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Ray, Ray ……


레이 챨스(Ray Charles),

1930년 미국 조지아 주에서 태어나 2004년에 LA의 자택에서 영면한 그에 대해서는 사실 우리가 그리 많이 알고 있지 않다.

비록 시력은 잃었지만 피아노를 기가 막히게 연주하는 뮤지션이라는 것, 미국에서는 굉장한 인기와 존중을 받는 가수라는 것 정도이다. 그리고 알려진 노래라고 해 봤자 “I can’t stop loving you” 달랑 하나 정도. 어쩌다 한 번씩 FM에서나 TV 광고 삽입곡으로 듣게 되는 “Hit the road, Jack” 같은 경우도 그걸 부른 가수가 Ray Charles라는 건 잘 모른다.

Ray Charles가 1957년에 처음 앨범을 낸 이후 2004년까지 발표한 앨범이 무려 63장이다. 그것도 베스트 앨범 등 기타 모음집을 제외한 앨범이 63장이다. 이것만 봐도 그가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짐작은 할 수 있을 테지만, 그 중 Billboard Chart 각종 분야에 올라 간 앨범이 50개가 넘고 싱글은 100개 가까이에 이른다. 덧붙여 Grammy 수상을 따져보면 1960년을 시작으로 14 차례 수상을 하였다.

그가 시력을 잃은 건 여섯 살 때 녹내장으로 인해서였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St. Augustine 맹아학교에 진학하여 작곡과 악기연주를 배운 그는 Florida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하여 Seattle로 옮겨간다. 그의 첫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건 1951년에 발표한 “Baby, Let Me Hold Your Hand”이고 이후 그는 Rhythm and Blues에 가스펠, 재즈, 컨츄리의 요소들이 융합된 음악을 계속 만들고 연주하여 Soul이라는 쟝르가 만들어지는데 아주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던 그가 흑인음악을 넘어서서 미국 전역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59년에 발표한 “What’d I Say” 를 통해서였다. 어느 무도회장에서 연주를 하던 그가 준비해간 레퍼토리가 다 떨어지자 즉흥으로 연주하면서 만들어진 이 노래를 통해 말 그대로 전국구 스타가 된 Ray Charles는 이후 1965년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게 된다.

하지만 그 해에 헤로인 복용으로 구속이 되면서 그의 전성기는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된다. 일 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다시 음악활동을 시작한 그는 2004년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앨범을 내고 히트 곡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발표한 그의 음악은 Soul이나 R&B라기 보다는 Easy Listening Pop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게 데뷔 후 50년 가까이 공연과 앨범 활동을 쉬지 않고 꾸준히 이어오던 Ray Charles는 2004년 6월 10일 LA의 자택에서 간질환으로 숨을 거두게 된다.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그의 노래는 다음과 같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한 번 구해서 들어보시면 좋을 듯 ……

* “What’d I Say” – 1959년 빌보드 팝 싱글 6위
* “Georgia On My Mind” – 1960년 빌보드 팝 싱글 1위
* “Hit the road, Jack” – 1961년 빌보드 팝 싱글 1위
* “I can’t stop loving you” – 1961년 빌보드 팝 싱글 1위
* “Unchain My Heart” – 1961년 빌보드 팝 싱글 9위
* “You Don’t Know Me” – 1961년 빌보드 팝 싱글 2위

그럼 그의 노래 중 하나를 들어보자.
영화 “레이(Ray)”에도 삽입되어 있는 노래인데, 그가 1960년에 발표하였고 Eric Clapton이 1989 년 “Journeyman” 앨범에서 다시 부르기도 한 “Hard Times(Who knows better than I)”이다.

Hard Times(Who knows better than I)




My mother told me
Before she passed away
Said son when I’m gone
Don’t forget to pray
‘Cause there’ll be hard times
Lord those hard times
Who knows better than I?

살아 생전에,
어머님은 말씀하시곤 했지,
당신이 떠나거든,
언젠가는 어려운 시절이 오기 마련이니,
항상 기도하는 걸 잊지 말라고,
그 힘겨웠던 나날들,
그런 시절을 누가 나보다 잘 알까?

Well I soon found out
Just what she meant
When I had to pawn my clothes
Just to pay the rent
Talking about hard times
Who knows better than I?

어머님의 말 뜻을,
난 곧 깨닫게 되었네,

방세를 내기 위해,
입던 옷을 들고 전당포를 찾았을 때 말이지,
쪼달리는 삶이라고?
그걸 누가 나보다 잘 알까?

I had a woman
Who was always around
But when I lost my money
She put me down
Talking about hard times
Yeah, yeah, who knows better than I?

내게도 여인이 있었네,

항상 내 주변을 맴돌던 그녀,
하지만 돈이 떨어지자,
그녀는 나를 버렸지,
고달픈 시절이라고?
대체 그걸 누가 나보다 잘 알까?

Lord, one of these days
There’ll be no sorrow
When I pass away
And no more hard times
Yeah, yeah, who knows better than I?

신이시여, 요즘에는,
더 이상 후회도 없습니다.
내가 죽고 나면,
더 이상 힘든 시절도 없겠죠,
그래요, 그런 나날을 누가 나보다 더 잘 알까요?

영진공 이규훈

[영진공 60호]<타짜>, 뛰어난 각색에 감탄하다

상벌위원회
2006년 10월 13일

<타짜>를 다시 봤다. 이번엔 전반적으로 블루지한 분위기, 그 와중 긴박감을 더하기 위해 타악기(특히 봉고와 심벌즈)와 퍼커션을 많이 쓴 음악효과들이 유난히 더 귀에 들어왔다. 마지막을 한대수의 곡으로 마무리한 것도 좋았지만, 고니(조승우)가 고광렬(유해진)과 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에 나온, 심벌즈 위주의 재즈곡이 참 좋더라. <타짜>의 영화음악은 전체적으로 영화와 잘 어우러지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놓고 과시하지 않는 좋은 음악이었다는 생각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리쌍의 ‘야바위’라는 곡이 타짜의 OST 수록곡으로 도는 모양인데, 영화 중 들은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조심스러운 추측으로는 원래 엔딩 뮤직으로 쓰려다 막판에 한대수의 곡으로 대체한 거 아닌가 싶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탁월한 선택. 리쌍의 현대적이고 경박한 싸운드는 의도적으로 복고적인 – 공식 시대배경은 90년대 중반이지만 평경장의 자전거에서도 드러나듯 오히려 7, 80년대 정서가 기묘하게 섞여있다 – 영화 분위기와 절대로 안 어울린다.

바로 요 장면의 시퀀스에서 흐르는 심벌즈로 시작하는 재즈곡, OST에 과연 수록되려나.

이번엔 시퀀스와 시퀀스의 연결, 숏들을 살펴봐야지, 했건만, 영화를 보다보니 어느새 휙 빨려들어가 정신을 놓고 내러티브를 따라가고 있다. 내용 다 알고 심지어 원작도 읽고 갔건만, 두번째 봐도 마치 처음 보는 것마냥 어찌나 재미있던지. 이 영화가 얼마나 촘촘한 밀도를 자랑하며 꽉 짜여져있는지만 새삼 다시 느끼며 또 감탄. 플래시 백 앤 포스(Flash Back and Forth)의 구성이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다시 보니까 더욱 확실히 알겠더라. 고니의 도박 입문 계기에서 곧바로 곽철용의 하우스로 뛰는 이 영화, 다시 과거로 돌아와 평경장의 제자로 받아들여지고 훈련받고, 다시 곽철용의 하우스로 돌아온다. 정마담의 내레이션은 나중에 가서야 경찰에게 진술을 하는 이야기로 밝혀지는데, 이는 고니라는 인물을 제3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게 함으로써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인물을 객관화 시키는 역할뿐 아니라, 이러한 플래시 백 앤 포스를 더욱 매끄럽게 함으로써 관객에게 시간적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한 매우 친절한 배려였던 것이다… 이러한 백 앤 포스를 통해 생기는 긴장감과 스릴이 상당하다.

이 장면은 곽철용과의 첫대면 후에야 플래시 백으로 나온다.

원작을 보고 영화를 다시 보니, 스토리의 반과 대사의 반이 새로 쓰여졌음을 알 수 있었다. 새삼 ‘뛰어난 각색자 최동훈’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한국영화씬에서 정말 보기 드문 귀한 존재다. 전체적인 구조를 짜는 것에서부터 라인 한 줄 쓰는 것까지, 대박 센스쟁이!! 최동훈이 시나리오 강의 같은 걸 한다면 만사 다 제끼고 수강생이 될 용의가 있다.

상벌위 선도부 위원장
노바리(invinoveritas@hanm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