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 그날이 오면


송구영신(送舊迎新)
옛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2008년에 우리는,
새로이 발전해야 할 것들이 우격다짐으로 뭉개지고,
도리어 사라져야할 옛 것들이 득세하는 걸 목도했습니다.

부디 2009년 새해에는,
없어져야 할 옛 것들은 사라지고,
우리에게 필요한 새 것들이,
새록새록 힘을 얻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새해 많이 받으세요. 


노래를 찾는 사람들, “그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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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중대 고비-언론노조 파업



MBC가 방송법을 놓고 선전포고에 가까운 뉴스를 쏟아낸 지 일주일.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나섰다. 요는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진출을 허용하는 방송법 저지다.


한나라당이 연내 처리하겠다는 법안들에는 집시법, 사이버모욕죄법, 금산분리 완화와 출총제 폐지에 관한 법 등 여러 개의 쟁점 법안들이 있지만 유독 방송법만 문제시하는 MBC와 언론노조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조금 난감한 면이 있다. ‘방송법만 막아내자’처럼 보인다. 물론 감감 무소식인 KBS 노조에 비할 바는 아니다. KBS 노조의 이중적인 태도야말로 꼴불견이다.

한나라당의 무더기 법안 처리 방침에 대해서는 당내 소장파 뿐 아니라 조선일보까지 우려를 표했다.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연내 무더기 강행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을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거다.

첫째. 집권여당은 하루라도 빨리 4대강 정비사업을 시작하고 싶어한다. 4대강 정비든 대운하든 이름은 상관없다. 지금 경제가 야단이다. 내수가 싹 죽을 판이고, 마이너스 성장도 일어날 수 있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삽을 뜨면 잠시 반짝이더라도 내수를 살릴 수 있다. 겨우 토건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쌍팔년스러운 정치적 상상력이 슬프지만 이게 집권여당의 한계다. 그래서 이들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4대강 정비사업을 해야 한다. 4대강 정비나 대운하의 목적은 애초부터 국토개발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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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여론에서 4대강 정비 사업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집시법 고쳐서 광장에 못 나오게 하고, 사이버모욕죄 만들어서 인터넷에다 못 떠들게 하고, 방송법 고쳐서 정권에 우호적인 방송 만들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한나라당의 연내 무더기 법안처리는 내년 정부 정책 시행에 대한 터 다지기 작업인 것이다.

둘째.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논란은 절대 내년 5월까지 가서는 안된다. 시민들에게 5월과 6월은 광장의 계절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특별한 시기다. 5월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도 많을 테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도 이때 절정이었다.

때문에 이때까지 주요 쟁점과 논란들을 다 처리하지 못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아예 못한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하반기 접어들면서 상반기 경제 성적이 나오기 시작하면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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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내놓은 몇 가지 고용정책을 보자.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4년으로 확대시켰다. 고용기간 2년이 다 된 비정규직을 사용자들은 계속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재 법이다. 그럼 사용자들이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줄까? 천만에. 그냥 해고해 버린다. 그럼 이들이 실업률 통계에 잡힌다. 결국 실업률이 증가한다. 때문에 2년을 4년으로 늘린 건 실업률 수치를 최대한 줄여 보려는 발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안 그래도 비정규직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나라,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좋으니까 실업률 통계만큼은 낮추겠다는 눈 가리고 아웅 발악이다.

비슷한 게 또 몇 가지 있다. 고령자 최저임금 10% 삭감, 수습 사원 3개월에서 6개월로 기간 연장. 이것들이 모두 실업률 수치를 낮춰 보겠다는 정부의 발악이다. 서민들 일자리의 질이 개차반이 되더라도 정권의 포장 만큼은 이쁘게 가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마이너스 성장’을 언급할 만큼 내년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이 시행되지 못한다면 내년 후반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일 게다. 따라서 여당의 연내 처리 방침은 이런 속내와 닿아 있다. 여당의 강행 처리가 청와대의 입김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의 시나리오대로 올해 안에 법안 다 처리해서 내년 되면 4대강 정비 시작하고 각종 규제 완화 법안들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MBC의 총력 저지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여러 정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이미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크게 한 번 마찰을 빚었었고, 역사 교과서 수정 문제, 일제 고사 거부 안내장 발송한 교사들 해직 문제, 건기연 김이태 연구원 징계 문제, YTN 낙하산 사장 문제, 종부세 문제, 환율 정책 문제, 공기업 민영화 문제 등등등이 현재 마찰 중이다. 그러니까 동네마다 촛불 시민 한 명씩 등장한 셈이랄까? 그런데 만약 이 촛불 시민들이 다시 한 곳에서 뭉쳐 버린다면?

그 매개체가 MBC가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시민들은 연내 무더기 처리하겠다는 법안들이 어떤 내용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른다. 자신과 직접적으로 상관없기에 또 모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기톱 국회의원에게 짜증이 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MBC가 방송법 문제를 보도하듯 다른 쟁점 법안들을 보도하기 시작한다면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흩어져 있던 여러 촛불들이 한 데 모여 횃불이 될 수도 있다. 임기 1년만에 커다란 촛불을 두 번 만나는 이명박 정부는 내년부터 급속하게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현재 MBC를 포함한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따라서 내년 집권 여당의 향방을 가르는 시험대다. 여당은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할 것이다. 방송법은 빼고 처리해서 언론노조 파업을 일단 진정시킬까?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럴 경우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방송의 비판을 어떻게 누그러뜨릴까를 다시 고민해야겠지만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다.


영진공 철구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재발견: 이거슨 판타지판 <파업전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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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을 봤습니다. 제가 VOD로 처음 본 영화입니다.
집에 설치된 케이블TV가 VOD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동안은 한 번도 쓴 적이 없었죠. 그러다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을 빌려 보기로 했습니다. 하필 동네 비디오방에 DVD가 다 나가서 결국 테이프를 빌려왔죠. 근데 이 뭥미, 테이프를 넣고 틀어보니 거의 몇 년간 DVD만 가끔 보고 테이프는 틀어본 적 없던 우리 콤보 데크께서 그쪽 데크의 정줄을 살짝 놓으셨더군요. 화면은 그럭저럭 나오는데 소리가… -_-;;; 테이프 클리너(이것도 몇 년 된 물건)도 돌려보고 이것저것 해봐도 차도가 없었습니다. 이미 빌린 거 반품하기도 그렇고, 대신 볼 다른 것도 없고, 난감해하다가 VOD에 눈을 돌렸죠.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처음으로 VOD 버튼을 눌러서 월정액 1만원을 결재하고는 캐치온디맨드의 VOD로 마침내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을 보게 된 것입니다. 아~길다.

어쨌든 이런 긴 사연을 거쳐 보게 된 <해리포더와 불사조기사단>, 정말 놀라웠습니다.
개봉당시에 극장에서 보았을 때는 이 영화가 이런 영화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그러냐고요? 이 영화의 설정들을 하나씩 살펴보죠.

설정1. 어떤 재난이 왔으나 오지 않았다고 우기는 정부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 재난은 14년 전에 이미 한번 일어난 바 있습니다.
볼드모트는 이미 지난 편에서 환생했습니다. 세상은 또 다시 위기에 처한 것이죠.
하지만 놀랍게도 마법부에서는 이 사실을 인정하려들지 않습니다. 악착같이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이를 경고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처벌하려 듭니다.

설정2. 그 정부는 위협에 처해서 방어를 한 사람을 금지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처벌하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위협은 알고 보니 정부에서 자초한 일이었습니다.
해리포터가 머글동네에서 금지마법을 쓴 이유는 디멘터의 공격으로부터 자신과 사촌을 방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금지마법을 썼다는 사실만 가지고 해리를 처벌하려고 할 뿐, 왜 그 마법을 써야 했는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믿지도 않습니다. 디멘터는 마법부의 통제를 받는 존재들이니 해리가 디멘터 때문에 마법을 써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자신들의 실수가 드러나게 되지요.

설정3. 실제 문제의 원인은 따로 있으나 정부에서는 엉뚱한 다른 인물을 배후로 지목합니다.
네, 볼드모트가 모든 일의 원인이지만 정부는 뜬금없이 시리우스 블랙을 모든 일의 배후라 주장합니다. 아즈카반 대량탈옥도 그 탈옥범 중에 시리우스의 친척이 있다는 이유로 시리우스 블랙이 배후조종자라고 찍어버리죠. 그 탈옥범이 볼드모트의 하수인이라는 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상황 아닙니까?
2007년에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무슨 이따위 말도 안되는 설정이 다 있냐?” 싶었습니다. 세상에 어떤 바보가 위기가 왔는데도 그걸 부정하며 생사람을 잡겠나 싶었죠. 게다가 그 위기는 이미 한번 겪어본 거라 징후를 잘 알고 있을텐데 말이죠. 그리고 아무리 정부가 사실을 부인하는데 매달린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애들까지 협박하고 처벌하겠다고 달려들겠나 싶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초기 설정에 공감할 수 없었으니 영화를 보는 내내 데면데면 했었죠.

근데, 2008년 지금, 이 영화의 설정은 더 이상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남 얘기도 아닙니다.
너무 너무 실감나게 다가오는, 바로 이 시대의 이야기죠. 그 실감은 호그와트 학교에서 벌어지는 상황 묘사에서 극에 달합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설정1. 정부는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무능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교육시스템에 몰아넣습니다.
정부의 얼굴마담으로 학교에 파견된 엄브릿지 여사는 마법방어술을 실습이 아니라 이론수업으로 전환합니다. 이유는 학생들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없어서입니다. 하지만 마법사가 방어술을 배우지 못하면 밖에 나가서 흑마술사에게 정말 죽습니다. 결국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것이 실제로는 학생들을 죽이는 짓이 되는거죠. 어떤 교육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데, 그 교육의 성취도로 모든 것을 평가하면 학생들은 결국 쓸모없는 교육에 시간을 낭비하고는 바보가 되어버립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이 바로 그 결과물이 아닐까요.

설정2. 정부의 새로운 지침은 금지, 금지, 금지입니다.
복도에서 남녀칠세 부동석을 실시하고, 마법을 실제로 쓰는 것도 금지하고, 모든 것을 금지합니다. 금지령은 98개에 달하죠. 왜냐고요? 이 모두가 “올바르고 건전한 학생”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저항하면 스스로 손등에 글자 파넣기 벌을 받습니다.

설정3. 정부의 새로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교사나, 정부의 지침에 저항하는 교사는 걍 퇴출입니다.
학생들에 대한 처벌도 지극히 잔혹합니다.

예지술사인 트릴로니 선생은 한심한 예언을 한다고 퇴출됩니다. 학생들을 잔혹하게 체벌한다고 항의하는 맥고나걸 선생은 충성심이 의심된다는 경고를 받죠. 그리고 마침내 덤블도어 교장까지 퇴출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퇴출시킨 이들은 사실은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라는 점입니다. 트릴로니 선생의 예언은 볼드모트가 그렇게 애를 써서 찾으려고 하는 열쇠였습니다. 맥고나걸 선생과 덤블도어 교장이야 말로 세상을 어둠의 힘으로부터 지켜낼 인물들이고요.

설정4. 정부의 또 다른 교시는 배신입니다.
네, 이 정부의 교육방침은 배신을 가르칩니다. 배신하고 신고한 학생에게는 상을 줍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협력할 것이 아니라 배신하라.” “상대를 짓밟고 올라가라.” “바로 그것이 옳은 것이다” 라고 가르칩니다. 어른이 할 짓이 아니고, 정말로 이런 짓을 하는 인간이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중요한 몇몇 학생들이 이에 협력하지 않자, 아예 심문을 하죠.



수치를 모르는 무리들 …

설정5. 정부의 얼굴마담께서는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띈 표정입니다.
돌로레스 엄브릿지의 모든 행동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온화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위와 같은 끔찍한 짓을 저지르기에, 그녀는 더욱더 무시무시하고 가증스럽죠. 조안롤링이 실제로 이런 인물을 경험했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돌로레스 엄브리지 여사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온 사방에 혐오감을 유발합니다. 학생들을 모두 앉혀놓고 손등에 글자 파넣기 체벌을 가하면서 평온하고도 자애로운 표정으로 학생들을 둘러보는 엄브릿지의 표정은 정말 압권이죠.



이런 무시무시한 인간을 … 씨바 롤링은 천재여 …

솔직히 몸이 후덜덜 떨렸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이제 우리는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어떻게 이 난국을 돌파하는지 가슴을 졸이며 보게 됩니다. 거기에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희망이 담겨있을테니까요. 그들이 찾은 해결책이 바로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고요. 근데, 이 지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히 동시대성을 담은 영화가 아니라 선동물이라는 사실을 거침없이 드러냅니다.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볼까요?

대응1. 해리포터는 먼저 혼자서 사실을 사실이라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얼굴마담 엄브리지는 해리포터에게 자기 손등을 파내며 반성문을 쓰는 형벌을 가합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반성문의 문구가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라는 겁니다. 진실을 말한 아이에게 바로 그 진실을 무시하라고 가르치기 위해서 이보다 더 지독한 학습법이 또 있을까요? 그 결과 해리는 좌절하고 홀로 고독에 빠집니다.

대응2. 해리포터는 친구들과 연대합니다.
하지만 그런 해리를 친구들은 놓아두지 않습니다. 이들은 마침내 ‘덤블도어의 군대’라는 이름의 연대를 결성하게 됩니다. 해리는 혼자서 짜증내는 아이에서 친구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책임감있는 어른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믿음은 마지막 순간 그를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구합니다. 볼드모트 군대에겐 없고 해리 네에겐 있는 ‘그것’은 바로 우정 혹은 동료애였던 것이죠.

대응3. 이들은 원래 자기들이 해야 할 것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비밀장소에서 진짜 자기들이 배워야 할 것들, 진짜 마법방어술을 스스로 배워갑니다. 학교가 금지한 것을 배울 때 학습 동기는 지독하게 높아지고 효과도 배가됩니다. 이들은 친구들의 성취를 보며 자기도 할 수 있다 혹은 해야 한다는 동기를 얻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경쟁이 벌어지는 겁니다. 또한 그 경쟁은 나만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같이 살기 위해서 벌이는 것이기에 서로의 성취를 축하하고 진심으로 부러워해줍니다. 그 비밀의 장소 밖에서 어떤 괴상한 교육이 진행되는지와 비교되면서 진정한 교육의 모습이 무엇인지 눈물나게 보여집니다.



말 그대로 개인적인 저항 다음에 조직적인 저항이 만들어진다는 원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

대응4. 일부는 정부의 금지를 그냥 깨버립니다.
위즐리네 쌍둥이가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학교가 병신이 되자 그냥 탈학교를 선택합니다. 그냥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크게 한방 엿을 먹이고요. 이들이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일까요? 아닐것 같네요. 이들은 이 소동을 통해서 자기네 상품의 충성스런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이들이 마지막에 사라지면서 남기는 메시지는 자기네 브랜드입니다. 이제 위즐리는 단순히 짓궂은 장난감을 파는 이들이 아니라 저항정신의 상징이 된거죠.

영화는 마침내 해리네 친구들이 볼드모트 군대와 싸우고, 그들이 비록 이기지는 못해도 그들의 노력 덕분에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으로 끝납니다. 무능한 정부당국자들은 이 모든 일이 벌어질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만약 정부당국자들이 말만 믿고 넋놓고 있었더라면 정말 큰 일이 날 뻔 했다는 거죠. 여튼 뒤늦게야 사실이 밝혀지고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만, 아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후속편으로 갈수록 어두워지니까요.



  이들의 승리!

자, 이 영화의 결말은 무슨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아마 이런 이야기가 될겁니다.
학교와 정부가 헛소리를 하면 순응하지 말고 저항하라.
혼자서는 어려우니 동료와 조직을 만들어서 저항하라.
그리고 정부가 내놓은 허황한 금지는 무시하고 깨부셔라.
헛소리를 하는 인간은 그들이 어른이든 애이든 진실을 모르는 자들이고 진실을 모르면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허수아비일 뿐이다.
진실에 따라서 움직여라. 진실이 힘이다.

이거, 보통 영화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청소년 판타지판 <파업전야>에 가깝습니다. ㅎㅎㅎ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은 2007년 7월에 개봉했습니다만,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공중파 TV에서 방송되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 1년이 지나면 연말특집 편성에 들어갈 만한데 말이죠. 혹시 그 이유가 이 불온한 내용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여러분들도 한번 다시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보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 개봉당시에는 관객평가가 안 좋았습니다.
다들 저와 비슷한 생각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면, 그때는 못 보았던 두근두근한 감성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이렇게 위안을 삼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2008년은 이 영화를 재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준 (절라 씨바 조또) “고마운” 한 해였다고요.


영진공 짱가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합니다.”

영진공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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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아폴리스에서 어느 창녀가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Charlie I’m pregnant, And living on the 9th street
Right above a dirty bookstore of Euclid avenue
And I stopped taking dope, And I quit drinking whiskey
And my old man plays the trombone, And works out at the track

챨리, 나 임신했어.
그리고 지금은 9번가 유클리드 거리의 지저분한 서점 위층에서 살고 있어.
나 마약 끊었어, 그리고 술도 안 마시고,
우리 영감은 트럼본을 연주 해, 철로 변에서 돈 벌이를 하고 있지,

And he says that he loves me,
Even though it’s not his baby,
And he says that he’ll raise him up like he would his own son
And he gave me a ring, that was worn by his mother
And he takes me out dancin every saturday night.

그이는 날 사랑한대,
그리고 내 배속의 아이가 비록 자기 애는 아니지만,
자기 친 아들에게 하듯이 잘 키워 볼 거래,
그이는 내게 반지도 주었어, 자기 엄마가 끼던 거래,
그리고 매주 토요일 밤이면 날 데리고 춤추러 가곤 해,





Christmas Card From A Hooker In Minneapolis By Tom Waits

 


And hey charlie I think about you, everytime I pass a filling station
On account of all the grease you used to wear in your hair
And I still have that record of little anthony & the imperials
But someone stole my record player, now how do you like that?

챨리, 난 네 생각을 하곤 해, 주유소에 들릴 때 마다,
거기에 있는 구리스를 보면, 머리에 잔뜩 기름 먹이던 네 모습이 떠 올라,
아 참, 나 아직도 그 레코드 가지고 있어, “리틀 앤쏘니와 임페리얼즈” 말이야,
근데 실은 누가 내 턴테이블을 훔쳐가 버렸어, 기도 안차는 거 있지,

Hey charlie I almost went crazy, after mario got busted
So I went back to omaha to live with my folks
But everyone I used to know was either dead or in prison
So I came back to minneapolis, this time I think I’m gonna stay.

마리오가 잡혀 갔을 때, 거의 돌아 버릴 것 같았어,
그래서 오마하에 있는 식구들한테 돌아갔었는데,
근데 내가 알던 사람들은 전부 죽었거나 빵에 가있는 것 있지,
그래서 다시 미네아폴리스로 돌아와야 했어, 아마 이젠 여기 정착해야 할 까봐,

Hey charlie I think I’m happy for the first time since my accident
And I wish I had all the money that we used to spend on dope
I’d buy me a used car lot and I wouldn’t sell any of em
I’d just drive a different car every day, depending on how I feel

챨리, 나 지금 행복한 것 같아, 그때 사건 이후로 처음,
옛날에 우리가 약 사느라고 썼던 돈, 지금 그걸 다 가지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중고차 거래소를 사서는, 차는 한 대도 팔지 않고,
매일 다른 차를 몰고 다닐 거야, 그날그날의 기분에 맞춰서,

Hey charlie for chrissakes,
Do you want to know the truth of it?
I don’t have a husband, he don’t play the trombone
And I need to borrow money to pay this lawyer
And charlie, hey
I’ll be eligible for parole come valentines day

챨리야, 젠장,
사실은 말이야 ……
남편 있다는 거, 그 사람이 트럼본 분다는 거, 다 거짓말이야,
실은 나 돈을 좀 빌려야 돼, 변호사에게 줄 돈 말이야,
이봐, 챨리,
나, 이번 발렌타인데이에는,  가석방 신청 자격이 돼,


 


영진공 이규훈

 

[굿바이 칠드런], 나찌는 어디에나 어느 시대에나 있다.



영화 “굿바이 칠드런(Goodbye Children)”의 원제는 “Au Revoir Les Enfants”이고 프랑스 출신 감독 루이 말(Louie Malle)의 1987년 작품이다.  이 영화는 루이 말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87년 베니스 영화제 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제목에 있는 Au revoir는 불어로 헤어질 때 서로 나누는 말인데, 영어로 Goodbye라고 쓰긴 하지만 실은 “다시 보자”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에 신부님과 아이들이 이 인사를 서로에게 건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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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감독이 유년시절에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나래이션을 루이 말 자신이 직접 하였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2차 세계대전 시 독일의 점령 하에 있던 프랑스의 어느 시골에 있는 사립기숙학교에 전학생이 한 명 온다.  그 소년은 프랑스 사람인 쟝 보네라고 하였지만 실은 유태인 쟝 키펠스타인이었다.  나찌의 유태인 학살을 피해 이름을 감추고 프랑스 부유층 자제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에 피신을 온 그 소년은 줄리앙 쿠엔틴의 옆 침대에 짐을 풀게 된다.  쿠엔틴(소년 시절의 루이 말)과 보네는 여느 소년들이 그러하듯 서로 투닥거리면서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그렇게 둘의 우정이 깊어가던 어느 날 …

이 정도만 들어도 어느 정도 감이 오시겠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성장영화이고 나찌의 유태인 학살을 비판하는 영화이다.  그런 주제와 이야기를 차분한 시선과 익숙한 톤으로 화면에 담고 있기에 이 영화는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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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른쪽이 루이 말 감독

사실 나찌의 유태인 학살과 인종청소 만행의 실상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영화는 아주 많다.  퍼뜩 떠오른 것만 적어도 “안네의 일기” “홀로코스트” “소피의 선택” “뮤직박스”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 등등.  아시아 문화권에 살고있는 내가 느끼기에 이 정도면 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많다.
 

소피의 선택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아니다, 많은 게 아니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추악한 범죄 중의 하나인 인종청소에 대한 고발과 경고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그 다양한 경고와 각성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범죄가 모양만 바꿔 지구촌 곳곳에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러하다.
 
여기에서 질문을 하나 해보자.  히틀러는 죽었다.  그를 추종하던 나찌들도 대부분 죽거나 사라졌다.  그런데 왜 그들의 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발생하고 있을까?  코소보, 체첸, 티베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할 것 없이 나찌가 저질렀던 범죄가 왜 자꾸 다시 발생하는 것일까?

희대의 범죄자 히틀러
그건 나찌의 범죄가 히틀러의 광기에서 비롯된 게 아니며 당시 독일에 모여있던 미치광이들의 공모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범죄는 인류의 순결성과 자기 민족의 고결성을 지키겠다고 저지르는 미친 짓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범죄는 주동자와 동조자들이 남들보다 이익을 더 챙기고 나아가 남의 것을 모두 빼앗아 독점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확신 속에 저지르는 조직범죄인 것이다.  내세우는 명분이 무어든 이 범죄는 탐욕만이 유일한 동기인 것이다.

그러기에 이 범죄는 어디에서고 어느 때고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나찌와 유태민족간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서도 생길 개연성이 항상 존재하는 범죄인 것이다.  히틀러를, 챠우세스쿠를, 밀로셰비치를 처형해도 이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탐욕이 정당하다고 욕심이 미덕이라고 미화되는한 우리의 아이들은 계속 사라질 것이고 고통받을 것이다.

 

어느 시대에서나 그랬듯이 이 영화에서도 밀고자가 등장을 한다.  그런데 이 밀고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도 결국 남들이 다 그러듯 그의 이익을 추구한 것 뿐인데 말이다.

안다.  이런 논리가 바로 이 땅 친일파들의 더러운 변명과 맞닿아 있음을.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용서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밀고자를 이해할 순 있어도 그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하고 이를 받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용서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불행이 닥쳐온다.  단죄되지 않은 그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어떠한 형태로 추구해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음을 경험하게 되어, 차후 어느 시대가 되어도 자신의 이익과 이를 획득하기 가장 좋은 위치인 권력을 잡으려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대부분 잠시라도 그걸 이루게 된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는 너무나 자주 있어왔다.   

      
이 영화는 앞에서도 이야기 하였듯이 온 가족이 휴일을 맞아 모처럼 함께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이다.  불행한 역사의 한 시기가 배경이다보니 결말이 해피엔딩일 순 없으나, 화면에 그려지는 것은 분노와 절망이 아니라 담담한 심경으로 전하는 이야기이다.

실없이 깔깔대는 영화나 무작정 까고 부수는 영화가 꺼려지는 분들에게 한 번 보시라고 추천해 본다.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