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검사의 역사 (1), 최면술에 열광했던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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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비네Alfred Binet는 1857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다. 처음에는 법학을 공부했으나 1878년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비네는 소르본 대학교에서 과학을 공부하면서 파리의 국립도서관에서 심리학 책을 빌려 읽으며 독학으로 심리학을 공부했다.

1883년에는 프로이트도 배웠던 샤르코의 최면술에 열광해 최면술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 그런 사이비 과학에 부화뇌동했다는 이유로 학계로부터 사과요구를 받기도 했다. 1885년과 1887년 두 딸이 태어나자 비네는 관심을 최면술에서 인간의 성장으로 옮겼고 그 이후 자신의 두 딸이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하던 21년간 실험심리학, 발달심리학, 교육심리학, 사회심리학 그리고 비교 심리학 분야에 대한 책을 2백권 넘게 저술했다.

비네가 자기 딸들을 오랫동안 관찰하며 얻은 심리학적인 통찰은 이후 지능검사를 개발하는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한데, 비슷한 사례는 삐아제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발달심리학을 연구 하려면 자녀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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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코의 최면치료를 묘사한 유명한 그림. 사실 이 그림 밖에 없는 듯 …

비네는 이후 연령별로 아이들의 지적인 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동료인 테오도르 사이먼Theodore Simon과 함께 먼저 여러 연령대의 정상적인 아이들과 비정상적인 아이들을 선발한 다음, 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게 하면서 그 나이 또래의 정상적인/비정상적인 아이들이 각각 뭘 할 수 있고 뭘 못하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했다. 이를 통해서 연령별로 아이들의 지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검사항목을 만들었다.

검사항목 중에는 단순히 검사자와 악수를 할 수 있는지, 혹은 불켜진 성냥의 움직임을 쫒아가며 시선을 옮길 수 있는지와 같이 아주 쉬운 문제도 있었고, “옆집에 낯선 손님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사가, 그 다음에는 변호사가, 가장 최근에는 신부님이 다녀가셨다. 옆집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와 같이 어린아이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다들 아시겠지만, 이 문제의 답은 ‘옆집의 어른이 죽어간다‘이다. 위독하기에 의사가 다녀갔고, 유언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변호사가 필요했고, 종부성사를 위해서 신부가 다녀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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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게 뭘까?

그러던 중 1904년 프랑스 정부에 의해 프랑스 아동심리 전문가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 위원회의 목적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는 지체아동을 어떻게 찾아낼 것이며 그 아동들에게는 어떤 특수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를 밝혀내기 위함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최초로 보통교육을 실시한 나라 중의 하나이다. 국민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민을 표준적인 보통교육을 통해서 기본적인 상식과 공통적인 의식을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보통교육 시스템은 몇 살짜리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표준적인 교육안을 필요로 했는데 아무도 각 연령대의 아이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1900년대 당시에는 지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다음 셋 중 하나로 구분되었다. 아예 혼자서 생활을 할 수 없는 백치(idiots), 도움을 받아 혼자 생활이 되지만 학업은 불가능한 치우(imbeciles), 학업이 가능하지만 특수교육이 필요한 약질(debiles). 그런데 이 세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사람에 따라 같은 아이의 진단도 다르게 나왔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원회가 설립된 것이었다.

이 위원회의 일원이었던 비네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기초로 공립학교에서 표준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즉 특수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구분할 수 있는 검사도구를 만들었다. 이것이 최초의 지능검사였다. 이 검사는 이후 6년간 꾸준히 수정 보완되어 마침내 1911년 최종판이 완성되었으며, 그와 동료인 사이먼의 이름을 따서 비네-사이먼 검사라고 불린다.
 


비네-사이먼 지능 검사 도구

이 비네-사이먼 지능 검사는 원래 검사자와 검사 대상 아동이 1대 1로 실시하는 개인용 검사였다. 지능 검사의 내용은 3세부터 15세 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같은 연령대의 정상적인 아이들에 비해서 얼마나 지능이 더 높거나 낮은지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앞서 자신의 연구를 통해서 만들어진, 각 연령대에 해당하는 정상적인 아이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의 목록을 가지고 비네는 그 연령대 아이들의 지능 표준을 만들었다. 이렇게 연령 단위로 아이들의 지적인 능력을 측정했기 때문에 비네의 지능 검사는 IQ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정신 수준(Mental level)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정신 수준을 산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만약 어떤 3살 짜리 아이가 표준적인 3살짜리 아이들이 풀 수 있었던 문제 10개를 모두 푼다면, 그 아이의 정신 수준은 3이었다. 그러나 그 아이가 표준적인 3살짜리 아이들이 풀 수 있었던 문제들 중에서 절반을 풀지 못한다면, 그 아이의 정신수준은 3살에 미치지 못하며 2.5 정도에 해당한다. 만약에 표준적인 3살짜리 아이들이 풀 수 있는 문제를 전부 풀고 4살짜리 아이가 풀 수 있는 문제 중에서 절반을 푼다면 그 아이의 정신수준은 3.5가 되는 것이다.


정신수준 개념

이제 인간의 지적능력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려는 노력의 첫번째 성과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지능 즉 아이큐가 되기까지는 아직 몇단계를 더 거쳐야 했다.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