는 당연히 사고 경력과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금액입니다. 참고로 최근 2년 안에 사고 경력이 있다면 불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광역기사용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 설치비(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겁니다. 15,000원 정도?)와 해당 소프트웨어 이용료 매일 500원(그래서 한달에 또 15,000원 정도 지출).


당연히 휴대폰이나 PDA와 같은 무선 인터넷 기능이 가능한 휴대전화가 있어야 하며 데이터요금제도 하나 가입하셔야겠지요.


위의 것만 준비되면 당장 시작은 하실 수 있습니다.

5.
수입과 지출



수입에 대한 룰은 각 회사별로 조금씩 다릅니다만 광역기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모든 ‘공고화된 수입’ – 서버에 기재된 정보 – 의 20%를 회사에 떼입니다. 일종의 손님 전화를 받아서 서버에 올려준 수수료라 볼 수 있죠. 이는 ‘선납’입니다. 고로 회사에 20,000원을 선납해두면 저는 휴대폰이나 PDA를 통해 총 100,000원 어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지역기사의 경우 각 회사별로 심하게 룰이 다릅니다. 어떤 곳은 30%를 수수료로 떼는 곳도 있거니와 아예 출근해서 순번을 기다리는 비용으로 1,000원을 따로 받는 곳도 존재합니다.

더군다나 이동을 늘 발로만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운행한 목적지가 외딴 곳이라던가 주택가라면 콜이 나타나는 번화가로 반드시 움직여야 하므로 하루에 일정액 이상의 교통비가 반드시 지출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지출은 혹여나 사고가 생겼을 상황입니다.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고객 중 상당 수가 일정 수입 이상의 부유한 계층이기 때문에 차량도 고급 기종이 많습니다. 이 크기와 컨트롤에 익숙하지 않으면 범퍼 하나 깨먹는 건 쉽습니다. 보험 적용을 하더라도 자기 부담금 2~30만원은 기본에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대리운전을 시작하시려는 분들께(1)”의 3개의 생각

  1. 이렇게 사람냄새나는 글에 추천하나 없다니 너무하네요.
    상세한 설명 잘 봤습니다. 다음글도 기대해봅니다 ^^

  2. 4개월만에 이렇게까지 알수있다니 놀랍소 그 머리로 왜 대리를하시나?

이우하촌에게 댓글 남기기 댓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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