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피용”을 통해서 본 과학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기상이변,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 핵무기 등 인류는 내일 당장 하느님의 나라로 승천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스팩타클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똥줄타는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인류는 우주 탐사를 한 이래로 우주 저 너머 제 2의 스위트 홈을 꾸릴 만한 행성을 찾고 있다. 그나마 만만한 태양계 안에서는 이 한 몸 뉘일 만한 곳이 없으니 지금 당장은 멀어서 못가지만 우선은 찾아놓고 보자는 심정으로 인근 은하계까지 눈을 돌려보지만 멀기도 멀거니와 행성에 초거대 사이키 조명이 달려있는 것도 아니니 스스로 빛을 발하지 않는 행성을 관측할 방법은 전무하였다. 그러나 불굴의 정신의 소유자들인 천문학자들은 열심히 해골을 굴린 끝에 한가지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태양은 가만히 자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행성들 간의 인력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태양 다음으로 큰 두 번째 형님인 목성의 인력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태양의 진동주기인 12년 주기로 흔들리며 태양과 비슷한 크기와 밝기의 별을 찾으려 하였다. 오랜 관찰 끝에 진동하는 별은 찾지만 아쉽게도 태양과 비슷한 주기의 별을 찾지는 못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은 1999년에 촬영한 태양을 지나가는 수성의 모습이다. 이렇게
행성이 별을 지나갈 때 밝기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이용하여 진동하는
별의 밝기의 변화를 관찰하면 그 별을 공전하고 있는 행성의 크기를 유추할 수 있다.





당시 발견한 진동하는 별들. 발견한 별들 중에는 4.2일을 주기로
흔들리는 별도 있었다. 이는 별을 흔들 정도로 커다란 행성이 엄청난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태양을 목성이 4.2일만에 한바퀴
도는 꼴이라고 할까. 이렇게 전혀 생각지 못한 발견에 당시
천문학계는 화들짝 놀랬다고.



제 2의 스위트 홈을 찾는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영화나 소설들은 이런 매력적인 소재를 놓칠리 없으니 지금까지 많은 SF장르에서 제 2의 지구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는 인기있는 소재였다. 이번에 출간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파피용’ 역시 인간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막되먹은 본성으로 인해 막장으로 치닫는 지구를 탈출해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 2의 지구까지 천 년이 걸리는 여행. 짧지 않는 기간을 우주선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같이 살아가야하는 14만 4천명의 인간들. 이들은 지구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우주선 안에 구축하려 한다. 그래서 그려지는 것은 공산주의 사회. 하지만 공산주의 이론이 고달픈 현실을 바꿔보려는 선한 가슴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일그러진 결과들을 초래했듯이 소설 속에서도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는 얼마 가지 않아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전복되고 지구에서 인류가 보여주었던 폭력적인 역사들이 우주선 안에서 고스란히 재연하게 된다. 




같은 소재를 다룬 여타의 SF소설에 비한다면 이번 베르나르의 작품은 그다지 특별함을 보여주지 못하며 소설 전반에 깔려있는 종교적인 비유와 결말 역시 진부하다. 특히 미국 sci-fi 채널에서 방영중인 ‘배틀스타 갈락티카’는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아주 높은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미 ‘배틀스타’를 본 독자라면 ‘빠삐용’은 꽤나 싱거울 듯 하다. 이런 실망스러운 작품성은 예외로 두고 눈길을 끄는 것은 작품에서 인류가 탈출하기 위해 건조한 우주선이 광자를 이용해 움직인 다는 점이다. 광자를 이용한 우주선은 현재 기초단계의 연구가 진행 중인, 결코 허무맹랑한 이론이 아니다.




빛은 무엇일까? 이 뒷골 땡기는 질문에 일찍이 맥스웰 옹은 ‘빛은 전자기파’임을 주장하셨고 아인슈타인 옹은 ‘빛은 에너지 덩어리(광양자)’라고 주장하셨다. 두 천재의 주장은 실험으로 증명되었고 결국 빛은 전자기파이며 동시에 광자로 행동하는 것이 들통나 버렸다. 빛이 에너지 덩어리라는 말은 곧 빛을 받는 물체는 빛으로부터 압력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한낮에는 왠지 몸이 무겁다고 느끼지 않았는가? 그건 바로 태양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광자로 인해 압력을 받아서…..는 아니고. 그건 단지 기력이 허해서 그런거고…..일반적으로 빛의 압력은 극히 약해서 일상 생활에서는 느껴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에서는 근소한 빛의 압력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혜성의 꼬리는 태양에서 방출되는 빛의 압력과 태양풍의 영향으로
태양과는 반대쪽으로 나타난다.




일본에서 발사한 탐사선 ‘하야부사‘. 2005년 소행성 ’이토카와‘에 착륙해
최초 소행성 탐사라는 큰 업적을 달성했는데 당시 ’하야부사‘가
’이토카와‘에 착륙하려 접근했을 때 소행성으로부터의 받는 중력보다
태양빛으로부터 받는 압력이 훨씬 강했다고 한다.




이런 빛의 압력을 이용하여 현재 우주 탐사선 계획이 진행중이다. 탐사선에 돛을 달고 태양빛의 압력으로 요트처럼 추진하는 것으로 ‘파피용’에서 보여지는 이론과 같다. ‘파피용’에서는 태양계 내에서는 태양열을 저장하고 광자의 압력을 이용해서 나아가고 빛이 닿지 않는 태양계 외부에서는 비축해놓은 태양열을 이용하는데 현실에서 역시 광자의 압력을 이용하는 탐사선 계획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서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기초 실험단계에 있으며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에서는 2004년 지름 10미터 돛을 우주에 전개시키는 실험에 성공하였고 같은 연구가 미국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계발이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쉽게(?) 화성 밖으로의 탐사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금속박으로 된 돛을 가지고 있는 우주 범선의 모습.



광자를 이용한 우주선 연구와 별개로 화성을 대상으로 지구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화성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대기 온도를 상승, 내부 얼음을 녹여 결과적으로 지구처럼 거주 가능한 별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는 탈출할 공간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정작 지구를 살릴 획기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개발로 인한 지구의 앞날은 일찍부터 예상되었지만 그에비해 우리의 행동은 정작 바뀐게 별로 없다. 미국은 여전히 기후협약을 하지 않겠다고 배짱부리고 있으며 환경정책은 언제나 계발논리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핵무기는 폐기되지 않고 인류는 여전히 폭력적이다.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하든, 아니면 안드로메다로 이주하든 지금의 인류라면 어딜가나 지구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 한 탈출이 희망이 될 수는 없다. 

노아의 방주는 지구인에게는 희망의 씨앗이겠지만 우주에게는 불행의 씨앗이지 않을까?


영진공 self_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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