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배드” (Despicable Me), 이건 아동용 영화가 아니지 말입니다 …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보면 사실 악마가 하나도 안 나오거든?
왠 줄 알아? 악마는 돈이 많아야 하거
 …
                                                                   – 인생은 돈 놓고 돈 먹기


* Despicable: 치사한, 비열한, 조롱 받아 마땅한, 멸시 당할만한 …

이건 뭐 아무 생각 없이 영화보러 갔다가 어디서 이런 주옥같은 영화가 뚝 떨어졌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낄낄대다가 왔다.

뭔가 초특급 울트라 나쁜 박사가 온 세상을 공포로 집어 넣었다가 정의의 아이들에 의해서 지켜진다 …… 라는 뻔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갔다가 세상에나 픽사르도 아닌데 슈렉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충격 먹는 건 또 간만이다.

우리나라 영화 제목으로 ‘슈퍼배드’를 넣었던데, 그냥 영어 쓰지 원제랑도 엄청 다른 제목을 갖다 붙이는 게 요즘 유행임???



  1. The Bank of Evil Scene
    영화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악당 역할을 하는 애들은 꼭 돈이 무한정으로 많았는데 맙소사,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악당짓을 하기 위해 은행을 터는 것도 아니고 대출을 받는다! 세상에나! 그것도 악마의 은행이라는 곳인데 이곳은 옛날 ‘리먼 브라더스’란다 … 아 여기서 그냥 아주 처음부터 난 뒤집어져 버렸다. 세상에나… 이거 그냥 볼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2. Minion 집합 Scene
    무슨 007 영화의 악당 규모를 이루는 – 머릿 수로만 – 미니언들의 인구수로 봤을 때 족히 100명 이상 사업장을 연상시키는데 – 이들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다 – 월급 인상은 없으나 사내 복지가 얼마나 잘 이루어져 있는지 에어로빅 시설하며 다들 잘 먹고 살고 있는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이 한 장면을 통해서 ‘자본을 투자 받아 회사를 경영하는’ 주인공 그루의 모습을 단박에 묘사하는 데 감탄했다. 심지어 자신들의 성과를 리뷰하면서 노동자들의 아쉬운 탄식을 자아내는 경영자라니!
    이래서 ‘슈퍼 배드’라는 제목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다! 정말 멋들어진 회사다! – 어쩌면 2013년에 나오는 2편에서는 미니언들의 노동 착취나 미니언권 탄압에 대해 이들이 대동단결하여 혁명을 이루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지만.

  3. 놀이기구 탑승 Scene
    이 영화를 3D로 보면 좋은 점 중에 하나인데, 놀이기구 – 흔히 얘기하는 청룡열차 – 에 탑승해서 즐기는 실제 시각효과를 영화관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아찔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그 느낌이 속이 ‘허해지는’ 느낌만 없을 뿐 시각적으로 충분히 만끽하게 된다. 주변에 아직까지 무서워서 청룡열차 못 타본 있다면 이 영화 3D로 보시라고 꼭 전해 드리고 싶다.


국내에서는 애들 용이라고 온갖 더빙판만 가득한데, 도대체 이 영화 어딜 봐서 어린이용이란 말인가?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하며,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 – 꼬마 주인공 셋이 방에 들어선 다음에 문 뒤편 복도로 뛰어서 지나가는 강아지 모습은 디테일의 극치다. 한 순간도 관객을 가만두지 않는다 – 직장에서는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가장이 가정에 눈뜨면서 겪게되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이야기가 어딜 봐서 어린이 전용이란 말인가! 심지어 ‘악’과 손을 떼면 자연스럽게 삶이 행복해진다는 진리 또한 그저 따분하고 형이상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아아! 자본과 뗄레야 뗄 수 없는 – 영화에서는 완전 우리 사주 제도로 흘러가버리는 … – 현실의 딜레마여. 진심으로 2편이 기대된다.


영진공 함장


 

“노다메 칸타빌레” 전편, 극장판은 극장에서 즐기자!



사람은 누구도 짓눌려 살지 않아, 어디서든 표출하거든.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결국 ‘누군가를 짓누르지 않는 것’이야.
                                           – 압박 붕대로 가슴을 짓누르던 대화



영화관에 갔더니 “노다메 칸타빌레”가 한 편짜리가 아니라 ‘최종악장 전편’ 이었다. 후에 크레딧 올라간 뒤 나오는 후편 예고를 보고 알았지만 이미 후편도 올 봄에 일본에서 개봉을 했었나보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유럽편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로 최종악장을 그려내고 있고, 기존 캐릭터를 알고 본다면 더욱 즐거울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꼭 극장에서 보시길 권장하는데 – 기왕이면 사운드 좋은 곳에서 – 클래식은 둘째 치고라도 이 영화에서 전달하는 메시지 중 하나가 꼭! 시원한 사운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1. 노다메 팬티 노출 Scene
    난 도대체, 일본 애들 영화 볼 때마다 가끔 느끼는 건데 쓸데없는 노출 – 전혀 야하지 않다. 아무리 우에노 주리라 할지라도. – 을 넣는 이유를 모르겠다. AV의 나라 일본이라서 그런가? 뭐 어쨌든 그 빨간 팬티는 귀엽다.

  2. 악단 오디션 Scene
    꽤 귀가 즐거운 장면들인데 – 참고로 이 영화 외국 배우들의 대사는 전부 일본어로 더빙되어 있다. – 몇몇 악기들의 기교 섞인 솔로 플레이를 들어볼 수 있음에 재미나고, 흔한 ‘루저’들의 성공기라 즐거우며, 그나마 ‘치아키’의 표정이 살아 있는 몇 안 되는 장면이다.
    더불어 아마 여성 관람객들 중에 치아키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녀석 셔츠 입은 것만 봐도 환장할 텐데, 그 멋드러지게(응?) 걷어 붙인 손목하며, 눈매하며,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지휘하는 모습보다 더 멋있게 나온 장면이라 생각된다.

  3. 차이코프스키 1812년 서곡 Scene
    주인공이 꾸려나가는 악단은 생활고에 부딪힌 인간군상이 모여서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삶에 찌들어 있는 모습을 ‘큰’ 감정이입이 되지 않게 적당히 거리 – 라고 나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연출력이 떨어져서 어색한 장면들인데 나 스스로 호감도를 부여해서 ‘적당히 거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인지도 – 를 두고 있다가 이 장면을 통해 한 방에 그들의 삶에 찌든 설움을 날려버린다.
    곁다리로 썰을 풀자면 차이코프스키 1812년 서곡은 최근 – 이라고 해봤자 벌써 5년 되었나? – ‘V for Vendetta’에서 의사당 폭파 장면에서도 나오는 음악으로, 나폴레옹에게 위협받던 러시아가 결국 나폴레옹 군을 몰아냈던 1812년의 기록을 그대로 묘사한 곡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행진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곡이 이 곡의 절정부분으로 무척 즐겨 듣는데,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그 곡의 웅장함을 그대로 전해들을 수 있다. 꼭. 사운드가 좋은 곳에서 감상하길 바란다.


만화같은 설정과 구성도 재미있지만 드라마 때와 달리 영화답게 치아키의 지휘 부분에서도 유럽편에 비해 훨씬 나아진 연기와 구도를 즐길 수 있으며, 후편도 충분히 기대될 정도로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도 긴장을 끌어올린 채로 전편이 마무리 된다.

영화 보고나서 아무래도 “노다메 칸타빌레” 드라마를 다시금 구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즐겼다.


영진공 함장


 

“퀴즈 왕”, 장진의 설계도는 뻔해야 제맛???



결국 설계의 문제야. – 인간이 풀어내야 하는 모든 문제의 귀결

장진 감독은 전직 코메디 작가답게 꽤 재미날 수 있는 상황을 잘 만들어낸다. 뻔히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왜 그렇게 뻔한 상황인데도 피식 웃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뻔함이 익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장진식 코메디(?)의 묘미는 그 ‘설계’에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마치 연극 ‘라이어’ 시리즈가 그런 말장난의 설계에서 놀아나듯, 인간 감정의 부딪힘 보다는 말놀이의 부딪힘이 더 드러난다. 그래서 장진 감독이 일부러 우겨내 만들어낸 감성의 장면들은 그렇게도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아쉽지만 지금까지는 그렇다.

1. 날아오는 자살녀의 등장 Scene
이 냥반 정말 낙하하는 여성 좋아하는 것 같은 데 영화 ‘아는 여자’에서도 한 명 낙하 – 이번 영화에서는 류승룡 와이프로 나오는 장영남 배우 – 시키더니 이번에 또 낙하 시킨다.

전혀 섞일리 없는 사람들을 한데 섞기 위한 도구로 ‘강변북로’를 사용하는 데다가 강변북로 여자 귀신 얘기도 아니고 이건 난데 없이 두 시 방향에서 날아드는 투신녀라니 호러물도 아니고 – 심지어 사람이 치이는 데 코믹한 – 악취미도 이런 악취미가 없다.

2. 우울증 온라인 정모 Scene
또 또 나왔는데 영화 ‘아는 여자’에서 은행털이 온라인 정모를 하더니 이번엔 우울증 정모라니! 더군다나 이번엔 온라인 정모에서 일어나는 ‘쌈박질’을 개그 소재로 차용했다.

동시대 젊은이의 일상 코드에서 코믹한 요소로 이끌어내는 데는 확실히 수준급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3. 장진 감독 파출소 Scene
이번에는 그냥 카메오가 아니라 아예 대놓고 한 자리 직접 꿰차고 진행을 하셨는데 역시나 감독으로써 자신이랄까? 연기가 짝짝 감기는 것이 맛깔나게 잘 했다.

강력계 마반장이라니. 등장부터 관객들이 킥킥대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이만큼 감독 얼굴 익숙히 아는 우리 영화도 드물지 싶다.

4. 동치성의 등장 Scene
정재영이 특별출연하는 데 정말 그렇게 과격한 몸놀림(?)을 했는데도 정면 클로즈업 샷을 보기 전까지는 정재영인줄도 몰랐다.

더 재미난 것은 이 캐릭터의 극 중 이름이 ‘동치성’이라는 것이다. 아 이 맛에 장진 감독 영화 보는 거 아니겠는가? 동치성의 재등장이라니. 정말 아름답다 아름다워.

영화의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임하룡 배우가 안 나온다는 점이다. 나름 장진의 배우들에 합류해서 나오실 만도 했지 싶은 데 끝까지 출연하지 않았다. 영화 ‘아저씨’에서 노형사 역할 했던 이종필 배우도 잠깐 나왔는데 이 냥반은 얼굴만 봐도 웃겨서 큰일이다. 나름 맛깔나는 배우인데 말이다.

그토록 말놀이를 풀었음에도 기억에 남는 대사하나 없건만, 그나마 이번에 건진 건 ‘장진 감독 영화’에서 눈시울을 적실만한 내용이 나온 점이다.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송영창의 아내가 눈물을 또르륵 흘리는 장면이나, 송영창이 엉엉 울어대며 병실로 들어가는 장면은 정말 이전 작품에서 보기 힘들 정도의 설정이자 묘사였다.

아 송영창 아저씨.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영진공 함장


 



 


 

“악마를 보았다”, 다소 싱거운 도가니탕???


무척 잔인하다는 소문이 무성했음에도 잔인은 커녕, 결말까지도 충분히 예상할 Plot에 평범한 복수극이었다. 유혈이 낭자할 거라 생각했지만 우리가 너무 많은 유혈에 노출되어서인지 그리 혐오스럽진 않았다. 게다가 포스터나 제목에서 주는 뉘앙스가 두 사람의 대립이라는 점과 결부되면서 결말은 예상대로 싱거웠다.


하지만 결말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었기에. 재미난 Scene 몇 개가 기억에 남는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택시 연쇄 강도살인범과 격투 Scene

내게는 가장 재미나고 Speedy한 격투 장면이었는데, 첫째로 惡과 惡의 싸움이라는 게 흥미로웠고, 둘째로 어수룩한 2인조와 산전수전 다 굴러본 듯한 놈의 뻔한 싸움이라는 게 익살맞았으며, 셋째로 그 좁아터진 택시 안에서 둘이 하나를 못 잡아 헤매는 게 즐거웠다. 각본을 쓴 감독이 이 장면을 왜 넣었을까 고민해봤지만 딱히 재미 외에는 뭘 찾을 수가 없다. 어쨌거나 살집에 연거푸 꽂아 넣는, 쉭쉭하는 칼소리와 좁은 공간에서 이리 저리 몸을 움직여대는 모습을 잘 잡아냈기에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쳐줄만 하다.

병원에서 아킬레스 건을 끊어버리는 Scene

이병헌이 다리를 부여잡고 침착하게 간호사에게 귀도 막고 눈도 막으라고 친절히 권유해 주었음에도 간호사는 눈을 감지 않고 귀만 막은 채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능욕한 남자의 아킬레스 건이 끊어지는 것을 똑똑히 본다. 아! 역시 복수란 두 눈 부릅뜨고 봐야 하는 것. 좋은 장면이다.

복수를 마무리한 이병헌의 표정 Scene

엔딩크레딧 직전의 이 클로징은 이병헌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비추되 소리를 차단해버버리는 배경음악으로 인해 과연 이병헌의 기분은 어떨까 궁금하게 만들어버렸다.

어릴 때 보던 ‘O양의 스토리’라는 세미 포르노에서 나왔던 장면이기도 한데, 여성이 섹스로 인해 쾌락을 느낄 때의 표정을 ‘소리’를 배제하고 얼굴 표정만 볼 경우 이 여성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인지 쾌락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병헌의 표정은 정말 적절하게도, 배경음악으로 완전히 차단된 울음소리 – 또는 웃음소리 – 덕분에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아리송하게 만들어버리는, 복수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지 갈피를 못 잡게 만드는 그런 매력의 Last Scene을 만들어버렸다. 어쩌면 이병헌의 캐스팅 이유가 이런 묘한 표정 때문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꽤 흥미로운 마지막이었다.

근육의 파열음이나 뼈가 부러지고 피가 튀기고 살점이 나도는 것에서 ‘잔혹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소리’가 진정 중요하다. 영화 ‘우주전쟁’에서 레이저 빔 소리가 얼마나 공포심을 조장하는지, 그저 비현실적으로 가루가 되어버리는 사람의 형체가 그 ‘소리’로 인해서 얼마나 무섭고도 잔혹하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악마를 보았다’의 잔인함은 글쎄, 기대를 너무 했던가?


영진공 함장


 

대리운전을 시작하시려는 분들께(2)


[1편에서 이어집니다.]

6.
그래서 얼마쯤 버는가?

10월 16일부터 올 1월까지 수입에 대해 평균을 내어 봤습니다. 참고로 이 평균은 제가 제 미투데이(http://me2day.net/harmjang)에 기록한 그날 그날의 ‘순수입’을 토대로 구한 것이며 표본오차랑 분산까지 구해드리고 싶으나 너무 졸린 관계로 산술 평균만 보여드리겠습니다. 계산하시고픈 분은 직접 제 미투데이에 가서 ‘대리운전’ Tag로 나오는 값들을 요리해보시면 됩니다.



더불어 “순수입”이란?



당일 총 매출액(손님에게 받은 현금) – 교통비 – 콜비(수수료) – 혹시나 도중에 식사를 했다면 식사비 = “순수입”



이 됩니다.



우선 10월 16일부터 오늘까지 쉬었던 날 (꽤 많이 쉬었드랬지요) 제외하고 총 순수입이 372만 800원입니다. 얼추 월 90만원 수준이죠. 수수료와 교통비를 포함한 매출로는 월 125만원 수준입니다. 평균이 이렇게 낮아진 이유는 1월 말(설 전과 설 연휴)에 거의 2주나 쉬었기 때문입니다.



요일 평균을 보면



월요일 = 45,090원

화요일 = 58,181원

수요일 = 50,253원

목요일 = 50250원

금요일 = 67,416원

토요일 = 55,000원

일요일 = 33,166원



수준이며 1주일에 평균 218,870원의 순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제 미투데이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1주일에 꼬박꼬박 20만원씩은 통장에 박고 있지요.




7.
어떻게 해야 이만큼 버는가?

저는 지금 대리운전이 생업입니다. 낮에 하는 일은 취업 사이트를 둘러보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고, 저녁 6시쯤 집을 나서서 7시쯤 지역기사가 출근하는 booth에 도착합니다.

저는 10시 정도까지는 지역기사 역할을 하며 초 저녁에 나오는 고깃집들의 콜을 처리하고 10시 이후로는 광역기사로 바뀌어 PDA – 실제로는 스마트폰 – 를 들고 수도권을 누빕니다. 그리하여 새벽 1~2시 쯤엔 무조건 막차라도 타고 집에 들어옵니다. 그 이상 한다라면 매출 2만5천 정도 더 버는 대신에 첫 차를 타고 집에 와야 하기 때문이지요.


지역기사는 순번만 기다려서 콜을 받아 손님을 모시면 됩니다만 ‘묶여있는’ 존재이며, 광역기사는 목적지와 단가를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는 대신에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휴대폰과 PDA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면 초저녁부터 9~10시까지는 수도권 총 콜 수가 채 100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도 4~5개의 난립해 있는 소프트웨어마다 다릅니다. 어떤 분은 4~5개 소프트웨어를 모두 설치하고 – 각 소프트웨어마다 매달 들어가는 비용이 듭니다 – 도착하는 지역마다 가장 유력한 소프트웨어를 구동시켜 탑니다. 제 경우에는 하나의 프로그램만 구동시켜 이것에 의존합니다. 각기 장단이 있습니다만 제 경우엔 장점보다는 그냥 ‘돈은 적당히 먹고 살 정도로만 벌면 된다’는 주의라서 그런 겁니다. 평균적으로 기본 2개 정도는 설치하고 다녀서 휴대폰도 두 개씩 들고 다닙니다. PDA는 하나에 여러 개가 설치가능하니까요.

초저녁에 수도권 총 콜수가 적은 이유는 실제로 적어서가 아닙니다. ‘지역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콜을 모두 커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을 요청할 경우에만 ‘지역기사’를 보내지 않고 광역기사들이 처리하도록 서버에 올립니다. 그래서 초저녁에 소프트웨어에 올라오는 금액이 대부분 짭니다. 대부분의 지역기사들은 그 가격에서 5천원 정도 더 높은 가격에 ‘빠른 서비스’를 해드리는 겁니다.


이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싼 가격에 대리운전 기사를 요구하면 그건 운에 맞기는 꼴이 됩니다. 고객 가까운 데 있는 대리기사 중 그 가격에 가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잡아가라는 것이죠. 그래서 손님이 대기하는 시간이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40분이 될 때도 있는 겁니다.  그럼 이제 적정단가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겠죠.

8.
그럼 과연 적정단가는?


사람들이 대리비용을 고민할 때 거리로 따지는 분들이 많은데 대리운전은 ‘택시’ 서비스가 아닙니다. 운전자가 이동해서 손님을 모시고 목적지에 간 후에 다시 다른 손님을 탐색해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 비용을 고려할 때 여러가지를 고민해야하죠.


1) 출발지가 지금의 내 위치에서 가까운가? 택시 기본요금 정도를 치르고 이동해야 하는가?

2) 목적지에서 다음 고객을 찾아내기가 쉬운가?

3) 운행하는 시간은 얼마인가?

4) 운행 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번화가로 이동할 수 있는 시간대인가?

최소한 위의 4가지를 고려하고 움직여야 하는 게 광역기사입니다. 지역기사도 주로 심야에 서비스하는 나이트라던가 룸싸롱의 경우엔 위의 것을 염두에 두고 단가를 책정하겠지요.  위에서 밝혔다시피 사실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위치’와 ‘시간’이 단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대리기사들이 고작 5천원 더 받으려고 심야에 오지로 들어가진 않는 겁니다.



제 경우엔 대리운전 시장의 적정단가를 시간당 7,000원 정도의 아르바이트 임금으로 봅니다. 아마 이 선이 무너지는 경우 – 물론 부업이 아니라 주업으로 하시는 분들 – 엔 주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분명 다른 일을 찾으셔야 할 겁니다. 아 그렇다고 차로 20분이면 가는 거리니까 7,000의 3분의 1인 2천3~400원에 가면 되겠네 하시는 분은 없겠지요?



이 적정임금을 도출한 이유는 순전히 ‘시간’ 때문입니다. 아무리 콜이 낮 시간대에 간간이 한 두 개 정도있다 하더라도 메인 타임은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가 고작입니다. 금요일이 아니라면 1시도 벅찰 정도로 1시 이후에는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어 퇴근시간 직전대와 같은 정도의 수도권 총 콜 수를 유지합니다. 이 5시간 안에 순수입 35,000원. 즉 43,750원+교통비의 매출을 올려야 시간당 7,000원의 임금이 달성됩니다. 쉬워보이십니까?



개그맨 강 모씨가 대리운전 라디오 광고로 부각되면서 모든 대리운전 기사의 껌이 되어버린 이유는 딴 게 아닙니다. 광고를 엄청나게 하는 대규모 업체들이 단가를 낮추다보니 말도 안 되는 단가들이 나와버립니다. 수도권 어디든 1만원대 후반이라는 가격은 대리를 처음 시작한 풋내기나, ‘돈’이 절절한 사람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하게되는 콜이 되어버립니다. 회사 측에서는 안 타도 그만, 타도 그만 수수료는 20%니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리기사들에게 돌아가는 것이죠. 오히려 박리다매로 광고를 많이 하여 콜만 많이 창출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빚어진 일입니다.



이로 인해 대리기사들은 목숨걸고 액셀 밟아 가며 하나라도 더 타려고 아우성이고 또 다시 이 피해는 손님들에게 ‘과속 딱지’, ‘신호 위반 딱지’, ‘교통사고 위험’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그 위반 딱지들은 해당 대리기사에게 청구하면 됩니다만 과연 성공하신 이용자분들이 계신지요?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건 위의 표에 그려 놓았듯 하나 뿐입니다. 빨간 색깔 박스처럼 콜센터에서 가격을 매겨 올려놓은 걸 노란색 박스 단계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거부’해야하는 방법 뿐입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그 싼 가격에 탈 사람은 탑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마지막 숨통마저 무너져 내릴지도 모릅니다.



위에 언급한 5시간 중에 잘타면 3콜을 탈 수 있습니다. 1만원짜리 3개를 타는 날도 있고 2만5천원짜리 3콜을 타는 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운이 매일 좋을 수는 없습니다. 제 수입 금액 평균이 말해주잖습니까? 심지어 하루에 1콜 타고 집에 들어가는 날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만큼 경쟁이 심한 것이 대리운전입니다. 밤 11시 이후 버스를 이용해 보시면 탑승객 중 상당 수가 대리운전 기사라는 걸 눈여겨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9.
양아치

대리운전 회사 중에 참으로 양아치짓을 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휴대폰이나 PDA 소프트웨어를 통해 콜을 선택했다가 취소하는 경우 500원씩 수수료가 떼입니다. 의례적으로 출발지부터 읽게 되어 있어 특이사항을 출발지 앞에 적어 넣습니다만 이를 도착지로 교묘히 빼내 – 예를 들어 ‘여기사 요청’이라던가 경유한다는 정보를 도착지 맨 뒤로 빼둔다던가 –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500원씩 떼이게 하는 회사부터 시작해서 한 명이 가입한 보험증 번호로 자기네 회사 모든 기사들을 다 등록하고 기사들의 보험비는 죄다 몰래 챙기는 파렴치 사장도 있었습니다.


대리운전을 시작하신다면 회사도 잘 고르셔야 합니다.

정말 사업을 착실히 하려는 사장인지, 자기 기사들을 얼마나 잘 챙기려 하는지.



그리고 가장 크게 각오하셔야 하는 건 정작 본인입니다. 나이 꽤 드신 분들은 가정도 있고 자신이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언제나 잘 견딥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도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1천원에 벌벌 떨면서 스스로 양아치가 되어가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청춘이 투 잡으로 할 때는 잘 고려하셔야 합니다.



전 어릴 때부터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것’에 익숙합니다. 이것은 곧 부지런함과 이어집니다. from hand to mouth의 필수 요건은 하루만 쉬어도 삶에 데미지가 크다는 점입니다. 이는 혹시 일당을 벌어오는 부모를 둔 가정에서 자라셨다면 무척이나 잘 알 겁니다.


밤거리, 특히 먹자 골목의 밤거리에 뿌려진 찌라시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나이트나 대딸방, 오피스텔걸 등 유흥업과 성매매를 위한 것과 대리운전. 그 뿐입니다.  대리운전을 시작하는 순간, 자신이 하루에 버는 돈의 몇 배, 혹은 2~3십배를 술값이나 성매매에 쓰는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거닐어야 합니다. 그걸 각오하셔야 합니다.

건승하십시오.


영진공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