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은 승리자의 꿈을 꾸는가?


삼성에서 신형 안드로이드 폰 갤럭시 S가 나왔다. 옴니아 1과 옴니아 2라는 초대형 자책골이 터진 게 엊그제 같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신문, 잡지, 그리고 파워 블로거들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아이폰 대항마가 나왔다며 난리 브루스다.
 

그놈의 지긋지긋한 대항마 타령이야 어찌 됐건, 갤럭시 S가 괜찮은 제품이란 건 사실인 것 같다. 동시에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심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지금 이 정도 되는 제품을 만들었으니 다음엔 더 멋진 걸 만들겠지? 그래, 맞아, 조만간 아이폰 4를 떡실신시킬 수 있을 거야!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금 갤럭시 S는 SPC5111 CPU를 쓰고 있는데, 이건 애플의 A4 CPU와 사실상 같은 CPU다. ARM의 Coretex A8을 기반으로 인트린시티에서 설계한 것이다.




ARM의 coretex는 그 구조상 1Ghz를 넘기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인트린시티는 CPU 다이에 메모리 컨트롤러와 메모리를 내장시키는 등의 개선을 통해 그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A4 CPU 개발 당시 5500만 달러를 애플과 삼성이 공동 투자했다고 한다. 삼성이 갤럭시 등 자사 스마트폰에 (A4와 동일한 설계의) SPC5111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인트린시티를 애플이 인수했다는 사실이다.


그까짓 흔해빠진 ARM CPU 설계업체가 뭐 그리 중요하냐며 시큰둥하게 중얼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코 그렇게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트린시티 A4 CPU는 그 설계상 멀티 코어 확장이 가능하며, 최대 8개 코어까지 얹을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애플이 멀티 코어 CPU를 탑재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요란한 선전을 벌일 때, 삼성전자 마케팅 팀은 싱글 코어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골머리를 썩혀야 하는 난관에 부닥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물론 그때까지 삼성전자가 손가락만 빨고 있진 않을 것이다. Coretex A9이 됐든 뭐가 됐든 그만한 성능의 최신형 CPU를 수급해 와서 우겨넣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경쟁사도 다 사서 쓸 수 있는 CPU나 GPU를 이용해 봐야 무슨 특장점이 있을까?


글쎄, 별로 없을 것이다.



[소니 침몰]의 저자가 지적했듯이, 범용 부품을 조립해 완성품을 만드는 수평 분업형 사업에선 가격 경쟁력 외에 다른 부가 가치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가격 경쟁력이라고 하면 중국 업체를 따라가기 어렵다. HTC 같은 데만 하더라도 엄청난 구매력과 저가 노동력을 무기로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애플은 PC업계에서 마이너리티에 속했던 시절, 자신들만의 특장점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그리고 파워피씨 CPU, MacOS(클래식), MacOS X 등을 내놓았다. 이러한 차별점을 특장점으로 받아들이고 부가 가치로 인정한 사람들은 애플의 빠가 됐고,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냥 윈도우 PC를 사거나 또는 애플의 까가 됐다.


몇몇 애플 까들은 애플이 폐쇄적이기 때문에 자사 OS를 고집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시시한 이유 때문에 몇 년이란 시간과 수억 달러의 개발비를 들여 OS를 만드는 멍청한 회사가 어디 있을까?


애플이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확실한 부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다른 수평분업형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들만이 쓸 수 있는 무기를 손에 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플은 모바일에 진출한 이후로도 이러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독자적인 OS에, 독자적인 앱 스토어에, 독자적인 기타 등등 …… 이젠 독자적인 CPU까지 만들어 넣으려 하고 있다. 아마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경쟁사도 쓰는 CPU와 공짜 OS, 통신사가 만든 앱 스토어에 의지하고 있다. 애플은 고사하고 HTC와의 차별점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아, AMOLED 디스플레이? 확실히 눈에 띄긴 띈다. 하지만 그걸 넣으면 가격이 엄청 비싸지는데?


자칫 잘못하면 1, 2년 안에 삼성전자는 내세울만한 특장점이라곤 삼성 로고밖에 남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칠지도 모른다.



피쳐폰 분야에서는 사소한 기능 추가나 사소한 부품 개선이나 사소한 UI 변경만으로도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선 그런 눈속임이 통하지 않는다. 다들 엇비슷한 부품을 쓰는 상황에서는 1) 가격 경쟁력 2) 부가 가치 중에서 하나라도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둘 다 있으면? 승리자가 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아 승리자가 될 수 있을까?



글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한데….. 삼성이 애플보다 먼저 인트린시티를 인수했다면, 그럴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아졌겠지!


영진공 DJ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