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단상

벌써 2년도 넘게 전인가? 동네에 약간 비싸지만 고품질의 빵을 직접구워내는 마이스터과자점이라는 곳이 있었다. 꽤 따기 어렵다는 제과제빵기능장이 직접하는 집이었는데. 물론 주인장과 그의 마눌이 그닥 손님들에게 나긋나긋하지는 않았다. 어느날 그 건너편에 파리바게뜨가 생기자, 그곳의 빵은 많이 싸지 않은 가격에 품질은 훨씬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은 산뜻한 파란간판의 익숙한 그곳을 드나들었고, 결국 그 마이스터과자점은 파리바게뜨 출연 후 두달만에 문을 닫았다. 그곳이 문을 닫자 인생의 큰 즐거움 하나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송파대로에 중앙차로제를 실시한다고 한 다음부터 잠실역 -> 문정동 구간이 북새통이다. 차는 하루종일 막히고, 인도는 다 파헤쳐 놓아 다닐 수가 없다. 그런데 그중 가장 곤란한게 있다면 노점상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가락시장은 아시다시피 도매시장이다. 물론 시장 내부로 들어가도 채소나 생선 등을 소매구입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시장 크기가 꽤 크기 때문에 만일 “애호박2개 + 사과10개 + 바지락 한봉지”를 사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그 큰 가락시장을 그야말로 동서남북으로 훑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영세한 노점상들은 핵가족을 꾸리는 주부에게는 정말 보석과 같은 존재다. 수퍼마켓이나 마트의 채소/생선 가격과는 정말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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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특히 좋아하는 생선리어카가 있었다. 그 생선리어카는 그날 그날 품질이 가장 좋은 생선만 떼어다 놓기 때문에 그날 그날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철 생선을 먹을 수 있었고, 아저씨가 워낙 양심적이어서(아니면 정말로 장사를 잘해서) 삼치2마리 3000원에 얘기했다가도, 삼치 손질하다가 “이건 좀 작으니까 500원 뺄께요”라고 해주는 정도였다. 또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고등어나 삼치나 작은 조기새끼들은 마리당 1000원이 안되게 싹쓸이 할 수도 있는 기회도 있었다. 동태 큰~~ 것도 2000원 정도면 충분히 살 수 있고 말이다.

동태 살 때 그 옆 조그만 상자를 두개 놓고 앉은 채소장사 할머니는 “동태찌개 애호박 넣고 끓여. 두개 천원 줄께”(물론 여름 가격입니다. 지금은 애호박 비싸요. ^^)라고 말하면 얼른 천원한장 내고 애호박까지 집어 오곤 했다. 그래서 나는 생선을 워낙 좋아하지만서도 냉동실에 이것 저것 쟁여 놓을 필요 없이 그저 일주일에 한번정도 들러 2-3000원어치 사는 것으로도 일주일을 풍족하게 보낼 수 있었는데, 그만 보도의 폭을 확 줄이면서 노점상들이 다 쫒겨났다.


며칠전 남편이 오랜만에 퇴근길에 생선을 사왔다.
“우리 단골 생선 아저씨 나와있던데? 한마리 천원씩 주고 삼치세마리 샀어.”
“더 사지.”
“싹쓸이지.”
“어떻게 나왔대?”
“리어카가 골목 쪽으로 들어와 있던데.”
“그래? 거기서 이제 장사 하려나?”
“어떻게 하루 간신히 나온 거 같애. 상가 앞이라. 그 자리에서 오래 못 할 것 같던데?”

점심 때나 잠깐씩 집밖에 나갈 때면 생선아저씨가 나왔나 안 나왔나 서성대 봤는데, 그 날 이후로 아직도 보지 못했다. 추운데 어디 생계 계획은 세우시려나. 아저씨는 먹고 ‘사는’데 지장이 있으실거고, 우리집은 ‘먹고’ 사는데 지장이 있다.

영진공 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