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해도 된다: 『 Major League』

2004년 10월 26일
과거사 청산위원회

1. 취지: 과거는 그 미추(美醜)에 따라 과도하게 미화되거나 묵살되어서는 아니 되며 현재의 시점에서 객관화 가능한 잣대를 통해 엄격히 평가하여 잘한 것과 잘못된 것을 가리고 교훈을 남겨 이를 희망찬 미래를 건설하는 토대로 삼아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영화진흥공화국”의 과거사에 대한 기본정신에 입각하여 설립 된 본 “과거사 청산위원회”는 계속되는 활동을 통해 우리 공화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과거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조사기관: 제 1 조사분과(위원장: 이규훈)

3. 제 1 차 조사대상: 영화 『Major League』 (1989)


4. 조사배경
미국의 프로야구 리그(MLB)에는 New York Yankees라는 팀이 있다. 이 팀을 대하는 MLB 팬의 태도는 딱 두 가지다. 열광하거나, 증오하거나. 열광하는 입장에서는 New York Yankees가 승리를 위해서는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며 경기에 들어가서는 화려한 플레이를 통해 언제나 이기는 야구를 펼친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지만, 반면에 증오하는 입장에서는 그 구단이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또한 승리를 돈으로 사려고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구단은 실력 있는 선수를 일단 엄청난 액수의 돈으로 사들여서 당장의 승리를 위해 투입하고 대부분 원하는 바를 이루긴 하지만, 좋은 재능의 신인을 발굴하고 꾸준히 키워 미래를 기대하기 보다는 다른 구단에서 검증을 거쳐 전성기를 맞아 Free Agent의 자격으로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을 커다란 액수의 돈과 우승 가능성으로 밀어 붙여 싹 쓸어 간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과거사 청산위원회”에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지만 그 운영방식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 구단의 사례에 착안하여, 영화시장에도 이처럼 내용과 완성도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보다는 우선 잘 나가는 배우들을 동원하여 흥행성적을 높이고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데에 치중하는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가능성 있는 (그리고 값도 싼 …^^) 배우들을 기용하여 당해 영화도 살리고 배우의 재능도 길러 미래의 스타로 키워내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기특한 영화도 있음을 상기시키고 그러한 사례를 전파하여 향후 영화생산 및 소비에 있어서 우수한 Case Model로 삼고자 하는 바이다.

5. 조사대상에 대한 약술(略述)

가.감독: “David S. Ward”

나.개봉연도: 1989년

다.Genre: 전형적인 Hollywood 스포츠 코미디 영화

라.Plot: 리그에서 꼴찌를 시켜 보다 더 큰 시장이 있는 곳으로 본거지를 옮기려는 구단주의 음모에 따라 지지리 실력도 없고 몸도 부실한 선수들로만 구성되는 프로야구팀 Cleveland Indians의 업치락 뒤치락 성공기

6. 조사대상의 교훈 및 성공 사례

가.교훈: 크게 히트 친 원작소설을 사들이거나 몸 값 비싼 배우들을 기용하지 않더라도, 이야기 소재에 대한 애정 어린 연출로 각 장면을 만들어내고 적재적소에 중견급 및 신인배우들을 기용, 적절히 배치한다면 얼마든지 영화로서의 성공과 상업적인 성공을 동시에 거둘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줌.

나. 성공 사례
1) 영화 팬 및 야구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스포츠 영화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으며, 각종 스포츠 및 영화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서 “Best Sports Movies” 순위 상위권에 항상 거론 됨 (예: 미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 ESPN, “The 25 Best Sports Movies”) http://sports.espn.go.com/espn/espn25/story?page=listranker/bestmoviesresult
2) 가능성 있는 신인급 연기자를 대거 기용하여, 추후 정상급 연기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가) “Wesley Snipes”의 사례
아래 사진에서 뒷줄 맨 오른 쪽의 선수가 보이는가.
그의 이름은 Willie Mays Hayes. 실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중견수 Willie Mays의 이름과 비슷하고 포지션도 같은 중견수 이지만 야구 실력에 있어서 닮은 거라곤 빠른 발뿐. 타격, 수비, 주루플레이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는 이 친구. 그래서인지 속편인 『Major League 2』 (1994) 에서는 아예 기용되지 조차 않는다. (참고로 뒷줄 맨 왼쪽의 선수는 두 번째 사례로 소개할 지명타자 “Pedro Cerrano” 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사생활이 문란하여 이후 두 번에 걸쳐 공공연하게 불륜을 저지르는데 …
그 첫 번째는 『Jungle Fever』 (1991, 감독: “Spike Lee”)에서 자기의 비서(“Annabella Sciorra” 분)와 일을 저지르더니, 6년 후에는 『One Night Stand』 (1997, 감독: Mike Figgis)에서는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난 웬 여자(“Nastassja Kinski” 분)와 하룻밤 불장난을 벌이고야 만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인간이 되기를 포기하고 흡혈귀로 변신하지만 그나마도 제대로 못해서 흡혈귀 세계에서 조차 왕따를 당하게 되자, 이에 앙심을 품은 이 친구는 『Blade』 (1998, 감독: “David S. Goyer”) 에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가 먼저 인간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아예 흡혈귀 사냥꾼으로 직업을 바꿔 앙갚음을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시도는 아직도 계속되어 현재 3편까지 제작 중에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래 보였는지 어쨌는지 미국의 정보부서에서 이 친구를 자주 고용하곤 했는데, 『Murder at 1600』 (1997)에서는 경찰로, 『U.S. Marshals』 (1998)에는 특수부대원으로 쓰더니 『The Art of War』 (2000, 감독: “Christian Duguay”) 를 통해 마침내 UN 대표부에서 까지 이 친구를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나) “Dennis Haysbert”의 사례
아래의 사진을 보자.

불 같은 강속구의 Rick “Wild Thing” Vaughn (“Charlie Sheen” 분)과 한때 잘 나갔지만 퇴물이 되고야 만 포수 Jake Taylor (“Tom Berenger” 분) 사이에 있는 인물. 아니, “Rene Russo” 말고. 그래 조금 검게 나온 선수 말이다.

쿠바 출신의 부두교도인 Pedro Cerrano. 힘만 디립따 좋지 변화구에는 손도 못 대는 알 사람은 다 아는 공갈포의 대명사. 게다가 살아있는 닭을 Voodoo 신에게 바쳐야 타격이 잘 된다는 우직(?)하기 이를 데가 없는 지명타자이다. 하지만 이 친구 뜻하지 않은 상황에 터뜨리는 결정적 한 방이 있어서 그런지 『Major League 2』 (1994) 와 『Major League 3: Back to the Minors』 (1998) 에 연속적으로 기용이 된다.

그런데 이 친구, 야구에 대한 흥미를 잃었는지 어쨌는지, 아니면 정보기관에서 활약하는 전 동료 Willie Mays Hayes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지 야구는 뒷전인 채 『Absolute Power』 (1997), 『The Thirteenth Floor』 (1999), 『Random Hearts』 (1999) 등에서 연이어 정보요원 및 형사로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하지만 야구 이외의 직업에서도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한 이 친구, 잠시 농구계 쪽도 기웃거려 보지만 결국에는 낙향하여 고향의 전원 속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며 살아가기로 결심을 한다. 그렇게 고향에 자리를 잡고 자상하고 인간미 넘치는 정원사 Raymond로 살아가지만, 그러한 생활도 잠시, 지가 무슨 변강쇠나 떡쇠도 아니고 그만 옆집 마님(?)과의 플라토니꾸한 러브가 동네 사람들에게 발각되어 고향을 등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의 이런 순애보는 『Far From Heaven』 (2002, 감독: “Raymond Deagan”)이라는 영화로 제작되었고, 이 영화는 인디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영광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사건을 겪으면서 이 친구는 순수한 사랑마저도 허락 하지 못하는 암담한 사회현실을 온 몸으로 직접 부딪혀 타파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다졌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 어쨌든 얼마 후 이 친구는 그야말로 엄청난 변신과 출세를 이뤄내고야 마는데 …

현재도 진행 중인 TV 시리즈『24』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David Palmer로 거듭 났을 뿐만 아니라 전에 없이 위기에 처한 미국 사회를 구해내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 하고 있는 중이다.


변변찮은 야구단에서 직구 전용 지명타자로 시작하여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고, 우연히 찾아 온 사랑마저 아픈 상처와 세상에 대한 한탄으로 얼룩지고야 말았던 이 친구. 하지만 굴하지 않고 꿋꿋이 다시 일어나 마침내는 대통령의 자리에 까지 오르게 된 이 친구. 그의 이름은 “Dennis Haysbert”.

다) “Rene Russo”의 사례
“Dennis Haysbert”를 소개하기 위해 제시한 사진 속에는 그녀의 모습도 눈에 띈다. 17 세 때부터 패션모델을 시작하여 그야말로 초슈퍼울트라급 모델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그녀는 나이가 30이 넘자 홀연히 모델계를 떠나더니만 어느 날 돌연 『Major League』에 합류를 결심하게 된다.


허나 첫 출발에서 그녀는 한때 날렸지만 무릎 부상으로 인해 멕시칸리그를 전전하는 퇴물포수 Jake Taylor와 사랑에 빠지고 말았고, 그 사내와 결코 순탄하지 않은 관계를 지속하게 된다.

이러한 첫 만남의 기억 때문인지 그녀는 이후로도 운동선수들과의 만남을 계속하게 되는데, 『Freejack』(1992, 감독: “Geoff Murphy”) 에서는 자동차 레이서와 사랑에 빠지고 『Tin Cup』 (1996, 감독: “Ron Shelton”)에서는 역시 물이 확 간 퇴물 골퍼를 만나 정분이 나고야 마는 기구한 인연을 이어가고야 만다.


이러한 운동선수들의 만남이 계속되는 것에 진저리가 났는지 그녀는 『Ransom』 (1996, 감독: Ron Howard)에서 전직 형사 출신일지도 모르는 백만장자 (“Mel Gibson” 분)와 결혼을 하지만 행복한 생활도 잠시, 부패한 경찰의 음모에 의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때의 경험이 너무나 충격이었는지, 그녀는 마침내 스스로 그러한 부조리를 개혁해 보겠다는 원대한 포부 하에 “경찰개혁”의 기치를 높이 내걸고 『Lethal Weapon 3』 (1992), 『Lethal Weapon 4』 (1998, 감독: “Richard Donner”)에서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종횡무진의 활약을 펼치고야 만다.


하지만 그러한 현장 생활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르는 책과 조우하게 되는데, 그 책의 제목은 바로 “마스터 키튼”. 이 책을 통해 보험 수사관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된 그녀. 마음을 먹으면 반드시 실행에 옮겨야 직성이 풀리고야 마는 그녀인지라 즉시 새로운 직업의 세계로 뛰어들고야 마는데 ……

그렇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그녀는 마침내 『The Thomas Crown Affair』 (1999, 감독: “John McTiernan”)를 통해 모네의 회화작품 도난사건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 받는 지위에 까지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에서도 또 사랑에 눈이 멀게 되고 기어이 그 도난범과 함께 사랑의 도피를 저지르고야 만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두 사람의 도피 행각이 세인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요즈음, 사회 일각에서는 그녀의 모습이 목격되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 ……

그 소문 속에서도 그녀는 첫 사랑의 기억을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했는지, 『Two for the Money』 (2005 예정, 감독: “D. J. Caruso”)에서 역시 전직 미식축구 선수와 인연을 만들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7. 결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비싸디 비싼 배우, 사람을 깜딱 놀라게 만드는 반전, 화려하다 못해 눈알이 다 아파지려고 하는 그래픽, 있는 것 없는 것 다 쏟아 부어서 만들어내는 스뻮따끄르한 장면들 만이 성공하는 영화의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의 조사대상인 『Major League』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전술한 요소 중 어느 것 하나와도 어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적 가치, 즉 재미와 감동을 관객에게 훌륭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의 상업적 성공도 거두는 사례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 있어 분명 영화는 Entertainment의 주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Entertainment를 구성하는 여타의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문화로서 기능하여야 한다. 영화가 문화일 때 그 안에는 문화 생산자가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야 하고 관객을 단순히 돈다발이 아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일한 구성원으로 존중하는 태도가 스며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영화가 그러한 요소들을 획득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내용과 형식이 예술의 경지에 다다를 필요는 없다.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지, 어떤 극적 장치를 통해 관객과 대화할 것인지, 어떤 등장인물이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적절한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여 그 기준으로 풀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코미디든, 엽기공포물이든, 슬랩스틱이든 간에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면 훌륭히 문화영역에서 영화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상업적 보상도 있게 될 것이다.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쭉쭉빵빵 남 녀 배우, 할리우드표와 구분이 안 가는 액션장면,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는 홍보전략 등은 영화를 상품으로 팔기 위한 요소들이 될 수 있을지언정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고려사항과 조건이 될 수는 없으며, 판매전략 이전에 우선 영화가 가지는 가치에 대한 고려와 관객을 대화대상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결론으로 제시하면서 제 1차 과거사 청산위원회 조사보고를 마친다. 끝.

과거사 청산위원회 위원장
이규훈(kyuhoonl@bcline.com)

[公文]영진공 제 1 차 국무회의 결과 알림

“2004 영화 진흥 기반 확립의 해”
영 화 진 흥 공 화 국
http://www.0jin0.com / http://ddanzimovie.com / editor@0jin0.com





문서번호 국무 2004 – 001

보존년한 : 영 구

기안일자 : 2004. 11. 3.

경유/수신/참조 : 공화국 시민
























부의장

국무회의 의장
국무실장


간사

협조
감사
서기



기안자


제목 : 영진공 제 1 차 국무회의 결과 알림
1. 영화진흥 공화국 시민 여러분의 건승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2. 영화진흥 공화국은 2004년 11월 3일 제 1 차 국무회의를 개최하여, 문화로서의 영화에 대한 이안 (異眼)을 지향하면서 잘 만든 영화는 무조건 빨아주고 돈독이 올라있는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 이유 없이도 씹어 제낀다는 공화국 설립 이념과 헌법 정신에 기반한 국정 기본방향과 역점 추진 정책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와 논의를 거쳐 이를 정립하였는바,

3. 그 중 최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정책사항에 대해 아래와 같이 공지하오니 공화국 시민 여러분은 이를 숙지하시어 원활한 국정운영에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라며, 또한 생활 속에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많은 참고 있으시기 바랍니다.

▣ 아 래 ▣


가. 국정 기본방향

◁ 돈독 영화의 범람 방지: 영화의 상품화가 아닌 상품의 영화화를 추구하는 모든 시도와 결과물을 돈독영화 활동이라 규정하며, 그 정도가 지나칠 시에는 가능한 공권력을 모두 동원하여 이의 남발과 범람을 방지하는데 국가의 역량을 총집중 한다.

◁ 소재와 형식의 다양화 추구: 이미 남이 개척해 시장의 검증을 거친 소재와 형식을 악랄하고 짜증나게 울궈먹음서 판박이 영화를 양산해 공화국 시민의 그나마 가벼운 호주머니를 노리는 불순한 기도를 경계하는 동시에 영화 생산자의 가치와 관객과의 최소 의사소통 장치가 확보된 영화의 유통을 장려 및 지원한다.

◁ 전문인력 양성: Seed Money의 손가락 질에 따라 유독한 영화에 당의정을 입히는 데에만 급급한 영화 생산자를 가려내 이를 공개하는 동시에 관객과 함께 동시대를 고민하고자 노력하는 영화 생산자를 발굴, 격려함으로써 전문인력이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진력한다.

◁ 작가정신 앙양 및 고취: 영화계 각 분야에서 상품영화의 액세서리가 아닌 영화상품의 주 요소로 기능하고자 애쓰는 감독, 작가, 배우들을 그 공적과 함께 공화국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작가정신이 움트는 토양을 일구는데 역량을 기울인다.

◁ 영화의 문화성 획득: 영화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인식하에 재미와 감동, 그리고 정서의 공감대라는 잣대를 모든 영화상품에 적용하여 문화영화와 상품영화를 엄격히 가리고 이를 공화국 시민들에게 공표하여 문화로서의 영화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나. 최우선 추진 정책

◁ 공연윤리위원회를 설치하여 돈독 영화 방지 시스템 수립 및 즉시 가동

◁ 언론중재위원회를 설치하여 소재 및 형식의 판박이 신고 접수 및 중재 활동을 수행하고, 필요에 따라 상벌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처벌을 시행

◁ 상벌위원회와 산업인력관리공단을 설치하여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대책을 수립, 시행하는 동시에 우수 사례 및 인력에 대해 포상을 시행

◁ 국무회의에서 영화 및 문화계 전반에 걸쳐 올곧은 문화활동이 시행될 수 있는 기반의 조성 및 지원책을 논의하고, 이의 구체 시행을 지휘

다. 제 1 차 추진 사업

◁ 국정기본방향과 정책우선순위에 의거, 제 1 차 추진사업의 주제는 “한국영화, 이런 식으로 하면 절단 난다.”로 정함

◁ 당해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문제인식에 대한 공감대 형성작업을 시행한 뒤 효과적 해결책 도출 작업을 진행하여 구체안 제시 및 실행

◁ 우선 시행 사항인 공감대 형성작업을 위해 붙임과 같이 한국영화의 현상과 문제점에 대한 착안점을 공화국 시민들에게 공표함. 끝.

붙임.
1. ‘붕어빵 찍기를 그만 두라’형 공문1부.
   – 한국영화, 길이 아니면 가지 말자
2. ‘상 놓고 오줌 지리기 꼴 사납다’형 공문 1부.
   – 영화제 메달이 그리도 좋은가?
3. ‘Screen Quota가 니네들 새우깡이냐’형 공문 1부.
4. ‘심의를 허하지 말라’형 공문 1부 끝.

영화진흥 공화국 국무회의 의장
“총폭탄 정신으로 국가기강 확립하자”

『뉴 폴리스 스토리』 김형곤 개그의 표절?

2004.10.20.목요일
그럴껄의 뉴스서비스 ‘진상은’

“성룡”은 추석의 키워드였다.
설날처럼 세뱃돈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성룡”이 있었기에 만족했던 시절이 있었다. 진짜 아파하고 진짜 웃기고 진짜 멋지고 진짜 날라다녔던 “성룡”이었다. 요컨대 13살의 입에서 나온 ‘진짜’는 최상급 형용사였고 성룡의 연기는 여타 다른 잡다한 형용사 따위가 나불거릴 수 없는 영역에 속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헐리웃은 『턱시도』, 『80일간의 세계일주』, 『메달리온』을 통해 우리에게서 “성룡”을 앗아갔다. 우리가 원하던 “성룡”은 거기 없었다. “성룡”은 “장끌로드 반담”이나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아니었음에도 헐리웃은 성룡이라는 전무후무할 재료를 CG와 아크로바트를 통해 망쳐버렸다. 참, 깔끔하게도 말아먹었다.

이젠 더이상 “성룡”을 기대하지도 않고 추석을 지낸다. 그냥, 돈 버는 자 티 내느라고 선물 사고 그냥, 먹고 사는거 추하게 안보일라고 인사하러 다니고 그런다. 사이사이 추석 특별영화 틈바구니에 “성룡”이 간간히 보이지만 고스톱 판뒤에서 무성의하게 들리는 포커스 아웃된 외경일 뿐이다.

중국반환 이후 홍콩은 “성룡”에게 미안했을 거다. “성룡”은 헐리웃에서 일군 자신의 성공이 반만 원조팬(사실 그야말로 “이소룡”이후의 범 아시아 스타 아닌가?)을 위했다는 것에 미안했을 거다. 자신을 키운 홍콩에 어쨌건 원죄처럼 미안한건 오래 남아 있을거다. “성룡” 착하잖냐.


『뉴 폴리스 스토리』의 진국영은 마치 홍콩에게 미안했던 “성룡”의 페르소나 같다. 1985년부터 시작된 『폴리스 스토리』의 미학인 아니 “성룡”이 지금까지 성장한 원동력이었던 건강하고 육체적인 웃음이 사라졌다. 비통하고 슬프기만한 이 이야기는 『중안조』 때보다 원숙하고 늙은 “성룡”의 비애가 더 짙다.

그러나,
너무나도 슬프게도
이 영화는 신파의 굴레를 결국 벗어나지 못한다.
철없는 10대들의 우발적인 범행, 그리고 게임을 하듯 벌이는 범행의 동기는 김형곤 유행어처럼 화면이 나가기도 전에 입속에서 중얼거리고 있다. 김학래가 “저는 회장님의 영원한 종입니다, 딸랑딸랑”거리자마자 양종철이 일어나 “밥먹고 합시다”를 외치는 순간 회장이 일어나며 “이러니 잘 될 턱이 없지”하면서 “그나저나 잘 되야 할텐데~”를 외치던 대사의 8할이 유행어로 채워진 회장님회장님 우리회장님이 이런식으로 오마쥬 될 수도 있다니…. (나는 안봐도 비디오 수준의 줄거리를 갖고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착한 성룡을 봐서 이렇게 둘러서 이야기하고 있다.)

어쨌든 나이를 먹은 “성룡”은 이제 그 화려했던 몸놀림과 재기가 짐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그에게 아직도 스턴트와 아크로바트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픔은 성룡이 풀어내야 할 숙제이긴 하다.

우리도 “성룡”을 액션배우가 아닌 나이를 젊잖게 먹은 또다른 성룡으로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 좀 쿨하게 그가 젊잖고 멋진 또다른 역으로 변신해 보는 걸 기다리는 거 말이다.

그는 20여년의 추석을 즐겁게 해준 공로도 있잖냐.

그럴껄의 뉴스서비스 ‘진상은’ 앵커
그럴껄(titop@naver.com)

구국기도회에서 느낀 네가지 유감

2004년 10월 05일
구국의 소리

1. 한겨레
‘…돌출행동을 벌였으며…행진을 시도하면서 이를 막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10월 4일 시청앞 광장에서 있었던 집회의 풍경을 한겨레는 이렇게 보도했다. 대체로 평화적으로 끝난 그 집회를 과격시위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역력한 대목.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의 행위가 왜 ‘돌출행동’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 사회에서 그 정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화기로 불을 끈 경찰의 행동이 오히려 문제가 있었으며, 민간 사회에 적응이 덜된 재향군인 몇 명의 행동을 전체로 확대시키는 보도 역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을지로 일대에서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걱정하는 자세, 이게 바로 조선일보가 파업 때마다 써먹는 수법이다. 올 봄의 탄핵 반대 집회 때는 그럼 교통정체가 없었던가?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시민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교보문고를 비롯한 인근 상점들이 매출이 떨어져 울상을 지었지만, 그럼에도 그때 한겨레는 감격에 겨운 듯 촛불시위 장면을 보도하지 않았던가.

시청 앞 광장은 어느 특정 정파의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그 거리에 서서 자신의 주장을 소리높여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집회의 주체에 따라 논조가 바뀌는 한겨레의 보도는 그래서 유감이다.

2. 자발성
이번 집회는 순복음과 금란교회 등 대형 교회들이 주축이 되었다고 한다. 보수단체가 10만명을 모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첫 번째는 작년 3월 1일-두번 다 대형 교회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순복음의 조용기 목사는 신도들에게 모임 참가를 독려했고, 대절 버스를 동원해 신도들을 실어날랐단다.

난 그 교회 신도들이 평소 얼마나 정치적인 소신이 뚜렷했는지 의문스럽다. 목사가 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버스를 대절하지 않았다면 자발적으로 시청 앞에 나갔을까? 별로 그랬을 것 같지 않다. 버스대절, 사실 이거 문제가 많은 거다. 탄핵반대 집회 때 열린우리당 당원이 버스 한 대를 대절한 걸 가지고 난리 굿을 했던 보수 진영이 한 대도 아니고 수십, 수백대를 동원해 군중들을 실어나를 수가 있는가. 탄핵반대 집회 때 모인 군중들이 다들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에 모인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그렇다. 우리나라 보수는 자발성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란다. 교회 측의 동원력을 빌리지 않았다면, 올 봄의 탄핵 찬성 집회 때처럼 나이드신 분들 몇백명이 인도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었을 거다. 내 주위 사람 중엔 노무현을 김정일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들 중 한명이라도 시청 앞에 나갔다는 사실을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젊은 보수는 다 죽었는가? 마음 속으로 정치적 신념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한데 모여 세를 과시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들과, 아무 생각없는 교회 신도들에게 큰일을 맡길 셈인가. 자발성이 없다는 것, 내가 보수 단체들에게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3. 시각
어제는 다들 출근하는 날이었다. 추석 연휴 때문에 주말까지 쉰 사람들도 모두 다. 회사에 가서 적응도 하고, 밀린 일도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그런 날 오후 세시 반에 어떻게 집회를 할 수가 있담? 한가한 거야 알겠지만 그렇게 티내면 ‘보수 애들은 다 실업자’란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탄핵반대 집회 때도 그런 말이 나왔다. 오해를 살까봐 퇴근시간 이후,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모임을 가졌었는데도 모 의원님들께서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는 애들은 다 실업자”라고 폭로하지 않았던가. 그 바람에 뜨끔해진 실업자 분들은 모임에 누를 끼칠까봐 집회에 안나가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수 쪽은 왜 하필 월요일 오후 세시 반인가? 교회 예배 때문에 일요일이 안된다면, 최소한 퇴근 후에 달려갈 수 있게 일곱시 정도에 모임을 시작해야 할 게 아닌가.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십만인파의 모습은 구국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더불어 우리나라 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줬다. 실업자라 하더라도 그렇게 티내지 말았으면 좋았을텐데, 이게 내가 그 모임에 가진 세 번째 유감이다.

4. 부시?
마이클 무어의 발랄한 말에 기대지 않더라도, 부시가 또라이라는 건 세계 모든 사람이 안다. 세계의 패권국을 누가 다스리는가는 우리같은 변방의 나라일수록 더 중요한 법, 부시 덕분에 우리는 이라크에 파병을 했고(노무현의 책임을 부정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지금 테러의 위협에 몸을 떨고 있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부시가 중동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9.11 테러가 발생했을까? 그럼에도 아무 생각없이 사는 미국인 일부는 부시를 지지하며, 이번 대선에서 또 찍겠다고 한다.

미국 애들은 그렇다 쳐도, 부시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시달림을 겪은 우리나라만은 부시를 지지하면 안되는 법, 하지만 어제 집회에서는 부시와 함께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구하자는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아니 왜 박근혜나 최병렬, 정형근이 아니라 부시인가? 무식하기 짝이 없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싸움과 영어밖에 없는 부시를 연호하는 건, 보수단체 스스로 자신들이 또라이임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안그래도 아는 게 없다고 비판받고 있는 우리나라 보수, 제발 좀 참아달라. 보수가 보수다워야 나라가 바로서지 않겠는가. 다음 집회 때는 꼭 당신들의 능력을 보여 주시길.

영진공 안전기획부 부장
서민(bbbenji@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