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배드” (Despicable Me), 이건 아동용 영화가 아니지 말입니다 …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보면 사실 악마가 하나도 안 나오거든?
왠 줄 알아? 악마는 돈이 많아야 하거
 …
                                                                   – 인생은 돈 놓고 돈 먹기


* Despicable: 치사한, 비열한, 조롱 받아 마땅한, 멸시 당할만한 …

이건 뭐 아무 생각 없이 영화보러 갔다가 어디서 이런 주옥같은 영화가 뚝 떨어졌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낄낄대다가 왔다.

뭔가 초특급 울트라 나쁜 박사가 온 세상을 공포로 집어 넣었다가 정의의 아이들에 의해서 지켜진다 …… 라는 뻔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갔다가 세상에나 픽사르도 아닌데 슈렉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충격 먹는 건 또 간만이다.

우리나라 영화 제목으로 ‘슈퍼배드’를 넣었던데, 그냥 영어 쓰지 원제랑도 엄청 다른 제목을 갖다 붙이는 게 요즘 유행임???



  1. The Bank of Evil Scene
    영화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악당 역할을 하는 애들은 꼭 돈이 무한정으로 많았는데 맙소사,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악당짓을 하기 위해 은행을 터는 것도 아니고 대출을 받는다! 세상에나! 그것도 악마의 은행이라는 곳인데 이곳은 옛날 ‘리먼 브라더스’란다 … 아 여기서 그냥 아주 처음부터 난 뒤집어져 버렸다. 세상에나… 이거 그냥 볼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2. Minion 집합 Scene
    무슨 007 영화의 악당 규모를 이루는 – 머릿 수로만 – 미니언들의 인구수로 봤을 때 족히 100명 이상 사업장을 연상시키는데 – 이들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다 – 월급 인상은 없으나 사내 복지가 얼마나 잘 이루어져 있는지 에어로빅 시설하며 다들 잘 먹고 살고 있는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이 한 장면을 통해서 ‘자본을 투자 받아 회사를 경영하는’ 주인공 그루의 모습을 단박에 묘사하는 데 감탄했다. 심지어 자신들의 성과를 리뷰하면서 노동자들의 아쉬운 탄식을 자아내는 경영자라니!
    이래서 ‘슈퍼 배드’라는 제목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다! 정말 멋들어진 회사다! – 어쩌면 2013년에 나오는 2편에서는 미니언들의 노동 착취나 미니언권 탄압에 대해 이들이 대동단결하여 혁명을 이루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지만.

  3. 놀이기구 탑승 Scene
    이 영화를 3D로 보면 좋은 점 중에 하나인데, 놀이기구 – 흔히 얘기하는 청룡열차 – 에 탑승해서 즐기는 실제 시각효과를 영화관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아찔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그 느낌이 속이 ‘허해지는’ 느낌만 없을 뿐 시각적으로 충분히 만끽하게 된다. 주변에 아직까지 무서워서 청룡열차 못 타본 있다면 이 영화 3D로 보시라고 꼭 전해 드리고 싶다.


국내에서는 애들 용이라고 온갖 더빙판만 가득한데, 도대체 이 영화 어딜 봐서 어린이용이란 말인가?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하며,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 – 꼬마 주인공 셋이 방에 들어선 다음에 문 뒤편 복도로 뛰어서 지나가는 강아지 모습은 디테일의 극치다. 한 순간도 관객을 가만두지 않는다 – 직장에서는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가장이 가정에 눈뜨면서 겪게되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이야기가 어딜 봐서 어린이 전용이란 말인가! 심지어 ‘악’과 손을 떼면 자연스럽게 삶이 행복해진다는 진리 또한 그저 따분하고 형이상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아아! 자본과 뗄레야 뗄 수 없는 – 영화에서는 완전 우리 사주 제도로 흘러가버리는 … – 현실의 딜레마여. 진심으로 2편이 기대된다.


영진공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