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싫어한다는 거

난 블로그를 하면서 꽤 많은(?) 敵을 만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살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를 하고, 사실 ‘둥글게’ 살아가는 게 가장 현명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 그러나 내 어린 치기가 아니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믿음은 분명 ‘악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 경계 대상이다.

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축복 중 하나인 ‘다양성’이 있다. 이를 위협하는 ‘한나라당’과 같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잣대는 명확하다. 그들은 나의 敵이다.

적과 나를 구분하는 이유는 별 거 아니다. 나의 인문학적 소양에 의해 내가 이 나라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기 위해, 살아가면서 투쟁해야 할 대상을 명확히 하고, 이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그렇기에 저런 사람들의 ‘존재’를 다양성의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용인하면 위험하다. 다양성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건 모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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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상에는 민주주의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파시즘을 꿈꾸고, 엘리트주의에 허덕이며, 자본주의 시스템과 약육강식이 진정한 ‘Life’라고 믿고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물론 이들도 나의 적이다. 그렇기에 내 적은 너무도 많다.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고. 그렇다고 이상을 포기하고 살아간다면 ‘사람다움’을 포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 그게 사람이라는 자조섞인 신음 또한 유치하다. 포기가 사람의 길이면 인류는 진보하지 못 했다 –

이런 내 얘기에 ‘그래 너만 잘 났냐?’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다행이다. 아직도 그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 대한 미련이라도 남아 있으니 말이다. 자신이 추구하지 못하는 이상에 대한 ‘아쉬움’. 그런 게 살아 있다면 정말 희망이 있다.

난 가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 성향 – 물론 그 중에서도 침묵하지 않고 들끓는 쪽 – 에 의아할 때가 많은데, 겉으로는 아주 천민 자본주의에 쩔어 있으면서도, 영화라던가 그 외의 어떤 ‘사람다움’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것에 미친듯이 열광한다는 거다.

이게 바로 자기 정체성에 대한 기만 아니던가?

가슴으로 뜨겁게 원하는 것을, 머리로 차갑게 생각해서 세상에 풀어 놓고, 그런 삶을 이루기 위해 현실에서 투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그런 투쟁을 하는 사람들을 아니꼬와 하며 – 왜냐하면 자기도 마음 속에서는 그게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량한 그 ‘자신보다 사람다운 투쟁을 잘 하는 사람에 대한 불인정’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드러내기 싫으니까 – 왜곡하는 처사는 이젠 구역질이 나다 못 해 안쓰럽다.

그러나 안쓰러워 해서는 안 된다. 저들과는 끝까지 투쟁하고 설득해야 한다. 물론 개무시도 좋은 방법이다. 소모적인 논쟁은 하등 도움 될 것이 없으니까.

어쨌거나 몇 년의 글을 적어나가면서.

그렇게 수 많은 적을 만들고, 그들의 뒷담화를 지인들을 통해 들으면서도 후회는 없었다.

당연히 내가 걸어가고픈 길이고, 받아야 할 신념의 댓가였으니까.

그리고 그 때마다 분명 나와 ‘함께’ 가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기에 힘이 됐으니까.

나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고, 나 스스로도 늘 ‘변해가야’한다고 내 마음 속으로 외치고 있다.

언제든 경직될 수 있는 사고를 바꾸기 위해 변해야 하고, 언제든 편협해질 수 있는 내 시각을 더 나은 다양성의 인정을 위해 깨뜨리려고 무던히도 노력해야 하니, 정체할 시간 없이 계속 변해나가야 한다.

물론 이는 내 적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들도 ‘사람’이고. 그들도 변해갈 수 있다.

어떤 종교의 가르침이던가?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거?

약간의 시각은 다르지만, 난 사람을 끝까지 미워할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은 변할 수 있다’라는 내 철칙으로 인해서, 죽을 때까지 미워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밉다는 표현보다는 ‘싫다’라는 표현이 훨씬 의미에 충실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지 눈에 고까운 게 아니니까.

그래서 난 내 ‘적’들을 싫어한다.

이 또한 반대로. 내 적들은 내가 이 블로그에 쏟아놓은 글로 인해 나를 ‘싫어할 수 있다’ 그리고 개무시당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귀결이다.

난 새로이 들은 나에 대한 적대감을 무덤덤히 받아들이다가,

그 적대감이 나와 관계된 모임까지 퍼져가는 것을 듣고 기분이 언짢아졌다가,

지인과 관련있는 일이라 기분이 더러워졌다가,

결국은 이게 다 내 業이라 생각하며 다시금 차분해졌다.

사람을 최대한 신중하게 사귀어 쉽게 알아두지 않는데.

그래서 더욱 인간관계가 협소한데.

꽤 성가신 관계로 거듭날까 매미소리와 더불어 약간의 짜증이 밀려온다.

영진공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