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제2의 박세리?

내가 골프를 열심히 보는 걸 알면 다들 신기해한다.

“넌 골프도 안치잖아?”

이해가 안갔다. 난 야구를 열심히 보지만 내가 야구를 하는 건 아니잖아?

유독 골프에 대해서만 그러는 건 골프는 누구나가 다 치는 운동이란 인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골프인구가 아무리 늘었어도 골프는 여전히 돈이 드는 운동이고

이틀에 한번은 술을 마셔야 하는 내게도 골프는 버겁다. 돈은 물론이고 시간도!

아무튼 난 골프 시청을 좋아하며

박세리나 버디 김 등 우리 여자선수들의 우승 장면을 숱하게 지켜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나라 여성 중 최고의 선수는 단연 박세리다.

다른 선수들이 3라운드까지는 상위권이라 해도 4라운드의 부진으로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반면

박세리는 마지막에 강한 승부사로 20차례가 넘는 우승을 미국여자프로골프(LPAG) 무대에서 거머쥐었다.

굳이 내가 이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사실이 그의 화려한 이력을 입증해 준다.

하지만 박세리의 뒤를 이을만한 선수는 근 10년간 나오지 않았다.

박지은, 한희원 등은 물론이고 최근 데뷔한 신예들한테서도 난 박세리같은 포쓰를 느끼지 못했다.

박세리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우승한 선수가 8승을 올린 김미현인데,

3라운드까지 5타 차 선두였다가 캐리 웹에게 역전당한 어느 대회부터

난 그에게 별반 기대를 안한다 (우승하면 좋지만, 크게 기대는 안한단 뜻이다)

이선화, 이미나, 장정, 김주연… 다들 실력 있는 선수들이지만

뒷심이 약간씩 아쉬울 때가 많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던 중 난 신지애를 발견했다.

그러니까 올 1월 남아공에서 열린 월드컵 때

김영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로 나간 신지애는

실수가 많았던 김영을 다독거리며 한국팀을 3위로 이끈다.

그라나다가 신들린 활약을 한 파라과이에게 뒤지긴 했지만

신지애 개인으로 따지면 그라나다에 전혀 꿀릴 게 없는 활약이었다.

올해 국내와 미국을 오가며 강행군을 하고 있는 신지애는

국내에서 이미 4승을 챙겼고 LPGA 무대에서도 메이져대회인 US오픈에서 6위에 올랐고

총상금액이 큰 에비앙마스터스 대회에서도 3라운드 현재 3위를 달리는 등

실력발휘를 확실히 하고 있다.

외모가 처진다고 뭐라고 하는 꼴통들이 있지만 난 신지애가 참 예쁘다.

늘 웃는 모습이 예쁘고, 어린 나이에도 철든 행동을 보이는 게 예쁘다.

인터넷에서 찾은 기사다.

[2003년 11월. 신지애의 어머니 나송숙씨는 차를 몰고 친정에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풍족하지는 못했지만 단란했던 가정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났다.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지원(18), 지훈(12) 등 두 동생도 중상을 입고 1년이 넘도록 병원 신세를 졌다. 골프가 힘들어 짜증을 부려도 사랑으로 감싸주던 어머니였다. 신지애의 나이 열다섯. 아직은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할 때였다.

골프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하지만 신지애는 병실에 누워 있는 두 동생을 생각했다. 동생들을 위해 든든한 방파제가 돼야 했다. ‘제2의 박세리’를 꿈꾸던 소녀는 하루아침에 동생들의 어머니가 됐다. 그녀는 1년 넘게 동생들을 간호하며 골프 훈련을 병행했다. 병실의 간이침대에서 자며 골프장과 학교를 다녔다.

목사였던 아버지 신재섭(45)씨도 담임목사직을 던지고 딸의 골프를 뒷바라지하고 병상의 자녀를 돌보느라 정해진 수입이 없어졌다. 동생들이 퇴원하면서 ‘병원 살림’을 청산하는 대신 단칸 셋방에 네 식구가 기거하는 고달픈 생활이 시작됐다. 신지애는 이를 악물었다. 두 동생과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특히 하늘에서 보고 있을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강해져야 했다.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또다른 기사다.

[당시 마지막 라운드에서 신지애가 리더보드 상단으로 다시 올라가 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었지만 그 순간 그런 여유를 보인다는 것이 믿기 힘들었습니다”

한국여자골프의 ‘미소 천사’ 신지애(19.하이마트)가 13일 미국의 한 팬으로부터 감사의 이메일을 받았다.

‘제니퍼 레드’라는 미국 여성이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던파인스의 파인니들스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신지애가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네살배기 딸에게 볼을 건네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한 것.

이 여성은 당시 신지애를 처음 봤는데 8번홀 그린에서 홀아웃한 뒤 9번홀 티잉 그라운드를 향하던 신지애가 다정스럽고 밝은 미소로 다가와 딸에게 볼을 건네줬다며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제스처였다. 그의 친절함에 우리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 알려달라”고 끝맺었다.

레드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영문 홈페이지를 통해 KLPGA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왔고 협회는 신지애에게 전달했다.

신지애는 “그 애가 너무도 예쁜 눈으로 바라봐 볼을 줬다. 그런데 갑자기 갤러리들이 박수를 쳐서 깜짝 놀랐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한국에서 온, 그것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인데 ‘볼을 준다고 좋아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볼을 받고 좋아했다니 다행이고 이렇게 감사 이메일까지 보내줘서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고 기뻐했다…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0713023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LPGA 무대에서 우승은 없지만 88년생이니 이제 겨우 스무살,

그의 선배인 박세리가 스물한살 때 LPGA 첫승을 거둔 걸 감안하면

지금부터 우승해도 늦은 건 아니다.

그간 뚜렷한 스타가 없어서 여자골프를 외면했다면

신지애를 주목하시라.

당신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선수니까.

영진공 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