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전 부인 – 들 중에 하나 – 으로도 알려진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대표작은 역시 <폭풍 속으로>(1991)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패트릭 스웨이지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이 아드레랄린 넘치는 범죄 액션물은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코미디 <뜨거운 녀석들>(2007)에서 대놓고 찬미될 만큼 줄거리와 연출 스타일에 있어서 남성적인 기운으로 가득한 작품이었어요.
그외 <블루 스틸>(1990)이나 <스트레인지 데이즈>(1995) 역시 여성 감독의 영화에 대한 편견을 거부하는 선굵은 스토리라인과 액션 장면들로 매우 인상적인 작품들이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하기는 하되, 이라크 전쟁의 정치적인 맥락을 배제함으로써 좀 더 전통적인 전쟁 영화로 비춰지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등장 인물들이 그 안에서 영웅 놀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괴로워들 하고 있으니 반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까지 볼 수도 있기는 하겠네요 – 그럼 안그런 전쟁 영화가 어디 있겠느냐고 하실런지 모르겠지만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2009)도 전쟁 영화이기는 하되 그런 느낌이 훨씬 덜 했던 작품이었던 거죠.

더군다나 폭발물 제거반인 주인공들을 따라다니는 작품이니 서스펜스의 수준은 거의 공포 영화가 따로 없을 정도이지요. 그러다 임무를 잘 마치고 BOQ에 ‘살아’ 돌아온 주인공들이 노는 꼬락서니는 영락 없는 <폭풍 속으로>에서의 아드레랄린 과다 상태의 남성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임스 상사(제레미 레너)는 일종의 전쟁 중독증이 아닐까 싶은 인물로 그려지는데, 남들은 로테이션 근무가 무사히 끝나기만을 바라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남은 삶의 의미는 한 가지 밖에 없다며 처자식을 내버려두고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기까지 합니다.
물론 모든 영화에서 명시적인 메시지를 찾고자 하는 것 만큼 스스로 영화의 재미를 제한하는 어리석은 짓이 따로 없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적어도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 더군다나 매년 그 결과에 주목하게 되는 유명 영화 시상식의 작품상과 주요 부분을 휩쓴 화제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전쟁에 관한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는 건 아무래도 불편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허트 로커>에서 묘사된 전쟁이요? 당연히 참혹합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 참혹하지 않았던 전쟁이 어디 한 번이라도 있었습니까? 폭발물 제거반이라서 특별한 영화가 된 것인가요, 아니면 이라크에 관한 직설 화법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이라크 전쟁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방법을 알려준 작품이라서 상을 받은 것인가요.

““허트 로커”, 전쟁과 인간만 달랑 남았구나”의 한가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