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특검] 왜 도핑테스트를 피하려 하는가?

게임은 끝났다. 하지만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다. 도핑테스트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도핑테스트 (Doping Test)란 경기에 참가한 선수가 금지약물 등을 복용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경기력을 향상시켰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해당 선수의 성적이 몰수됨은 물론 선수 자격의 박탈에까지 이를 수도 있는 테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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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2007년 17대 대선의 모양새가 딱 이렇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17대 대통령 당선자로 결정되었지만, 그에게는 마치 도핑테스트 같은 “BBK 특검”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당선자의 소속 정당 대표가 “당선자가 나라를 추스르고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특검 조사로 아무것도 없다면 정력만 낭비하는 것이고 기소해봐야 현직 대통령을 처벌할 수 없어 재판 진행도 안 된다”며 현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요구하고 있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왜냐고? 그 이유를 말하기 전에 먼저 “BBK 특검법”이 통과된 배경을 보자.


아시다시피 12월 초에 검찰이 BBK 건에 대해 이명박 당시 후보자가 혐의 없음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발표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의를 제기하였고, 결국 BBK 특검법이 발의되기에 이른다.


그렇게 특검법이 발의되기는 했어도, 실제 통과 및 공포가 되기는 어려울 듯 보였다. 그런데 현 당선자가 예전에 한 강연에서 자신이 직접 BBK에 관련돼있다는 의혹을 살만한 발언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그러자 당시 이명박 후보자는 떳떳하니 숨길 게 없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특검법을 수용한다 하였고, 그렇게 BBK 특검법은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경기 전에 한 공인기관에서 어느 선수가 부정한 약물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이후에 그 선수가 과거에 문제가 있는 약물을 복용한 듯 보이는 정황이 나타났고, 그렇다면 다른 공인기관에 테스트를 맡겨보자는 제안에 해당 선수도 이를 수용한 것이다.


그런데 경기 이후에 해당 선수가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히 나은 성적으로 1등을 하였다고 코치진들이 나서서 도핑테스트를 받기 싫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


그리고 그 이유라는 것이, “당선자가 나라를 추스르고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특검 조사로 아무것도 없다면 정력만 낭비하는 것”이라는데,


이건 전제가 잘못되었다. 특검 조사로 아무 것이 있을지 없을지는 해봐야 아는 것이다. 그리고 특검 조사로 아무 것도 없다면 오히려 당선자가 나라를 추스르고 경제를 살리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기소해봐야 현직 대통령을 처벌할 수 없어 재판 진행도 안 된다”는 것인데,


이 무슨 법치주의를 뿌리부터 부정하는 발언인가. 위법이 의심되어도 당사자의 신분상 처벌이 힘들다면 조사도 하지 말고 그냥 없었던 일로 덮어두자는 말인가. 이런 발언들이 오히려 의심을 더 키운다는 걸 모르고 이러는 걸까.

그러지 마라. 결과에 대한 해석이 어떻든 국민들이 투표에 의해 대통령 당선자를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받은 소중한 권력의 주변에서 자꾸 그런 소리가 나오면 국민들은 되려 당선자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낼 수도 있다.


그 따가운 시선이 지금의 특검보다 더 큰 부담이 될 거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면, 아니 그런 따가운 시선쯤은 무시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런 소리는 그만하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특검에 응하기를 바란다.


영진공 편집인 이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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