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 어떻게 말할 것인가

화려한 휴가 어떻게 말할 것인가.

차근차근, 차곡차곡 하나부터 열까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명확하고 분명하게
그러나 차분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고 낮고 긴 울림으로 말할 것인가.

벌겋게 변한 얼굴에 5초 뒤 터져버릴 것만 같은 핏줄을 지금 막 바람을 받아 달리기 시작한 범선의 닻줄처럼 팽팽하게 세우고 타액을 용암처럼 뿜어올리며 불끈 쥔 두 주먹을 마구 휘둘러대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 댈 것인가.

[화려한 휴가]는 명백하게 두 번째 방법을 택하고 있음이다.

어떤 방식이 더 바람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 하고 싶지 않….(끄응)지만.

‘더 제대로 보여줄 것인가.’ 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것인가.’ 이 둘 중에서도 역시

[화려한 휴가]는 명백히 두 번째 방법을 택하고 있음이다.

내가 ‘더 제대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 이었다고 해서

어떤 방식이 더 바람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역시 가타부타 말 할 수 없다.
내 주변에 본 영화를 너무나 재미있게, 감동 이빠시 먹어 가면서 눈물콧물 줄줄 흘리며 본 사람들 또한 어마무지하게 많으므로…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또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가장 큰 문제는
5.18 이라는 거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당 영화, “더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기 위한”목적이 너무나 뻔히 들여다보이는, 친숙하다 못해 흔해터진 문법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5.18 이 일어나던 해에 태어난 나는 사실, 그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만큼 시대의 공기를 마셔본 적도, 그 아픔을 피부로 느껴본 적도 없지만.
그러나 최소한, 다시는 일어나선 안될 그 일이 “광주에서 벌어진 액션 활극”이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다.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온갖 싸구려 감상으로 덧칠을 한 휴먼 블록버스터 액숑무비인 당 영화가 518의 커다란 상처를 그저 그 시대에 일어난 아주 ‘슬펐던’ 사건 정도로만 그려내고 있는 건.
차라리 말하지 않음만 못함이다.

자기 흥분을 주체 못할 정도라면 입을 다물어라.
더 현명한 사람이 말할 수 있도록.


영진공 거의없다

“<화려한 휴가> – 어떻게 말할 것인가”의 한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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