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 레저 (Heath Ledger)를 추모하며 …


In memory of Heath Ledger (1979 ~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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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 보다 히스 레저(본명: Heathcliff Andrew Ledger)의 출연작을 보지 않았었네요. 호주에서 시드니, 멜버른에 이어 세번째 도시 정도 되는 퍼스(Perth)에서 태어나 16살에 시드니로 옮겨와 TV에 출연하기 시작했다는군요.

<Clowning Around>(1992) – 첫 영화 출연작인데 크리딧에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Blackrock>(1997) – 한동안 TV에만 출연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영화 출연을 했고요
<Paws>(1997) – 역시 단역인데 97년이 영화 쪽으로 커리어를 옮긴 해였나 봅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에서 방영된 <Roar>라는 13부작 미니시리즈가 있었는데 히스 레저를 업계에 알려준 작품이 되었습니다. 로마의 침략에 저항하는 아일랜드인들의 이야기였는데 로케이션이 호주 퀸스랜드였네요.

1999년작 <투 핸즈>(Two Hands)에서는 드디어 첫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건 호주 영화예요.

그리고 같은 해에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각색한 청춘물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0 Things I Hate About You, 1999)로 헐리웃 데뷔를 합니다. 배우가 헐리웃 영화에 출연했다는 건 출연한 작품이 전세계적으로 배급되고 그만큼 알려지게 된다는 뜻이 되죠.

줄리아 스타일스, 조셉 고든 레빗도 이 영화에 함께 출연했었죠. 남자에게 관심이라곤 없는 캣(줄리아 스타일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학교 운동장 스탠드에서 Can’t Take My Eyes Off Of You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름 명장면입니다. 역시 유투브에서도 쉽게 찾아지는군요.


<패트리어트 : 늪속의 여우>(The Patriot, 2000)는 같은 호주 출신 배우로서 헐리웃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던 멜 깁슨 주연의 블럭버스터였는데(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히스 레저는 이 영화에서 ‘멜 깁슨의 아들’로 출연했다고 해서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영화 자체는 <브레이브 하트>(1995)의 컨셉을 남북 전쟁으로 옮긴 기획물이다 보니 그리 좋은 평가는 얻지 못했지만 멜 깁슨이 배우로서 한창 잘 나가던 때의 영화라 북미에서는 흥행이 꽤 됐었습니다. 덕분에 히스 레저도 일약 뜨게 된거죠. 저는 이 영화를 먼저 보고 나중에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봤던 것 같습니다. 줄리아 스타일스 나오는 영화 아니었으면 그나마도 안봤을지도 몰라요.
   2001년에 <기사 윌리엄>(A Knight’s Tale)과 <몬스터 볼>(Monster’s Ball)에 출연합니다. 두 영화 모두 국내 개봉을 했었죠. <기사 윌리엄>은 나름 신세대 중세 사극을 표방했던 영화였는데 로저 에버트가 젊은 진행자와 진행하는 신작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Most bizzare scene ever”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장면 역시 유투브에 있었습니다. 음성 출력이 약하긴 하지만 1분 여 기다리시면 음악이 바뀌면서 “중세 맞아?” 하게 됩니다. 나름 히스 레저의 춤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오프닝부터 퀸의 We Will Rock You로 시작한 영화였으니
뭐가 안될리 있었겠습니까만.

<몬스터 볼>은 할리 베리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첫번째 흑인 여배우라는 기록을 남겨준 작품이 되었죠. 9.11 테러 이후의 정치적 맥락에서 주어진 상이라 별로 달갑지는 않았습니다만 할리 베리라면 충분히 상 받을 만한 자격은 있는 배우죠. <트레이닝 데이>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덴젤 워싱턴도 마찬가지고요. 아무튼, 저는 <몬스터 볼>에 할리 베리와 빌리 밥 손튼만 나온줄 알았는데 히스 레저도 출연했더군요. 이 영화에서의 연기가 꽤 인상적이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 저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봐야겠구나 하고 있습니다.
         <포 페더스>(The Four Feathers, 2002), <네드 켈리>(Ned Kelly, 2003), <씬>(The Order, 2003), <독타운의 제왕들>(Lords of Dogtown, 2005)까지 전부 못본 영화들이네요. 2004년에는 아예 출연작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계속 죽을 쑤니까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2005년 한 해 동안 무려 4편의 영화를 찍습니다. 조연으로 출연한 <독타운의 제왕들>이 그중 하나이고요.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The Brothers Grimm, 2005)은 오랜만에 나온 테리 길러엄 감독의 신작이라서 극장 개봉하자마자 봤습니다. 각광 받는 젊은 호주 출신 배우이긴 한데 특별히 이쁜 구석을 찾을 수 없었던 히스 레저를 배우로서 발견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맷 데이먼에 비해 비중이 약간 밀리는, 코믹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는데 아주 보기 좋더군요. 고정된 이미지를 부수고 배우로서 내실을 다지려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고 할까요. 그리고 쾅! 하고 터진게 이 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s, 2005)이었습니다. 히스 레저가 아닌 다른 에니스 델마는 아예 생각할 수조차 없게 만드는 진짜 연기를 드디어 해낸 겁니다. 뭐, 안 그런 구석이 하나도 없었던 영화이긴 하지만요.
Rufus Wainwright, The Maker Makes
[ Brokeback Mountains OST, 2005 ]
         <카사노바>(Casanova)가 2005년에 찍은 네번째 영화였습니다. 이듬해에는 호주 영화 <캔디>(Candy, 2006)가 유일한데요, 미셸 윌리엄스와의 사이에서 얻은 딸 마틸다(제이크 길렌할이 대부라는군요)가 2005년 10월에 태어났는데 아이 키우느라 영화 출연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년 2007년에는 밥 딜런의 연대기 영화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 : Suppositions on a Film concerning Bob Dylan)에 출연했지요. 이 작품은 현재 3월 20일 국내 개봉일이 잡혀 있으니 곧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여름방학 시즌 정도에 개봉할 예정으로 한창 후반 작업 중이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도 조만간 보게될 히스 레저의 유작입니다. 2009년 개봉 목표로 촬영 중이었던 테리 길리엄 감독의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는 어찌될런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히스 레저를 대신해서 다른 배우가 주연을 맡아 처음부터 다시 찍거나 아니면 아예 프로젝트가 엎어질 수도 있지 않나 싶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416" caption="Heath Ledger @ I'm Not There (2007) directed by Todd Haynes"]사용자 삽입 이미지[/caption]
영진공 신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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