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게임, 할 게 없다.”

한동안 무료함을 달래려 지인으로부터 알게된 o-game이라는 것을 해왔다.

웹브라우저만 있으면 가능한 일종의 전략 시뮬인데다가 실시간으로 한 서버당 3800~4100명의 플레이어와 대결을 하는 구도라 꽤나 흥미진진하게 여겨졌고, 어릴 때 즐겼던 ‘마스터 오브 오리온’ 시리즈와 유사한 점도 많아 꽤 재미나게 즐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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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간에 메시지도 주고 받을 수 있고 – 그를 통해 일종의 외교도 할 수 있는 거지만 – 게시판을 통해 물류교류부터 시작해서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역시. 재미가 없다.

따로 스킬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손재주가 필요한 것도 아닌.

누가 막강한 화력으로 무장하고 약탈 – 혹은 그 힘으로 자신을 지켜내며 자영농을 하든 – 을 일삼을 수 있을 지언정 그 막강한 화력을 모으는 데 들이는 시간의 투자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다.

위의 스샷에 나온 스코어까지 올라가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대형 수송함을 만들어 내어 7일 이상 접속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을 찾아 그들이 관리하지 않은 행성에 무혈입성하여 자원을 약탈해 오는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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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정탐 후 공격할 대상을 추려내고 공격 시기를 조율하여 표로 만들어가며 아예 순환 프로세스를 구축해서 ‘무력충돌’없이 급성장해버렸다.

동맹하나 없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자 몇 번의 견제가 들어왔지만 언제나 효율성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빈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약탈 해적꾼들이 공동으로 연합해 침공하기로 계획을 해 동맹하나 가입하지 않고 겁없이 설쳐댄 나를 응징하러 출발했다.

그러나 그들은 불쌍하게도. 사람들이 자고 있을 새벽 시간에 내가 일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난 가볍게 늘 하던대로 내가 가진 자원들을 약탈할 수 없게끔 연구 개발과 건물 짓는 데 사용하고, 남은 자원을 내가 가진 함대에 실어 빈집을 내주었다.

허탈하게 빈손으로 – 물론 함대 이동에 쓰인 비용이 엄청나므로 궁극적으로 손해겠지만 – 돌아간 그들이 내게 남긴 메시지는 ‘새벽에도 집을 지키는 캐훼인’이란 이야기였는데 좀 으아스러웠다.

밤을 잊어가며 ‘웹 브라우저’로 즐길 수 있는 가벼운 게임을 하드코어로 침공하는 그네들과 하루에 서 너번 접속해서 정탐 -> 수송만 하고 새벽에 일하면서 그날 모은 자원을 정리하는 사람이 비교가 되는가?

어쨌거나 즐거운 게임 컨텐츠 하나 없는 – 오로지 사용자 이벤트 뿐인 – 이런 게임에 더 이상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 과감히 계정 삭제를 선택했다.

역시 웹게임은 프리셀이나 지뢰찾기, 마작 같은 게 최고다.


영진공 함장

<화려한 휴가> – 어떻게 말할 것인가

화려한 휴가 어떻게 말할 것인가.

차근차근, 차곡차곡 하나부터 열까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명확하고 분명하게
그러나 차분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고 낮고 긴 울림으로 말할 것인가.

벌겋게 변한 얼굴에 5초 뒤 터져버릴 것만 같은 핏줄을 지금 막 바람을 받아 달리기 시작한 범선의 닻줄처럼 팽팽하게 세우고 타액을 용암처럼 뿜어올리며 불끈 쥔 두 주먹을 마구 휘둘러대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 댈 것인가.

[화려한 휴가]는 명백하게 두 번째 방법을 택하고 있음이다.

어떤 방식이 더 바람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 하고 싶지 않….(끄응)지만.

‘더 제대로 보여줄 것인가.’ 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것인가.’ 이 둘 중에서도 역시

[화려한 휴가]는 명백히 두 번째 방법을 택하고 있음이다.

내가 ‘더 제대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 이었다고 해서

어떤 방식이 더 바람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역시 가타부타 말 할 수 없다.
내 주변에 본 영화를 너무나 재미있게, 감동 이빠시 먹어 가면서 눈물콧물 줄줄 흘리며 본 사람들 또한 어마무지하게 많으므로…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또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가장 큰 문제는
5.18 이라는 거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당 영화, “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기 위한”목적이 너무나 뻔히 들여다보이는, 친숙하다 못해 흔해터진 문법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5.18 이 일어나던 해에 태어난 나는 사실, 그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만큼 시대의 공기를 마셔본 적도, 그 아픔을 피부로 느껴본 적도 없지만.
그러나 최소한, 다시는 일어나선 안될 그 일이 “광주에서 벌어진 액션 활극”이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다.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온갖 싸구려 감상으로 덧칠을 한 휴먼 블록버스터 액숑무비인 당 영화가 518의 커다란 상처를 그저 그 시대에 일어난 아주 ‘슬펐던’ 사건 정도로만 그려내고 있는 건.
차라리 말하지 않음만 못함이다.

자기 흥분을 주체 못할 정도라면 입을 다물어라.
더 현명한 사람이 말할 수 있도록.


영진공 거의없다

<선샤인(sunshine)>, “스토리가 영 석연찮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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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미래 비실비실거리는 태양에 폭탄을 냅다 던져 다시 활력있는 태양으로 되돌리고자 지구의 자원을 아득바득 긁어모아 이름부터 의미심장한 ‘이카루스’라는 우주선을 만들어 폭탄을 싣고 태양으로 떠난다는, 줄거리만 들어보자면 히어로물인가 싶지만 다시 보면 감독이 ‘28일 후’의 대니 보일인지라 ‘아아..우주선에서 좀비들이 발광하는 영화구나..’ 하는 생각도 들테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의외로 꽤나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영화다. 인간을 창조한 신을 그 피조물인 인간의 손으로 부활시키려는 것이 올바른가 하는 신과 인간, 삶과 죽음 등 백날을 떠들어 봐야 네버엔딩이라는 이런 문제들을 우주라는 공간에서 죽어가는 태양을 배경삼아 이야기 하고 있는 그다지 호러물과는 거리가 먼 영화였던 것이다.



의욕이 철철 넘치는 이 대니 보일 감독님은 태양의 모습에서부터 우주선의 소품하나하나에까지 철저한 과학적 고증을 통해 만들어냈으며 배우들을 NASA에 위탁교육 시키고 합숙을 통해 손발을 맞추는 등 완벽한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화면 가득히 펼쳐지는 그 엄청난 태양의 모습은 정말 극장가서 보지 못한게 억울해서 소주 병나발이라도 불고 싶을 정도로 최고다. 그러나 아쉽게도 스토리는 이런 철저한 과학적 고증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 채 영 석연찮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앞서 출발했다가 실종된 이카루스 1호에 대한 이야기가 그다지 고개가 끄덕여지지도 그렇다고 충격적이지도 않으니 이게 무슨 과학 다큐가 아닌 다음에야 태양과 우주선만을 보며 환호를 지르기엔 영 허전하다.
 
비록 그렇다곤 하더라도 발로 쓴 스토리 수준은 아니니 우주와 SF를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이정도면 볼만한 영화다라고 추천하고 싶다.  



 





 영진공 self_fish

나이스의 숲 (The First Contact, ナイスの森,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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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이시이 카츠히토, 미키 슌이치로, 아니키



전작 ‘녹차의 맛’에서도 범상치 않은 4차원 개그를 보여준 이시이 카츠히토 감독은 이번엔 두 명의 크리에이터가 더 가세해서 만든 ‘나이스의 숲’이란 괴물(?)을 들고 지구로 돌아왔다.




21 개의 에피소드들과 영화 전반에 빼곡히 들어차있는 기괴하고 희안한 상상력, 뭔가 우주 저 너머에서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보낸 것만 같은 개그 센스, 게다가 이들의 작당을 위해 의기투합해준 유명 배우들.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는 ‘녹차의 맛’에 이어 또 출연했다! 이사람 재미붙였다.) 도대체 인간의 언어로는 형용하기조차 힘든 이 아스트랄한 작품은 이들 세 명이 뭉쳐다니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강하게 들게 만든다. 하지만 한순간의 객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이 영화의 제작뿐만 아니라 이후의 창작활동을 위해 아예 영화 이름과 같은 ‘나이스의 숲’이란 불길한(?) 회사까지 차려버린다. 이 사람들. 진심이다. 덜덜덜~




그들의 머릿속과 직렬연결 되어있는 당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면 우선 당신의 뇌를 머리에서 꺼내 옆에 놓고 팝콘으로 머리를 채우자. 그리고 뇌를 콜라캔에 쑤셔넣어 영화에서 방출되는 괴전파로부터 뇌를 차단하라. 자. 준비가 되었다면 그들의 머릿속으로 출발이다~!


 


영진공 self_fish

[짤구의 골든 팝스] 빽투더 로맨스

라디오에서 제시카의 ‘Good bye’와 에어 서플라이의 원곡 ‘good bye’를 비교해서 들려주더군요. ‘아우라’라고 하던가요?

시뮬라크르가 넘치는 시대. 원본에는 짝퉁들이 넘볼 수 없는 어떤 장엄함, 숭고함, 전율이 있지요.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예술의 영원한 원본인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저려오는 오금. ‘아우라’지요.

라디오가 들려주는 에어 서플라이의 ‘Good bye’에서도 그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느낌은 원곡의 아우라라기 보다는 쌍팔년도의 어떤 향수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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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서플라이는 쌍팔년 시절 로맨틱의 전형이었지요. 저도 그들의 ‘Even The Nights Are Better’를 들으며 잠 못들던 고삐리 시절이 있었습니다. 90년대 대학가 주점을 배경으로 하는 영상에서는 변함없이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워도…”가 흘러나오듯, 쌍팔년도 러브 스토리에는 변함없이 에어 서플라이가 흘러나왔습니다.

지금의 로맨틱 감수성은 표현이 그보다 훨씬 자유로운 시절이니 더 하드한 거 같기도 하고, 혹은 개나 소나 소몰이 하는 통에 더 알앤비스러운 듯도 하지만, 당시 로맨틱 감수성은 딱 에어 서플라이 수준이었습니다. 어두운 밤에 스탠드 달랑 켜고 기름종이 편지지에 공들여 연애편지 적는… 그 정도 감수성이지요.




검색해서 걸리는대로 나열.



율동이 아뜨입니다.

마지막은 삼천포 스테이션 안착. 이 정도면 팝아트 수준 아닌가 싶습니다. 이박사님.


아차 설명이 없네요.


1. 에어 서플라이 ‘Lost in love’ 2. ‘La boum 2 – Your eyes’ 3. ‘Last concert’ ost 4. 린다 론스테드 ‘Long long time’ 5. mahattans ‘kiss and say good bye’ 6. 이박사 메들리.


영진공 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