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과 맞짱을 뜬 사나이

 

 


 


 







 



 


로저 뱁슨Roger Ward Babson (1875~1967)은 참 다재다능한 엄친남(엄마친구남편)이었다. 그는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으며 사업과 금융에 관한 자문을 해주었고 경제 동향에 관한 그의 강의는 큰 인기였다.


 


사회, 경제 문제에 관한 여러 권의 책도 내었고 잡지와 신문에 경제 칼럼을 썼다. 그리고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였으며 뱁슨 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참 바쁘게 살았던 재주 많은 형님이었다.


 


뱁슨은 그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경제, 금융계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했던 만큼 남다른 예지력과 철두철미함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한 경우가 바로 미국 대공황을 정확히 예견했던 일이었다. 그는 이 일로 슈퍼스타가 되었고 지금도 미국 경제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그도 사람이다 보니 항상 족집게처럼 다 맞출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뱁슨은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이며 이 전쟁은 핵전쟁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짱박힐 수 있는, 큰 도시로부터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뉴 보스턴이나 뉴 햄프셔 같은 작은 마을을 골라 여러 개의 대피 건물을 세웠다.


 


뱁슨은 3차 세계대전이 온다면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마을은 뉴 보스턴일 거라며 선언하고 자랑스럽게 푯말을 세우기까지 하였지만, 다행히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의 선견지명은 20세기를 수놓은 수많은 촌극 중의 하나를 장식하였다.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면 3배 비싸게 팔릴 땅이라는 그런 야그 … 



 


 


 


비록 몇 번의 큰 헛발질을 하긴 했지만 분명 뱁슨은 똑똑하고 영리한 형님이었으며 남부럽지 않을 만큼 큰 돈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무엇하나 아쉬울 것 없어 보이는 뱁슨이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어린 시절의 비극적인 사건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어렸을 적에 큰누나를 익사사고로 잃었던 것이다. 그는 이 사고로 말미암아 중력을 미워하게 되었다. 보통 익사사고에 대한 원한은 물이나 조류를 향하기 마련인데 어째서 뱁슨은 생뚱맞게도 중력을 범인으로 지목한 걸까?


 


그는 “그녀는 중력과 싸울 수 없었다. 중력은 용처럼 그녀를 장악하고 바닥으로 끌고 갔다.”라며 당시 잔혹했던 중력의 만행을 회상했다. 그에게는 물이 그녀를 죽인 것이 아니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간 중력이 망할 놈이었다. 그는 [중력: 우리의 적 No.1 (Gravity: Our Enemy No. 1)] 같은 책을 펴내며 빌어먹을 중력을 비난하였다.


 


그의 분노는 중력연구재단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고 토마스 에디슨의 제안 역시 커다란 지지가 되었다. 뱁슨은 중력연구재단을 설립하여 중력차폐에 관해 가열한 연구를 시작하지만, 재단의 주된 업무는 중력에 관한 연구 논문을 후원하는 것이었다.


 


그의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중력을 아예 매장을 시킬 요량인 듯 개인재산을 털어 미국 13개 유수 대학에 ‘반중력 석Anti-gravity stone’이라고 알려진 석조 기념비를 세워 젊은이들의 반중력 정신을 고취하려 하였다. 이 비석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중력을 무상 에너지로 이용하고, 비행 사고를 줄이기 위한 반중력체가 발견되는 그날, 다가올 축복을 학생들에게 일깨우기 위해 이 비석을 세운다.”


 


그러나 고매하신 뱁슨 형님의 높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던 학생들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이 친중력 의식이랍시고 이 반중력 석을 어찌나 많이 때려눕혔던지 대학 당국은 결국 그 기념비를 후미진 곳으로 옮겨야만 했던 것이다.


 


그리고 뱁슨은 석조 기념비들과 함께 대학들에 소액의 기부금을 전달했는데, 그 돈을 반드시 반중력 연구에 써야 한다고 명시하지는 않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래서 진지하지 못하고, 보여주기식 엉터리 과학을 후원하는데 부정적이었던 콜비 대학은 그 돈을 두 과학관 건물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립하는 데 사용해버렸다. 이에 관해 대학의 대변인은 “적어도 그건 땅에서 떨어져 있으니까요.”라고 말하기까지 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행히 중력연구재단 설립 사연에 깃든 뱁슨의 원한은 점점 사그라들어서, 오히려 중력차폐에서 관심을 돌려 중력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매년 훌륭한 연구자를 선정해 수천 달러를 지원하였는데 스티븐 호킹도 수상한 적이 있다.


 


1967년 뱁슨이 사망하자 뉴보스턴에 있던 중력연구재단은 잠시 문을 닫지만, 매사추세츠에서 다시 문을 열고 매년 훌륭한 논문을 선정하여 5천 달러가량의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최근 상금을 받았던 이는 2006년에 노벨상을 받았던 천체 물리학자 조지 F. 스무트George F. Smoot였다.


 


미움이 사랑으로 변한 것이다.


 





– 참고 및 발췌 –


○ 메리 로치 저, 김혜원 역, [우주 다큐], 세계사, 2012.


○ 로저 뱁슨 인물정보 http://capeannonline.yuku.com/topic/5062/History-Corner-Roger-Babson-s-Gravity-Research-Foundation#.UPY88qGLL5A


○ 로저 뱁슨 위키피아 http://en.wikipedia.org/wiki/Roger_Babson


○ 중력연구재단 http://www.gravityresearchfoundation.org/origins.html



 




 


영진공 self_fish



 


 


 


 


 


 


 


 


 


 


 


 


 


 


 

[근조] 박철수


 


 


 


 


 


박   철   수


(1948. 11. 20. ~ 2013. 2. 19.)


 


 



 


 


[ 고인의 작품 및 약력: 다음 영화 페이지 링크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진공 일동



 


 



 


 


 


 


 


 


 

“베를린”, 순정 마초, 양아치 마초, 찌질이 마초 이야기

 

 


 


 



 


 


류승완 영화의 메인 키워드는 딱 두개다,


마초와 쌈마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래 그의 영화들은 대개 저 태그를 달고 움직인다.


그리고 그 특질은 최근 개봉작 “베를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독일의 베를린이라는 공간에서 남과 북이 벌이는 첩보활극 영화에,


역시 세 명의 마초가 등장하고 쌈마이 쌈박질이 가득하다.


 


순정 마초 하정우,


양아치 마초 류승범,


찌질이 마초 한석규,


 


 



 


 


사실 이 영화에서 플롯이나 스토리는 그닥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 셋의 역할과 관계를 그대로 한국 어느 도시 골목 조직폭력배의 나와바리 싸움으로 옮겨놓아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형사와 범죄자는 같은 인물의 다른 면일 뿐이다”라는 법칙에 따르자면,


이런 현상에 그닥 거슬려 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게다가 권력과 돈에 집착하는 건 오히려 권력자들이 더 악랄하니까, 조직폭력배든 첩보원이든 어차피 꼬붕으로 소모되는 건 어느 쪽이라고 해서 더 멋지거나 할게 있을까.


 


 



 


 


그리고 이 영화에는 다 그렇듯 마초와 대비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냉철하고 계산 철저한 이경영,


똑똑하지만 순종적인 전지현,


저런 사람이 있었나 싶은 김서형,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저들이 가장 크게 피해를 보거나,


그저 관심 밖에 놓여지게 된다.


 


 



 


 


이 영화,


각본 괜찮고 … 액숀 좋고 … 총격전 계산 잘돼있다.


 


그런데,


재미 좀 있어질라 치면 …… 지루해진다.



쌈박질이 쫄깃해질라 치면 …… 지루해진다.


내용에 몰입할라치면 …… 역시 지루해진다.


 



왜인고하니 각 Scene과 Take가 너무들 길게 늘어져서 집중력이 확 떨어진다.


그리고 사건의 배경이나 상황에 대한 설명히 너무 자상해서 마치 DVD 부록에 있는 감독 해설판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본 시리즈가 가장 잘 한 게,


“어, 어” 하는 순간에 후딱 일 치르고,


상황에 대한 설명을 장면에 맞게 급박하게 툭 던져놓고,


다시 번쩍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는 거 였고,


 


이런 접근법이 요즘 첩보활극의 트렌드일텐데 … “베를린”에는 이런게 없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관객 각자의 느낌이겠지만.


 


 




 


 


그리고 배우들이 너무 유명한 분들인 것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하정우는 우리가 늘상 보아온 하정우인지라 그가 뭘 할지 다 알아채게 되고,


류승범도 우리가 늘상 보아온 그 캐릭터이고 … 한석규는 … 그냥 넘버 3다.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차라리 하정우랑 류승범이 역할을 바꾸어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똑똑하고 잘생기고 돈많은 훈남인데,


입고 다니는 명품 옷에는 온통 그 상표가 찍혀있고,


여친과 주변 사람에게는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는 그런 느낌,


한 줄로 요약하자면 ‘국제첩보활극 버전 짝패’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영진공 이규훈


 


 


 


 


 


 


 


 


 


 


 


 


 


 


 


 


 


 


 


 


 

“라이프 오브 파이”, 어느 사채업자의 되도 않는 구라

 

 


 


 


이 글은 최근 개봉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


나름대로의 감상을 써 본 것입니다.


스포일러가 가득하오니 아직 이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얼른 빠져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김파이씨는 자신이 나름대로 착하게 살아왔다고 느끼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고 매사에 호기심이 넘치던 어린시절을 지나 평탄하게 생활하던 그에게 그 일이 닥친 건 5 년 전, 그가 열 다섯 살 때였다.


 


목수일을 하며 개집도 만들고 새집도 만들며 생활비를 대던 가게에 점점 일거리가 줄어드는 걸 견디다 못한 파이씨 아버님은 급기야 가게를 정리하고 서울로 이사하기로 결정하셨다.


 


그렇게 서둘러 작은 트럭에 짐을 싣고 서울로 가던 날, 하늘에서는 갑자기 엄청난 비가 쏟아져 내렸고, 빗 속에서 중심을 잃은 트럭은 그만 전복을 하고야 말았다.


 


 


 




 


 


 


처참한 교통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파이씨,


하지만 살아남은 것만으로 하늘은 파이씨에 대한 시험을 거두신 게 아니었다.


 


이삿짐을 싣고 달리던 그 트럭은 무보험차량이어서 사망한 가족에 대한 보상금은 커녕, 오히려 중상을 입고 1년 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파이씨가 홀로 산더미같은 병원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것이다.


 


억이 넘는 병원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던 어린 그에게 병원측은 많은 액수를 깎아주었지만, 그렇다고 공짜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사채업자에게 돈을 꾸어서 겨우 병원비를 메꿀 수 있었다.


 


퇴원은 하였지만 여전히 여러가지 후유증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잡역 등을 하며 약값 마련하기에도 허덕이던 파이씨는, 어쩔 수 없이 연락처를 바꾸고 노숙생활을 하는 등 사채업자와 부딪히지 않도록 나름 엄청난 노력을 하였다.


 


 


 




 


 


 


허나 사채업자는 결국 파이씨 앞에 나타나고야 말았다. 어느 토요일 오후, 손 등에 선명한 호랑이 문신을 하여서인지 호랭이 성님이라 불리는 그는 하이에나라는 별명을 가진 똘마니와 함께 기어코 들이 닥쳐서는 다짜고짜 파이씨를 강제로 차에 태워 어느 허름한 건물로 끌고갔다.


 


“파이 형제님, 그 목에 걸린 건 뭔가요?”


건물 안에 있는 커다란 방 안 중앙에 있는 의자에 우격다짐으로 앉혀진 파이씨에게, 특이하게도 형제님이라는 호칭을 즐겨 사용하는 호랭이가 말했다.


 


사고 이후 파이씨는 항상 목에 두개의 목걸이를 걸고 다녔는데, 그건 사고 현장에서 파이씨가 수습할 수 있었던 유일한 부모님의 유품으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자의 띠에 맞춰 함께 하고 다니시던 원숭이와 말 모양의 금목걸이였다.


 


호랭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이에나는 잽싸게 파이씨에게 덤벼들어, 두 목걸이를 거칠게 벗겨내서는 호랭이의 손지갑 안에다 얼른 넣어버렸다.


 


그리고 하이에나가 방 안 구석에 놓여있던 TV를 켜고 볼륨을 높이자, 호랭이는 파이씨에게 바짝 다가들었다.


 


“파이 형제님 … 세상 살기 많이 힘들죠? …  그렇다고해서 인간의 도리를 어기시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호랭이는 장광설을 시작하였고, 그 과정에서 하이에나의 발길질과 손찌검이 연달아 파이씨에게 가해졌다. 신체에 가해지는 극심한 고통은 참으로 견뎌내기 힘들었지만 호랭이의 되도 않는 설교질도 그 못지 않게 고통스러운 파이씨였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순간,


호랭이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게 깔며 뭐라 읊조리던 말이 파이씨의 귀에 그 어느때보다 또렷하고 큰 소리로 들어와 박히기 시작한 것이다.


 


“파이 형제님,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 이 모든 게 다 하늘의 배려라고 말이예요 …”


파이씨는 숙였던 고개가 저절로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다 하늘!이 예비하신! 시험!이라고 생각하시란 말이죠 …”


어느새 파이씨는 호랭이의 눈을 두려움 없이 바라보게 되었다.


 


“이게 다 그 뭐냐 … 그래 … 일체유심조! … 그 … 중 이름이 뭐더라 … 암튼 … 그거!”


그러자 파이씨는 입가에 고인 피의 맛이 달다고 느끼게 되었다.


 


“하늘이 있어 … 나를 이용하사 파이 형제님이 가장 필요할 때 돈을 내리시는 은혜를 베푸셨고 … 그리고 그 은혜를 갚지 않고 계속 하늘을 거역하시는 파이 형제님에게 다시 나를 보내시어 하늘의 뜻을 가르치게 하신 거란 말입니다 … 그러니 이게 다 파이 형제님이 바르게 살도록 예비하신 하늘의 시험임을 굳게 믿으셔야 하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을 때 즈음에 파이씨는 자신이 얼마나 못나고 방탕한 인간이었는지를 진심으로 뉘우치기 시작하였고 눈가에는 참회의 눈물이 굵게 맺히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파이씨가 꺼이꺼이 목 놓아 우는 모습을 보며 잠시 말문을 닫았던 호랭이가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자, 형제님 … 이제 하늘에 당신의 믿음을, 당신의 충심을 보여주실 때입니다. 이제 곧 형제님을 도우러 사람이 올 겁니다 … 그가 파이 형제님의 눈과 심장과 간을 하늘에 되돌리게 도와 줄 겁니다. 파이 형제여, 기꺼이 그에게 형제님의 믿음을 맡기실 거죠?!”


 


파이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눈물이 흘러나오는 눈망울을 크게 뜨고 호랭이를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맞잡아 가슴 앞에 모았다.


 


 


 




 


 


 


바로 그때였다, 기적이 일어난 것은.


 


아까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순간 강렬해지는가 싶더니, 열려진 창을 통해 갑자기 하늘에서 강력한 번개가 타고 들어와서는 TV 앞에 서 있던 하이에나를 내려 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어이없고 처참한 광경에 너무 놀란 호랭이는 기겁을 하며 서둘러 방안을 빠져나가려다 제 풀에 넘어지면서 단단한 바닥에 머리를 박더니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너무도 놀라운 일의 충격에 파이씨는 온 몸이 굳어지며 꼼짝할 수가 없었지만, 이내 이 모든 게 하늘이 예비하신 일이라는 믿음이 떠올랐고 그러자 비로소 파이씨는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호랭이와 하이에나의 주검을 뒤로 하며 건물을 빠져 나온 파이씨의 손에는 뺐겻던 목걸이가 들어있는 호랭이의 손가방이 들려있어서, 그 안에 있는 자동차키로 호랭이의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서 그 안에 들어있는 돈으로  고기집에 가 맘껏 소고기를 사 먹었다.


 


커다란 포만감과 함께 고기집을 나서면서 파이씨는 정말 이 모든게 하늘의 절묘한 계획임을 절실히 느꼈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나름대로 착하게 살아왔기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던 거라고 느끼게 되었다.


 


 


 



 


 


 


며칠 후 무심히 차를 몰고 가던 파이씨는 경찰에 의해 검문을 받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경찰서로 연행되어 취조를 받았다.


 


취조가 끝나자 담당 형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조서를 파이씨 앞에 내밀면서 서명을 하라 하였다.


 


[이 사건 용의자 김파이는 사채업자이자 장기밀매업자인 일명 호랭이와 일당 일명 하이에나에게 납치되어 외곽 건물에서 심한 구타를 당하던 도중 강제로 장기적출을 당할 뻔 했으나, 마침 그때 내린 폭우가 창을 타고 들어와 TV 전원선의 합선을 일으켜 근처에 있던 일당 하이에나가 감전으로 사망하였고 이에 호랭이가 당황한 틈을 타 김파이가 덤벼들어 호랭이의 머리를 방바닥에 마구 찧어 사망케 한 후 호랭이의 손가방과 차량을 탈취하여 도주한 사건임.]


 


그러면서 담당 형사는 김파이씨의 기구한 인생사에 측은지심을 느껴서인지 정당방위라는 의견을 검찰에 올렸고,


 


이후 김파이씨는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나와 지금은 단칸방이나마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나름 잘 살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안 감독이 이제 막 종교철학 개론을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인 건지,


아니면 이 세상 모든 철학과 종교를 섭렵하여 달관의 경지에 이른 사람인 건지,


내내 헷갈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헷갈림의 원인이 내 부덕의 소치임을,


그리고 사물의 양면성에 대한 내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주절주절 뇌까리고 있다.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