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헬보이 2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했던 건 군생활 중이었습니다.
외출 나갔다가 극장에서 [블레이드2]를 보고 그야말로 눈이 뒤집히게 놀랐더랬지요. 뭐 이런 어처구니없게 재미있는 영화가 있어? 대체 감독이 누구야? 감독 이름을 보고 더 놀랐지요.

….도대체 이 이름을 어떻게 외우지…?




암튼 이름부터 상당히 기예스런 난이도를 자랑 떨어주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뽀송뽀송한 마법소년 해리포터를 포기하며 만들어낸 시큼털털한 지옥소년의 이야기, 헬보이2가 개봉을 했…….다가 사라졌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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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남 히어로, 헬보이!!


광고 대행사들의 꼼수야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수준이고, 평론가들의 호평은 원래 우리랑 별 상관없는 선문답이니 때려치더라도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제대로 흥행 한번 못해보고 사라지게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1)무료 공유 사이트에서 슬쩍 공유파일 퍼트리기 2)개때처럼 알바를 풀어 “내 생애 최악의 영화”등등의 악플공격 3)심지어는 뇌이년 지식공유 게시판에 “헬보이2 보고싶은 분은 저에게 접속하세요”등등의 말을 올려 왠지 돈 내고 보았다가는 울동네 바보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만 같은 분위기 조성하기 등등 갖은 꼼수공격에 맥을 못 추고 사라져버린 당 영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어쨌든 커다란 스크린으로 지옥소년의 난장쇼를 감상하고 온 없다, 안타까운 맘에 리뷰 올려봅니다.

영화의 주제는 전편과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전편에서 아버지의 죽음과 첫사랑 등을 겪으며 영웅..의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괜찮은 가오를 잡는 수퍼히어로 액숑물의 주인공으로서 자리매김 한 헬보이.

이번에는 누가 옮고 누가 그른 것인지, 자기를 무시 괄시 천대하는 인간 편에 서서 오히려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몬스터들을 줘패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뭐 이런 고민을 아주 살짝, 가볍게 합니다(사실, 이 고민의 강도는 너무 약해서 얘가 고민을 하고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허벌나게 백팔번회하는 고담시의 흑기사 베모씨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요. 이런 고민을 하기에 헬보이는 아직 너무 어린 60살의 악마의 아들일 뿐이니까요.

이러한 고민들은 어차피 헬보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숙명적으로 가져가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아마도 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구체화되리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몹시 기대가 됩니다. 헬보이가 별안간 미쳐서 인간들을 도살하는 장면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 … (이봐! -_-)

어쨌건 전편의 주제가 “난 누구인가” 였다면 이번 편의 주제는 “여긴 어디인가” 정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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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 또 여긴어딘가? (이딴 사진을 써서 죄송합니다. 쩝…)


헬보이는 누구보다도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므로써 자신의 존재가 선의로서 받아들어지기를 원합니다.  지극히 인간화되어 자라온 – 어린시절 아버지의 동화구연을 들으면서 잠자리에 들 정도로 – 그로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마친 사람처럼 어깨에 수건을 걸치고 맥주를 깔짝거리며 올드팝을 흥얼거리는 만큼 자연스런 욕망이겠지요.  또한 이러한 욕망에의 충족심리는 매우 강합니다.  아직 어리니까요(60살의 어린놈..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는 아직도 적을 물리치기에 앞서 시가에 불을 붙이며 후까를 잡은 후에야 본격적으로 쥐어터지며(막상 쌈박질 기술이라고 별 것도 없지요), 어설픈 개그를 남발하고 여자친구와의 소통에 지극히 소극적입니다.  여러모로 덜 자란 인간 어린아이의 모습과 흡사(아버지가 뿔 달린 악마이긴 하지만)하다고 할 수 있지요. 에, 따라서, 헬보이는 성장영화입니다.

그러나 헬보이의 이러한 행동은 전-혀 선의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따라서 타인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또한 충족되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그의 출생과, 외모 덕분이지요. 따라서 그는 점점 선의의 행동을 하고 싶은 욕망을 잃어 갑니다.  그래서 결국엔 미쳐서 인간을 도 … (그만해!!)

암튼, 영화는 이러한 아이러니 – 인간들의 편이지만 절대 그들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는 – 를 품은 헬보이의 모습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엘프 왕자 누아다의 인간 멸종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인간들을, 가슴에 뚫린 구멍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파괴만을 일삼는 지극히 무가치한 종족으로 규정한 누아다 왕자와, 어설프게 인간들의 편에 서서 뚜렷한 이유도 찾지 못한 채 동족 전문 킬러가 되어가는 헬보이의 대결이 이번 편의 중심 줄거리란 거죠.

기예르모 감독의 영화들을 대충 살펴본 결과, 아무래도 이 양반 몬스터를 좋아한다기보단 인간을 싫어하는게 아닐까 …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양반 영화에서 인간은 그닥 괜찮은 패거리들이 되지 못합니다. (뭐.. 확실하진 않습니다. 언제 같이 술이라도 한잔 해 봤어야지요)

아예 영화의 중심에서 밀려나 뒤치닥거리나 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이번 헬보이2에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없다가 기예르모 감독의 최고작품이라고 평가하는 [블레이드2]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레이드2에서 인간은 그냥 먹이일 뿐이죠. 흐~ (요 부분에서 발끈하시는 분덜 계실것이라 생각되는데… 왜 블레이드2가 기예르모 감독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하는지는 나중에 포스팅을 따로 하겠습니다.)

따라서 여러 종족의 안녕과 미래를 위해 인간들에게 분노를 폭발시키는 누아다 왕자의 변은 꽤나 설득력이 있는 편입니다.  어느 정도는 감독의 변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예,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악역은 인간들입니다. 무지막지한 번식력으로 타 종족들의 영토를 싹 밀어버리는 인간들 덕분에 명색이 숲의 종족인 엘프들의 왕족은 하수구 비슷한 곳에서 집무실을 차리고, 트롤들은 다리 밑의 비밀공간에 인간들을 피해 갇혀 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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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간들, 다 족구하라 그래!!! 라고 외치는 이 엘프 왕자. 엘프보다는 아무래도 밀랍인형족이라고 불러야 할것같은 이 남자는 블레이드2 에서 리퍼 역할을 맏은 루크 고스입니다.


대충 이러하게 진행되는 당 영화의 이야기 또한 꽤나 흥미로운 것입니다만, 당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각종 몬스터 오탁후로서 아무래도 방 안에 각종 괴물들의 시그니쳐를 꽉꽉 채워두고 살 가능성이 약 78.4562% 정도로 농후해 뵈는 기예르모 감독이 단돈 8천만불의 제작비로 꾸려낸 훌륭한 영상입니다.(8천만불은 캐러비안의 해적 4편에 출연하기로 한 조니뎁 한사람이 받은 개런티보다도 작은 액수라지요)

골든아미 조종용 왕관과 사물의 원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기계(이름은 까먹었습니다) 그리고 트롤 마켓 장면에서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괴물들의 모습, 말 그대로 “이빨이 얼굴의 절반인”이빨 요정, 엑토플라즘의 기체 형태로 존재하는 조한 요원 등등 기예르모 감독은 무리하게 스케일을 키우기보단 소소할 수도 있는 소품들의 모습에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당 영화를 매우 환상적인 분위기로 메이킹 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숲의 정령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죠.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서 이런 장면들은 감독의 해당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있어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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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정령, 난장 쇼!!

 

소소한 재미들과 놀라운 화면 그리고 아직은 심술궃은 어린아이같은 주인공을 비롯해 감독의 애정을 듬뿍 담은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으며, 묘한 여운을 남기면서 헬보이의 다음 이야기를 더욱 애태우며 기다리게 만드는 당 영화는 올 여름 극장에서 개봉했던 어느 블록버스터보다도 밀도있는 작품 되겠습니다.  아쉽게도 극장에서 볼수있는 기회는 물 건너갔지만, 언젠가 케이블에서 틀어주겠지 … 하는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이므로, DVD를 구입해서라도 관람하시기를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OCN에서 가끔 틀어주는 헬보이 1편을 보고 나면 더욱 더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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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복장과 헤어스타일로 없다의 맘을 사로잡은 불꽃여인, 리즈의 서비스 컷입니다.


영진공 거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