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Again”, 임달균 퀸텟이 펼쳐내는 최선의 비밥





[ 2005, 한국, Take one/유니버설 ]

한국 대중음악계 거의가 그러하듯, 재즈계 역시 그 쬐끄만 영역 안에서도 편식이 심각하다. 퓨전에 대한 어마어마한 집착에 비해 모던 재즈, 그 중에서도 비밥 성향의 음악인을 찾기란 참으로 힘들다. 여기서 잠깐, 비밥이 194,50년대 재즈 아닌가라고 이야기한다면 트로트는 일제 강점기의 음악 아니었냐고 반문하고 싶어지니 이 얘긴 담 기회로 미룬다.

오늘 내가 꺼내 듣고 있는 색소폰 주자 임달균의 첫 번째 독집 음반은 한국 재즈계에서 참으로 만나기 힘든 비밥 성향의 음반이다. 나의 비밥에 대한 개념은 Charlie Parker나 초기 John Coltrane이 아니라 Sonny Rollins를 통해 틀 지워졌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 음반은 한참이나 비밥의 박력(?!)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그럼에도 정석적인 스윙 위에서 잘게 나눠진 코드를 피아노(임미정), 색소폰(임달균), 트럼펫(Darren Barrett)이 교차하고 협주하는 모습은 기본적으로 비밥의 그것이다.

어쩌면 비밥은 그 구성원리 – 쿨/모달 재즈의 창조적인 음의 나열에 비해 코드의 나열이라는 단순한(?크억!) 전통방식으로 조제되야 맛이 난다는 점 – 부터 현대의 젊은 연주인들과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음반은 모달에 비해 훨씬 심플해 보이는 비밥이 연주인과 달리 청취자 사이에선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인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닌가? 아님 말구. 어쨌건 난 비밥이 좋더란 말이지!!!) 아예 이 음반은 전반적으로 코드와 코드 사이에 과다한 테크닉을 줄이고 순수한 음을 나열하여 비밥의 심플한 맛을 강조한다.

임달균은 호쾌한 블로잉 보다는 섬세하고 멜로디에 집착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이정식(비밥 스타일의 음반을 몇 장 발표했고 상당한 수준이었다)의 너무나 강렬해서 때로 다른 파트를 주눅들게 하는 연주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는다.

독집 음반(2003)에서 피아노 트리오를 중심으로 부드러운 쿨 재즈를 선보였던 임미정의 피아노는 그래서 임달균의 연주 성향과 상당히 조화롭다. Darren Barrett의 트럼펫은 리더인 임달균을 체이싱(Chasing)하는 수준을 넘어 때로 긴 솔로의 중심을 잡아주는데, 요런 대목에서 이름값 톡톡히 한다고 말할 수 있다.(혹, 이름값 때문에 그렇게 들리는 건가…. –;)

전반적으로 최고의 음반이라기 보다 최선의 음반이다. 이 말은 이 음반의 질이 낮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재즈 상황에서 음반으로 만날 수 있는 최선의 비밥이란 얘기다. 몇 해 전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그는 무대에서 Sonny Rollins의 곡을 연주했었다. 사실 (재즈에 젬병인)나는 임달균이 누구의 곡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의 매끄러운 스타일로 그 곡을 소화했던 것이다.

그리고 난 노란색 커버가 있는 음반은 이상하게 좋게 들린다. Coleman Hawkins에서 Stryper를 지나 P-Type에 이르기까지 …… ^^;;;


영진공 헤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