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과 “플란다스의 개”, 공통된 세계관의 다른 표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은 그의 첫 번째 상업영화 『플란다스의 개』와 기본적으로 같은 관점, 같은 구조의 영화다. 단지 첫 번째 영화에서 관점을 고르게 배분했던 것과는 달리 신작에서는 한쪽의 관점만을 드러냈고, 사건이 좀 더 극적이 되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첫째, 두 영화는 모두 두 개의 사건으로 구성된다.


그 두 사건 중에서 첫 번째는 나머지 하나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으나, 결국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두 번째 사건이고 첫 번째 사건은 그냥 지워지고 만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첫 번째 사건은 윤주(“이성재”)의 ‘개 유기 및 살해 사건’이다. 이로 인해 이후에 모든 일들이 벌어지지만, 결국 윤주의 이 범행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넘어간다. 『괴물』에서는 미군의관의 ‘포르말린 방류사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괴물은 이로 인해 탄생하지만 역시 그 사건도 영화에서는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않고 지워지고 만다. (두 번째 사건은 물론 ‘윤주네 개(순이) 납치/도살기도 사건’과 ‘괴물의 출몰사건’이다.)


둘째, 사건이 둘인 만큼 범인도 둘이지만, 이 두 범인에 대한 처분은 극과 극이다.


<플란다스의 개>의 윤주(“이성재”)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교수가 되는 데에 성공하며, 『괴물』의 미군 역시 실질적인 원인제공자이면서도 비난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계기로 생화학전 실험을 하는 기회를 얻는 이득을 본다.

반면에 이들로 인해 발생한 두 번째 사건의 범인은 사람들의 눈에 문제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처벌당한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노숙자(“김뢰하”)와 <괴물>에서 괴물이 바로 그 역할이다. 이들은 지극히 단순하고 본능에 충실할 뿐 특별히 악의가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매우 비슷하다. 즉, 만약 개고기 맛을 볼 기회나 포르말린으로 인한 유전자 변형이라는 사건만 없었더라면 이들은 그저 멍청한 노숙자로서, 한강의 물고기로서 단순한 삶을 마치고 말았을 존재들이다.

당구대에 비교하자면 이들은 적극적인 플레이어가 아니라 누군가가 친 공에 맞아서 그대로 굴러가는 공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일어난 모든 문제의 가해자로 지목받고 처벌당한다. 지나친 처벌인 것이다.


세째, 언제나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자와 문제를 해결하는 자는 따로 있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 유발자는 많이 배우고 사회적 지위가 높으며 권력을 가진 자이고, 문제
를 해결하는 자는 배운 것 없고 지위도 낮고 권력도 없는 자이다.

심리학 박사인 윤주는 자신이 개를 죽여 놓고서 정작 자기 자신의 개를 납치당하는 아이러니에 빠진다. 미군 역시 포르말린을 방류해 괴물을 만들어 놓고서는 그로 인해 애꿎은 사병 하나가 희생당한다. 그리고 그 이후, 윤주와 미군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이제 문제는 이 사건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쉽게 말해서 무고한 존재들이 짊어지고 해결하며 그로 인한 피해도 고스란히 그들이 다 뒤집어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공로에 대한 어떤 인정도 받지 못한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그 무고한 인물은 현남(“배두나”)이고, 『괴물』에서는 강두(“송강호”)네 가족이다. 현남은 납치된 개를 찾아서 윤주에게 돌려주었으나 결국 자신은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그토록 원하던 TV출연 마저 이루지 못한다. 강두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괴물을 처치했지만 큰 희생을 치렀을 뿐, 그로 인한 어떤 공치사도 받지 못한다. 뉴스와 신문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떠들어댄다.

일 벌린 넘들은 어디 가고...

덧붙여, 이런 이야기가 유지되기 위해서 영화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는 언제나 나머지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이해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만 받는다.

현남은 직장 상사로부터 맨날 할 일을 빼먹고 싸돌아다닌다고 비난받으며, 강두네 가족은 위험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로 도주한 위험인물들로 체포 대상이 된다.

고독한 현남을 응원하는 건 상상의 관중들과

현남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 뿐이다


게다가, 그 와중에 규칙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은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현남이 필사적으로 도망칠 때 비상구에 가득 쌓인 물건들과 닫힘 버튼을 눌러도 닫히지 않는 엘리베이터 문이나, 강두네 가족을 바이러스 보균자로 분류해 끌고와서는 아무 대책없이 다른 환자들과 의사들에게 노출시키는 병원시스템이 바로 그런 규칙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다.

이런 일도 상당히 익숙하다

결국 이 두 영화에서 드러난 감독의 관점은,

이 세상은 사고치는 놈과 해결하는 놈이 따로 있으며, 좀 배우고 권력 있다는 놈 치고 제구실 하는 놈 없고, 오히려 그 빈틈은 못 배우고 권력 없는 민중이 대신 해결해온, 본말전도의 법칙에 따르는 세상이다.


영화 괴물에서 반미의식이 드러난다고 하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의 관점은 반미라기 보다는 반권력, 반시스템, 반지식인 이다. 윗대가리들만 제대로 하면 벌어지지 않을 사건들로 인해서 무고한 시민들만 죽어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관점이 지나치지 않을까? 너무 비관적이고 급진적이지 않을까?
글쎄 … 경제위기, 4대강, 용산참사, 외환위기,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가스폭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등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위기와 참사들을 생각해봐도 이런 관점이 비현실적이라는 말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제나 윗대가리들이 제대로 일을 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사건이고,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무고한 민중들이 뒤집어써야 하지 않았던가. 경제위기, 외환위기 때 금융시스템을 비판하고 고치기는 커녕 엉뚱한 정책으로 일관하는 실제 정부의 행태나, 정작 괴물에는 신경쓰지 않고 엉뚱한 바이러스 공포만 퍼트리는 영화속 정부의 행태가 크게 다른가?

어쨌든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같은 정서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다른 영화는 한국영화사의 신기록을 세웠다는 점이다.



 

영진공 짱가

“Up In The Air”, 그냥 설렁 설렁 살아도 되는 건가요?

사랑은 늘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인것 같습니다.

머물러 있길 바래도 그저 지나가는 건가 봅니다.




그래도




세상에 하나쯤은 영원한것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불황과 실업으로 세상이 하수선 해서 지난 일년간 그저 그런 killing time용 블럭버스터만 보고 살아온것 같습니다. 작년의
<2012>와 <아바타>가 그나마 머리에 들어오는 영화이고, 감동보다는 ‘와우’하고 놀라는 대작 영화들에 둘러싸여 보냈습니다.

해가 지나고 올해는 작년보다 낫겠지 하면서 우연히 <Up in the air>란 영화를 보다가 눈물이 주루룩 흘렀습니다.
제목을 한국말로 번역해보면 “하늘에서”란 정도의 뜻인데 조지 클루니가 나오는 코메디 드라마 장르의 영화입니다 .

스포일러를 조금 넣어서 이야기 하면 조지 클루니는 각 기업에서 해고를 할때 마지막 인터뷰를 기업 인사과를 대신해서 해주는
회사에 근무 중이고 그래서 일년에 11달 정도를 출장으로 보냅니다. 자기가 타고 다니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천만마일 클럽 가입을
목표로 삼고 싱글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늘 다니는 출장을 즐기는 중년의 사내입니다.

영화는 두가지 축으로 이루어 지는데 하나는 요즘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 그리고 그 여파로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해고자들과의 마지막 인터뷰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던 조지 클루니가 하나뿐인 여동생의 결혼을 계기로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정착을 원하게 되는 축 입니다. 물론 그 뒤로 몇 번의 반전이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러니하게 눈물이 나온 곳은 사랑이 관련된 장면이 아니라 의외로 일종의 블랙 코메디로 나오는 수십명의 해고
인터뷰 장면이었습니다. 성실하게 일해온 청년/아저씨/아줌마/들이 하루아침에 해고 통고를 받습니다. 퇴직금 제도가 없는 미국은
해고시 느끼는 충격의 강도가 한국 보다 크다고 생각 됩니다.

우는 사람/화내는 사람/자포자기 하는 사람 / 애원하는 사람 등등 해고 인터뷰에서 나오는 여러 유형의 읍소를 하는 사람을 보면서
어차피 그 회사와는 전혀 상관없고. 힘도 없는 조지 클루니가 그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오늘의 이 해고가 너에게는
새로운 기회이다. 좀 더 능력을 쌓거나 자기 재질이 있으면 다른회사에 쉽게 가거나 또 자기에게 꼭 맡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져라” 라는 상투적인 이야기 입니다.

 

작년 한해는 제가 살아오면서 주위가 가장 힘든 한해 였던것 같습니다. 수많은 지인들이 일을 잃어버리고 그들 대다수는 아직도 일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우울한 한해 였습니다. 경기회복이 되고 있다지만 실업에 관해서는 아직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메인주제가 사랑영화인 이 영화를 보면서도 엉뚱한데에서 우울해 집니다.

게다가 해피엔딩 가족의 행복 등등으로 끝나는 헐리우드의 러브코메디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내용은 아주 가볍게 주제는 무겁게 결론은 인생 뭐 다 그런거야 그냥 설렁 설렁 사는거야의 허무주의를 풍깁니다.

조지 클루니의 능글맞은 연기의 맛이 살아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개봉전인데 개봉하면 꼭 강추합니다. 혼자 보셔도 재미 있습니다.

영진공 클린트

 

이명박 정부의 중대 고비-언론노조 파업



MBC가 방송법을 놓고 선전포고에 가까운 뉴스를 쏟아낸 지 일주일. 언론노조가 총파업에 나섰다. 요는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진출을 허용하는 방송법 저지다.


한나라당이 연내 처리하겠다는 법안들에는 집시법, 사이버모욕죄법, 금산분리 완화와 출총제 폐지에 관한 법 등 여러 개의 쟁점 법안들이 있지만 유독 방송법만 문제시하는 MBC와 언론노조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조금 난감한 면이 있다. ‘방송법만 막아내자’처럼 보인다. 물론 감감 무소식인 KBS 노조에 비할 바는 아니다. KBS 노조의 이중적인 태도야말로 꼴불견이다.

한나라당의 무더기 법안 처리 방침에 대해서는 당내 소장파 뿐 아니라 조선일보까지 우려를 표했다.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연내 무더기 강행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을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거다.

첫째. 집권여당은 하루라도 빨리 4대강 정비사업을 시작하고 싶어한다. 4대강 정비든 대운하든 이름은 상관없다. 지금 경제가 야단이다. 내수가 싹 죽을 판이고, 마이너스 성장도 일어날 수 있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삽을 뜨면 잠시 반짝이더라도 내수를 살릴 수 있다. 겨우 토건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쌍팔년스러운 정치적 상상력이 슬프지만 이게 집권여당의 한계다. 그래서 이들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 4대강 정비사업을 해야 한다. 4대강 정비나 대운하의 목적은 애초부터 국토개발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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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여론에서 4대강 정비 사업이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집시법 고쳐서 광장에 못 나오게 하고, 사이버모욕죄 만들어서 인터넷에다 못 떠들게 하고, 방송법 고쳐서 정권에 우호적인 방송 만들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한나라당의 연내 무더기 법안처리는 내년 정부 정책 시행에 대한 터 다지기 작업인 것이다.

둘째.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논란은 절대 내년 5월까지 가서는 안된다. 시민들에게 5월과 6월은 광장의 계절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특별한 시기다. 5월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도 많을 테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도 이때 절정이었다.

때문에 이때까지 주요 쟁점과 논란들을 다 처리하지 못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아예 못한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하반기 접어들면서 상반기 경제 성적이 나오기 시작하면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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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내놓은 몇 가지 고용정책을 보자.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현재 2년에서 4년으로 확대시켰다. 고용기간 2년이 다 된 비정규직을 사용자들은 계속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재 법이다. 그럼 사용자들이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줄까? 천만에. 그냥 해고해 버린다. 그럼 이들이 실업률 통계에 잡힌다. 결국 실업률이 증가한다. 때문에 2년을 4년으로 늘린 건 실업률 수치를 최대한 줄여 보려는 발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안 그래도 비정규직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나라,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좋으니까 실업률 통계만큼은 낮추겠다는 눈 가리고 아웅 발악이다.

비슷한 게 또 몇 가지 있다. 고령자 최저임금 10% 삭감, 수습 사원 3개월에서 6개월로 기간 연장. 이것들이 모두 실업률 수치를 낮춰 보겠다는 정부의 발악이다. 서민들 일자리의 질이 개차반이 되더라도 정권의 포장 만큼은 이쁘게 가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마이너스 성장’을 언급할 만큼 내년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이 시행되지 못한다면 내년 후반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일 게다. 따라서 여당의 연내 처리 방침은 이런 속내와 닿아 있다. 여당의 강행 처리가 청와대의 입김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여당의 시나리오대로 올해 안에 법안 다 처리해서 내년 되면 4대강 정비 시작하고 각종 규제 완화 법안들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MBC의 총력 저지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여러 정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이미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크게 한 번 마찰을 빚었었고, 역사 교과서 수정 문제, 일제 고사 거부 안내장 발송한 교사들 해직 문제, 건기연 김이태 연구원 징계 문제, YTN 낙하산 사장 문제, 종부세 문제, 환율 정책 문제, 공기업 민영화 문제 등등등이 현재 마찰 중이다. 그러니까 동네마다 촛불 시민 한 명씩 등장한 셈이랄까? 그런데 만약 이 촛불 시민들이 다시 한 곳에서 뭉쳐 버린다면?

그 매개체가 MBC가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시민들은 연내 무더기 처리하겠다는 법안들이 어떤 내용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른다. 자신과 직접적으로 상관없기에 또 모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기톱 국회의원에게 짜증이 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MBC가 방송법 문제를 보도하듯 다른 쟁점 법안들을 보도하기 시작한다면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흩어져 있던 여러 촛불들이 한 데 모여 횃불이 될 수도 있다. 임기 1년만에 커다란 촛불을 두 번 만나는 이명박 정부는 내년부터 급속하게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현재 MBC를 포함한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따라서 내년 집권 여당의 향방을 가르는 시험대다. 여당은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할 것이다. 방송법은 빼고 처리해서 언론노조 파업을 일단 진정시킬까?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럴 경우 4대강 정비 사업에 대한 방송의 비판을 어떻게 누그러뜨릴까를 다시 고민해야겠지만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다.


영진공 철구


 

1997년 11월 21일 그리고 오늘 …


1997년 11월 21일

  * 한국 IMF 구제금융체제 돌입

2008년 11월 21일

  * 10시 53분의 외환시장

그리고,

  * 엔화 1,600원대 돌파

그런데 …

“이명박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환율불안과 관련, “외환은 건드리면 안 된다. 가만 놔둬야 한다”며 외환시장 불개입 입장을 밝혔다.”

뭘 어쩌자는 건지 …

영진공 이규훈

금융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보아야 할 영화 다섯 편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 전체에 먹구름이 덮히고 있다.  빚장사치(Debt Trader)들이 대출금 하나에 새끼를 낳고 낳아 이리 넘기고 저리 넘기면서 장부 상의 이익으로 돈 잔치를 벌이다가 급기야는 빵꾸가 나게 된 게 요번 사태의 요약되겠다.

이를 급하게나마 수습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이 물경 840,000,000,000,000 (8 백 4 십 조)원 이란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액수도 그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사태가 어찌 전개될지 지금 누구도 섣불리 예측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그 폭발력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여 안절부절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화폐유동성의 위기로 시작된 이번 사태는 아주 빠른 속도로 실물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리만브라더스는, 한국 경제는 튼튼하며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타령만 늘어놓으며, 가장 위험하달 수 있는 시기에 ‘종부세 폐지’에 올인 중이다.

자, 여기에서 문제.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달러 가격은 어찌될까?  당연히 약세로 가고 현재 세계 화폐 시장에서도 그렇게 거래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달러 환율은 오르는 게 정상일까, 내려가는 게 정상일까?

한국 경제와 금융이 튼튼하다면 당연히 내려가야지만 지금 환율은 연일 힘차게 산악등반 중이다.  그리고 지난 3개월 간 국제적으로 달러 환율이 오른 나라는 태국과 한국 뿐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로 인한 이익이 늘어난다고?  원료비는 어떡할 건데? … 유가가 내려갔다고?  석유의 가격은 달러로 매겨지는데 뭔 소리래?

경제와 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 서민들, 작금의 상황이 그저 강 건너 불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몇 번 보지 못했던 위기를 맞고 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다가오는 삭풍을 견뎌내야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다섯 편을 골라 소개하오니, 끌리시는 분들은 영화를 보시면서 현 상황에 대해 좀 더 이해의 폭을 넓히시기를 바라며 또 이런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시기 바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1. 겜블 (Rogue Trader, 1999)
   * 감독: 존 디어든 (John Dearden)
   * 주연: 이완 맥그리거

닉 니슨(Nick Neeson)은 영국의 거대은행 베어링의 직원이었다.  그는 싱가폴 증시(SIMEX) 선물(Futures) 부문에 파견되어 일하면서, 장부조작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선물투자 실패를 숨기고 마치 커다란 이익을 올린 것 처럼 꾸미는 수법으로 막대한 보너스를 챙겼다.

이런 그의 행각으로 인한 손실은 최초에 약 2 백만 파운드 정도였으나, 이 년 만에 2 억 8 백 만 파운드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1995년에 일본 증시에 대한 예측 실패로 그는 무려 8 억 2 천 7 백만 파운드의 손실을 끼치고 도피해 버린다.  이 손실로 베어링 은행은 결국 지불불능을 선언하고 파산해 버렸다.

말레이시아, 태국, 독일 등을 전전하며 도피생활을 하던 그는 추후 검거되어 재판을 받았고, 6년 반의 형기를 선고 받았지만 1999년에 암 진단을 받고 풀려났다.  현재 그는 재혼을 하여 아일랜드의 한 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영화는 그의 자서전 “Rogue Trader”를 영화화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극 중에서 닉 니슨을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
사실 베어링 은행의 파산이 온전히 그의 행각 만으로 초래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부 인사들의 여러가지 이해관계와 적절한 감시가 이루어지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가 결합하여 재앙을 초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자신의 손에 쥐어지는 보너스의 달콤함에 취해, 뻔히 닥쳐 올 엄청난 불행을 더욱 크게 부풀리기에 분주했던 그를 그저 철부지라고만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 2007)

   * 감독: 토니 길로이
   * 주연: 조지 클루니, 틸다 스윈튼

어느 시골 마을의 주민들은 세계 굴지의 농업회사 uNorth (극 중 명칭)를 상대로 6 년간에 걸쳐 피해보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uNorth의 제품이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마을의 주민들이 중독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나타난다.

이에 uNorth의 신임 법무팀장 카렌과 회사측 소송대리인의 해결사인 마이클 클레이튼이 해당 사건 속으로 휘말려들게 되는데 …


사용자 삽입 이미지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카렌.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불행한 사태 뒤에는 꼭 이런 사람이 있다.
사실 그녀는 이 사건에 있어서 메인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녀에게 돌아올 이익이라곤 경영진의 칭찬과 이후 혹시나 주어질지도 모르는 파트너 자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몇몇 경영진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주저없이 실행에 옮긴다.

요새 우리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작년까지만 해도 “종부세”의 당위성을 역설하기에 바쁘다가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종부세”가 징벌적 세금이라는 논리를 만들어내느라 바쁘신 공무원분들.
밥줄 때문에, 애들 교육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겠지만 … 과연 아이들이 그런 부모들에게서 뭘 보고 배울지 …


사용자 삽입 이미지3. 인사이더 (The Insider, 1999)
   * 감독: 마이클 만
   * 주연: 러셀 크로우, 알 파치노

1996년에 미국의 “60minutes”(한국의 “PD수첩”과 비슷한 성격의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방영되었던 어느 전직 담배회사 중역의 인터뷰로 인해 촉발된 대규모 소송에 대한 실화를 극화한 영화.

담배회사 Brown&Williamson의 연구개발분야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제프리 위간드(실명)는 어느 날 갑자기 해고를 당한다.  그에 의하면 해고사유는 담배의 유해성을 줄이고자 했던 그의 연구 때문이었다 한다.  즉, 암모니아 공법을 적용해 니코틴이 보다 빠르게 인체에 흡수되게하여 담배의 중독성을 심화시키려했던 경영진의 의도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당시 담배와 화재의 연관성을 취재하던 유명 기자 로웰 버그만(실명)이 기술적인 문제로 조언을 구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둘의 인연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이용하여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담배회사들의 비리에 대해 파고 들어가는 단계로까지 진행된다.

여러가지 어려움과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결국 제프리 위간드의 인터뷰는 방송을 타게 되고, 이를 계기로 미국 내에서 2,460 억 달러의 합의금이 도출된 소송이 벌어지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러셀 크로우가 연기한 제프리 위간드와 알 파치노가 연기한 로웰 버그만.

우리는 제프리와 같은 사람을 “내부고발자”라 부르고, 영어로는 “Whistle Blower”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건전한 사회와 기업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에 조직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나 나쁜 의도를 가진 배신자로 치부된다.
 
로웰 버그만 같은 이는 “외부고발자”라고 할 수 있겠다.  조직의 바깥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Whistle Blower가 바로 기자의 모습 중 하나 아닌가.

그런데 최근의 우리 사회는 호루라기를 불면 너무 시끄럽다고 불순하다며 꾸짖고 처벌을 들먹인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거다.


4. 어 퓨 굿맨
   (A Few Good Men, 1992)

   * 감독: 롭 라이너
   * 주연: 톰 크루즈, 데미 무어, 잭 니콜슨

풋내기 군법무관 대니얼 키프는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에 주둔 중인 해병대 병영 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두 피고인에 대한 변론을 맡게 된다.  살해 당한 이는 평소 불만이 많고 전우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병사였는데, 사건이 있던 무렵에 그는 배치 부대를 변경시켜 달라고 요구하며 들어주지 않으면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하던 중이었다.

해군 수사관 조앤 갤로웨이와 함께 사건의 실체를 조사하던 대니얼은, 이 건이 단지 동료 병사의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고위급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소위 “코드 레드” 사건 임을 파악하게 된다.

결국 그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어코 부대 지휘관인 네이선 제습 대령을 증언대에 세우게 되는데 …


잭 니콜슨이 연기한 네이선 제습 대령.

그가 남긴 명대사가 있었으니 … “너는 진실을 알 자격이 없어! (You cannot handle the truth)”

그의 말인즉슨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는 직업군인들에게 일반의 기준을 적용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자신들 덕분에 후방에서 편하게 사는 나약한 국민들은 자신들을 비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그가 목숨을 바쳐 지키고자 하는 게 과연 나라와 국민일까?  그가 지키고자 한 것은 결국 제 손에 쥐어진 권력일 뿐이다.  나라와 국민이 있어 그에게 권력이 위임되었다는 사실을 그는 거꾸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 요새 너무 많이 본다.  잠시 주어진 권력을 이용해 그간 자신들이 받았다고 생각한 설움(?)에 대한 한풀이를 하는 모양인가 본데 … 아서라, 그러다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  너희들은 권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 (You cannot handle the power)


5. 땡큐 포 스모킹
(Thank You For Smoking, 2006)

   * 감독: 제이슨 라이트만
   * 주연: 아아론 엑크하트

닉 네일러는 담배 관련 연구기관의 부사장이다.  이 연구기관의 목적은 흡연과 폐암의 연관관계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이 단체는 담배회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으며 흡연과 폐암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다는 데이타를 만들어내 담배회사를 지원하는 로비단체이다.

이런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알리고 흡연의 권리를 옹호하는 일을 맡고있는 닉 네일러는 주류업계의 로비스트인 폴리와 무기산업의 로비스트인 제이와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세 사람은 그들의 직업이 그리 자랑스럽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스스로 “죽음의 상인 (the Merchants Of Death squad)”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담배갑에 해골 표시를 해야 한다는 법안이 상정되자 닉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내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렇게 성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악착같이 행하던 닉에게 커다란 사건이 발생하는데 …


극 중에서 투 페이스 … 아니, 닉 네일러를 연기한 아아론 에크하트

그에게는 흡연권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담배회사로부터 커다란 이익을 보장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히 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다.  윤리, 사명감, 역사적 의무 … 이런 거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일하느라 바쁘고 피곤한 사람인 것이다.

그의 모습이 왠지 친숙하지 않은가.  그대와 나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런 그를 비겁하다고, 어리석다고 맘껏 비난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할까.

조금 서글프지려 한다.


끗.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