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전하는 새해 다짐, “살아남읍시다!”

소가 뒷걸음 쳐 쥐를 잡는다는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올 때마다 밝은 희망의 미래를 그려보곤 하지만, 올해는 그러기가 어렵다.
미래의 나은 삶이 아니라 현재의 절박함이 더 급해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올해의 다짐을 “살아남자”로 정하고 그 뜻을 널리 전하고자 노래 세 곡을 준비 해 보았다.

모두들 즐감~ ^.^

달콤한 꿈 … You Never Give Me Your Money … 

You never give me your money
You only give me your funny paper
and in the middle of negotiations
you break down

돈을 주시지는 않는군요,

그저 요상한 종이쪼가리만 주실 뿐,


대화 도중에,


당신은 폭발하셨죠,



I never give you my number
I only give you my situation
and in the middle of investigation
I break down

액수를 말씀드리지는 않았죠,

제 상황만 설명드렸을 뿐,


대화 도중에,


난 무너져 버렸죠,


The Beatles, “You Never Give Me Your Money”

Out of college, money spent
See no future, pay no rent
All the money’s gone, nowhere to go
Any jobber got the sack
Monday morning, turning back
Yellow lorry slow, nowhere to go
But oh, that magic feeling, nowhere to go
Oh, that magic feeling
Nowhere to go
Nowhere to go

대학을 나와, 돈은 다 써버리고,

미래가 안 보여요, 집세도 못 내죠,


돈이 다 어디로 가 버린 걸까요, 쓴 것 같지도 않은데,


실직자가 넘쳐나는 세상,


다시 월요일 아침이 돌아오고,


노란 버스는 느릿느릿, 목적지도 없죠,


하지만, 그 멋진 느낌, 자유로운 느낌,


아, 그 느낌,


갈데가 없으니,


매인 데도 없죠,

One sweet dream
Pick up the bags and get in the limousine
Soon we’ll be away from here
Step on the gas and wipe that tear away
One sweet dream came true… today
Came true… today
Came true… today…yes it did
One two three four five six seven,
All good children go to Heaven

달콤한 꿈,

가방을 집어들고 리무진에 올라타는 꿈,


곧 우리는 여기를 뜰 거예요,


악셀을 밟으며 눈물을 닦아내죠,


달콤한 꿈이 이루어져요 … 오늘,


되는 거야 … 오늘,


이루어지는 거야 … 오늘 … 정말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착한 아이들은 천당에 가죠,


살아남읍시다! … Keep Yourself Alive! …

I was told a million times
Of all the troubles in my way
Tried to grow a little wiser
Little better ev’ry day

나 살아오면서 말썽이 있었을 때,

백만 번도 넘게 들은 말이 있지,


좀 현명하게 살라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수 없냐고,



But if I crossed a million rivers
And I rode a million miles
Then I’d still be where I started
Bread and butter for a smile

그런데 내가 백만 개의 강을 건너고,

백만 마일을 달려왔대도,


난 여전히 처음 시작한 그곳에 있어,


밥 먹을 돈을 벌기 위해 미소를 팔고있지,

Well I sold a million mirrors
In a shop in Alley Way
But I never saw my face
In any window any day

난 거리의 가게에서,

백만 개의 거울을 팔았지만,


어떤 가게의 윈도우에도,


정작 내 얼굴을 비춰 본 적이 없다네,

Well they say your folks are telling you
To be a superstar
But I tell you just be satisfied
To stay right where you are

사람들은 말하지,

크게 성공하라고,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라는 거야,

Keep yourself alive keep yourself alive
It’ll take you all your time and a money
Honey you’ll survive

살아남으라고, 살아남으란말야,

그러기에도 시간과 돈이 모자랄 거야,


그대여, 살아남아야 해,


Queen, “Keep Yourself Alive”

Well I’ve loved a million women
In a belladonic haze
And I ate a million dinners
Brought to me on silver trays

백만 명의 여성과 사랑을 했지,

약에 취해서 말이야,


백만 번의 성찬을 먹었지,


은수저를 갖기 위해서 말이야,

Give me ev’rything I need
To feed my body and my soul
And I’ll grow a little bigger
Maybe that can be my goal

원하는 모든걸 내게 줘,

내 몸과 마음을 달래야 해,


그러면 난 좀 더 비대해지겠지,


그게 내 삶의 목적일지도 몰라,



I was told a million times
Of all the people in my way
How I had to keep on trying
And get better ev’ry day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백만 번도 넘게 들은 말이 있지,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려면,


쉬지 않고 노력해야한다는 말,



But if I crossed a million rivers
And I rode a million miles
Then I’d still be where I started
Same as when I started

그러나 내가 백만 개의 강을 건너고,

백만 마일을 달려간대도,


결국 난 처음으로 돌아와있어,


나아진 게 없다고,

Keep yourself alive, keep yourself alive
It’ll take you all your time and a money
Honey you’ll survive

살아남아야 해, 끝까지 살아남자고,

가지고 있는 모든 시간과 돈을 들여도,


겨우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야,

Keep yourself alive, Keep yourself alive
It’ll take you all your time and a money
To keep me satisfied

살아남자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해,

가지고 있는 모든 돈과 시간을 들여도,


나를 유지하기에 부족할지도 몰라,

Do you think you’re better ev’ry day?
No I just think I’m two steps nearer to my grave

넌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니, 난 무덤을 향해 두 걸음 씩 가까이 가고 있어!

Keep yourself alive, Keep yourself alive
You take your time and take more money
Keep yourself alive

살아남자고, 버텨 보자고,

가진 시간과 돈을 다 들여서,


끝까지 견뎌보자고,

Keep yourself alive, Keep yourself alive
All you people keep yourself alive

살아남읍시다, 기를 써서 버팁시다,

여러분 모두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누가 세상을 일케 만든 거야? … Sympathy For The Devil …
Please allow me to introduce myself
I’m a man of wealth and taste
I’ve been around for long, long years
Stole many man’s soul and faith

저로 말씀드리자면 말입니다,

부(富)와 교양을 갖추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주 오랜 세월을 살아왔죠,


아주 많은 인간들의 영혼과 신념을 앗으면서 말입니다,

And I was ’round when Jesus Christ
Had his moment of doubt and pain
Made damn sure that Pilate
Washed his hands and sealed his fate

예수 그리스도가 고뇌와 고통을 겪을 때도,

전  존재했었고요,


그리고 본디오 빌라도가,


손을 씻으며 숙명을 받아들이도록 만들기도 했고요,

Pleased to meet you
Hope you guess my name
But what’s puzzling you
Is the nature of my game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정체를 알아채셨나요?


하지만 당신을 헷갈리게 만드는 게,


이 게임의 재미거든요,


Rolling Stones, “Sympathy For The Devil”

I stuck around St. Petersburg
When I saw it was a time for a change
Killed the Czar and his ministers
Anastasia screamed in vain

변혁의 시기가 왔을 때,

전  페테스부르그를 배회하고 있었죠,


짜르와 그 신하들을 죽이고,


아나스타샤는 공허한 비명을 지르게 만들었죠,



I rode a tank
Held a general’s rank
When the blitzkrieg raged
And the bodies stank

2차 세계대전의 격전장에서,

시체가 썩고 있을 때,


전 장군의 계급으로,


탱크를 몰았죠,



Pleased to meet you
Hope you guess my name, oh yeah
Ah, what’s puzzling you
Is the nature of my game, oh yeah

만나서 즐겁고요,

제 정체를 이제는 알아채셨을까나,


허나, 헷갈리게 만드는게,


이 게임의 목적이거든요,



I watched with glee
While your kings and queens
Fought for ten decades
For the gods they made

그대들의 왕과 여왕들이,

그들이 만들어낸 신을 위해,


백년 간의 전쟁을 치르는 걸,


전 환희에 겨워 바라보고 있었죠,


I shouted out,
“Who killed the Kennedys?”
When after all
It was you and me

전 또 울부짖기도 했죠,

“누가 케네디 형제를 죽였는가?”라고,


그런데,


범인은 결국 나와 당신 아니었나요,



Let me please introduce myself
I’m a man of wealth and taste
And I laid traps for troubadours
Who get killed before they reached Bombay

저로 말씀드리자면,

부와 교양을 갖춘 사람으로서,


히피들이 여행을 떠났을 때,


봄베이에 닿기 전에 죽임을 당하도록 일을 꾸몄죠,



Pleased to meet you
Hope you guessed my name, oh yeah
But what’s puzzling you
Is the nature of my game, oh yeah, get down, baby

만나서 반갑고요,

제 정체를 이제는 아셨을텐데,


아직도 헷갈리시나요?


하긴 이 게임이 워낙 그렇죠,



Pleased to meet you
Hope you guessed my name, oh yeah
But what’s confusing you
Is just the nature of my game
(woo woo, who who)

만나서 즐겁고요,

제 정체를 알아채셔야 할텐데,


허나 헷갈리게 만드는 게,


이 게임의 목적이거든요,



Just as every cop is a criminal
And all the sinners saints
As heads is tails
Just call me Lucifer
‘Cause I’m in need of some restraint
 
모든 경찰이 다 범죄자고,

모든 죄인이 성자(聖者)이듯,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어요,


날 루시퍼라 불러줄래요?


난 좀 제지당할 필요가 있거든요,



So if you meet me
Have some courtesy
Have some sympathy, and some taste
Use all your well-learned politesse
Or I’ll lay your soul to waste, um yeah

그러니 혹시 저를 만나시게 되거든,

호의를 베풀어주세요,


연민을 가지고 교양있게 대해주세요,


당신이 이제껏 배워 온 온갖 친절을 동원해서 말이죠,


그러지 않으면 제가 당신의 영혼을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릴 거거든요,



Pleased to meet you
Hope you guessed my name, um yeah
But what’s puzzling you
Is the nature of my game, um mean it, get down

만나서 반가왔고요,

정말 제 정체를 모르시겠나요?


헷갈리는게 아니라,


알아채고 싶지 않은 거겠죠,



Tell me baby, what’s my name
Tell me honey, can ya guess my name
Tell me baby, what’s my name
I tell you one time, you’re to blame

말해 봐요, 내 이름이 뭐죠?

말해 봐요, 내 정체가 뭐죠?


말해 봐요, 내 이름을,


제가 말해 드리죠, 그건 바로 당신이예요,

영진공 이규훈

 

『반지의 제왕』을 통해 살펴보는 박정희 신화의 의미


역사는 전설이 되고, 전설은 신화가 된다.

한때 [안좋은 추억] 시리즈가 유행한 적이 있다. 개그맨 정준하는 왜 떡국을 기억 못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떡국에 관한 안좋은 추억을 이야기하고, 왜 개구리를 싫어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개구리에 얽힌 안 좋은 추억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우리들도 모두 좋건 안 좋건 자기만의 추억을 한 두개씩 가지고 있다. 심리학자 데이빗 엘킨드(D. Elkind)는 이런 자기만의 추억을 개인적 우화(Personal Fable)라고 불렀다. 내가 어떻게 연애에 성공하거나 실패했는지, 내가 어떻게 대학에 입학하거나 낙방했는지, 내가 어떻게 직업을 찾고 어떻게 그 직업을 그만두게 되었는지 같은 것들이 모두 이 개인적 우화다. 술자리나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나 가끔 흘릴 뿐, 남들에겐 잘 하지 않는 나만의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데 이 개인적 우화는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어떤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 만들어진다. 로또 당첨자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주에 범상치 않은 꿈을 꿨거나 이상한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누구는 불나는 꿈을 꿨다고 하고, 누구는 똑같은 번호의 버스가 연달아 오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꿈이나 경험이 로또 당첨을 설명해 주는 개인적 우화가 된다. 그런데 사실은 이상한 꿈 때문에 로또에 당첨된 것이 아니라, 로또에 당첨되니까 지난밤 꿈이 이상해 보이는 게 더 맞다. 생각해 보라. 꿈치고 이상하지 않은 꿈이 어디 있는가? 그리고 진짜 이상한 꿈을 꿨다 싶어서 복권 샀는데 꽝인 사람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최소한 일주일에 수백 만 명이 그렇게 이상한 꿈을 꿨다는 이유로 복권을 살 것이다. 모든 꿈은 다들 어딘가 이상하지만 우리는 그런 꿈을 꾸면서도 별일 없으면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나중에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면 지난번 꿈도 덩달아 특별해진다.

우리는 어떤 큰 사건이 벌어지면 그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사건을 이야기 구조로 바꾸어서 기억한다. 그 과정에서 실제 사건의 세부사항 중에 어떤 것은 생략되고 어떤 것은 덧붙여지면서 결국 실제 사건의 본질은 왜곡되어 버린다. 사건이 개인적 우화로 바뀌는 과정이다. 그런데 어떤 개인적 우화는 한 개인만이 간직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그러다보면 개인적 우화가 아니라 전설과 신화가 된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은 우리나라에서 보다 영국미국 문화권에서 훨씬 더 큰 가치를 부여받는 영화다. 우리에게 이 영화는 그저 영화 『트로이』급의 웅장한 대작 정도로 받아들여지지만, 영미 문화권 사람들에게 이건 원초적인 세계관을 집대성한 기념비다. 호빗과 휴먼과 엘프와 드워프와 마법사, 그리고 드래곤과 오크와 기타 괴물들이 득시글거리는 이 세계는 서양 판타지 문학에서는 언제나 등장하는 공간이다. 이 서양 판타지 문학이 SF쪽으로 전환되어서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기본 틀이 되었고, 게임으로 전환되면서는 테이블 보드 게임에서 시작해서 [디아블로]나 [울티마 온라인], [워크래프트], 우리나라의 [리니지]의 바탕이 된 것이다. [무협소설]이 중국문화권 사람들이 꿈꾸는 신화의 표현이라면, 이 반지의 제왕 속 판타지 세계는 영국 미국 문화권 사람들이 공유하는 신화다.

J.R.R. Tolkien

이 모든 것은 이 이야기의 창조자 J.R.R. 톨킨에서 시작되었다. 아시다시피, 톨킨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나 19세기 말(1892년)에서 20세기 중반(1973년)까지 영국에서 살았던 사람이다. 1925년부터 1959년까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문헌학과 언어학 교수로 재직했던 그는 북유럽의 옛 설화들을 수집하고 조립해서 새로 만들어낸 유럽설화의 집대성판으로『반지의 제왕』을 써냈다. 하지만 그가 신화들을 조합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세계는 단순히 판타지만은 아니었다. 그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그가 살아생전에 겪어야 했던 1, 2차 세계대전이었다.

대량학살 전쟁의 시작이 된 1차 세계대전

톨킨은 이 역사적 대사건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 시작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내는 개인적 우화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그에겐 북유럽의 옛 설화들과 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문장력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결과 그의 개인적 우화는 책이 되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하나의 전설이 되었고, 그 전설은 공유에 공유를 거쳐가며 영미 문화권이 역사를 설명하는 신화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이 신화가 만약 1,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그건 사실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만약 2차 세계대전이 반지의 제왕이야기라면 영국은 인간들과 엘프, 드워프로 구성된 반지원정대를, 사우론은 히틀러를, 사루만은 그 꼬붕인 무솔리니쯤을 상징할 거다. 거기다가 인간 같지 않은 오크들은 식민지 주민들이나 일본사람들 쯤을 상징하고 말이다. 하지만 실제 역사가 그렇던가?

권력욕에 사로잡힌 악의 무리들과 그 부하인 흉칙한 괴물들

선함을 상징하는 백색의 마법사

빛과 어둠의 싸움...2차 대전이 이런 전쟁이었나?

1차 세계대전은 우리에겐 민족자결주의 원칙이 선포된 계기라서 꽤 그럴듯한 전쟁 같지만, 사실 따져보면 양 쪽 편 다 식민지들 더 많이 차지하려는 싸움질이었다. 이건 2차 세계대전도 마찬가지다. 이미 식민지를 많이 갖고 있거나 더 이상 가질 필요 없는 나라(미국과 영국, 뒤늦게 소련) vs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해서 식민지를 마구마구 필요로 했던 나라들(독일, 일본, 이태리)간의 싸움이었으니까. 물론 2차 세계대전에서는 그놈의 히틀러와 나치가 인종청소라는 엽기적인 짓을 저지른 덕분에 뭔가 그럴듯한 다른 이유가 붙었다. 그것은 선과 악의 전쟁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 미국이나 영국이 히틀러가 나쁜 놈이라서 전쟁을 한 건 아니었고, 히틀러를 죽였다고 해서 악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물론 우리는 2차 대전 덕분에 일본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그런 것을 제외하고 나면 1차 대전은 약 1천만 명이 죽었고, 2차 대전은 약 5천 만명이 죽어나간 끔찍한 사건일 뿐이었다.

반지의 제왕에서도 왕을 세우기 위해 우리 같은 민초들은 셀 수 없이 죽어나간다.

따라서 반지의 제왕은 신화이지만, 동시에 역사에 대한 거대한 왜곡물이라고 볼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상 모든 신화들은 다 이런 속성을 가지고 있다.

박정희 신화도 마찬가지다. 박정희는 가면 갈수록 더 대단한 대통령이 되어간다. 사람들은 그가 없었으면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불가능했었고, 그가 없었으면 우리나라는 오래 전에 공산당 국가가 되었을 거고, 심지어 그가 조금만 더 오래 있었더라면 우리나라는 핵보유국이 되었을 거라고들 믿는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던가. 박정희 때 중화학 공업에 투자하고 고속도로를 깔기 시작한 거는 맞지만, 그 계획은 박정희가 쫓아낸 장면 정부 때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거였다. 게다가 박정희 때는 늘 무역적자에 시달렸으며,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열심히 차관을 빌려야 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관치금융과 관치경영의 기초를 닦았고, 지역감정을 뿌려놓았으며, 군사문화를 뿌리박아 놓아서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가 겪는 여러 가지 문제들의 시발점을 제공했다.

박정희 ...

그러나 이런 사실들은 결코 박정희 신화를 무너트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가 신화가 된 이유는 경제의 기적을 일으켜서도, 조국 근대화를 이루어서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그의 일생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 경험하는 현재를 가장 극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별 하나짜리 장교가 나라를 집어삼키고, 수십년간 권력을 유지했으며, 그 집권기간 동안 우리나라 현대사의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났고, 결국에는 부하의 총에 맞아 죽음으로써 마지막을 장식했다는 점이 바로 그를 전설로 만드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성세대들이 겪었거나 지금 겪고 있는 그 어떤 사소한 경험도 그걸 박정희와 연결짓는 순간 더 이상 사소한 개인사가 아니라 거대한 전설의 한 줄기로 의미가 격상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 그 자체는 일어나자마자 흩어져서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나면 남는 것은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기억, 즉 우리 마음대로 그 사건을 해석하고 덧붙인 개인적 우화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단위에서 정리된 과거들만으로는 사회가 구성되고 작동하지 않는다. 모든 문화공동체는 구성원들의 과거 기억을 통합함으로써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건 결국 개개인의 우화가 그 개인들이 모인 집단에 전승되는 전설의 형태로 통합되고, 그 전설은 다시 그 집단들이 뭉친 국가의 신화가 되는 과정이다. 이게 “역사는 전설이 되고 전설은 신화가 된다” 는 말의 뜻이다. 이 이야기, 이 신화가 무엇이냐가 우리의 현재 경험을 결정짓는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가적 단위의 신화보다는 부족단위의 전설들만 있는 거 같다. 최소한 두 개 부족의 전설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 한 쪽 전설을 가진 사람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그들의 가치관에 따라 개조되어야 한다고 여기고, 또 다른 전설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이대로 가다간 이 나라가 치유불능의 망국으로 치닫으리라 여긴다. 나 역시 이 두 부족민중 한명인데, 한 쪽 부족민의 입장에서, 나는 도무지 상대부족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세대갈등이니 좌빨이니 하는 얘기가 오간다.  결국 문제는 전설의 통합이다.

박정희 전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내는 일. 그게 이 골 때리는 현시국의 미친 짓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일 거다.

서비스컷: 아르웬 ...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