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 걸”, 여왕의 병원 행차

<가십 걸> 주인공들의 또다른 가십- 두번째 이야기   
여왕의 병원 행차


 

* 이 글은 <가십 걸> 실제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 이 글에서 묘사된 산부인과 병원 및 처방에 관한 내용은, 드라마의 배경인 미국의 상황이 아닌한국의 상황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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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가십 걸이야. 오늘도 어퍼 이스트 사이더들의 소식을 전하러 왔어.
한 순간도 조용할 틈이 없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 오늘은 블레어가 울상이군. 어디가 아픈 모양인데? ……가만, 그렇다면 왜 병원에 가지 않는 거지? 여왕님의 체면을 구기는 병이라도 되는 걸까?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지? 무슨 일인지는 내가 알려 줄게. 따라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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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블레어의 방. 블레어가 침대 위에 누워 있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블레어. 뭔가에 잔뜩 짜증나 있는 표정이다. 이윽고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문자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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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과 함께 웃으며 거리를 걷고 있던 세레나. 블레어의 문자를 받고 전화를 건다.)

블레어:  세레나! 우리집에 좀 와 줘!
세레나: (댄의 눈치를 보며) 블레어… 지금은 좀 곤란해.
블레어: (버럭)   왜? 어딘데? 누구랑 있는데?!!
세레나: (머뭇거리다가) 댄이랑 식사를 하기로 했어.
블레어: 뭐? 댄? ……지금 그 촌뜨기랑 한 약속 때문에 나한테 못 온다는 거야?
세레나: 댄이 과제를 도와줘서 내가 밥을 사려는 거야. 벌써 일주일 전에 한 약속인걸.
블레어:   일주일이 중요한 게 아냐! 일년 전에 한 약속이었대도 그 촌뜨기랑 한 약속보단 내가 더 중요해야 해! 나한테 너무한 거 아냐?
세레나: 블레어, 말이 너무 심한 것 같……. (말을 하다 말고 핸드폰을 접는 세레나. 블레어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댄: (어깨를 으쓱하며)가 봐도 돼.
세레나: 아냐 괜찮아.
댄: 나도 괜찮아. 블레어가 그렇게 화를 내는 걸 보니 급한 일인가 본데.
세레나: ……다 들렸어?
댄: 어.
세레나: 오, 댄, 미안. 우린 내일 저녁에 만나자. 내가 진짜 맛있는 걸 쏠게.
댄: 블레어한테 내일은 급한 일이 안 생길 예정인지 미리 물어봐 줘.
세레나: (웃음) 그래. 안녕!  
(총총 걸음으로 사라지는 세레나.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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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의 집. 아빠와 제니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다. 댄이 들어서자 의아해하는 제니.)
제니:  오빠, 오늘 세레나 언니랑 밥 먹기로 하지 않았어?
댄: 그랬지.
아빠: 데이트 약속에서 차인 거냐?
댄: 차이다니. 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해서.
제니: 무슨 급한 일?
댄: 블레어가 세레나한테 전화를 하더니 블라블라블라, 잔뜩 짜증을 내면서 당장 오라고 하더라고.
제니: 블레어 언니가? 오늘 학교에서도 표정이 안 좋던데?
댄: 걘 늘 표정이 안 좋지 않나? 누구 괴롭힐 계획 세울 때만 빼고.
제니: (웃음)  아냐. 오늘은 말도 별로 없고 뭔가 잔뜩 고민하는 것 같았거든. 정신도 없어 보였어. 오늘은 언니네 무리가 스카프를 매고 오는 날인데, 그걸 까먹고 그냥 등교한 애가 있었거든? 그런데도 못 본 척 넘어가더라니깐?
아빠: 스카프를 매는 날?? 그냥 넘어갔다?? 너희 그러고 노니?
댄: 그런 애들이 있어.
제니: 블레어 언니가 왜 그러는지 궁금하네?
댄: 여왕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있었나 보지.
(아빠, 아이들의 대화를 도무지 이해 못하고 어리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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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의 방.)
세레나: (달려온 듯 숨이 차서 방에 들어오며)  블레어.
블레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세레나! 못 온다며!
세레나: 댄이 약속을 깨는 걸 이해해 줘서 왔어.
블레어: 그래?  촌뜨기지만 예의는 제법 있는데?  
세레나: (한숨) 그래, 무슨 일이야?
블레어: 세레나……. (울상)
세레나: 왜 그래, 블레어. 무슨 일이야?
블레어:  내가 좀… 이상한 것 같아. 아니, 이상해.
세레나: 이상해? 뭐가?
블레어: (속삭이듯) 나, 사실 오랫동안 생리를 안 하고 있어.
세레나: (깜짝) 뭐? 언제부터?

블레어: (한숨) 세 달쯤 쉬고 있어.
세레나: 블레어, 너…….
블레어: 혹시 임신을 떠올린 거라면, 절대 아니야. 그럴 일은 없었어.
세레나: …….
블레어: 정말이야!
세레나: 그럼 다행이지만. 가만… 그렇다면 생리가 왜 멈춘 거지?
블레어: 그러게! 나도 너무 불안해!!   그 동안은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해왔거든.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왜 이러는 건지 너무 걱정돼! 세레나, 넌 이런 적 없어?
세레나: 없어. 대체로 주기를 맞춰 하거든. 정말 걱정이네. 병원에선 뭐래?
블레어: 안 가봤어.
세레나: 안 가봤어? 그렇게 걱정이 되면 가 봐야지!
블레어: 못 가겠어! 절대로 안 갈 거야!!
세레나: 왜?
블레어: 세레나, 이런 문제라면 산부인과에 가야 하잖아. (고개를 저으며) 절대로 안 돼. 못 가.
세레나: 산부인과라서?
블레어: 그래.  (단호하게) 여왕은 그런 곳에 가지 않아. 갔다가 누구 눈에 발각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어?
세레나: 블레어, 산부인과는 괴상한 곳이 아니야.
블레어: 여왕이 가기엔 괴상한 곳이야.
세레나: 그렇지 않아. 위가 아프면 내과에 가고, 눈이 아프면 안과에 가듯 산부인과도 마찬가지야. 여성 건강에 관련해서 가는 곳이 산부인과일 뿐인걸.
블레어: 세레나, 가본 적도 없으면서 그렇게 쉽게 말하다니. 네 일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냐?
세레나: 난 이미 가 봤어.
블레어: 정말? 왜 갔는데? 그리고 그걸 내가 왜 모르고 있는 거야?
세레나: 말할 기회를 놓쳤어. 네가 나한테 화가 많이 나서 우리 사이가 안 좋은 때였거든.
블레어:  작년에 요트에서 다투다가 함께 물에 빠진 때를 말하는 거야? 아니면 6개월 전 파티에서 네가 날 망신 줬을 때? (찌푸리며) 두 달 전 브런치 모임에서 서로의 비밀을 폭로했을 때였나?
세레나:  블레어… 3주 전이야.  
블레어: 아하, 이제 기억난다.  그러고 보니 너, 그때도 댄인지 뭔지랑 놀러 간다고 내 전화를 받고도…
세레나: 우리 그냥 병원 얘길 하자;; 난 PMDD(월경전불쾌장애) 때문에 간 거야.
블레어: PMDD? 어디에서 들어봤는데? 아! 제니한테 있다던 그거?
세레나: 맞아. 실은, 제니 이야기를 듣고 간 거야.
블레어: 그게 그렇게 흔한 증상이야?
세레나:  흔하다곤 할 수 없어도 PMS와 PMDD를 겪는 여성들은 많은 편이지. 대략 5명 중 1명이 PMS로 고통 받고, 그 중에서 4%는 PMDD 증세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 나랑 제니는 그 중 일부였던 거지.
블레어: 그래서? 치료는 받았어?
세레나: 나도 일단 제니처럼 먹는 피임약을 처방 받고 복용중이야. 경과를 지켜보고, 병원에 다시 가서 이 처방이 나에게 잘 맞는 건지 체크도 계속 할 거야.
블레어: 혼자 간 거야?
세레나: 응.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어.
블레어: 그래도 꺼려져. 어쨌든 거긴 ‘산부인과’ 잖아. 다녀오는 걸 아는 사람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세레나:  블레어, 좀전에도 얘기했지만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는 건 괴상하거나 특이한 일이 아냐. 자연스러운 일이라구. ‘산부인과’ 하면 어쩐지 임신한 여성만 가야 하는 곳인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미혼여성이 드나드는 걸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 게 안타까워. 사실 산과와 부인과는 진료 과목이 다른 건데, 명칭이 통합되어 있다는 이유로 그런 오해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구. 아, 맞아! 난 병원에서 바네사도 만났는걸. 걔도 아무렇지 않아 하던데?
블레어: 바네사? 걔는 왜?
세레나: 질염 때문에 왔대.
블레어:   염증? 거기에? 으……
세레나: 질염은 괴상한 병이 아니야.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찾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래.
블레어: 그거 성병 아니야?
세레나: 성병도 질염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다른 원인도 많거든. 질 안쪽에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균의 균형이 깨져서 발생하기도 하고. 바네사 같은 경우엔 오랫동안 잘못된 방법으로 씻어서 발병한 거였대.
블레어: 씻는 방법이 따로 있어?
세레나:  아, 알려줄게. 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단 질 주위를 매일 씻어야 해. 저자극성 비누나 전용 세정제를 사용하고, 충분히 헹군 후에 깨끗이 닦아서 말려야 돼. 그리고 깨끗이 씻는다고 질 안쪽까지 씻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질의 산, 염기 균형을 깨뜨릴 수 있어서 오히려 좋지 않아. 바깥만 씻으면 되는 거지. 그리고 이왕이면 면이나, 면으로 코팅된 팬티를 입어. 꽉 끼는 팬티나 팬티 스타킹도 질 건강엔 좋지 않고.
블레어: 뭐? 나더러 헐렁한 스타킹을 신으라는 거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세레나: (웃음) 스타일을 포기하기 힘들다면, 적어도 집에 있을 땐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으라구.
블레어: (못마땅한 듯) 염두에 둘게.
세레나: 아무튼 바네사도 그렇게 얘기하더라고. 솔직히 처음에 검사하느라 진료 의자에 앉았을 땐 무지 어색했대. 아무리 의사라지만 누군가 자기 몸을 들여다 보는 게 많이 민망했다고.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나. 그리고 다른 이유가 아니라, 자기 건강을 위한 거잖아? 진료 시간이 어색할 거란 걱정에, 몸에 이상이 생겼는데도 계속 두고만 볼 거야?
블레어:  그런 걸까?
세레나: 그럼. 일단 네 경우엔 오랫동안 생리를 하지 않고 있잖아. 생리주기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다른 복용약의 영향을 받거나, 때론 체중 변화 같은 사소한 일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대. 가벼운 이유라면 물론 다행이지만, 때로는 갑상선이나 부신 같은 다른 내분비기관의 질병과 관련된 경우도 있으니까 확인해 보는 게 좋아. 그리고 이렇게 오랜 시간 호르몬이 불균형한 상태가 지속되면, 자궁 내막 역시 좋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대. 생리불순이 그렇게 가볍게만 볼 질환은 아닌 거지.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내일은 병원에 꼭 가자. 같이 가줄게.
블레어: …….
세레나:  산부인과에 진료 받으러 가는 걸 껄끄럽게 여기지 마. 우리는 남자에겐 없는 기관들을 갖고 있을 뿐인걸! 자궁과 난소, 질 건강은 중요한 거야. 성인 여성인 경우 적어도 일년에 한 번은 병원에 들러 정기검진을 받는 걸 권장하고 있고, 성경험이 있는 경우엔 더 그렇지. 더욱이 지금 너처럼 생리불순이라는 확실한 이상이 있는 경우엔 말할 것도 없어! 내일 당장 나랑 같이 가자.
블레어: 어디로 가야 하지?
세레나: 내가 갔던 병원은 어때? 거긴 제니 소개로 간 곳이지만, 혹시 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곳을 찾아 보자. 요즘엔 우리 같은 젊은 여자들을 위해 인테리어에 신경 쓴 곳들도 많아. 잡지를 보니까 꼭 까페처럼 꾸민 곳도 있더라. 그런 곳은 덜 어색할 수도 있겠지.
블레어: 세레나, 고마워.  (밝은 표정으로) 내일 병원 갔다 와서 맛있는 걸 먹자. 아! 마침 근사한 식당을 알게 됐어. 진짜 완벽한 요리를 내어놓는 곳이야.
세레나: 저기…….  내일 저녁은 안돼. 댄을 만나야 하거든.
블레어: (버럭) 걔랑은 오늘 약속했다며!!
세레나:  …오늘은 널 보러 오느라 취소했잖아……
블레어: (인심 쓰듯) 좋아. 댄이랑 너랑 나랑 셋이서 만나. 내일은 특별히 봐줄게.
세레나: (피식) 그래.

(블레어, 안심했다는 듯 침대에 편히 눕는다. 세레나와 손을 잡고 웃는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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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님에게 그런 일이 있었군.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단지 산부인과란 이유로 방문을 꺼리는 건 현명하지 않은 것 같아. 나도 여왕님에게 격려를 보낼게. 내일은 꼭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 보도록 해. 혹시 어느 병원에 갈 건지 미리 알려줄 수 있어? 여왕이 행차하는 날이니, 병원 앞에 레드 카펫을 깔아 놓으라고 전화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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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다가 세레나의 문자를 받는 댄. 미간을 찌푸린다.)
제니: 왜 그래, 오빠?
아빠: 또 데이트 약속에서 차였니?
댄: 그건 아닌데, (긁적긁적) 두 여자가 나올 거라네.
제니, 아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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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얘기는 이걸로 끝이야. 조만간 또 만나자구. 어차피 금세 또 다른 뉴스가 생길테니까, 오래 기다리진 않아도 될 거야.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고? 그것만은 비밀로 해 둘게. 어쨌든, 모두들 날 좋아하잖아? ^^  

-XOXO, Gossip girl.

영진공 도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