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몸 속에 자철광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3부]

 


 

 


 


 


* 2부를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


 


 


 




 


 


 


주자성 박테리아, 니들은 누구세요? ◁


 


주자성 박테리아의 슈퍼 히어로스런 능력에 많은 이들이 화들짝 놀랐지만 알고보니 박테리아네 동네에서 주자성 박테리아는 딱히 유별난 존재가 아니었다. 과학자 형님들이 처음 주자성 박테리아와 대면했을 때는 퇴적물에만 사는 고유 종이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지구 어디에서든 발견되는 흔한 생물이었다.


 


바다나 강의 퇴적물, 화학 물질이나 산소의 농도가 변하는 경계면이나 산소가 아예 없는 곳 등에서 주자성 박테리아는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게다가 주자성 박테리아라는 특정한 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형태학적이나 생리학적으로 연관이 없는 다양한 박테리아 그룹에서 이러한 능력을 지닌 박테리아들은 널려 있었다.


 


 


 





막대형균, 구균, 나선균 등 다양한 자태를 뽐내는 주자성 박테리아들.


이들은 연구실에서 배양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종이며,


일반적으로 주자성 박테리아는 배양하기가 어렵다.


검은색 알갱이들은 자철광 결정들이다.


 


 


 




▷ 자석 결정을 만드는 쌈짓주머니의 정체는? ◁


  


 


 





 


 


 


주자성 박테리아가 나침반의 용도로 써먹는 자석 결정들은 모두 몸 속에서 직접 만들어 낸 것들이다. 이 결정들이 만들어지는 곳은 마그네토솜magnetosomes이라는 일종의 단백질 주머니인데 여기서 자철광(magnetite, Fe3O4) 또는 황화철(greigete, Fe3S4) 등의 자성 광물의 결정체를 가내수공업으로 만들고 있다. 만들어지는 자성 광물이 자철광인지 황화철인지는 당연히 집 근처에서 재료를 구해야 하니깐 주자성 박테리아의 주거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몸 속 호주머니에서 만들어 내는 결정들은 한 변이 35nm~150nm 사이이며 마치 기계로 찍어낸 듯 크기가 균일하다. 하지만 이 자석 결정은 너무나 작기 때문에 한 개 만으로는 지구 자기장에 반응하여 움직이는데 충분한 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요놈들은 영리하게도 자석 결정을 여러개 만들어 체인처럼 길게 이어 붙임으로서 보다 강한 자력을 형성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주자성 박테리아가 브라운 운동의 방해 작용에 저항해 지구 자기장에 따라 스스로 방향을 잡기에 충분할 만큼의 자력을 형성할 수 있게 자철광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주자성 박테리아 세포 내 구조


 


 





A-B 마그네토솜은 각각 자라서 자력에 의해 뭉쳐지며 체인을 이룬다.


C-D MamJ 단백질이 없는 변종의 경우 마그네토솜은 마그네토솜 필라멘트에


고정되지 못하고 자력에 의해 덩어리로 뭉쳐져 버린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자석 결정을 크게 만들면 될 것을 왜 굳이 작게 만들어서 번거롭게 이어붙이네 마네 난리 부루스를 추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주자성 박테리아 앞에서 그런 질문은 하지도 마시라. 무식하다고 쪼인트 까이는 수가 있다.


 


주자성 박테리아는 무슨 전자기학 박사 학위라도 가지고 있는지 깜놀 할만한 이유로 번거롭지만 애써 쥐똥만한 자석 결정을 만들어 진주 목걸이 엮듯이 쭉 이어 붙여서 활용했던 것이다. 그러니 전자기학에 조예가 깊은 주자성 박테리아 선생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려면 당연히 전자기학에 등장하는 간단한(?) 용어와 개념 몇 개를 먼저 챙겨가야 한다.


 


 




쇠못은 왜 자석에 들러붙나


 


 





로렌츠 현미경으로 촬영한 자기 구역의 구조.


검은색과 하얀색 선이 자기 구역과 자기 구역의 경계인 자기벽을 나타낸다.


실제의 자기 구역은 재료에 따라 입체적으로 다양한 형태를 띤다.


 


 


쇠못을 비싸도 너~~~무 비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못의 내부에는 철 원자들이 방향을 가지런히 해서 자기 구역(줄여서 자구磁區라고도 한다)이라는 나와바리를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평소 자기 구역은 서로 N극과 S극이 이웃해서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력을 띠지 않는다. 하지만 쇠못에 자석을 갖다 대면 자석의 극에 맞춰 반대 극들이 정렬하여 늘어서게 되면서 자기력을 띠게 된다. 그 결과가 자석에 쇠못이 들러붙는 현상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영구자석이 자력을 띄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구자석의 경우 다른 종류의 원자를 섞어 N극과 S극의 방향이 변하지 않고 가지런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만드는 조각들 역시 영구자력을 띠려면 이렇게 단자구single domain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보통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만들어내는 결정의 크기는 한 변이 35nm~150nm 사이이다. 이 크기가 정말 신의 한 수 인데 바로 단자구를 형성할 수 있는 크기인 것이다.


 


만약 결정이 이보다 크다면 두 개 이상의 자구가 생기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제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자구들이 형성되어 그로인해 서로의 자성에 의해 자력이 줄어들거나 상쇄될 것이다. 반대로 결정이 이보다 작다면 이름도 무시무시한 초상자성超常磁性, superparamagnetic을 띠게 된다.


 


초상자성이란 간단히 말해 열에너지에 의해 자력의 방향이 역전되는 현상이다. 즉 개별 자석 결정들이 열 에너지에 의해 임의로 자력의 방향이 역전될 것이며 이또한 자력이 감소하거나 상쇄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런 초상자성 효과 때문에 현재 저장 매체의 밀도를 높이는데 한계점이 되고 있다. 하드디스크와 같은 저장 매체들은 자성체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만약 초상자성 효과로 인해 자력의 방향이 역전되면 데이터가 싹 지워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자성 박테리아는 주먹구구 식으로 자석결정을 만든게 아니라 왠만한 공대생 뺨을 후려칠 실력으로 공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크기로 결정을 만들었다. 1~2마이크로미터를 넘지 않는 자신의 몸집에 알맞게 자석 결정의 종류와 크기를 정해 만들고 적절한 위치에 마그네토솜 체인을 위치시켜 놓음으로서 지구 자기장에 맞춰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주자성 박테리아. 도대체 단세포 생물에 불과한 박테리아의 몸 속에서 이러한 정교한 작업들이 이루어진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지 않는가.


 


과학자 형님들도 놀라 까무러치긴 마찬가지였으니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이처럼 세밀하게 통제되어 이루어지는지 몽땅 까발리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그 자세한 세부 과정은 아직 완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 그럼 니들 번식을 어떻게 할래? ◁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박테리아와 같은 단세포 애들은 우리처럼 남녀가 만나 거시기한 밤을 보낸 후 10달 뒤 아이가 슝풍하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분법이라는 삭막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냥 몸을 둘로 짜잔 하며 나누는 것이다.


 


 


 





 


 


 


그런데 주자성 박테리아는 몸 속에 나침반으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길다란 자석 결정체인을 가지고 있다. 이래서는 자석 체인으로 인해 중간으로 뚝 하니 분열하는데 걸리적 거릴 것은 자명하다. 더욱이 체인은 자력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세포 분열의 힘으로는 이 자력을 끊을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 4부로 이어집니다 *





 


 


 



[ 참고 및 발췌 ]


▶ 미국미생물학회(ASM) 2004년 4월에 실린 저널 ‘Magnetosome Mysteries’


      (http://forms.asm.org/microbe/index.asp?bid=26445)


▶  미국미생물학회(ASM) 2009년 4월에 실린 저널 ‘ Biomineralization and


      Assembly of the Bacterial Magnetosome Chain’


     (http://forms.asm.org/microbe/index.asp?bid=63469)


▶  네이쳐(nature)지 2006년 4월에 실린 저널 ‘An acidic protein aligns


      magnetosomes along a filamentous structure in magnetotactic bacteria’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440/n7080/fig_tab/nature04382_F4.html)


▶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Self-recognition mechanism of MamA, a


    magnetosome-associated TPR-containing protein, promotes complex assembly’


     (http://www.pnas.org/content/108/33/E480/1/F8.expansion.html)


▶  스티븐 제이 굴드 저, 김동광 역, [판다의 엄지], 세종서적, 1998


▶  존 포스트게이트 저, 박형욱 역, [극단의 생명], 코기토, 2003.


▶  칼 짐머 저, 전광수 역, [마이크로코즘], 21세기북스, 2010.


▶  [월간 뉴턴] 2007년 11월호.


영진공 self_fish


 


 


 


 


 


 


 


 


 


 


 


 


 


 


 


 


 


 


 


 


 


 

애인 몸 속에 자철광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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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모어에 의해 정체가 발각된 주자성 박테리아(magnetotactic bacteria)는 놀랍게도 몸 속에 자석 조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넘들 땅바닥에 떨어져있는 천연 자석 쪼가리들을 주워먹기라도 한 걸까? 그러나 박테리아는 땅그지가 아니었다. 박테리아는 몸 속의 작은 주머니에 나노 크기의 작은 자철광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얘가 주자성 박테리아.


주황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은 몸 속에 있는 자철광 결정들이다.


 


 


 


대체 오대양 육대륙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요 지들이 평생 이동할 수 있는 거리래봐야 거기서 거기인 주자성 박테리아들은 어째서 몸 속에 자석 공장을 만들면서까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주자성 박테리아들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은 대부분 산소 농도가 낮은 곳이다. 보통 이런 곳은 바다나 하천의 퇴적물이 쌓여있는 바닥이다. 이곳은 산소나 황화물 같은 화학 물질들이 깊이와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농도가 변하기 때문에 주자성 박테리아들도 지들이 좋아하는 최적의 농도로 시시각각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게 아래쪽은 퇴적물이 가라앉는 방향이고, 대부분 요놈들이 좋아하는 화학적 농도가 유지되는 곳이었다. 즉, 박테리아들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밑으로 향해야만 했다.


 


그런데 박테리아한테는 밑으로 향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라면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몸을 내던져서 머리가 깨지는 방향이 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허나 박테리아는 워낙 개미 코딱지만 해서 질량이 있으나마나한 정도이기 때문에 중력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애들이다(중력은 질량에 비례하니까).


 


그래서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위아래의 구분이 없어지듯 박테리아들 역시 일종의 우주 공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테리아들이 중력을 이용해 밑으로 향한다는 것은 꿈도 못꿀 일이다. 게다가 박테리아가 살고 있는 미시세계에는 또다른 힘들이 펼쳐져 있다.


 


 


 






개미 정도만 되어도 전혀 다른 힘들에 놓이게 된다.


 


 


 


예를 들어 개미는 추락사할 일은 없지만 대신 무시무시해진 표면장력 때문에 작은 물방울에 갇혀 익사할 수 있다. 하물며 개미보다 훨씬 더 무지무지 작은 박테리아 정도의 크기가 되면 무려 물 분자들의 브라운 운동(분자들이 열 에너지로 인해 진동하는 현상) 때문에 이리저리 정신없이 치이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박테리아의 처지란 위아래는 커녕 좌우도 헷갈릴 지경이다. 그래서 일부 박테리아들이 영리하게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변함없이 밑을 향해 뻗어있는 자기장을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넘들은 몸에 자석 공장을 유치하고 자석 조각을 만들어 나침반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 좀 이상하다.


우리는 나침반을 평면 상에서 방향을 정하는데 쓰는데, 박테리아들은 나침반을 좌우 방향이 아닌 상하 방향을 찾기위해 쓴다고?


 


사실 지구의 자기장은 수평 방향 뿐만아니라 수직 방향으로도 작용하며 자기장의 세기는 위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적도 상에서 자력선은 지구 표면에 대해 수평이지만 양극으로 갈수록 차츰 지구의 내부를 향해 기울어진다.


 


나침반의 바늘은 지구 자력선의 방향을 가리킨다. 고위도 지역일수록 수직 성분이 수평 성분보다 강해지기 때문에 자극에 가까워질수록 자침은 점점 아래쪽을 가리킨다. 이런 이유로 주자성 박테리아는 젖과 꿀이 흐르는 밑쪽으로 내려가기 위해 자석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는 것이었다.


 


 


 





 




 


 


과학자 형님들은 블레이크모어의 발표에 까무러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말 주자성 박테리아가 몸 속의 자석을 이와같은 용도로 사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조사에 나섰다.


 


만약 주장대로라면 남반구 쪽에 사는 애들은 자남극을 향해 헤엄치는 경향을 보일것이며, 반대로 북반구 쪽에 사는 애들은 자북극을 향해 헤엄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과학자 형님들은 냉큼 달려나가 북반구에 사는 놈과 남반구에 사는 놈들을 잡아들여 취조하였다.


 


그 결과, 실제로 이들은 그러한 경향을 보였다.


 


 


 





“주자성 박테리아 참 쉽죠잉~”


 


 


 


이로서 또하나의 생명체의 비밀이 위대한 과학자 형님들의 손에 완벽하게 밝혀졌다 …… 는 fake고, 오히려 연구가 거듭될 수록 점점 알쏭달쏭한 상황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주자성 박테리아 역시 쉬운 생명체가 아니었다.


이 녀석들은 벗기면 벗길수록 숨겨진 매력을 내뿜었다.


 


 


발췌 및 편집:

   스티븐 제이 굴드 저, 김동광 역, [판다의 엄지], 세종서적, 1998


   존 포스트게이트 저, 박형욱 역, [극단의 생명], 코기토, 2003


 


 


◆ 3부로 이어집니다. ◆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