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포르노


머리에 뇌라는 것이 제대로 자리잡고 있는 남자라면 포르노가 현실이 아닌 판타지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포르노를 안 본 남자를 찾지 못해 연구를 접어야 했다는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 연구팀의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도 여성들은 절망할 필요가 없다.

포르노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한다는 것은 슈퍼맨 영화를 보고서 스판바지를 입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짓과 같으며 우린 이런 부류를 일컬어 변태라고 일컫는데에 남녀모두 사회적 합의를 보고있다. 그래서 누구도 바바리맨이나 강간범, 성추행범을 향해 나의 꿈을 이뤄줘서 고마워라고 만세 삼창하지 않으며, 그 놈을 호되게 처벌하는 것에 모두가 동의한다.
  


나이 80을 먹어도 야동에 끌리는건 어쩔 수 없다지만 …
포르노는 포르노일 뿐 환타지에서 그쳐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나라의 격이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했다지만 이런 사회적 합의를 깨고 바바리맨을 상상력의 총아로 덧칠하는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얼마 전에 광화문 중앙분리대에서 펼쳐진 스노보드 경기를 놓고선 자신의 좁디좁았던 상상력을 한탄한다든지 하는 등의 일이다.

난 그런 거 상상도 못했다능, 그래서 내심 걱정했지만 해놓고 보니 내 졸렬했던 상상력이 부끄러웠다능,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편견을 버리자능 … 등등 …

아 … 정말 상상력은 안드로메다에 두고 국영수만 열심히 들고파야만 했던 주입식 교육의 병폐가 뼈져리게 느껴진다. 고작 그런 상상조차 못하고 살았다니. 지금도 애들 상상력을 홍어 거시기 마냥 만들어놓는 교육부는 정말 줄빠따 맞아야 쓰겠다.


광장의 의미가 무언가. 요즘 언제 광장이 ‘광장’스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촛불시위 이후 광화문에 급조되어 광장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중앙분리대가 실은 시민의 의사표현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니 광장도 아닌 곳에 스노보드 대회를 하든 스키 대회를 하든 물을 채워서 요트 경기를 하든 놀랄 일은 아니다. 저 곳은 그렇게 쓸려고 만든 거니까.
 
그런데 그 곳이 정말 광장이라면, 거기에서 벌어지는 일인시위조차 강제연행 하면서 카드회사의 마케팅에는 얼씨구나 통째로 내주는 건 상상력이 아니라 그냥 횡포일 뿐이다.

게다가 저 저렴한 상상력은 이미 아랍의 졸부들이 두바이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사막 위의 스키장? 인공섬? … 그 막대한 에너지들은 그 졸부들 만의 것도 아닌데, 그들이 안 그래도 피곤한 지구를 쥐어짜서 한다는 짓이 고작 사막에서 스키를 타기 위함이라니 이건 재앙에 가깝다.

 

사막에선 낙타를 타고 스키는 스키장 가서 타라.

근데 그런 아랍 졸부를 보고 우리도 그 뒤를 따르잔다. 그러니  4대강에 콘크리트 부어서 유람선 띄우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머릿 속에서 끝내야 할 일과 현실로 끌고 나와도 될 일들을 구분을 못하고 있다.

포르노는 그냥 포르노에서 끝내야 하는데 현실로 가져와 재현을 하려고 하면 변태가 되듯 두바이에서 벌어지는 저 돈지랄이나 4대강 살리기나, 펌프로 물 끌어다가 수도물 쏟아붙는 ‘하천’ 을 만든 것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게 아니라 현실을 재앙으로 만드는 행위다. 이래선 남극대륙에 사파리를 건설하겠다는 놈이 나와도 하등 이상할게 없는 현실이 되어버릴 지경이다.

이대통령은 그의 변태스런 삽질 정책을 녹색성장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녹색 삽으로 삽질할 건지 녹색 시멘트를 바를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녹색성장’ 만큼이나 모순적인 제목이 붙은 ‘그린 포르노(Green Porno)’라는 단편영화가 있다.




이 단편영화는 여배우 출신인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각본, 감독, 출연한 영화다. 자연보호와 생태를 주제로 담고 있는 이 짧막한 영상들은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직접 곤충이나 생물들로 분장하여 교미장면을 코믹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짝짓기 행위는 정확한 고증을 통해 묘사하였다고 한다.

선댄스 영화제 측의 지원으로 모바일 동영상 플레이어 포맷으로 제작되었으며 링크를 따라가면 전편을 볼 수 있다. 재밌으니 한번 보시길.

이런게 포르노와 그린이라는 모순적인 단어를 접목시켜 만들어낸 ‘상상력’이란거다. 녹색 삽으로 삽질하는게 녹색 성장이 아니라.

각설하고, 상상력타령 따위의 설레발은 서울 시장이 광화문 광장에 제대로 된 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차량 통행은 획기적인 방법으로 개선할 때나 경기도 의회에서 당론에 개의치않고 상큼한 모습으로 초등생 전원 무료급식을 통과시키거나 할 때에 쳐주시기 바란다.

할 수 있으니까 하고 싶은대로 다 하는 걸 상상력이라든가 신념이라든가라는 말로 포장하지 마라. 그런 식으로 따지면 세상의 모든 패륜이 용납되어지고, 모든 횡포와 배신에 대한 비판이 편견으로 인한 오해로 해석되고 말터이니.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