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트이는 턱 이야기” 쉽게 풀어보기


육상 척추동물의 역사는 수중에서 시작되었다. 물에서 노니는 것에 만족하지 않은 일부 불만쟁이들이 기어이 육지로 올라오면서 지금의 다양한 육상 척추동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물에서 땅으로 나와바리를 바꾸기까지 요녀석들은 물 속 하고는 영판 다른 육지생활에 적응해야 했다. 그 중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듣는 문제까지 새로운 환경에 맞춰 바꿔줘야 했다.


물고기는 내이는 있지만 고막이나 중이 뼈는 없다. 왜냐하면 물의 높은 밀도로 인해 음파의 파동을 옆줄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육상에서는 물에 비해 턱없이 밀도가 낮은 공기 때문에 소리를 듣기 위해선 다른 것이 필요했다. 특히 압력이 낮은 공기 중의 음파를 고압으로 바꿔야만 했는데 내이의 달팽이관 속에 있는 액체(림프액)가 고압의 파동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상 척추동물들이 내놓은 해법은 고막으로 소리를 수집한 뒤 여러 개의 뼈들을 거쳐 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포유류의 경우 이렇게 소리를 전달해주는 뼈들을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라고 한다.


중이 뼈라고 불리는 이들 뼈는 음파의 압력을 증폭하여 뇌로 전달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 물고기 조상님들은 중이 뼈가 없었는데 그들 후손인 육상 척추동물들은 어디서 갑자기 중이 뼈를 가져온 걸까? 흥미롭게도 중이 뼈들의 기원은 쉽게 연결짓기 어려운 턱뼈가 변환된 것이었다. 이것은 척추동물 최후의 주요 혁신에 해당하는 전이이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선 먼저 괴상하게 생긴 칠성장어를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턱이 없는 물고기(무악류)인 칠성장어와 먹장어류는 최초의 척추동물이 방산 진화하여 남긴 유물이다.


이 녀석들을 살펴보면 뼈 없는 입 뒤쪽으로 일련의 아가미구멍들이 나있는데 이것은 턱의 진화 과정을 암시해주는 배치다. 최초로 턱이 생긴 어류를 보면, 아가미 뒤에 아가미를 지탱해주는 뼈들이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척추동물의 위아래 턱뼈와 닮아있다.


아쉽게도 아가미궁이 앞쪽으로 이동해서 입을 둘러싸는 위치가 된 뒤에 턱뼈로 바뀌었는지, 아니면 턱뼈와 아가미궁은 동일한 발생 체계에서 생겨나기는 해도 서로 무관한 별개의 전문화 현상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아가미 지지대와 턱이 상동구조(같은 원천에서 진화했으므로 형태가 달라도 같은 기관이라는 뜻. 팔과 다리, 손가락과 발가락이 그런 사례)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며 이를 지지하는 증거는 풍부하다.


 



 


목아래턱뼈는 한때 아가미 지지대였던 것이 턱과 두개를 엮어주는 뼈로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이것이 하필 내이의 귀연골주머니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뼈라는 구조는 원래의 진화 이유와는 무관하게, 밀도로 인해 소리를 꽤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그래서 목아래턱뼈는 본업으로 턱과 두개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한편으로 부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두개부가 애초의 유동성을 잃고 두개 뼈들이 굳게 봉합되어 하나의 두개골로 뭉치자 더는 고정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제 장점을 살려서 전에는 부차적 역할이었던 청각을 본업으로 확장했다. 이것이 현재 포유류의 중이 뼈 중 등자뼈가 된 것이다.



망치뼈와 모루뼈도 목아래턱뼈 앞의 아가미궁 요소들로서, 초기 척추동물에게서는 턱의 일부가 되었다. 이들은 위턱과 아래턱을 관절로 이어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현생 양서류와 파충류와 조류에서는 아직도 그 일을 한다. 파충류 위턱의 직사각형 뼈는 포유류에서 모루뼈가 되었고 아래턱의 관절뼈는 망치뼈가 되었다.


어떻게 동물이 제대로 기능하는 생물체로서의 온전함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 기관들의 위치와 기능을 바꿔냈을까? 중간 단계의 형태에서는 관절이 맞물리지 않아 턱으로 먹지 못하지 않았을까?


선조 포유류를 생각해보자. 인상뼈-이빨뼈 관절이 벌써 발달했지만 오래된 방형뼈-관절뼈 연결도 여전히 기능한다고 하자. 턱관절이 이중으로 있는 중간 형태인 셈이다. 그러면 이제 방형뼈-관절뼈 관절을 버려도 되니까 그 요소들이 귀로 이동한다. 턱은 새로운 연결 고리가 이미 잘 자리를 잡았으므로 완벽하게 기능하는 것이다.


 

이런 예는 우리의 선조 집단인 수궁류(獸弓類) 즉 포유상 파충류에 속하는 치노돈트cynodont화석을 보면 오래된 파충류 턱관절에서 방형뼈와 관절뼈가 점차 작아지고 결합이 느슨해지는 경향을 띤다. 한편 아래턱의 이빨뼈는 뒤쪽으로 확장되어 위턱과 맞닿아 있다. 어떤 치노돈트들은 이빨뼈 뒤에 있는 요소인 각하뼈가 방형뼈와 만나서 추가 관절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고등 치노돈트들 중에서 두세 속은 정말로 포유류와 비슷한 이빨뼈-방형뼈 추가 관절이 있다.


 


진짜 포유류 중에서도 초기의 녀석들은 망치뼈와 모루뼈가 온전하게 독립한 형태가 아니다. 이 뼈들이 여전히 턱에 붙어 있었고 관절 기능에도 계속 참여했다. 잘 알려진 초기 포유류인 모르가누코돈Morganucodon과 쿠에네오테리움Kuehneotherium이 둘다 그렇다. 쥐라기 후기, 공룡이 세상을 지배하고 포유류의 생은 걸음마 단계였던 시대에 들어서야 이 뼈들이 귀로 들어갔고 이빨뼈-방형뼈 관절 하나만 남았다.


 



 


그럼 왜 등자뼈 하나만 있는 귀도 훌륭하게 기능을 수행하는데 나머지 모루뼈와 망치뼈도 생긴 걸까?

반룡dimetrodon은 사실 공룡이 아니라 우리의 먼 선조로서 나중에 포유류로 진화하는 파충류인 수궁류의 조상이다. 반룡의 등자뼈는 위턱과 방형뼈와 가깝게 닿아 있다. 이 연결은 계속 전해졌고, 후대 수궁류에서 때로 강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수궁류는 포유류의 직접 선조다. 이 해부학적 연결을 볼 때, 포유류 선조의 방형뼈는 주로 턱관절로 기능하면서도 보조적으로나마 소리 전달에 관여했던 게 틀림없다.


이것은 파충류의 방형뼈가 턱관절의 일부로 기능하면서 소리 전달에 참여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현대 파충류 중에서도 소리가 방형뼈를 통해 내이로 가는 녀석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가령 뱀은 외이나 고막이 없다. 과학자들은 뱀이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최근의 연구를 통해 녀석들이 몸통으로 소리를 감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몸통 대부분이 민감하고, 특히 커다란 폐 주변은 진동을 내이로 전달한다. 그런데 땅에 착 붙어 살게 되므로서 유리한 경로가 하나 더 있다. 뱀은 머리를 땅에 대어 진동을 느낌으로써 소리를 듣는다. 진동은 아래턱으로 들어와서 방형뼈로 갔다가 등자뼈로 들어간다. 포유류의 경로와 비슷하다. 게다가 여러 종류의 도마뱀과 뉴질랜드의 투아타라를 대상으로 실험해본 결과, 방형뼈에 직접 진동을 가할 때도 소리가 등자뼈로 잘 전달되어 뇌에 기록되었다.

기관들이 각자 하나의 기능에만 완벽에 가깝게 기능한다면 진화는 정교한 구조를 생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테리아는 대단한 효율 덩어리다. 절정의 기량을 지닌 단순한 세포로서, 그들 내부에는 프로그램들이 있고 쓰레기나 찌꺼기 따위는 말끔히 내다버렸으며 필수 유전자들은 하나씩만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박테리아는 생명이 첫 화석 기록을 남긴 35억 년 전 이래 지금까지 죽 박테리아였다. 아마 태양이 폭발하는 날까지 그럴 것이다.


그런 최적성은 경탄을 자아내긴 해도 묵직한 변화의 씨앗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모든 유전자가 저마나 필수적인 작업을 훌륭하게 해낸다면, 어떻게 새 기능이나 추가 기능이 생기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창조성에는 엉성함과 중복이 필요하다.   


 


* 이 글은 올해 현암사에서 출간한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에세이집 ‘여덟 마리 새끼 돼지’에 실린 ‘귀가 트이는 턱 이야기’를 발췌 편집한 것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배경지식이 미천해 그 재미를 느낄 수 없던 것에 분기탱천하여 개인적으로 공부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