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공 63호]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상벌위원회
2006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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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우습니?

아뇨. 저 버클은 저에겐 다 비슷해보이거든요. 전 아직 이런 물건들을 잘 몰라서요.

이런 물건? 오, 넌 이게 너랑 아무 상관이 없는 거라 생각하는구나!
그래, 넌 니 옷장으로 가서 뭐니 그 보풀잔뜩 일어난 블루 스웨터쪼가릴 골랐겠지.
세상 사람들에게 너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그 가방 속에 든 것들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말이야.
하지만 네가 입은 그 블루는 단순한 블루가 아니란다.
그건 터쿼즈 블루가 아니라 정확히는 셀룰리언 블루야.
2002년에 오스카 드 랜타가 셀룰리언 블루 가운을 발표했지.
그 후에 입센 로랑이, 그 사람 맞지? 밀리터리룩의 셀룰리언 블루 자켓을 선보였고,
연달아 8명의 다른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 셀룰리언 블루가 등장하며 전성기를 열었지.
그 유행이 끝나자 셀룰리언 블루는 백화점에서 할인매장으로
다시 끔찍한 캐주얼 코너로 넘어가서 결국 너에게 까지 도달한 거야.
하지만 처음 발표된 이후 흥망성쇠를 거쳐 마침내 네 손에 이르는 동안,
그 셀룰리언 블루는 수백만 달러어치의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했어.
정말 우습지 않니?
패션계와는 상관없다는 너도 그 패션계 사람들이 만들어낸 블루를 입고 있다는 게?
네가 구분도 못하는 물건들 사이에서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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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명품의 영향력 하에 있다는 사실을 명료하게 설명하는 대사.

그나저나, 프라다를 입은 악마만 있는 건 아니죠.
괴팍하고 자기중심적인 보스들이야 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으니 말입니다.

스티브잡스는 청바지를 입은 악마고, 도널드 트럼프는 이상한 머리를 뒤집어쓴 악마가 아니겠어요.
찾아보면 롤스로이스를 탄 악마도 있을 것이고 아르마니를 입은 악마도 여럿 찾을 수 있겠죠.

그나마 때리고 속이고 임금 떼어먹고 부도내고 도망가는 지저분한 악마들에 비하면
미란다는 아주 멋진 악마라고 할 수 있을 듯.

상벌위원회 상임 간사
짱가(jjanga@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