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공 62호]자동권총의 작동방식들: 쇼트 리코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2006년 10월 27일


이전에 다른 사이트에 올려놨던 글인데 이미지를 추가해서 다시 올립니다.
이미지 출처는 위의 gif와 바로 아래 맥심을 제외하고는 전부
http://world.guns.ru 입니다.

1. 자동화기의 약실의 조건

아시다시피 자동권총은 화약의 힘으로 작동하는 기계입니다.
자동화기 이전의 총에서는 화약이 터지는 힘이 총알을 날려 보내는 역할만 했습니다만, 하이람 맥심(Hiram Maxim 1840~1916) 이라는 양반이 이 힘을 약간 떼어다가 탄약을 재장전하는 일도 하게 만들었고, 그때부터 방아쇠만 당기면 총이 저 혼자 알아서 발사가 되는 자동 화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만든 맥심 기관총이 그래서 세계 최초의 완전자동 기관총이죠.

자동화기의 시대를 연 역사적인 기관총 Maxim, 기관총이 나오기 이전엔 큰 전쟁이라도 몇천명 단위의 사상자가 나오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기관총 이후 사망자 수는 수만명 단위로 늘어나게 되었죠. 소위 말하는 대량살상의 시대가 도래한 거죠.

여튼, 이 화약이 터지는 곳을 약실(chamber)이라고 합니다. 자동권총의 약실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화약이 터지는 동안에는 꽉 잠긴 채 고정되어 있을것
– 그렇지 않고 화약이 터질 때 느슨해져서 틈이 벌어진다거나 하면, 폭발압력이 총알을 밀어내는 쪽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약실주위로 새는 바람에 총이 터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2) 화약 폭발이 끝난 다음에는 즉시 열려서 탄피를 배출하고 재장전 할것
– 그래야 다음 탄약의 발사준비를 하겠지요.

그러니까, 약실은 너무 빨리 열려도 안되고, 너무 늦게 열려도 안됩니다.
큰 총, 그러니까 소총이나 기관총은 위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총이 크고 무거우니까, 발사하는 탄약이 약하다면 노리쇠만 좀 무겁게 만들면 대강 위의 두 타이밍을 맞출 수 있지요. 우지나 베레타 M12 같은 일반적인 기관단총들이 위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를 ‘단순 블로우백’ 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단순블로우백 기관단총 우지 UZI, 사진은 단축형인 미니 우지 입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기관단총 베레타 M12, 단순하지만 정확도도 꽤 높다는군요.
단순 블로우백이라 내부 구조는 이렇게 간단합니다.

만약 탄약의 힘이 세다면, 기계적으로 발사 시에는 그냥 꽉 잠겨있도록 하고 발사 직후 가스압력 같은 것이 노리쇠를 풀어주도록 만든 장치 등을 사용해서 역시 위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M-16 등에 사용되는 ‘가스압 작동식’ 이란 게 바로 이거죠. 현재 거의 모든 자동소총, 돌격소총이 이 방식을 씁니다.

소련의 가스압작동식 반자동소총 SKS
벨기에의 유명한 자동소총 FN-FAL
뭐 다 아시는 미국의 M-16, 모두 가스압작동식 입니다. 우리나라의 K-1, K-2도 마찬가지

그 외에도 독일제 G-3 같은 소총은 롤러를 사용해서 노리쇠의 후퇴속도를 적당히 지연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롤러로킹 지연블로우백’ 이라고 하죠. 아주 특이한 방식이고 90년대 이후에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만, 유명한 기관단총 MP5 가 이 방식이죠. G3와 거의 같은 구조거든요.

특이한 총만 만들다가 망할 뻔 한 독일 HK의 G3

기관단총 주제에 G3와 구조가 똑같은 MP-5, 덕분에 값이 엄청 비싸지만 성능도 그만큼 좋다는...

2. 토글액션 쇼트리코일

소총이야 여러 가지 방식을 쓸 수 있지만, 권총은 이게 좀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권총은 크기가 작아야 하니까요. 위에서 언급한 장치들은 모두 복잡하거나 공간을 많이 차지합니다. 작고 가벼워야 하는 권총의 특징에는 안 어울리는 거죠…
그래서 권총만을 위한 몇 가지 방식이 따로 만들어 졌습니다.

처음 사용된 방식은 토글액션 입니다.
루거자동권총이 이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약실에서 화약이 터지면 그 반동으로 노리쇠와 총신이 함께 후퇴합니다. 덕분에 약실은 잠겨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요…

2) 어느 정도 함께 후퇴하다보면, 권총프레임에 있는 돌기에 노리쇠가 부딧치면서 위로 꺾입니다(루거 권총의 꺽여지는 노리쇠를 떠올리시길…). 이 타이밍은 대강 폭발은 끝나고, 총알도 총구를 벗어나서 약실내 압력이 적당히 떨어진 다음 입니다.

3) 총신은 후퇴를 멈추고, 노리쇠만 뒤로 갑니다. 그래서 빈탄피가 배출되고 재장전이 이루어지지요…

토글액션은 원래 앞서 언급한 최초의 기관총, 맥심기관총에 사용된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걸 권총에 사용한 것은 아마 루거권총 말고는 거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부품이 정교하지 않으면, 쉽게 작동불량이 나기 쉬운 방식이라고 합니다. 노리쇠의 관절부분을 유도하는 곡선처리가 문제… 이 선을 따라서 힘의 방향이 90도 꺾여야 하는데 각이 조금만 삐끗하게 깎여도 중간에 걸리겠죠.

최초의 쇼트리코일식 자동권총 루거Luger 1905년 독일군 제식권총이 됩니다
루거의 예술적인 작동부위, 각이 조금만 거칠어도 작동불량. 먼지가 끼어도 작동불량...

* 참고: 이렇게 총신과 슬라이드(혹은 노리쇠)가 함께 후퇴함으로서 약실 잠금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들을 모두 통칭해 쇼트 리코일(short recoil) 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쇼트 리코일의 원전은 루거권총의 토글액션식 쇼트리코일이고, 그걸 완성시킨게 브라우닝의 쇼트리코일 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덧붙여, 당연히 이 방식의 원전인 맥심기관총도 역시 쇼트리코일 방식을 썼겠죠. 여전히 사용되는 M-2 HB (흔히들 MG-50이라고 부르는)도 쇼트리코일 입니다. 전부 발사시에 총신이 살짝살짝 앞뒤로 왕복하지요.

3. 브라우닝식 쇼트리코일

총기설계의 천재, 브라우닝이 이 토글액션의 원리를 다른 식으로 표현한 게 보통 말하는 브라우닝식 쇼트리코일 입니다. 작동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약실에서 화약이 터지면, 역시 총신과 슬라이드가 함께 뒤로 후퇴합니다.
(왜냐하면, 총신과 슬라이드가 돌기 같은 것으로 결합되어 있거든요…)
-> 총신과 슬라이드를 함께 움직이게 함으로써 타이밍 조절을 한다는 점은 루거의 토글액션과 같습니다. 그러니까 쇼트리코일

2) 그러다가 어느 순간 총신이 밑으로 꺼집니다. 그러면 슬라이드와의 결합이 풀려서 슬라이드만 뒤로 가고, 총신은 제자리에 남아 있지요. 덕분에 약실은 훌떡 열리고, 탄피는 튀고, 재장전이 이루어지지요…
(왜 총신이 아래로 꺼지느냐 하면, 총신이 링크나 캠 같은 것으로 덜렁거리게 붙어있거든요…이 링크나 캠은 슬라이드의 직선운동의 방향을 아래쪽으로 유도합니다. ^^)

유명한 콜트 M1911, 1911년에 미군 제식권총이 되었죠.
기본 구조 그대로 여전히 지금도 많이들 사용되죠. 그만큼 기본 설계가 훌륭하다는...
콜트의 내부구조, 총열이 덜렁 떠 있는 게 보이죠

결국 브라우닝은 루거보다 간단하게, 루거가 의도한 바를 충족시킨 겁니다.
간단하기 때문에 루거처럼 부품을 정교하게 깎지 않아도 고장이 안나니 만들기도 쉬웠지요.
(대신 총신이 덜렁거리기 때문에, 슬라이드가 딱 맞지 않으면 총의 정확도도 같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기로 유명한 CZ-75 도 같은 방식인 걸 보면 설계하기 나름이라는… 물론 CZ-75는 슬라이드가 덜렁거리지 않게 신경써서 만들었죠)

이 방식은 Colt M1911 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그 이후 브라우닝 HP 권총에서 더 간단하게 정리됩니다. 그 이후의 대부분의 자동권총은 모두 이 방식을 사용하지요. 글록이나 지그 같은 권총은 돌기 대신 탄피배출구가 슬라이드에 걸리도록 만들어서 조금 더 간단하게 했지만, 결국 같은 원리입니다.

콜트 1911 의 직계후손, 벨기에 FN사의 하이파워(HP) 권총
유명한 스위스의 SIG P-220 도,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글록도 전부 기본 작동방식은 브라우닝식 쇼트리코일.

4. 플롭업식 쇼트리코일, 회전 총열식 쇼트리코일

쇼트리코일은 브라우닝이 개발한 방식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답니다.
대표적인 것이 베레타 권총에 사용되는 플롭업식 쇼트리코일입니다. 베레타 권총은 잘 아시듯이, 슬라이드 윗쪽이 썰렁하게 뚫려 있쟎아요.. 그래서 그 돌기나 탄피배출구로 총열과 슬라이드를 엮어 둘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돌기를 총신 아래에 따로 만들어 붙였지요.
뭐 별 문제는 없고 총신이 아래로 좀 꺾이지 않고 그냥 수평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정확도가 더 높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반동을 흡수해주는 스프링 길이가 짧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중간에 이 만큼을 돌기뭉치가 차지하니까요. 그래서 베레타는 짧게 만드는데 한계가 있죠.

이 방법은 원래는 독일제 월터 P38 권총에 처음 사용되었다는데요. 사실 우리가 잘 아는 베레타 M92 계열 권총은 모두 이 월터 P38을 충실하게 베낀 것이랍니다.

역시 유명한 이탈리아의 베레타 M92, 슬라이드 위로 총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이 특징

전에도 설명했듯이, 베레타의 원조는 독일제 월터 P38

더 특이한 경우는 회전총열식 쇼트리코일입니다.
총신이 뒤로 밀릴 때 약간 회전하면서 슬라이드와의 결합을 풀어주는 방식이죠.
영화 미션임파시블 1편에서 톰크루즈의 권총으로 등장했던 베레타 쿠거 권총이 대표적입니다.

베레타의 쿠거 M8000, 구조 괜히 특이하게 만들어서 총이 두툼해지는 부작용이...

그외에도 회전노리쇠형 쇼트리코일이 있습니다.
유명한 오토매그가 이 방식을 씁니다. 근데 작동은 영 시원챦다는…

오토매그, 디자인 하나는 훌륭하죠.

5. 쇼트리코일이 아닌 것들 : 가스압 지연, 롤러 지연, 회전노리쇠(가스압 작동),

그 외에 약실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다른 방법으로는 가스압 지연방식이 있습니다.
이건 쇼트리코일이 아닙니다. 총신이 움직이지 않거든요.
HK의 P7 이나, 슈타이어의 GB 라는 권총이 이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인데요. 이 방식은 총신은 프레임에 딱 고정되어 있어요. 대신, 총신과 프레임 사이에 작은 가스구멍과 피스톤이 있어서 이걸로 슬라이드의 후퇴를 지연하지요. 이건 어떻게 작동하냐 하면,

오스트리아의 슈타이어 GB
독일의 HK P7

1) 약실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슬라이드는 뒤로 밀려나지만, 총신에 난 구멍으로 흘러들어온 발사가스가 피스톤을 밀고, 이 피스톤이 슬라이드와 반대방향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밀려나려는 슬라이드를 붙잡습니다. 완전히 꽉 닫힌 상태로는 아니고 조금 천천히 밀려나게 하는 거죠.

2) 총알이 총구를 떠나면 자연히 총신구멍으로 들어오던 가스압력도 떨어지고, 덕분에 낑낑거리던 슬라이드는 마침내 피스톤을 시원하게 밀어젖히고 열립니다.

슈타이어 GB의 내부구조. 총신주변을 피스톤이 감싸는 구조.

아주 간단하지요. 더구나 총신이 고정되어 있어서 명중률도 떨어질 걱정이 없구요.
하지만, 이 방식은 9mm 파라블럼탄 까지는 적당히 사용될 수 있지만, 총알의 위력이 더 세지면 좀 부족하답니다. 가스압력으로 잡아줄 수 있는 한계가 거기까지인 거죠. 즉, 범용성은 떨어지는 편이지요. 그래서 P7은 40구경 Smith Wesson 탄을 쓰는 모델에서 슬라이드를 엄청나게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무게의 힘을 빌려서 좀 더 천천히 열리게 하려는 거였죠. 하지만 덕분에 총이 무거워지는 바람에 별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이것 말고도, 롤러지연식도 있어요.
HK사의 P9S 라는 권총 등이 이 방식을 쓰는데요. 말 그대로 G-3에 쓰는 롤러지연방식을 그대로 권총에 적용한 겁니다. 덕분에 복잡하고, 크고, 무거워졌지요. 하지만, 총알이 좀 세도 적용할 수 있고(워낙에 자동소총용 작동방식이니…), 총신은 고정되어 있으니 정밀도는 높겠지요.

독일 HK의 P9S 권총, 롤러로킹식 권총으로는 거의 유일하죠. 분해하면 내부가 상당히 복잡..

이왕 기왕 커질거면 M-16에 쓰는 가스압작동식도 써보자고 해서 나온게 ‘데저트 이글’ 이나 이 총의 원전 격인 ‘윌디’입니다. 이 권총들은 정말로 M-16과 비슷한 톱니형 노리쇠를 따로 가지고 있어요. (역시 정밀도 높고, 총알의 위력이 아무리 커도 별 문제 없이 작동합니다. 원래부터 자동소총의 강력한 탄에 쓰려고 만든 장치이니. 하지만 덕분에 총은 엄청나게 커지고 무거워졌죠)

아마 스웨덴인가에서 만들었던 윌디
이스라엘에서 윌디의 특허를 가져와서 개발한 데져트 이글
데져트 이글의 슬라이드(노리쇠)가 후퇴한 모습. M-16에서 볼 수 있는 톱니형 노리쇠가 보이죠.

같은 권총이라도, 탄약이 좀 약하면(예를들어, 38구경 ACP 등등) 그냥 슬라이드에 달린 스프링의 힘 만으로 대강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월터 PPk나 지그 P230, 베레타 M84F 같은 중소형 권총들은 비비탄을 쓰는 장난감 총처럼 슬라이드, 고정된 총신, 스프링 밖에 없습니다. 이런 방식은 ‘단순 블로우백’ 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된 단순블로우백 권총 독일의 월터 PPK

유명한 그리고 비싼 단순 블로우백 권총 중의 하나인 스위스의 SIG P230,
이탈리아 베레타의 M84 도 약한 탄을 쓰기 때문에 단순블로우백
여성을 위한 호신용으로 만들어진 같은 베레타의 M86,

국립과학연구소장
짱가(jjanga@yonsei.ac.kr)

[영진공 62호]북핵과 자아중심성

구국의 소리
2006년 10월 26일

자아중심성(egocentrism)이란, 자기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다 보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자기와 관계된 것으로 착각하게 되죠.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청소년기에 가장 심해진다고 하는데 사실 청소년기만 자아중심성의 시대가 아닙니다. 우리가 낯선 상황에 직면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때면 언제나 자아중심성이 발동하지요.

새 직장, 새 교실에 가면 왠지 모든 사람들이 나만 보는 것 같고, 내가 한 실수에 대해서 다들 수군거리는 거 같고, 내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다들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런 식입니다.

근데, 요즘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자아중심성을 얘기할 수 있겠더군요.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가능하게 해주었다는 비난, 혹은 햇볕정책 때문에 그동안 북한을 제어할 수 있었다는 옹호, 모두 사실은 자아중심적인 사고가 아닐까요.

이번 뉴스위크 한국판은 당연히 김정일과 북한핵이 주제입니다.
그런데, 안습인 것은 이 이슈에 대해서 한국의 입장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거…
(아, 하나 있군요. 반기문 신임 유엔총장님과의 인터뷰)

이번 뉴스위크 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북한과 북한의 핵문제는 우리나라와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과 미국과 북한의 문제로 다루어져 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를 무시해서? 미국 잡지라 미국의 입장만 중시해서? 그게 아니라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 문제에 대해서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햇볕정책을 가지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을까요?

북한이 소비하는 연료 70%와 국제교역의 50%를 담당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입니다. 나머지 국제교역량의 대다수는 역시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이 담당했죠. 그러고 보면, 중국은 정말 김정일에게 열 받을 만 합니다. 그렇게 지원해줬건만 핵개발 하지 말라는 말을 개무시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그리고 미국이 있습니다.
유감스럽지만, 한국전쟁은 국제적으로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전쟁이 아닙니다.
미군, 유엔군과 북한군의 전쟁이죠. 거기에 덧붙여주자면 중국이 낄 수 있겠구요.
우리나라는 휴전협정의 당사국도 아닙니다.

그러니 북한이 언제나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과 직접 상대하려는 것도 당연하지요.
적어도 북한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는 미국에게 달려있습니다.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대우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는 건 김대중 전대통령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뭐였나구요?
유감스럽게도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한 적이 없습니다.

마치 <007 어나더 데이> 에서 북한과 휴전선과 주한미군은 나오지만 한국군은 안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걔네들이 아무 생각이 없어서 한국군 역할을 안 넣은 게 아닙니다. 실제로 이 분단 상황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눈에 띌만한 역할을 한 적이 없습니다. 바로 우리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 말이죠. 그러다가 615 공동성명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햇볕정책이 그거죠.

햇볕정책이 북한의 붕괴를 막았다고요?
외국 가서 그렇게 한번 물어보세요. 누가 동의할지 궁금합니다.
아마 동의해주기 보다는 주제파악좀 하라는 반응이 있겠죠.
우리나라가 최근 몇년 지원해준 식량과 석유와 금강산 관광자금이 북한의 생사를 가름할 만큼 큰 비중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그건 자아중심적인 착각입니다.
(지금까지 식량지원은 우리나라 보다 중국이 훨씬 더 많이 했고, 경제지원에서는 일본도 우리보다 많았습니다. 최근 단일 국가로 우리나라의 비중이 비교적 높아졌지만 유럽연합이나 국제식량기구 등은 우리나라보다 더 이전부터 북한에 여러가지 지원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부시 집권 이후 미국과 미국주도의 국제식량기구의 지원비중이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의 비중이 높아졌지요. 아래의 통일부 자료를 못믿는 다는 분들도 있겠죠. 뭐 매일 북한으로 몰래 트럭이 올라간다는 말도 떠도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근데 그런 유언비어를 믿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세요. 미국이 바봅니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 몰래 북한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미국을 바보로 아는 거고, 그런 바보 미국에게 이 나라의 안보를 맏기겠다는 생각도 바보생각이라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http://www.nk-infobank.com/research/nk_paper_sub.asp?CODE=9559&CATE_CODE=63&tabl_type=&page=1

햇볕정책은 그저 지금까지 우리의 생사와 직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던 이 분단 상황에 대해서 우리 나름의 역할을 만들고 이 상황에 미치는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키워보려던 노력이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물론 지금 상황만으로 보자면 그 결과는 별로 성공적이진 못했습니다만, 이걸 가지고 대국민 사과 운운 하는 그 양반들은 정말로 자아중심성에 빠진 우물안 개구리들입니다.

거지에게 몇푼 적선해 놓고 생색내고 싶어 안달하는 졸부들이죠.

요즘 들어 자주 구국의 소리로 마실 나오는
국립과학연구소장
짱가(jjanga@yonsei.ac.kr)

[영진공 62호]<라디오 스타> “음악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상벌위원회
2006년 10월 26일

레코드 판이 돌아가면서, <라디오 스타>의 타이틀이 뜨는 익숙한 시작은 상당한 즐거움을 안긴다. 감독은 ‘안성기’에 대한 헌정 영화라고 했지만 사실 안성기의 연기나, 박중훈의 연기가 좋았다기 보다, 조연들의 연기가 좋았다기 보다. 내게는 그저 ‘귀가 즐거운’ 영화였다.

줄거리는 ‘록’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은 것이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들으면서 영월 주민들이 ‘라디오’를 꺼버리는 모습은 박중훈의 ‘DJ로서의 태도’와 상관없이 그저 귀에 거슬리는 ‘소음’으로 치부되는 ‘록’으로 나온다.

대중음악이란 것. 거기에 록이 묻어나는 것은 사실 웃긴 얘기다. 윤도현 밴드가 히트를 친다고 ‘록’이 대중화되는 건 아닌데다가, 사실 윤밴이 ‘진정한 록 그룹’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잖는가?

영화 내내 가슴에 남는 것은 안성기의 비참한 삶도, 도무지 정신머리 없는 박중훈의 삶도 아닌. 선별된 곡들과 함께 어울어지는 ‘풍광’이 아닌가 싶다. 매니아적인 음악 선곡도 아니거니와 그저 사람과 사람, 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라디오’ 스타.

소통을 위한 ‘이어짐’. 그런 느낌이 참 잘 묻어나는 영화였다. 시나리오도, 등장 인물도, 연기도. 그 무엇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음악에 맞춘 영상 하나만은 괜찮은 영화로 기억될 게다.

상벌위원회 수석 조사위원
함장(http://harmjang.com)

[영진공 62호]<퍼즐>, 두뇌유희 프로젝트… 는 조또…

상벌위원회
2006년 10월 26일

보기만 해도 DHA가 용암처럼 분출하며 뇌세포 활성화와 아드레날린 분출, 뉴런과 시냅스의 활발한 움직임에 마구마구 도움을 줄 것만 같은 느낌을 사정없이 흘리는 ” 두 뇌 유 희 프 로 젝 트 “ 라는 카피를 보무가 당당하게도 마빡에 써붙이고 있는 당 영화 <퍼즐>…

이미 <타짜>, <라디오 스타> 등등 기라성같은 추석영화들과
차마 ‘기라성’이란 수식어구를 도저히 붙여주고 싶지 않은 <가문의 부활> 등등이 연달아 개봉한 가운데,
상영하는 개봉관을 찾는 과정에서부터 이미 <월리를 찾아라>와 같은 안구운동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당 영화를 굳이 내가 기어이 혼자 관람하고야 말았던 이유는

뭐 별거 없다.

재미있을 같은 영화들은 나중에, 혹 있을지도 모르는 미녀와의 데이트를 위해 아껴놓기 위해서고(이런식으로 아껴 놓았다가 끝까지 못 본 영화들, 제법 많다..-_-;;)
혹시나 영화의 구림성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한들, 혼자 버텨내야 하는 나 개인의 비극일 뿐 나의 인간관계에는 아무런 악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안도감을 품고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다보면,
지가 아무리 구려도 극장에서 개봉할 정도면 그래도 뭔가 나름대로 한방정도는 준비한 게 있지 않겠냐는,
뭐 그런 식의 안이한 베짱이었다고 생각된다.

앤드 그리고, 전원일치합심단결하여검정색정장으로복장통일이라는 당 영화의 드레스 코드와 선글라스를 십분 활용한 후까스런 자태가 나름대로 본인의 취향에 맞았다는 점도 뭐, 이유라면 이유일 수도 있겠다.
역시 남자의 내추럴 본 후까를 가장 잘 살려주는 옷은 검정색 정장이 아니것냐는 말씀.
혹시 검은 정장입은 잘 생긴 남정네들 얼굴만 뜯어도 아스트랄한 복장적 환타지의 세계로 직행하시는 특이한 여성(아는 사람들중에도 한 분 있다)관객이 있다면 당 영화 관람 추천해 드리는 바이다.

뽕 뽑을 수 있다

단, 양복광고스런 남정네들의 자태 말고는 아무것도.
심지어는 그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조차 절대로 기대하지 말 것.

“두뇌유희 프로젝트”는 조또….

정작 참고했다고 스스로 실토한 <유주얼 서스펙트>보단
<저수지의 개들>과 <쏘우>를 참, 내가 다 미안하다 싶을 정도로 베껴버린 요런 영화를 끝까지 관람하는 것은
차라리 “인내심 배양 프로젝트“에 가까운 경험이었음을, 알려드린다.

“니들을 싸그리 몽창 에브리바디 충격의 도가니탕에 푸-욱 담궈주마”라고 호언장담하던 당 영화의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 이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차마 낱낱이 까발리지는 못하겠고..


어떤 마술사가 당신에게 와서,
당신이 깜짝 놀랄 마술을 선보이겠다고 호언 장담한 후에
동전 하나를 하늘 높이 던져버린다음
“동전이 어디로 갔을까요”라며 당신에게 묻고
지가 던진 동전을 가서 다시 주워온 다음
“자! 여깄습니다!! 놀라셨죠?”
라고 지껄일 때의 허무함에 필적하는 수준이라고 표현하면 아주 적당할 듯 싶다.

다른점이 있다면.. 눈앞에 마술사는 죽탱이라도 한방 날려줄수 있지만
7000원이란 적지않은 돈을 내고 영화를 관람한 후에는 혼자 묵묵히 분노를 삭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벌위원회 정규직 간사
거의 없다(1000j100j@hanmail.net)

[영진공 62호]정지영 사태의 본질

언론중재위원회
2006년 10월 25일

몇 년 전, 모 아나운서가 자신이 낳은 아들이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라는 괴소문에 시달렸다. 그 아나운서는 줄기차게 친자감별을 주장했는데-희한하게도 남편이란 작자는 계속 검사에 불응했다-나중에 검사를 해보니 남편의 아들이 맞았고, 완전히는 아니지만 명예는 회복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괴소문의 진원지를 찾아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무고하다고 믿었기에 그녀는 시종일관 당당할 수 있었던 것.

마시멜로 이야기의 번역 파문이 일었을 때, 출판사는 ‘이중번역’이란 신조어를 만들면서 정지영 아나운서를 감싸기 바빴다. “정지영 씨 모르게 한 일이다, 정말 죄송하다” 이래가면서. 그럼에도 사람들은 채택이 되었든 안되었든 정씨가 번역을 했는지 안했는지를 궁금해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정씨가 번역한 원고를 내보이면 되는 것. 원고만 있다면 정지영은 피해자가 되는 것이고, ‘이중번역’을 의뢰한 출판사가 모든 죄를 뒤집어써야 한다. 그리고 정씨는 자신에게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들을 찾아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하지만 정씨는 시종일관 침묵했고, 일주일의 칩거가 끝난 뒤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발표했다.

“처음부터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저의 잘못을 충분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시간을 겪으면서 저도 너무나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바보는 아님에도 난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번역을 했다는 걸까, 안했다는 걸까? 그녀가 정말로 번역을 했다면 번역료로 받은 8천만원을 ‘사회에 환원’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건대 난 정지영이 거의 번역을 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녀의 번역본이 존재한다면, 그녀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다 해도 출판사에서 먼저 그걸 공개했으리라. 이메일이든 원고든 출판사에서 원본을 보관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신조어까지 만들며 정지영을 감쌌던 출판사에서는 ‘이중번역’ 사실은 인정했지만 정씨에게서 마땅히 받았어야 할 원고는 끝내 제시하지 못했다. 정씨가 시간을 끄는 건, 출판사에서 정씨를 위해 번역본을 새로 쓰고 있어서 그러는 걸까?

정씨를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이 사태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돈을 돌려주고 방송도 그만두었으니 그만하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얘기다.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 화형시키는 게 마녀사냥이었다면, 사기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사람에게 “진실을 밝히라”고 하는 건 ‘미녀사냥’은 될지언정 마녀사냥은 아니다. 그들은 또 원 번역자가 계약을 위반하고 사실을 공표한 걸 원망하지만, 4차례의 사인회를 하고, “하루에 100쪽을 번역했다”고 떠들어댄 정씨의 경솔함이야말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이다 (그 말에 열이 받은 전문번역가 권남희는 지난달 말 ‘번역하는 아나운서’라는 칼럼을 국민일보에 실었고, 그 이후 파문이 확산되었다).

이 사건의 진정한 원인은 뭘까. 바로 우리의 후진적인 독서풍토다. 유명 아나운서가 번역을 했다는 이유로 책이 팔리고, 지지도도 안높은 노무현이 탄핵 때 <칼의 노래>를 읽는다니 죄다 그 책을 읽고, 삼순이에 나왔다는 이유로 <모모>가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러니 출판사가 유명인 마케팅을 하고, 베스트셀러에 자사의 책을 올리기 위해 사재기 공세를 하는 게 아닌가 (내가 아는 한 저자는 책이 나올 때마다 자신이 직접 교봉에 가서 사재기를 한다. 이름이 두글자다). 스스로 책을 고르기보단 책과 별반 상관도 없는 유명인에게 계속 휘둘린다면, 제2 제3의 정지영 사태가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그때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훨씬 더 정교한 방법으로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독서풍토개선위, 언론 플레이를 공격하라!
서민(bbbenji@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