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폴리스 스토리』 김형곤 개그의 표절?

2004.10.20.목요일
그럴껄의 뉴스서비스 ‘진상은’

“성룡”은 추석의 키워드였다.
설날처럼 세뱃돈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성룡”이 있었기에 만족했던 시절이 있었다. 진짜 아파하고 진짜 웃기고 진짜 멋지고 진짜 날라다녔던 “성룡”이었다. 요컨대 13살의 입에서 나온 ‘진짜’는 최상급 형용사였고 성룡의 연기는 여타 다른 잡다한 형용사 따위가 나불거릴 수 없는 영역에 속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헐리웃은 『턱시도』, 『80일간의 세계일주』, 『메달리온』을 통해 우리에게서 “성룡”을 앗아갔다. 우리가 원하던 “성룡”은 거기 없었다. “성룡”은 “장끌로드 반담”이나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아니었음에도 헐리웃은 성룡이라는 전무후무할 재료를 CG와 아크로바트를 통해 망쳐버렸다. 참, 깔끔하게도 말아먹었다.

이젠 더이상 “성룡”을 기대하지도 않고 추석을 지낸다. 그냥, 돈 버는 자 티 내느라고 선물 사고 그냥, 먹고 사는거 추하게 안보일라고 인사하러 다니고 그런다. 사이사이 추석 특별영화 틈바구니에 “성룡”이 간간히 보이지만 고스톱 판뒤에서 무성의하게 들리는 포커스 아웃된 외경일 뿐이다.

중국반환 이후 홍콩은 “성룡”에게 미안했을 거다. “성룡”은 헐리웃에서 일군 자신의 성공이 반만 원조팬(사실 그야말로 “이소룡”이후의 범 아시아 스타 아닌가?)을 위했다는 것에 미안했을 거다. 자신을 키운 홍콩에 어쨌건 원죄처럼 미안한건 오래 남아 있을거다. “성룡” 착하잖냐.


『뉴 폴리스 스토리』의 진국영은 마치 홍콩에게 미안했던 “성룡”의 페르소나 같다. 1985년부터 시작된 『폴리스 스토리』의 미학인 아니 “성룡”이 지금까지 성장한 원동력이었던 건강하고 육체적인 웃음이 사라졌다. 비통하고 슬프기만한 이 이야기는 『중안조』 때보다 원숙하고 늙은 “성룡”의 비애가 더 짙다.

그러나,
너무나도 슬프게도
이 영화는 신파의 굴레를 결국 벗어나지 못한다.
철없는 10대들의 우발적인 범행, 그리고 게임을 하듯 벌이는 범행의 동기는 김형곤 유행어처럼 화면이 나가기도 전에 입속에서 중얼거리고 있다. 김학래가 “저는 회장님의 영원한 종입니다, 딸랑딸랑”거리자마자 양종철이 일어나 “밥먹고 합시다”를 외치는 순간 회장이 일어나며 “이러니 잘 될 턱이 없지”하면서 “그나저나 잘 되야 할텐데~”를 외치던 대사의 8할이 유행어로 채워진 회장님회장님 우리회장님이 이런식으로 오마쥬 될 수도 있다니…. (나는 안봐도 비디오 수준의 줄거리를 갖고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착한 성룡을 봐서 이렇게 둘러서 이야기하고 있다.)

어쨌든 나이를 먹은 “성룡”은 이제 그 화려했던 몸놀림과 재기가 짐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그에게 아직도 스턴트와 아크로바트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픔은 성룡이 풀어내야 할 숙제이긴 하다.

우리도 “성룡”을 액션배우가 아닌 나이를 젊잖게 먹은 또다른 성룡으로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 좀 쿨하게 그가 젊잖고 멋진 또다른 역으로 변신해 보는 걸 기다리는 거 말이다.

그는 20여년의 추석을 즐겁게 해준 공로도 있잖냐.

그럴껄의 뉴스서비스 ‘진상은’ 앵커
그럴껄(titop@naver.com)

구국기도회에서 느낀 네가지 유감

2004년 10월 05일
구국의 소리

1. 한겨레
‘…돌출행동을 벌였으며…행진을 시도하면서 이를 막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10월 4일 시청앞 광장에서 있었던 집회의 풍경을 한겨레는 이렇게 보도했다. 대체로 평화적으로 끝난 그 집회를 과격시위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역력한 대목. 인공기를 불태우는 등의 행위가 왜 ‘돌출행동’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 사회에서 그 정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화기로 불을 끈 경찰의 행동이 오히려 문제가 있었으며, 민간 사회에 적응이 덜된 재향군인 몇 명의 행동을 전체로 확대시키는 보도 역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을지로 일대에서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걱정하는 자세, 이게 바로 조선일보가 파업 때마다 써먹는 수법이다. 올 봄의 탄핵 반대 집회 때는 그럼 교통정체가 없었던가?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시위에 시민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교보문고를 비롯한 인근 상점들이 매출이 떨어져 울상을 지었지만, 그럼에도 그때 한겨레는 감격에 겨운 듯 촛불시위 장면을 보도하지 않았던가.

시청 앞 광장은 어느 특정 정파의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그 거리에 서서 자신의 주장을 소리높여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집회의 주체에 따라 논조가 바뀌는 한겨레의 보도는 그래서 유감이다.

2. 자발성
이번 집회는 순복음과 금란교회 등 대형 교회들이 주축이 되었다고 한다. 보수단체가 10만명을 모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첫 번째는 작년 3월 1일-두번 다 대형 교회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순복음의 조용기 목사는 신도들에게 모임 참가를 독려했고, 대절 버스를 동원해 신도들을 실어날랐단다.

난 그 교회 신도들이 평소 얼마나 정치적인 소신이 뚜렷했는지 의문스럽다. 목사가 가라고 하지 않았다면, 버스를 대절하지 않았다면 자발적으로 시청 앞에 나갔을까? 별로 그랬을 것 같지 않다. 버스대절, 사실 이거 문제가 많은 거다. 탄핵반대 집회 때 열린우리당 당원이 버스 한 대를 대절한 걸 가지고 난리 굿을 했던 보수 진영이 한 대도 아니고 수십, 수백대를 동원해 군중들을 실어나를 수가 있는가. 탄핵반대 집회 때 모인 군중들이 다들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에 모인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그렇다. 우리나라 보수는 자발성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란다. 교회 측의 동원력을 빌리지 않았다면, 올 봄의 탄핵 찬성 집회 때처럼 나이드신 분들 몇백명이 인도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었을 거다. 내 주위 사람 중엔 노무현을 김정일보다 더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들 중 한명이라도 시청 앞에 나갔다는 사실을 들어보지 못했다. 아니, 젊은 보수는 다 죽었는가? 마음 속으로 정치적 신념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한데 모여 세를 과시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들과, 아무 생각없는 교회 신도들에게 큰일을 맡길 셈인가. 자발성이 없다는 것, 내가 보수 단체들에게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3. 시각
어제는 다들 출근하는 날이었다. 추석 연휴 때문에 주말까지 쉰 사람들도 모두 다. 회사에 가서 적응도 하고, 밀린 일도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그런 날 오후 세시 반에 어떻게 집회를 할 수가 있담? 한가한 거야 알겠지만 그렇게 티내면 ‘보수 애들은 다 실업자’란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탄핵반대 집회 때도 그런 말이 나왔다. 오해를 살까봐 퇴근시간 이후, 그리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모임을 가졌었는데도 모 의원님들께서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는 애들은 다 실업자”라고 폭로하지 않았던가. 그 바람에 뜨끔해진 실업자 분들은 모임에 누를 끼칠까봐 집회에 안나가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보수 쪽은 왜 하필 월요일 오후 세시 반인가? 교회 예배 때문에 일요일이 안된다면, 최소한 퇴근 후에 달려갈 수 있게 일곱시 정도에 모임을 시작해야 할 게 아닌가.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십만인파의 모습은 구국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더불어 우리나라 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줬다. 실업자라 하더라도 그렇게 티내지 말았으면 좋았을텐데, 이게 내가 그 모임에 가진 세 번째 유감이다.

4. 부시?
마이클 무어의 발랄한 말에 기대지 않더라도, 부시가 또라이라는 건 세계 모든 사람이 안다. 세계의 패권국을 누가 다스리는가는 우리같은 변방의 나라일수록 더 중요한 법, 부시 덕분에 우리는 이라크에 파병을 했고(노무현의 책임을 부정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래서 지금 테러의 위협에 몸을 떨고 있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부시가 중동과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9.11 테러가 발생했을까? 그럼에도 아무 생각없이 사는 미국인 일부는 부시를 지지하며, 이번 대선에서 또 찍겠다고 한다.

미국 애들은 그렇다 쳐도, 부시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시달림을 겪은 우리나라만은 부시를 지지하면 안되는 법, 하지만 어제 집회에서는 부시와 함께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구하자는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아니 왜 박근혜나 최병렬, 정형근이 아니라 부시인가? 무식하기 짝이 없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싸움과 영어밖에 없는 부시를 연호하는 건, 보수단체 스스로 자신들이 또라이임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안그래도 아는 게 없다고 비판받고 있는 우리나라 보수, 제발 좀 참아달라. 보수가 보수다워야 나라가 바로서지 않겠는가. 다음 집회 때는 꼭 당신들의 능력을 보여 주시길.

영진공 안전기획부 부장
서민(bbbenji@freechal.com)

Box Office 09. 24 ~ 26, 2004

2004년 09월 30일
수출입공사

예상대로 『포가튼』이 1위에 올랐습니다. 소니 라인이 배급한 『포가튼』은 이전 포스트에서 말씀드렸듯 『적과의 동침』, 『머니 트레인』, 『리턴 투 파라다이스』 등을 연출한 “조셉 루벤” 감독의 신작이고, “줄리안 무어”가 주연을 맡은 SF 스릴러입니다. 평론가들의 평점은 그리 좋지 않지만, 약 3,100개가 넘는 극장에서 개봉해 스크린 애버리지 6천 8백불에 달하는 성적으로 총 2천만불을 넘김으로써 비교적 선전했습니다.

『베니와 준』이라는, 좋아하는 사람은 최고로 추켜세우고 싫어하는 사람은 유치뽕이라고 펄쩍 뛰는 컬트영화(저는 어느 편이냐하면, 매우 좋아하는 쪽입니다. ^^)를 보았던 10년 전부터 “줄리안 무어”를 좋아했습니다. 전통적인 미인은 아님에도 그녀는 언제나 제 눈을 끌었고,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폴 토머스 앤더슨” 영화에선 특히나 영롱한 빛을 보여주었죠. 그런 그녀가 비수기이긴 해도 박스오피스 1위 영화의 주인공이라니, 아무리 『한니발』의 전적이 있었다곤 하지만 역시나 기분이 이상합니다. 제게 그녀는 여전히 ‘스타’와는 거리가 멀며, 자신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추호도 못 하고(아직도 ‘못생긴 소녀 컴플렉스’를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했을 걸요.), 연기와 아이 키우기에 열중하는 전문직업인이거든요.

이전 포스트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최근 MGM을 사실상 인수하기로 한 소니는 올해 『스파이더맨 2』의 대성공(『슈렉 2』 바로 다음으로 역대 미국영화사상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습니다)과 자회사 중 하나인 스크린젬을 통해 배급한 영화들의 계속된 성공으로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워낙 투입되는 자본의 양이 막강하고, 새로운 소니 브랜드의 이미지 향상 효과(기존 ‘콜럼비아 트라이스타의 이미지는 아무래도 워너나 폭스에 밀리는 느낌이었죠)가 있다보니 영화판의 힘겨루기 양상이 또다시 사알짝 바뀐 듯한 느낌입니다. 어쨌건 평이 좋지 않은 만큼 다음 주 낙폭은 꽤 클 걸로 예상됩니다만, 그래도 『월드 오브 투모로우』나 『Mr.3000』보다도 뚝 떨어지는 일은 없지 싶어요. 일단, 출발은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11월 26일 개봉예정입니다.

2위와 3위에는 지난 주 1, 2위였던 『월드 오브 투모로우』와 『Mr.3000』이 나란히 올랐습니다. 낙폭은 각각 57.3%와 41.3%. 『월드 오브 투모로우』가 평이 좋은 것에 비하면 낙폭이 그리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PG 등급이라 꽤 유리한데도 그러네요. 4위에는 지난 주 3위였던 『레지던트 이블2』이 그대로 올랐습니다. 극장 수가 약 500개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낙폭은 53%. 그래도 개봉 3주만에 4천만불을 넘겼으니 선전한 셈이네요.

5위에는 새 개봉작 『First Daughter』가 올랐습니다. “포레스트 휘태커”가 감독한 이 영화는 지난 주 제가 예상한 2천~2천 5백 개의 딱 절반이라 할 수 있는 2,260개의 극장에서 개봉해 총 4백만불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스크린 애버리지가 2천불이 안 되는 고만고만한 성적. 규모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영화인 만큼 나쁜 성적이라고 할 순 없겠습니다. 5위에는 『Cellular』가 올랐고, 지난 주 예상한 대로 『윔블던』은 무려 8위로 떨어졌네요. 두 영화 순위가 서로 바뀔 거라고만 예상했는데, 『윔블던』이 『Cellular』는 물론이고 새로 개봉한 초저예산 영국영화 『Shaun of the Dead』보다도 순위가 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스크린 애버리지가 5천불이 넘는 『Shaun of the Dead』는 역시 평도 좋고, 유니버설 산하의 탄탄한 중소규모 배급사인 포커스 피쳐즈(Focus Features) 라인으로 607개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영화 규모상 극장 수가 천 개 이상으로 늘어나긴 힘들겠지만 꽤 탄탄한 수익을 거둘 것이 분명합니다. 607개 스크린을 가지고 7위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사건이죠. 올해는 『새벽의 저주』도 그렇고, 새로운 좀비영화가 관객들의 시선을 확 끄는군요. 저도 무지 보고 싶습니다, 『Shaun of the Dead』. 한국에 소개되긴 좀 힘들겠지요…?

8위의 『윔블던』은 53%의 하락세를 보이며 총 수익 천 2백만불을 올렸고, 9위에는 여전히 페이스를 잃지 않고 있는 『Without a Paddle』이 올랐네요. 극장을 조금씩 빼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하락세도 35%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미 총수익은 5천만불을 넘어섰지요. 10위에는 역시 단 20%만의 낙폭을 보이고 있는 『영웅』이 올랐습니다. 극장이 200개 넘게 빠졌습니다만, 스크린 애버리지로만 보면 6위의 『Cellular』와 비슷합니다.

11위부터 15위까지는 모두 안정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들이 나란히 순위에 올랐습니다. 『Napoleon Dynamite 』(11위), 『콜래트럴』(12위), 『본 슈프리머시』(13위), 『Garden State』(14위). 모두 20%~35% 내외의 낙폭을 보이고 있는데, 역시 눈에 띄는 건 식을 줄 모르는 『본 슈프리머시』의 뒷심이네요. 『배니티 페어』나 『아나콘다 2』 등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이 영화들은 지난 주와 비슷한 순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2 』는 극장수를 빼기 시작하면서 순위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데, 영화사 측으로선 이미 빼먹을 건 다 빼먹었기 때문에 버린다 해도 아깝지 않을 영화입니다.

눈에 띄는 영화는 역시나, 지난 주 단 한 개 극장에서 개봉해 67위에 오른 뒤 133개 극장을 추가해 19위로 오른 “존 워터스” 감독의 신작, 『A Dirty Shame』입니다. 주말 수익은 5십만불이 채 되지 않지만, 스크린 애버리지는 3천불이 넘었어요. 황당하고 엽기적인 존 워터스의 영화들이 언제나 그랬듯 소수의 팬들이 열광할 만한 영화. 전 아무리 해도 “존 워터스” 감독의 영화를 그저 즐겁게 보긴 좀 힘듭니다.

20위 바깥 영화들을 보죠. 『중앙역』으로 잘 알려진 “월터 살레스” 감독의 신작, 『모터사이틀 다이어리』가 믹구에서 단 세 개 그장에서 개봉해 무려 십 6만불의 수익을 거두며 35위에 올랐습니다. 스크린 애버리지가 무려 5만불이 넘는 거죠. 다음 주부터 확대개봉할 듯한데, 배급은 역시 포커스입니다. 메이저 헐리우드 산하 아트영화 브랜치 중 포커스의 활약이 올해 아주 대단합니다. 한국에는 UIP를 통해 11월 12일 개봉예정입니다. 보시다시피 이미 포스터도 나왔는데, 개봉규모는 매우 적을 것 같죠? 벌써부터 홍보가 들어갔어야 하는데 잠잠한 걸 보면요. 저는 요즘 한국영화들보다 이런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영화들이 훨씬 좋습니다. 오랜만에 통화한 한 친구와도 얘기했지만 요즘 한국영화들 정말 재미없어요. 극장가도 재미없고, 심지어 한국 박스오피스도 재미없습니다. –;; 고만고만한 기성품 찍어내는 한국영화계. 솔직히 미래가 암담합니다. 내년만 돼도 벌써 시장이 확 줄 겁니다, 이런 식이라면. 올해 초부터 벌써 징조가 보였는데, 솔직히 걱정됩니다. 스크린쿼터는 당연히 유지돼야 하지만, 다양한 영화들이 함께 생존하는 방식, 영화의 퀄리티가 한 단계 높아지는 방식도 좀 함께 생각했으면 합니다.

미국에서 『무간도』가 드디어 개봉될 거라고 제가 예고해 드렸는데, 미라맥스가 일단 5개 극장에서 『무간도』를 풀었습니다. 68위에 올랐고, 총수익은 2만 5천불. 극장수가 늘어남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미라맥스가 『영웅』에 역량을 너무 집중한 나머지 『무간도』는 홍보도 거의 안 하는 것 같아요. 에효.

이 번 주 미국의 새로운 개봉작엔 일단 드림웍스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샤크 테일』이 있습니다. “윌 스미스”, “르네 젤웨거”, “잭 블랙” 등의 스타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는데, Rotten Tomatoes에 집계된 16개의 리뷰에는, 드림웍스 산 애니메이션으로선 너무나 혹평입니다. “와킨 피닉스”와 “존 트래볼타”가 주연한 『래더 49』도 평이 안 좋긴 마찬가지. 그래도 배급 규모는 꽤 클 듯한데, 모르죠. 다음 주 1위는 이 두 영화 중 하나가 차지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외에도 주목할 영화는 “데이빗 O. 러셀” 감독의 신작 『I Heart Huckabees』입니다. 『쓰리 킹즈』의 열혈 팬인지라 저는 매우 기대를 하고 있는데, “더스틴 호프만”에서부터 “주드 로”, “나오미 와츠”, “이자벨 위페르”, “마크 월버그” 등이 출연합니다. 뉴욕, 엘에이 한정개봉이군요.

우 리나라에는 이번 주 개봉작으로 이제까진 『스텝포드 와이프』 한 편만이 올라와 있습니다. 『꽃피는 봄이오면』, 『귀신이 산다』, 『연인』, 『수퍼스타 감사용』의 경쟁이 여전히 만만치 않을 테니까요. 아직 박스오피스가 집계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과연 『빌리지>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지도 궁금하네요.

어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러 씨네큐브 광화문에 갔더니, 아 글쎄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대기중이더군요. 물론 씨네큐브 광화문 정도에서만 개봉할 확률이 높은데, 더 반가운 소식은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특별전을 한다는 겁니다. 감독도 직접 내한한다더군요. 아, 이 소식 듣고 어찌나 반갑던지… 안그래도 올해 토론토영화제 상영작 정리하는 와중에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원과 하루』(Eternity and a Day) 상영하는 걸 보고, 한국에서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영화 상영한지도 꽤 됐는데, 『안개 속의 풍경』과 『율리시즈의 시선』 빼곤 개봉한 게 없었는데, 더이상 그의 영화를 한국에서 보는 건 힘들겠지…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었거든요. 물론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 다소 길고 지루하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안개 속의 풍경』이 제게 주었던 그 충격과 슬픈 아름다움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드니 이런 느린 영화들에도 충분히 관심이 가구요. (그만큼 체력이 떨어져선 중간에 곯아떨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긴 했습니다만.)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특별전 자료는 곧 정리해서 이곳에 올리겠습니다.

추석 연휴, 잘 쉬셨나요? 저는 내내 잠만 잤습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극장 가서 『빌리지』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고, DVD도 세 편이나 빌려보고(『허니』, 『싸인』, 『콜드 마운틴』), TV에서 해주는 『와호장룡』을 보며 역시나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쏟았답니다. 저도 늙었나 봅니다. 극장서 봤을 때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모백(“주윤발”)과 유수련(“양자경”)에게 잔뜩 감정이입을 해서 봤으니까요. 강호 최고의 고수로 해탈 경지에도 비슷하게 도달하였으나 평생 이루지 못한, 차마 말 한 마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손 한 번 마음놓고 잡아보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 인생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아립니까. 역시, 사랑할 수 있을 때 실컷 사랑하는 게 후회도 여한도 없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모백과 유수련이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자기 감정을 참고, 또 눈물을 억지로 삼키는 것은, 그럼에도 지극히 아름답더군요… 요즘의 제 상태에 번민을 더해주었습니다. 휴…

연휴가 가고, 이제 설까진 휴일도 없는 빡빡한 레이스입니다. 여름도 다 가고, 남은 건 겨울이지요. 하지만 모두들 힘내시길.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 않겠습니까.

수출입공사 대외 협력부장
노바리(invinoveritas@hanmir.com)

가사 검열 – Una Palabra

2004년 09월 30일
재외공관소식

영화 『맨 온 화이어』를 보다가 노래 하나를 듣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Una Palabra”, 영어로는 “A Word”라고 해석하더군요.

큐바 출신의 Singer/Song-Writer인 Carlos Varela의 노래인데, 들을 수록 애잔함이 차곡차곡 쌓이네요.

제가 Spanish가 안되는 관계로 해석은 영어를 참고로 했습니다.
그럼 즐감하시길 … ^^


Una Palabra

By Carlos Varela

Una palabra no dice nada
y al mismo tiempo lo esconde todo
igual que el viento que esconde el agua
como las flores que esconde el lodo.

Una mirada no dice nada
y al mismo tiempo lo dice todo
como la lluvia sobre tu cara
o el viejo mapa de algún tesoro.

Una verdad no dice nada
y al mismo tiempo lo esconde todo
como una hoguera que no se apaga
como una piedra que nace polvo.

Si un día me faltas no seré nada
y al mismo tiempo lo seré todo
porque en tus ojos están mis alas
y está la orilla donde me ahogo,
porque en tus ojos están mis alas
y está la orilla donde me ahogo.

A Word
By Carlos Varela

A word does not say anything
And at the same time it hides everything
Just as the wind that hides the water
Like the flowers that mud hides.

하나의 단어로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네,
하지만 그 속엔 세상 모든 의미를 담을 수 있네,
바람이 물을 감추듯이,
꽃이 진흙을 가리듯이,

A glance does not say anything
And at the same time it says everything
Like rain on your face
Or an old treasure map

눈짓 하나론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네,
하지만 그 속엔 세상 모든 말을 담을 수 있네,
빗물이 얼굴을 적시듯이,
보물지도가 그러하듯이,

A truth does not say anything
And at the same time it hides everything
Like a bonfire that does not go out
Like a stone that is born dust.

진실만으론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네,
하지만 그 속엔 세상 모든 이치를 담을 수 있네,
꺼지지 않는 횃불처럼,
먼지로 돌아가는 바위처럼,

If one day you miss me, I will be nothing
And at the same time I will be everything
Because in your eyes are my wings
And the shore where I drown,
Because in your eyes are my wings
And the shore where I drown.

어느 날 그대가 나를 그리워해도, 나는 어디에도 없네,
하지만 나는 어디에나 있을 것이네,
당신의 눈 속에 나의 날개가 있고 내가 잠길 바다가 있기 때문에,
당신의 눈 속에 나의 날개가 있고 내가 잠길 바다가 있기 때문에,

가사검열 특별우원회 우원장
이규훈(kyuhoonl@bcl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