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이 뭐야? 먹는 거야?

인터넷에서 ‘소통’을 할 때 반드시 맞춤법을 지켜야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일부러 새로이 글과 말을 만들어 써야 ‘쿨’해 보일 까닭은 더욱 없지 않을까.

자신의 논리를 글로 보여줌에 있어 잘 갖춰진 맞춤법이 받쳐준다면 금상에 첨화까지는 아닐지라도 그 글의 무게가 더욱 단단해짐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글을 적을 때 자주 헷갈려하는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으니 이를 널리 알려 세상에 이롭게 하려 함이니라 … (응?) 

* -게

‘것이’의 준말일 경우에는 띄어씁니다.

밥 먹게 비켜라 : 요건 어미이므로 붙여쓰고

먹을 게 없냐? : 요건 ‘것이’의 준말이므로 띄어쓰고

* -만하다

‘만하다’는 이대로 기본형이므로 붙여 씁니다.

먹을 만하다 : ‘먹을만 하다’가 아닙니다.

  • ‘만’은 조사, 의존명사로도 쓰입니다.
    의존명사일 경우 띄어쓰고, 조사일 경우 붙여 씁니다.
    시간을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 한정/제한/강조를 나타낼 때는 조사입니다.

하루 만에 나타났다 : 시간을 나타내는 의존명사
밥만 먹는다 : 강조하는 의미의 조사

  • 이외 ‘만하다’와 비슷한 단어들이 ‘척하다’ ‘듯싶다’ ‘양하다’ 등입니다.
    이 단어들은 ‘척 하다’ ‘듯 싶다’ ‘양 하다’가 아닙니다.

바보인 척하다 (척 하다 X), 바보인 듯싶다 (듯 싶다 X), 바보인 양하다 (양 하다 X)

* -데

이 놈도 어미와 의존명사로 쓰입니다. 어미일 때는 붙여쓰고 의존명사일 때는 띄어씁니다.

밥 먹는데 방해하지 마라 : 어미라 붙여 씁니다.
밥 먹는 데가 어디냐? : 장소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니 띄어 씁니다.

비슷한 예로 ‘-지’도 있습니다.

그가 날 좋아할지 모르겠다 : 어미이니 붙여 씁니다.
그가 날 좋아한 지 오래됐다 : 시간을 나타내는 의존명사이니 띄어 씁니다.

‘오래됐다’도 ‘오래 됐다’가 아닌 ‘오래되다’란 기본형이므로 붙여 씁니다.

* -데/-대

‘난 밥 먹었는데’ VS ‘난 밥 먹었는대’
‘엄만 밥 먹었데’ VS ‘엄만 밥 먹었대’

어느 게 맞을까요?
자기 경험을 말할 때는 ‘-데’, 남의 경험을 전할 때는 ‘-대’입니다.
그래서 위는 ‘난 밥 먹었는데’가 맞고, 아래는 ‘엄만 밥 먹었대’가 맞습니다.

* 못하다

‘술을 못 먹는다’에서 ‘못’은 부사이니 띄어야 하지만 ‘술을 못하다’는 ‘못하다’ 자체로 형용사이니 붙여 씁니다.

비슷한 예로 ‘못살다’ ‘잘살다’ ‘잘하다’ 등이 있는데 이 단어들은 그대로 기본형이니 ‘못’이나 ‘잘’을 띄어쓰면 안됩니다.

나는 못살았다 : 나는 가난했다는 뜻입니다.
나는 못 살았다 : 나는 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 ‘들’

사람들이 많다 VS 사람 들이 많다
개, 돼지, 소들이 많다 VS 개, 돼지, 소 들이 많다.

각각 어떤 게 맞을까요?
위에는 ‘사람들’이 맞고 밑에는 ‘소 들’이 맞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을 나열할 때 붙는 ‘들’은 명사이고 위에는 그냥 복수를 나타내는 접사이기 때문이죠.


아래와 같은 문장을 읽는다고 치면

옷이 더럽다
옷 안이 더럽다

어떻게 차이가 있을까요?

[오시 더럽따]
[오단이 더럽따]

이렇게 읽어야 바른 읽기가 됩니다.
‘옷’ 다음에 똑같이 ‘ㅇ’이 오는데 발음이 달라집니다.
위에서는 ‘ㅅ’ 아래서는 ‘ㄷ’으로 읽어야 하는 겁니다.

우리말 쉽지 않습니다.
속어, 비어를 사용하더라도 최대한 어근을 살리는 센스를.

  • ‘장자연 리스트가 도는 군요 X’ … ‘도는군요 O’

영진공 철구

인터넷 문체 열전

 

1. 우선 ‘~능’체.

능체는 ‘~하다는’이라는 인용 형식을 자주 쓰는 일본어 번역체에서 나온 거라는.
예를 들면 이런 식이라는.

‘철구쿤은 지금 배가 고프다는’
‘예슬짱은 너무 큐티하다는’

일본 만화를 많이 보고 자란 세대들이 알게 모르게 이런 일본어 번역체에 길들어져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SBS 방송자막에서도 심심찮게 구경할 수 있다는.

네티즌들은 이런 문체를 일본 문화 오타쿠들이 쓴다고 해서 ‘오덕후체’ 혹은 ‘덕후체’라고 부르며 이들을 놀려먹기 위해 따라 했다는. 그게 어느새 ‘~능’으로 바뀌었다능. ‘~는’이 ‘~능’으로 바뀌면서 과도하게 ‘하앍’대는 느낌이 있다능.

예를 들면 츠보미짱이 ‘철구쿤 나 너무 외롭다는’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철구쿤 나 너무 외롭다능’이라고 말하는 게 더 교태롭고 하앍이라능. ‘~능’은 그런 느낌이라능. 그래서 처음에는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오덕후들 놀리는 거였다능. 정리하자면 오덕후들이 일본 번역체 쓰는 걸 놀리는 차원에서 쓰던 게 지금 정착한 거라능.

2. 다음 ‘~ㅇ미’체.

‘~ㅇ미’체는 원래 명사형으로 문장을 끝내는 ‘~임’체에서 나온 거임. 이 ‘~임’체는 특히 온라인 게임 채팅에서 유래한 거임.

게임이란 특징상 문장을 제대로 타자할 시간이 부족함. 또 채팅상대가 손위인지 아래인지를 확인할 방법도 묘연함. 곧 상대에게 꼬박꼬박 존대를 붙여 ‘~습니다’ ‘~습니까’ 하기엔 시간도 부족하고 상대의 연령도 알 수 없다는 거임.

그래서 게임 유저들은 문장을 짧게 해 타자시간을 줄이고, 존대인지 하대인지 불분명한 명사형으로 문장을 끝내기 시작함. 예를 들면

“지금 아이템 뭐 나옴?”
“도끼 나옴”
“밥 먹음?”
“ㅇㅇ 밥 먹음”

이런 식임. 따라서 굉장히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문체였음.

그런데 여기서 ‘뭥미?’라는 희대의 크리티칼이 나옴.

‘뭥미?’는 ‘뭐임?’의 오타로, 빨리 치려고 할 때 아주 자주 나옴. 따라서 유저들은 오타 ‘뭥미?’를 보고도 ‘뭐임?’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은 ‘뭐임?’ 대신 ‘뭥미?’를 사용하기에 이름.

이게 재미있어서 유행하다보니 급기야 ‘뭐임’은 ‘뭥미’로 ‘거임’은 ‘겅미’로 일부러 바꿔서 쓰는 ‘~ㅇ미’체가 번지기 시작한 겅미.

‘~ㅇ미’체의 유래는 이런 겅미.

3. ‘~스빈다’체.

‘~스빈다’체도 ‘~ㅇ미’체의 유래랑 똑같스빈다. ‘했습니다’를 빨리 치려다 보면 매우 자주 ‘했스빈다’로 오타를 치게 되고 이 오타가 자리잡게 된 문체가 ‘~스빈다’체이빈다.

존대이지만 딱딱하지 않고 발랄한 맛이 있어서 저는 매우 자주 이용하빈다.

4. 기타 ‘나영’체, ‘근영’체 등등등

이나영 갤러리에서 쓰는 ‘밥 먹었나영’ ‘우리 나영 언니 너무 이쁘지 않나영’ 등등 나영체가 있고, 문근영 갤러리에서 쓰는 ‘근영이 이쁘근영’과 같은 근영체가 있근영.

기타 소수 듣보잡들은 ‘정신줄 놓았는갑제?’처럼 전 월간조선 사장 조갑제를 연상시키는 ‘갑제체’를 쓰기도 하지만 아마 정신 분빠이 상태인갑제?

사용자 삽입 이미지
5.
언어는 의식을 구성하고, 의식은 언어를 통해 필터링되빈다. 높은 수준의 문명을 만들어내지 못한 인류 원시부족들은 사용하는 언어의 고도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빈다. 언어는 그래서 매우 중요하빈다.

예전에 가칭 ‘논객체’라는 게 있었스빈다. 2002년 대선 당시 서프라이즈, 진보누리, 한토마 등에서 활약하는 인터넷 논객들이 만들어 낸 일종의 인터넷 글쓰기의 문체이빈다. 서로 다른 내용일진대 형식은 매우 흡사하빈다.

기본적으로 신문 사설 형식을 빌어왔지만 그보다는 어떤 비장감이나 사명감이 강조됐고, 특정 단어들이 굉장히 많이 사용됐스빈다. 예를 들면 ‘공화국’, ‘살롱좌파’ 등등등.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런 논객체가 사용되던 2002년 당시 인터넷의 의식은 일정 부분 그 문체 안에서 표출되고 있었다고 생각되빈다. 그리고 역으로 그것은 다시 그 문체 안에 의식을 가둬두는 결과도 만들어내빈다. 개인적으로 이 논객체를 굉장히 고루하게 생각하는데 여러 블로거들의 글을 읽어보면 그 흔적을 느낄 수 있스빈다.

정조 시대에 문체반정이라는 게 있었스빈다. 패관잡기나 소설 따위는 바른 문체가 아니니 쓰지도 읽지도 말라는 것이었스빈다. 정조가 직접 이 문제를 지휘할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었스빈다. 단순히 문장론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빈다. 오랑캐 이민족인 청나라의 소설이나 글들 혹은 천주교인 서학의 글들이 들어오면서 소중화라는 주류의 사상이 위협받을 수 있었던 거빈다. 고로 문체는 생각을, 의식을 담는 그릇이었스빈다.

지금도 마찬가지빈다. 꼴보수 싸이트에 들어가서 글들을 읽으면 그들이 사용하는 문장과 단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스빈다. 이는 개혁이나 진보 세력에서도 마찬가지빈다. 또 최근에는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문장이나 구성 형식이 흡사한 글들이 많스빈다. 예전에 딴지일보가 욕과 구어를 그대로 사용하며 유행시켰던 ‘딴지체’도 같은 맥락일 거빈다.

그런데 논객체를 비롯 지금까지의 여러 문체들은 기본적으로 국립국어원에서 문제제기할 수 없는 바른 한국말이빈다. 하지만  ‘뭥미?’ ‘겅미’ ‘하냐능’ 등은 바른 한국말이 아니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문체들이 더 사랑스럽스빈다.

논객체가 기존 질서의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했다치면, ‘뭥미’ ‘겅미’ ‘하냐능’은 아예 기존 질서 자체에 신경쓰지 않스빈다. 새로 한글 맞춤법 규칙을 만들며 자기들끼리 낄낄대고 있는 거빈다. 그렇다면 이런 문체만큼 자유롭고 즐거운 문체가 어디 있겠스빈까?

문체는 의식을 반영하빈다. 한 시대에 유행하는 문체는 또 그 시대의 의식을 반영하는 것일 게빈다. 고종석 씨는 말했스빈다.

“모국어는 내 감옥이다”

그의 말마따나 자기가 쓰는 언어는 자기 의식의 한계이빈다. 젊은 네티즌들은 지금 그 한계를 뛰어 넘어 새 규칙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빈다. 그들은 단지 문체가 아니라 문학, 영화, 법, 정치, 역사, 음악 등등 다른 곳에서도 그 한계를 뛰어 넘어 새 규칙을 만드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학벌로, 생계로 그들의 상상력을 억압하는 사회가 오히려 우리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닌지 모르겠스빈다.

인터넷 문체 정리하다가 완전 삼천포 스테이지 안착이빈다.
끗이라능.


영진공 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