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것 보다 히스 레저(본명: Heathcliff Andrew Ledger)의 출연작을 보지 않았었네요. 호주에서 시드니, 멜버른에 이어 세번째 도시 정도 되는 퍼스(Perth)에서 태어나 16살에 시드니로 옮겨와 TV에 출연하기 시작했다는군요.
<Clowning Around>(1992) – 첫 영화 출연작인데 크리딧에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Blackrock>(1997) – 한동안 TV에만 출연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영화 출연을 했고요
<Paws>(1997) – 역시 단역인데 97년이 영화 쪽으로 커리어를 옮긴 해였나 봅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에서 방영된 <Roar>라는 13부작 미니시리즈가 있었는데 히스 레저를 업계에 알려준 작품이 되었습니다. 로마의 침략에 저항하는 아일랜드인들의 이야기였는데 로케이션이 호주 퀸스랜드였네요.
1999년작 <투 핸즈>(Two Hands)에서는 드디어 첫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건 호주 영화예요.
그리고 같은 해에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각색한 청춘물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0 Things I Hate About You, 1999)로 헐리웃 데뷔를 합니다. 배우가 헐리웃 영화에 출연했다는 건 출연한 작품이 전세계적으로 배급되고 그만큼 알려지게 된다는 뜻이 되죠.
줄리아 스타일스, 조셉 고든 레빗도 이 영화에 함께 출연했었죠. 남자에게 관심이라곤 없는 캣(줄리아 스타일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학교 운동장 스탠드에서 Can’t Take My Eyes Off Of You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름 명장면입니다. 역시 유투브에서도 쉽게 찾아지는군요.
2001년에 <기사 윌리엄>(A Knight’s Tale)과 <몬스터 볼>(Monster’s Ball)에 출연합니다. 두 영화 모두 국내 개봉을 했었죠. <기사 윌리엄>은 나름 신세대 중세 사극을 표방했던 영화였는데 로저 에버트가 젊은 진행자와 진행하는 신작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Most bizzare scene ever”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장면 역시 유투브에 있었습니다. 음성 출력이 약하긴 하지만 1분 여 기다리시면 음악이 바뀌면서 “중세 맞아?” 하게 됩니다. 나름 히스 레저의 춤 솜씨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뭐가 안될리 있었겠습니까만.
<포 페더스>(The Four Feathers, 2002), <네드 켈리>(Ned Kelly, 2003), <씬>(The Order, 2003), <독타운의 제왕들>(Lords of Dogtown, 2005)까지 전부 못본 영화들이네요. 2004년에는 아예 출연작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계속 죽을 쑤니까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2005년 한 해 동안 무려 4편의 영화를 찍습니다. 조연으로 출연한 <독타운의 제왕들>이 그중 하나이고요.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The Brothers Grimm, 2005)은 오랜만에 나온 테리 길러엄 감독의 신작이라서 극장 개봉하자마자 봤습니다. 각광 받는 젊은 호주 출신 배우이긴 한데 특별히 이쁜 구석을 찾을 수 없었던 히스 레저를 배우로서 발견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맷 데이먼에 비해 비중이 약간 밀리는, 코믹한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는데 아주 보기 좋더군요. 고정된 이미지를 부수고 배우로서 내실을 다지려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고 할까요. 그리고 쾅! 하고 터진게 이 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s, 2005)이었습니다. 히스 레저가 아닌 다른 에니스 델마는 아예 생각할 수조차 없게 만드는 진짜 연기를 드디어 해낸 겁니다. 뭐, 안 그런 구석이 하나도 없었던 영화이긴 하지만요.
[ Brokeback Mountains OST, 2005 ]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416" caption="Heath Ledger @ I'm Not There (2007) directed by Todd Haynes"][/ca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