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를 이기는 방법

페더러와 페레르가 맞선 마스터스컵 결승전을

페더러 팬클럽 한국지부 회장이신 미스티님이 올려주신 하이라이트 동영상으로 봤다.

그걸 보면서 난 페더러를 이길 방법을 어느 정도 알아냈는데

나달이라면 “코트에 클레이를 뿌려라”가 정답이겠지만

페더러는 세계에서 나달 다음으로 클레이코트에 강한지라 대부분의 선수에겐 해당이 안된다.

하지만 페더러도 인간이었고

여러 차례 페더러를 위협한 페레러는 내게 페더러의 약점이 무엇인지 가르쳐 줬다.

첫째, 페더러가 있는 곳에서 가장 먼 쪽으로 강한 샷을 날려라.

페더러가 신 같지만 사실 못받는 공도 많다.

예컨대 페더러를 코트 오른쪽으로 몰아넣고 왼쪽으로 강한 샷을 날렸을 때

페더러는 뛸 생각도 안한 채 물끄러미 공을 쳐다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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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역동작을 이용하라.

페더러는 공이 어느 쪽으로 올지 예측을 잘하는 선수다.

그러니까 원래 치려는 방향으로 치지 말고 안치려던 방향으로 치는 거다.

예컨대 페더러가 득달같이 왼쪽으로 달릴 때

기습적으로 날린 오른쪽 방향의 샷은 그냥 위너로 연결됐다.

셋째, 드라이브 로빙을 시도하라

페더러는 나보다야 키가 크지만

테니스 선수 중엔 장신이 아니다 (페레르보단….한참 크더라)

페더러는 경기 중에 네트 대쉬를 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동영상을 보니 시즌 중반보다 발리가 훨씬 좋아져 아무리 패싱을 하려해도 다 걸린다.

하지만 페레르가 멋지게 띄운 로빙은 페더러의 머리를 훌쩍 넘어 라인 근처에 떨어졌다.

그러니까 페더러가 네트에 대쉬하기만 하면

빠른 속도의 드라이브 로빙을 올림으로써 페더러를 당황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넷째, 서브 코스를 어렵게 하라.

과거 샘프라스가 지존으로 군림한 건 서브 스피드 때문은 아니었다.

스피드는 오히려 이바니세비치가 더 셌지만

샘프라스는 서브 코스의 선택에서 워낙 탁월해

세컨 서비스에서도 곧잘 포인트를 만들어 냈다.

그러니까 로딕도 “이렇게 빠른데 받겠냐”며 서브 속도만 무작정 늘릴 게 아니라

코스를 좀 어렵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페레르와의 경기에서 페더러는 딱 한개의 서브 에이스를 허용했는데

그게 바로 센터라인 끝에 걸리는 서브였다.

맨날 거기로만 넣으면 눈치를 채니 바깥쪽 깊숙히 흘러나가는 서비스를 교대로 사용함으로써

페더러가 미리 예측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페더러의 리턴이 아무리 좋아도, 못받게 들어오는 서브는 못받는다.

다섯번째, 미녀를 멀리해라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페더러의 유일한 약점은 여친이란다(?).

그렇게 미모가 아닌 여친을 사귀는 게 페더러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건 페더러로 하여금 테니스에 전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클리스터스와 사귄 휴이트는 왜 몰락한거야?)

과거 잘나가던 선수들 중엔 여자의 매력에 홀려 경기력이 저하된 경우가 있는데

너무 미모만 따지지 말고 테니스에 전념할 수 있는 여친을 사귀는 게 좋다.

아예 안사귀면 더 잘칠 것 같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 경우엔 유혹이 아주 많아, 경기력에 더 마이너스다.

페더러를 보라.

한국에 여성 팬이 많다니까 “여친이랑 같이 왔다”고 하지 않나.

여섯번째, 마인드 컨트롤을 해라.

페더러는 아무리 어려운 경우에도 냉정을 잃지 않는다.

멋진 샷을 날렸을 때도 기껏해야 주먹을 쥐는 정도고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반면 다른 선수들은 어떤가.

사핀은 자신의 심리상태를 행동으로 다 드러내고

바그다티스는 뭐가 그리 힘든지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끄응—” 하고 신음소리를 낸다.

사실 페더러도 인간인데 왜 희노애락이 없겠는가.

그냥 참는 거다. 왜? 무표정한 척하면 상대가 지레 겁을 먹으니까.

페더러는 아마 분노를 터뜨리는 상대방을 보면서 자신이 이겼다고 좋아할 거다.

안된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로딕을 보면서 더 힘이 솟지 않겠는가?

아무리 화가 부글부글 끓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해봐라.

페더러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나타날 거다.

페더러가 로보트처럼 생긴 조코비치와 날바디안에게 졌다는 건

감정조절이 페더러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어떤가. 당장 라켓을 들고 한판 붙자고 페더러에게 달려가고 싶지 않은가.

이기고 나서 내게 한턱낼 필요는 없다.

우승상금으로 받은 돈 중 우수리만 떼어주면 된다.

120만8천달러라면 8천달러를 내게 주는 거지. 음하하하핫.


영진공 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