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울 아가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아직 두 돌도 안 된 아이를 붙잡고 억지로 그림을 가르치는 만행은 저지른 적이 결코 없으니 아마도 내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따라하는 것인가보다.

돌이 지나면서부터 내 펜을 쥐고 그리길래 아내는 커다란 전지와 색연필을 사주었다. 그 후로 틈만 나면 엎드려서 그림을 그리며 놀더니 18개월 된 지금은 단지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을 넘어서 동그라미 안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윤아의 그림.

아이가 그저 선을 찍찍 긋는 단계를 지나서, 의식을 갖고
손에 쥔 색연필을 어느 정도 컨트롤 하면서, 가장 처음 그리는 것이
세모도 네모도 아닌 동그라미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
다른 아이들도 그런지 궁금하다.


한 달 전부터는 자기가 좋아하는 곰과 뱀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우연인줄 알았는데 그려보라고 할 때마다 매번 비슷하게 그리는 것을 보니 자기가 인식을 하고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윤아는 다른 사물들 사이에서 곰과 뱀을 알아낸다.
특히 뱀은 눈에 잘 구분되는 형태 때문에
매우 정확하게 찾아낸다.
그림은 윤아가 곰과 뱀의 어떤 특징을 기억하여 다른 사물과
구분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2차원적으로 표현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딸 앞에 펼쳐져 있는 무한한 가능성, 그 미지의 가능성을 향해 항해를 떠나는 선장의 두근거림이랄까.

재밌고 흥미로운 모험이 펼쳐질 것 같은 기분이다.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