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은 당산 지진으로 인해 헤어지게 된 어느 가족의 30 여 년 간의 이야기입니다. 영어 제목인 <After Shock>에 32 Years를 덧붙여 <32 Years After Shock>이라고 하면 영화의 실제 내용과 가장 부합하는 제목이 만들어지는 셈이 되겠네요.

이야기의 진짜 시작은 그 버림받은 여자 아이가 자신을 포기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고 게다가 죽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더군요. 남편과 딸이 죽은 줄로만 알고 어머니와 사내 아이는 피난 행렬에 오르게 되고, 여자 아이는 난민 캠프에 들어갔다가 아이가 없는 군인 부부에게 입양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던 이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지진 구호 현장에서 – 연도상 2008년의 쓰촨성 대지진인 듯 – 이루어지게 되는데 예상과 달리 펑 샤오강 감독의 연출은 이 순간 마저도 그닥 극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림받은 어린 아이의 심정으로 32년 간 가족들과의 재회를 외면해온 딸과 어머니의 재회는 대참사의 상흔 만큼이나 커다란 슬픔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76년 대지진의 생존자 가족들 가운데에서 발굴한 이 기막힌 스토리 자체가 가진 힘이 좋아서 구태여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네요.
흔한 가족주의를 강조하기 보다는 재난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생명이나 인체의 일부를 잃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많은 이들의 아픔을 감싸안아주고 있는 작품이 바로 <대지진>입니다. 국내에 잘 알려진 배우들은 거의 없지만 연기가 상당히 좋은 편이고 다같이 가난하게 살던 모택동 시절로부터 2008년의 구호 현장에 헬기와 BMW의 SUV가 대거 등장하는 중국 사회의 현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