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 리버 (2003)’, 아메리칸 시네마의 저력을 보여주는 작품

대단한 감독과 대단한 배우들이 함께 했던 영화로 <미스틱 리버> 이전에 <슬리퍼스>(1996)가 있었다. 감독은 <레인맨>을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통해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서 널리 인정받고 있었던 배리 레빈슨이었고, 출연진으로 브래드 피트와 케빈 베이컨, 로버트 드 니로, 더스틴 호프먼, 그리고 주연급으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제이슨 패트릭, 빌리 크루덥, 미니 드라이버 등이 있었다. 마치 서너 편의 영화에 출연할 배우들을 한 작품에 모아놓은 듯한 캐스팅이어서 상당한 화제가 되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본 꿀단지 속에는 싱거운 설탕시럽만 들어있는 듯한, 꽤나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미스틱 리버>도 유명했던 서부극의 단골 총잡이 배우에서 명감독의 반열에 오른지 오래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에 단독 주연을 하기에 손색이 없는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로렌스 피시번, 로라 리니, 마샤 게이 하든 등이 잔뜩 출연한 작품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두 영화는 내용면 에서도 약간 비슷하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동네 친구들의 성장 이후의 이야기라는 점과 모두들 그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부분이 그렇다.

그러나 <미스틱 리버>는 <슬리퍼스>와 달리, 우리가 종종 무시하다 못해 실컷 비웃곤 하는 헐리웃 영화, 즉 아메리칸 시네마의 저력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수작으로 빚어졌다. 음향효과는 극도로 자제된 가운데 스릴러와 인간 드라마 로서의 양 측면을 모두 만족시킨다. 기대했던 배우들의 연기 또한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숀 펜 보다 팀 로빈스의 복잡미묘한 연기에 점수를 좀 더 주고 싶다. 케빈 베이컨은 언제 봐도 반갑지만 극중의 갈등과 미스테리의 중심에서 한발짝 벗어나 평소보다 훨씬 여유로운 모습이었던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새벽 아침에 두 친구가 나눈 ‘자, 이제 관객 여러분들을 위해 이 영화의 결론을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어요’라는 식의 대화. 불필요했던 이 대화만 걷어내고 바로 숀 펜과 로라 리니의 대화로 넘어갈 수 있었더라면 <미스틱 리버>는 수작이 아닌 걸작이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었을 것이다.

영진공 신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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