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사파리4로 노리는 것은?





최근, 애플이 웹브라우저 사파리 4 베타 버전을 발표했다. CSS3를 완벽하게 지원한다는둥, 새로운 자바스크립트 엔진 [니트로]의 탑재로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는둥, 화려한 선전문구를 곁들이면서, 맥용과 윈도우용을 동시에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써 보면 빠르다. 윈도우 버전의 사파리 4와 크롬의 속도를 벤치마킹해 봤는데 구글 V8 벤치마크 슈트를 제외한 다른 모든 테스트 – 선스파이더 테스트 등 – 에서 사파리가 크롬보다 조금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줬다. 게다가 텍스트 렌더링 엔진도 윈도우 기본 엔진을 이용할 수 있게 바뀌었다.


이 때문일까, 벌써부터 “애플이 본격적으로 브라우저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고 호들갑을 떠는 언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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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플은 데스크탑 시장에서 브라우저 전쟁을 벌일 여력도, 이유도 없다.


뭐시라? 똑 같은 웹킷 엔진을 이용해서 더 빠르고 멋지고 쌈빡한 브라우저를 만든 구글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급히 사파리 4를 만든 거라고? 만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너무 순진한 것임에 틀림없다.


일전에 나는 애플이 윈도우용 사파리 3를 개발한 이유는 아이폰/아이팟 터치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아이폰용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으면 웹어플리케이션으로 만들라던 애플의 권고는 사람들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수작에 불과했다. 얼마 가지 않아 애플은 사람들의 성화에 못이긴 척 하면서 아이폰용 공식 SDK와 함께 애플 앱스토어의 오픈을 선언했고,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 그리고 벌어지고 있는지 – 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뭐지? 애플에서 사파리 윈도우 버전을 계속해서 개발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순전히 홍보를 위해서다. 사파리의 핵심, 애플 비장의 무기, 웹킷을 홍보하기 위해서.


현재, 임비디드 OS를 사용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웹킷에 대한 관심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1) 공짜고,


2) 맥, 윈도우는 물론 리눅스용 소스코드까지 공개되었고,


3) 같은 오픈소스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에 비해 소스코드 크기가 압도적으로 작은 데다가,


4) 저사양 cpu에서도 비교적 빠른 속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구글 안드로이드에는 웹킷 엔진을 사용한 크롬 웹브라우저가 들어갔고, 노키아도 일부 휴대폰에 웹킷 브라우저를 얹었다. Adobe AIR 런타임 엔진에도 웹킷이 내장되었고, AIR 어플리케이션은 웹킷을 기반으로 해서 실행된다.


즉, 일반 데스크탑 사용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웹킷은 야금야금 시장을 파먹어 들어가고 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을 중심으로.


이제, HTML 5에 CSS 3에 몇 배나 더 빠른 자바 스크립트 엔진을 탑재한 사파리 4의 등장으로 인해 이전보다 더 많은 제품 기획자와 개발자들이 웹킷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제품에 웹킷을 기본 브라우저로 탑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강구할 것이다.


앞으로도 데스크탑 PC 시장에선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그리고 모질라의 파이어폭스가 계속해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 사파리나 크롬 등을 비롯한 웹킷 기반 웹브라우저는 데스크탑 시장에선 어쩔 수 없는 3인자의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데스크탑을 벗어난 다른 시장에서 웹킷은 서서히 시장을 잠식할 것이 분명하다. 좋건, 싫건, 확실하게. 그리고 윈도우용 사파리 4는 그러기 위한 초석일 따름이다.






영진공 DJ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