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 걸”, 꼬마 J가 피임약을???


<가십 걸> 주인공들의 또다른 가십- 첫번째 이야기  
꼬마 J가 피임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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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가십 걸> 실제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 이 글에서 묘사된 산부인과 병원 및 처방에 관한 내용은, 드라마의 배경인 미국의 상황이 아닌한국의 상황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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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가십 걸이야. 오늘도 너희에게 어퍼 이스트 사이더들의 소식을 전하러 왔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 오늘도 꽤 시끄러울 것 같은데?


꼬마 J(제니)의 핸드백에서 수상한 약이 발견됐거든. 그게 뭔지 알면 다들 놀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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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이 다니는 사립 고등학교 앞뜰. 한쪽에선 블레어와 그녀의 심복들이 수다를 떨고 있다. 그때 한꺼번에 울리는 학생들의 핸드폰. 모두들 동시에 문자를 확인하고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 가운데 ‘이게 웬 월척이냐?’ 란 표정의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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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복도.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는 댄. 누굴 찾고 있는 듯 열심히 두리번거리고 있다.)


세레나: (댄의 앞을 가로막으며) 댄, 어디 가?


댄: 제니를 찾고 있어. (가던 길을 계속 가며 무심한 듯 시니컬하게) 아 참, 너도 이 학교 학생이지? 당연히 가십 걸 메시지도 받았을 거고. 그러니까 내가 제니를 왜 찾고 있는지도 잘 알겠네.


세레나: (댄을 따라가며 급하게) 제니는 지금 학교에 없어.


댄: (우뚝)  뭐?


세레나: (별 수 없다는 듯) 오늘 저녁 자선행사 특별순서로 블레어네 엄마 패션쇼가 열려. ……제니는 거기에서 준비하는 걸 돕고 있을 거야.


댄: 맙소사.


세레나: 저기 있잖아, 댄.  나도 이 학교 학생이라 그런지, 오늘 가십 걸 문자란 걸 받았는데 말야.


댄: (피식)


세레나: 너무 신경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댄: 세레나. 난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 여동생이 핸드백에 피임약을 넣어 갖고 다닌다는 소문이 쫙 돌았는데 오빠인 내가 가만 있을 순 없어.


세레나: 댄. 제니가 어차피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 거라면, 피임을 하면서 만나고 있는 걸 기특하게 생각해야 해.


댄: (한숨) 제니는 이제 겨우 열 여섯이야. 물론 걔가 가끔은 나보다 철든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아무리 좋게 봐 줘도 아직 어린애라고.


(지나가던 척, 어느 틈에 갑자기 끼어들며)


척: 여동생은 오빠가 허락해야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건가?


(닫기)


세레나: 척, 그냥 지나가 줘.

척: 세레나가 몇 살부터 남자를 만나기 시작했더라? 아하, 오빠가  없어서 허락 받을 사람도 없었을테니 일찍 만나기 시작한 건 이해해 주지.
댄: 척, 넌 끼어들지 않으면 좋겠다.


척: 원래부터 한심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는군.  오빠나 되어 가지고 한심하기 짝이 없어.


댄: (발끈) 뭐야?


척: 이 봐. 잘 생각해 봐. 지금 제니가 섹스를 시작했냐 아니냐를 가지고 흥분해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친오빠라면, 여동생이 만나고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가장 먼저 그게 궁금할 것 같은데? 제니가 웬 양아치 같은 놈이랑 눈 맞은 건 아닌지, 늙은 여우한테 넘어간 건 아닌지, 그런 건 걱정도 안 되는 모양이지?


댄, 세레나: (사라지는 척을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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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단골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척에게 블레어가 다가온다.)


블레어: (척의 옆에 앉으며)  솔직히 말해.


척: 뭘?


블레어: 너지? 넌 그런 짓을 좋아하잖아.


척: ???


블레어: 모르는 척 잡아떼는군.


척: 무슨 소리지?


블레어: (버럭) 제니가 피임약을 갖고 다니는 거! 그거 너 때문 아니냐고!


척: (콧방귀를 뀌며)  내가? 제니를?


블레어: 그래. 순진한 여자애들 꼬시는 게 네 취미가 아니라곤 못하겠지. 게다가 넌 댄을 싫어하잖아. 그러니까 일부러 제니를 꼬드겨서 같이 잤을 가능성이 남고도 철철 넘치지!


척: 휴…….


블레어: (핸드폰을 꺼내며) 가십 걸에 제보할 거야.


척: (블레어의 핸드폰을 뺏으며)  진짜 그렇게 믿는 거야?


블레어:  아니야?


척: (단호하게) 내가 댄을 싫어하는 건 사실이지만, 증오라기보단 무시에 가깝지.  그런 지푸라기 같은 녀석을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여동생을 건드리는 수고를 한다는 게, 나 척 배스와 어울린다고 생각해? ……I’m, Chuck, Bess.


블레어: (찌푸리며) 그럼 대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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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혼자 걷고 있는 네이트. 어딘지 시무룩한 표정이다. 네이트 옆으로 리무진 한 대가 천천히 다가온다. 차창이 열리면, 고개를 내미는 척.)


척:  너도 아닌 거로군.


네이트: ?? 뭐가?


척: 제니의 상대가 너였다면, 이 시각에 혼자 방황하고 있진 않겠지. 한창 자선행사를 하는 중이니까, 지금쯤 패션쇼를 보러 갔을 거야.


네이트: (고개를 돌림)


척: 제니에게 관심이 있었지?


네이트: …….


척: (비아냥) 가난한 브룩클린 소녀에게 차인 네이트 아치볼트라……. 이런 사건은 아치볼트 가문에선 처음 있는 일이겠지?


네이트: (노려봄.)


척: 차에 타.


네이트: ??


척: 행사장에 가서 확인해야지. 제니가 누구랑 눈이 맞았는지.


(네이트, 머뭇거리다가 척의 리무진에 탄다. 행사장을 향해 달리는 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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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행사가 열리고 있는 넓은 행사장. 제니는 무대 뒤에서 곧 있을 패션쇼 준비에 한창이다. 여러 벌의 옷을 들고, 모델과 스태프들 사이를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 제니. 이윽고 댄과 세레나가 나타난다.)


댄: (제니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제니!


제니:  (깜 짝) 여긴 웬일이야? (댄과 세레나를 번갈아 보며 재빠르게)  있잖아, 오빠, 학교를 안 간 건 오늘 이 패션쇼가 나한텐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야.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원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지 월더프 아줌마한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거든. 현장학습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까 아빠한테는 오늘 내가 결석한 걸……


댄: (말을 자르며) 그 얘길 하려고 온 게 아냐.


제니: 아냐? 그럼 무슨 일이야? 빨리 말해.


댄: 하지만 네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오늘 결석한 걸 아빠한테 말할 수도 있어.


제니: 오빠, 제발. 뭘 말하라는 거야?


댄: (의아한 듯) 너 핸드폰도 안 보고 사니?


제니: 응? 아, 가방 안에 있어. 정신 없어서 꺼내볼 생각도 안 했는데. 왜?


세레나:  제니, 오늘 가십 걸 소식은 네 얘기야.


제니: ……제가요?!!


댄:  어쩐지 반기는 표정이다?


제니: 당연하지! 가십 걸 대상이 된다는 건 주목 받는다는 뜻이니까!


댄: 무슨 내용인지 알고도 그렇게 좋아하려나.


제니:  (당황하며) 무슨 내용인데?


댄: (도리도리. 차마 직접 말을 못 꺼낸다.)


세레나:  제니, 네가 핸드백에 피임약을 넣고 다닌다는 소식이었어.


제니: (아무렇지 않은 듯) 아, 네.


댄: 아, 네??


제니:  ……그게 끝이야?


댄: 뭐야, 그 반응은?  너처럼 어린애가 피임약을 들고 다니는 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일이야?


제니: 아, 그게 피임약인 건 맞지만, (웃음을 터뜨리며) 설마 내가 남자를 만나고 다니느라 피임약이 필요했다고 생각한 거야? 맞지? 맞지?


댄: (당황하며)  그럼… 그러지 않고 그게 왜 필요해?


제니: (세레나를 보며) 언니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세레나: (당황하며) 그게… 음… 그래.


제니: 풉. 못 말리겠네. 난 또 뭐라고. 그런 거 아니거든? 일단 지금은 너무 바쁘니까 쇼가 끝나면 얘기하자. (종종 걸음으로 사라짐)


댄, 세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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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드디어 오늘 자선행사의 클라이맥스인 패션쇼의 막이 오르고 있다. 행사장 한쪽에서 무대를 보고 있는 척. 어느새 블레어가 다가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비아냥거린다.)


블레어:  이것도 변명해 보시지.


척: (돌아보며) ?


블레어: 관심도 없는 행사장에 굳이 온 이유가 있을 텐데? 심심해서 왔을 리는 없고. 행사랑 관련된 누군가를 보러 왔겠지. 그게 누굴까?


척: (피식) 심심해서 왔을 리가 없지. (고개를 돌리자 네이트가 사람들을 헤치고 다가오고 있다.)


블레어: (깜짝 놀라며) 네이트?? 네가??


네이트: 뭘?


블레어: 네가? 설마?? 제니랑??
네이트:   …….


척: 네이트도 아니야. 제니한테 관심은 있었지만 차였달까 그런 셈이지. 우린 누가 제니의 남자인지 알아보러 온 거야.


블레어: 대체 누구지?


(척과 네이트, 블레어: 행사장을 둘러보지만 도무지 짐작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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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후. 행사장 밖에서 제니를 기다리는 댄과 세레나. 잠시 후 달려오는 제니.)


제니:  오빠! 언니!


댄: 다 끝났어?


제니: 응. 오래 기다렸지? 나 너무 배고파. 오빠, 나 오늘 완전히 성공했어! (잔뜩 들떠서)  월도프 아줌마가 날 눈 여겨 봤다고! 쇼가 끝나고 수고했다면서 웃어주기까지 했어! 나를 계속 써 줄 가능성이 높다고!!


댄: (떨떠름) 그래, 잘 됐다. 하지만 우린 그것 말고 할 얘기가 더 있을 텐데.


제니: 응? 무슨 얘기?


댄: (기막혀서) 가십 걸은 완전히 신경 쓰지 않고 있구나.


제니: 아~ 난 또. 또 까먹고 있었네. 어디 한 번 보자.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하곤) 푸훗. 이게 뭐야. (다시 들떠서) 오늘 이 뉴스로 시끄러웠어? 다들 뭐래?


댄: 제니, 웃을 일이 아니야. 좋아할 일은 더더욱 아니고. 넌 아직 어린애야. 게다가 네가 대체 누굴 만나고 있는지도 알아야겠어.


제니: (한숨을 쉬며) 일단 밥을 먹으러 가자. 먹고 얘기해 줄게. 세레나 언니, 우리집에 가서 같이 식사해요.


댄: 그 얘길 집에서 하자구? 아빠도 계시는데?


제니: 그러니까 집에서 하자는 거야.


(댄, 세레나: 팔짱을 낀 제니에게 얼떨떨한 표정으로 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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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과 제니의 집. 아빠인 루퍼스를 비롯해 모두들 후식으로 차를 마시고 있다)


제니: 아빠. 오늘 오빠가 내 피임약에 대해 물었어요.


댄: (깜짝 놀라서)  뭐야. 아빠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가만 있었어요?
루퍼스: (딴청 부리며) 세레나, 차는 입맛에 맞니?


세레나: (당황하며) 네? 네….


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고작 열 여섯인 애가 피임약을 들고 다닌다는 소문이 퍼졌는데 당사자는 별일 아니라고 하고, 심지어 아빠까지 알고 있었다면서 상관도 안하고 있었다니. 우리 집이 이런 집안이었어?


제니:  오빠, 내가 그 약을 먹는 건 PMDD 때문이야.


댄: PMDD? 처음 듣는 이름인데. 누구지? (세레나를 보며) 누군지 알아?


세레나: (댄과 달리 빙긋 웃으며) 으흠, 알지.


댄: 그게 누군데? 왜 갑자기 안심이란 표정이 됐지? 그렇게 괜찮은 녀석이야?


제니:  오빠, PMDD는 ‘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의 약자야. ‘월경전 불쾌 장애’라고.


댄: …월경… 뭐?


제니:  생리하기 일주일쯤 전부터 신체적, 정신적으로 괴로운 상태를 PMS(월경전 증후군)라고 해. 그건 들어봤지? 배에 가스가 꽉 찬 것 같이 답답하면서 아프기도 하고, 경련이 일기도 해. 머리도 너무 아프고 온몸이 아프기도 하지. 온몸의 근육이 잘근잘근 씹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어. 유난히 피곤해지기도 하고. 그래도 육체적으로 아픈 건 참을만 한데, 정신적인 고통도 꽤 심하거든. 짜증도 심해지고, 기분이 널뛰기도 해. 걱정, 긴장, 슬픔, 절망, 우울함, 무력감이 막 한꺼번에 밀려오기도 한다구. (세레나를 보며) 언니는 내 맘 알죠?


세레나: 난 심한 편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있어서 공감은 해.


제니: 전 너무 심해요. (한숨) 아무튼 PMDD는, PMS보다 더 심각한 상태를 말해. 신체적, 정신적인 증상들 때문에 일상 생활이 방해 받을 정도로 심한 상태를 PMDD라 부르는 거지.


댄: 그랬구나. 난 까맣게 모르고 있었네. …그런데 피임약을 먹는 게 그것 때문이라구?


제니: 응. 내가 먹는 피임약은 PMDD 증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거든.


댄: 그런 게 있어?


세레나: 나도 그것까진 몰랐어.


제니: 나도 병원에 가서 상담하다 알게 됐어. 모든 피임약이 다 그런 건 아니고, 일부가 그래. 붓기나 두통 같은 신체적인 증상에도 효과가 있지만, 신경과민이나 우울증, 불안감 같은 정신적인 증상도 완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 그래서 먹기 시작한 거고, 아빠한텐 벌써 말했어.


루퍼스: (댄을 보며 어깨를 으쓱)


댄:   왜 나한테만 말하지 않은 건데?


제니: (비꼬듯)오빠가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은 줄 몰랐지.


루퍼스: (뭐라고 말하려는 댄을 가로막으며) 너희 엄마도 그맘때만 되면 얼마나 예민해졌는지 모른단다. 엄마도 힘들어했고 덩달아 나도 힘들었지. 그래서 제니가 약을 처방 받는다기에 그러라고 했어. 그냥 참는 것보단 그 편이 나을 것 같아서 말이지.


댄: 하지만 꼭 약을 먹었어야 했어? 그냥 해결할 방법은 없었어?
제니:  나름대로 여러 궁리를 해봤다구. 카페인과 소금 섭취를 줄이면 긴장과 짜증을 완화할 수 있대서 그렇게 해 봤지. 과일이랑 채소처럼 비타민과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식사 때마다 단백질을 챙기는 게 좋대서 그렇게도 해 봤어. 설탕과 지방 섭취를 줄이면 기분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기에 그 좋아하는 도너츠도 끊었는데. 오빠가 몰라서 그렇지, 그동안 내가 식단에 얼마나 신경 써왔는지 알아? 규칙적인 운동도 좋다고 해서 이것저것 해 봤다구. 내가 요가학원에 괜히 등록했는지 알아?


댄:  잘생긴 스페니쉬 강사 때문인 줄 알았지. -_-;;


제니: 에효.  아무튼, 민간요법이라 알려진 방법을 이것저것 해봐도 난 효과가 크게 없었어. 내 친구들은 저런 방법들로 효과를 꽤 본 애도 제법 있는데, 난 여간해선 소용이 없더라고. 그래서 이번엔 약을 먹어보는 거야.


세레나:  그래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제니: 글쎄요. 저는 이제 막 복용하기 시작한 참이라서요. 일단 PMDD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 계속 먹어보면서 체크해 봐야겠죠.


댄:  그래도 피임약을 먹기엔 너무 어린 나이인 거 아냐? 이른 나이부터 먹기 시작하면 약 성분이 몸에 쌓이는 거 아냐?


제니: 염려 마. 먹는 피임약은 몸에 축적되지 않아. 복용하는 걸 멈추면 더 이상 체내에 약 성분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구. 무엇보다 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적절한 복용을 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게 아니라고.
댄: 나쁜 짓이라고 한 적은 없어. 다만 난… 그러니까…….
세레나: 아무리 생각해도 못마땅한 거구나?
댄: 솔직히 그래. 복용 이유가 어찌됐든 간에 나는 좀……. (루퍼스를 바라본다.)
루퍼스:  (어깨를 으쓱하며) 제니의 경우엔 일단 PMDD 완화 목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거지만, 솔직히 제니가 피임을 목적으로 복용하는 거래도 내가 뭐라 하진 않았을 거다. 물론 제니가 아직 어린 나이긴 하지만, 요즘 아이들 성문화가 우리 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단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거든. ……아니냐??
댄, 세레나, 제니:    …….

루퍼스:
그러니 성관계를 장려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어떤 피임 방법이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뭔지 알고 있는 게 필요하다고 봐. 그래야 만약의 경우에 제대로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겠니.


댄: 그래. 아빠 말도 맞고 오해도 풀렸어. 하지만 가십 걸이 퍼뜨린 소문은 어쩔 건데?


제니: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꺼낸다.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는 제니.)


댄: 뭐 하는 거야?


제니:  가십 걸에 제보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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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동시에 가십 걸의 문자를 확인하는 아이들. 의기소침한 기색으로 혼자 바에서 술을 마시던 네이트는 환한 표정이 되고, 자기 집 침실에서 잔뜩 찌푸리고 있던 블레어는 핸드폰을 보곤 의미심장한 표정이 된다.)


블레어: (혼잣말로) ……가십 걸이 정말 여자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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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니야. 소문은 소문으로 잠재워야 한다는 걸 아는군. 어쨌든 제니는 남자 때문에 피임약을 먹는 게 아니었어. PMDD 때문이었군. 그 고통을 아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이번 뉴스는 특별히 자세히 공개해 줬어.

그나저나,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고? 그것만은 비밀로 해 둘게. 어쨌든 모두들 날 좋아하잖아? 그럼 다음에 또 만나. 잘들 지내고 있으라구.


 …XOXO, Gossip girl.

영진공 도대체


영화가 내게 꺼내 든 옐로우카드


하늘이 뚫린 듯 비가 퍼붓던 날, 퀵 아저씨가 장판같이 두꺼운 우비를 걸치고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땅이 꺼질듯 거친 한숨을 내뱉고는 그가 말했다. “오늘 또 한명 갔어. 젠장.  아 진짜 조심히 좀 다니라니까. ”

누군가 빗길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얘긴가 보다. 무슨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빗길인데 조심하세요.” 라고 겨우 소리 내었다.


비보호 좌회전

단편영화 <비보호 좌회전>에는 길가에 서서 우유와 빵조각을 입 안에 쑤셔 넣는 걸로 끼니를 대신하고 급하게 다음 배달
장소로 떠나는 퀵 기사가 등장한다. 여기저기서 ‘빨리빨리’를 외치는데 하필 이때 오토바이가 멈춰 선다.

다른 방도가 없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죽을힘을 다해 달리다가 급한 대로 택시를 잡아탄다. 하지만 이미 늦을 대로 늦은
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줄 아냐며 코앞에 서류 봉투를 거칠게 흔들며 으르렁대던 여자는 앞으로 거래하지 않겠다는 쉬운 결정을
내리고는 휙 떠난다.


그간 얼마나 많은 필름, 테잎, DVD 들을 영화제, 상영회, 개봉관으로 서울, 대구, 부산, 분당을 마다치 않고 퀵서비스를 통해
전달했을까. . 전국 각지로 가장 빠른 서비스를 ‘빨리빨리’ 부르고 보채고 따지고 깎으며 이용한 고객인 나는 그들에게 진심의
인사를, 절실한 안부를 건네보긴 했을까.

 


친구사이

파주

부산에서 본 많은 영화들은 택배 아저씨부터 스무 살 게이커플까지 내가 아닌 남의 사연을 조곤조곤 얘기한다. 왜 이제야 다른 사람들의 사연이 들리는 걸까…..

 

얼마나 긴 시간동안 나 혼자밖에 모르고 살았냐하면 말로 꺼내놓기 부끄러워 어딘가로 숨어야 할 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고민은 간결한
조언 한마디로 끝냈고 남의 단점을 쉽게도 꼬집었다. 남의 걱정은 내 것이 아니었고 똑같지 않은 것엔 공감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방적이고 내 중심적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 이상한 나를 PIFF 영화들이 거울이 돼 비췄다.



여행자

산책가

<친구 사이>의 밀리터리 게이 커플도, <파주>의 결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나눈 형부와 처제도,
<피시탱크>의 방황하는 15살 소녀도, <산책가>의 앞 못 보는 꼬마도, <여행자>의 고아원서
아빠를 기다리는 진희도. 모두 나보다 몇 겹은 두터운 이야기를 품고 산다.

그러면서도 <닿을 수 없는 곳>의 어린 가장은 아픈 엄마와 어린 동생 그리고 집 나간 아빠까지 모두 제 품안에 끌어안는다.
들 모두는 짊어진 무게가 벅차도 위로를 구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혼자의 몫으로 받아들인다. 세상의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고
심지어 행복한 노래로 마땅히 아픔을 삼킨다. 땅 속에 제 몸을 묻어버릴 만큼 모든 걸 놓고 싶던 어린 소녀조차도 결국 세상 속
자기만의 오솔길을 찾아 천천히 걷는다.


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임을 작품으로 일깨운 감독들의 깊은 혜안에 고개가 숙여진다. 이번 PIFF 방문에서 더 늦기 전에 타인의 손을 잡을 것을 경고 받은 셈이다. 영화가 들이민 옐로 카드다.

영진공 애플

[PIFF 2009] 밀면은 역시 남포동 할매 가야밀면

개인적으로 부산에 오면 빠지지 않고 먹고야 마는 것이 바로 밀면이다. 보통 면 종류는 국물맛이라고 하나 개인적으로 면만으로도 충분히 맛난 것을 즐길 수 있는 밀면이야말로 언제든 군침을 돌게 만드는 것 중 하나다.
남포동 뒤쪽 맛집 골목을 돌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할매 가야밀면은 면에 다른 것을 섞지 않고 100% 밀가루를 쓰게 된 첫 효시(?)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물론 거기 계신 분에게 직접 확인해 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다들 알다시피 밀면에 대한 설은 3가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6.25때 피난 온 함흥 분들이 메밀을 구하기 힘들어서 미군 구호품인 ‘밀가루’로 만들었다는 데 가장 신빙성을 두고 있다. 여름에 부산이 덥고 습하니 시원한 냉면은 땡기고, 음식은 모자라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은가?

시원한 비빔밀면 하나 먹으면 정말 모든 걱정 사라지듯 즐거움으로 가득해진다. 하루종일 PIFF의 운영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도 이 즐거운 맛 거리 하나에 싹 가셨다. PIFF 때문에 부산을 찾았지만 PIFF로 인해 상처를 받고 부산 특유의 밀면으로 치유받는다고나 할까?
부산의 인심이 밀면에서 느껴진다면 너무 과장될 수도 있겠지만 얌체같은 – 이라고 써놓고 이문만 밝히는이라고 읽어보자 – 서울사람들과 참으로 다른 면이 바로 ‘곱배기’일 것이다. 그저 500원만 더 주면 먹을 수 있는 밀면 곱배기인데도 양은 정말 ‘두 배’다. 말 그대로 ‘곱배기’인 것이다.
먹을 걸로 장난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시대. 양부터 정직하게 ‘곱’으로 주는 밀면집. 정말 감동이 두 배다. 쫄깃한 맛까지 감동이 세 배다.
배터지도록 면을 후루룩 먹고 걸어나와 남포동 시장 골목 골목을 누비면서 부산의 정취를 느끼니 어느새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PIFF 따윈 다 잊어버리고 사람사는 모습들에 치유되어 서울로 돌아가는 KTX를 탔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부산’이라서 즐거웠던 기억이 PIFF 2009에서 건진 유일한 행복인 듯 하다.
내년 PIFF에서는 제발 스타와 스폰서들의 ‘제품’이 아닌 ‘영화와 영화인, 영화팬’으로 가득한 PIFF이길 기대해본다.

영진공 함장


[PIFF 2009] PIFF 빌리지 풍경

예매한 영화가 상영 취소 되었으니 야외 이벤트만 둘러볼 수 밖에 없었다.


광안대교의 아침은 밤의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밋밋한 맛이 있었다.


오늘 하루 날씨가 무척 좋으리라는 기대도 할 수 있는 해운대의 아침이란 부산 사람들이 정말 살기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부러움도 느끼게 했다. 물론 이는 해운대에 쉴 새 없이 올라가고 있는 고층 아파트의 주인들 뿐이겠지만 말이다.

PIFF PAVILION 앞에 만들어둔 모래 미술은 상당히 귀여운 작품이었다. 작년에는 여기서 ‘아주담담’이 이루어졌는데 올해는 이 작품으로 인해서 PAVILION이 조금 덜 붐비는 느낌을 받았다.

따가운 햇살을 피할 길 없는 booth 들 사이로 즐거운 사람들이 보였다. 영화제의 열기도 열기지만 항상 PAVILION 옆의 이 하얀 천막들은 참으로 어색한 분위기로 느껴진다. 뭔가 PAVILION과 비교되는, 뜬금없는 booth 들이랄까?
booth들 끝에 자동차 전시가 이루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홍보시스템과 더불어 또 그 옆에서 기무라 타쿠야와 이병헌, 조쉬 하트넷이 등장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 안 어울리는 해운대 백사장의 아쉬움은 아마 PIFF 2009가 개인적으로 역대 최악의 영화제라고 손꼽고 싶게 만들 정도로 통일성도, 영화제 느낌도, 그 어떤 흥분을 느낄 수 없는 어색함으로 가득한 자리였다.
예산을 줄인 건가? 아니면 담당 PIFF 마케터가 협상에 실패한 건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중요한 부분을 위해 돈을 더 들여서 ‘거화취실’이라도 한 건가? 2009년 PIFF는 방문객들에게 무슨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는가?
PIFF 빌리지를 걸어다니면서 그 어떤 질문에도 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영진공 함장


[PIFF 2009] 여전히 아름다운 부산의 밤 … 작년만 못한 Piff …

2009년 PIFF를 맞이하여 무슨 대학 수강신청도 아닌, 1분만에 매진되는 영화제 예매를 겨우겨우 통과하여 단 ‘한 편’의 영화표를 얻는 데 성공했다.

영화제에 내려와 하루 기본 3편의 영화를 봐주어야함에도, 주말이라는 일정상의 이유로 인해 사람들이 몰려서 그런지 도무지 표를 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영화제가 꼭 영화만 보라고 있는 것은 아니니, 그저 영화제의 정취를 느끼려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밤풍광을 뒤로하고, 손에 그러잡은 캔맥주의 모금 모금은 도시 속에 지쳐가는 영화팬의 아련한 향수를 찾아가는 두근거림으로 가득했다.
부산역 광장은 여전히 영화제 특수를 노리려는 호객행위가 끊이질 않았다. 일반 택시를 타고 해운대까지 8~9천원이면 충분하련만 단체 고객을 상대로 봉고차를 태워주겠다며 3만원을 요구하는 그 어처구니 없음이란. 그런 차량 이용했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란 말인가.
금요일 밤의 부산은 언제나 그렇듯이 터널마다 차가 조금씩 정체되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수영만부터 시작되는 ‘PIFF’정체는 영화제의 열기를 느끼게 만들기 충분했다. 간단히 콘도에 짐을 풀고, 부산의 밤바다를 구경하러 다시금 걸어 나왔다.
광안대교의 야경은 언제봐도 아름다웠다. 물론 서울에도 넘치는 다리의 아름다움이지만, 부산의 정취와 맞물려 알게 모르게 설레게 만드는 그것이 있다. 부산역에 내려 해운대로 오는 택시 안에서 바라보던 부산의 부둣가와 달리, 영화제가 있는 해운대에 도착했다는 기분은 오히려 이 광안대교가 느끼게 해준달까?
어쨌거나 그토록 유명하다던 청사포의 ‘수민이네’로 맛기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산의 명물인 달맞이고개를 넘어 청사포로 내려가면서 밝게 만을 내리 쬐는 달무리를 바라보자 영무 이름을 ‘Moon-tan’으로 지은 달맞이 고개가 다시금 감각있게 느껴졌다. – 공교롭게도 한글날이었기에, 그런 ‘달맞이’라는 표현을 외국에 알릴 수 있는 묘한 단어라고 생각되었다 –
‘수민이네’는 조개구이로 입맛을 다신 후 ‘장어구이’로 그 백미를 느끼고, 거기에 하나 더 하여 우럭을 통째로 구워 먹으면 정말 맛난 ‘구이’를 느낄 수 있다. 따로 양념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밤 조명에 불판을 다 태워가며 정신없이 먹어대도 전혀 다음 날이 부담 없는. 그렇게 맛있는 곳이다.
내가 이곳에서 먹은 후 수영만에서 공연을 진행한 연예인들이 다시금 몰려와 새벽을 불살랐다는 소문을 다음 날에서야 들었다. 조금만 더 청사포의 풍광을 즐기며 노닐었으면 꽤 많은 연예인을 볼 수 있었으련만. 아쉽다.
청사포에서 다시금 해운대로 돌아와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하면서 하루를 정리했다. 영화제의 밤은 포장마차 사이로 동녘이 틀때까지 계속되건만, 하루밖에 일정을 잡지 못한 직장인 영화팬의 스케쥴은 새벽을 술로 보내기에 너무 위험하기에 이 정도 선에서만 끝내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 날 들려온 이야기지만 역시나 새벽녘에 PIFF 빌리지 옆의 포장마차 사이로는 수많은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얼큰하게 취해가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고 한다. 역시나 영화제의 꽃은 행사도 영화도 아닌 그런 영화인들 사이에 꼽사리로 끼어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 아닐까 아쉬워해본다.


이번 영화제를 위해 주말 부산 방문을 계획하고 영화 예매를 시도하여 어렵사리 표를 확보한 영화는 전계수 감독의 ‘뭘 또그렇게까지’. 오전부터 시작해서 오후까지 전 상영관의 영화들이 매진이 되자 더 이상 영화에 대한 욕심을 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작년과 달리 프레스 뱃지가 주어지지 않고 게스트 뱃지가 주어졌지만. 그래도 게스트를 위한 표가 일정부분 남아 있으리라는 기대도 어느 정도 하고 있던 상황이라 크게 개의치 않고 부산으로 과감히 내려왔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 이용자의 습관마다 다르지만 내 경우에는 예매 후 예매번호만 기록하고 더 이상 예매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는다.출력하면 종이 낭비이고, 예매 번호는 각 예매자에게만 부여되는 고유 번호이므로 중복되지 않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PIFF운영측은 예매 사이트와 PIFF 공식 사이트의 도메인도 분리해 접속 경로를 다르게 구성해뒀다. 예매 외에 예매 사이트를 들어갈일은 없다. 이미 스케쥴도 다 작성한 상황에서 느리게 돌아가는 PIFF 공식 사이트를 다시 접속할 이유도, 명분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발목이 잡혔다.
예매한 영화표를 찾기 위해 발권장을 찾자 들려오는 말 –
“배급사가 일방적으로 영화 상영을 취소했습니다”
– 그래서 어쩌라구요?

영화 상영이 어제 새벽에 취소 되었다 한다. 아마 8일 새벽으로 사료된다. 7일 이후에 예매를 취소할 경우 ‘수수료’가 부여된다. 그러나 영화의 상영이 취소되면?
1. 영화 상영이 취소될 경우 예매 고객에게 일일이 공지를 해야 하지 않는가? 달랑 홈페이지에 공지 팝업 창 하나 띄우면 그만인가? 그마저도 상영시간표에서는 삭제하지 않고 팝업만 올려두면 혼란을 일으키는 관객은 어찌할 것인가?
2. 일일이 공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상영취소에 대한 환불이라도 즉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제 시작 직전에 일어난상황이라 하더라도 상영 취소 영화의 경우 무려 이틀이라는 여유시간이 있었다. 단 하나의 영화를 보기 위해 부산을 내려온 관객이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하는가? 이 사람들의 스케쥴을 어떻게 보상하려고 이런 무지막지한 일을 저질러버리는가?
3. 환불 자체도 인터넷 상에서 불가능하고 – 프로세스를 아예 개발하지 않은 듯 하다 – 직접 찾아온 관객에게 환불을 해주려고,함흥차사처럼 연락없는 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현금 뭉치를 들고와서 환불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 분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들었다.영화에 대한 열정만으로 자원봉사를 선택한 이 분들이 왜 이런 막장 운영으로 고생을 해야하는지…
4. 영화 상영이 취소되었으면 예매 발권 창구에 홍보 시트 한 장 붙여두면 무슨 문제가 되나? 발권을 위해 장장 40분을 줄 서서 기다리고 창구에서서 들리는 한 마디가 ‘상영이 취소되었는데요…’면 정말 맥이 빠진다.
5. 이 모든 프로세스를 2시간 동안 멍하니 기다리고 자원봉사자 분에게 합리적인 대화를 건네고 ‘기다리고’ 받아낸 결과다. 그리고 달랑 날아오는 ‘카드결제취소’문자 뿐.
고작 1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그것도 그 단 하나의 영화를 보기 위해 내려온 내 부산 여행이 한 방에 목적을 상실한 영화제 야외 죽돌이로 전락시켜버렸다. 영화보러 내려왔는데 영화관엔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일일 4회, 1편당 1장의 영화를 예매할 수 있는 게스트 뱃지도 무용지물이었다. 도무지 매진이 되지 않은 영화가 없었다.게스트를 위해 영화를 보기 좀 불편한 좌석들(맨 앞 줄이라던가)을 남겨두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참으로 잔혹했다. 나 뿐만이아니다. 나와 함께 줄 서 있던 대부분의 게스트가 예매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내가 예매한 영화의 시작 시간 1시간 반 전까지도 아무런 환불 준비 조차 되어 있지 않은 영화제 운영을 보면서 참으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미투데이’를 비롯해서 온갖 홍보로 떡칠을 해두었음에도 예매, 발권, 게스트 서비스 등이 작년보다 훨씬 뒤쳐졌다. 그나마작년에는 자원봉사자에게 어느 정도 융통성 발휘도 가능하게 끔 운영된 모양인데 올해는 더욱 더 제한된 권한을 갖고 있었다. 일이터질때마다 담당자에게 물어야하는 바쁜 휴대폰을 보면서 든 의아함은 저 자원봉사자들의 ‘휴대전화 요금’은 누가 내줄까였다.
실질적 운영자들은 콧배기도 볼 수 없이 자원봉사자들만을 대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아무런 잘못 없는 그들에게 웃는 얼굴로 대하던 그 두 시간은 참으로 곤욕이 아닐 수 없었다.

영진공 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