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타임머신 블루스 (Summer Timemachine Blue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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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의 아스팔트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같이 아롱아롱거리는 센스가 돋보이는 땀내나는 여름영화. 비록 소탈하면서도 유쾌 발랄하고 이쁘고 큐티한 매력을 지닌 완소 우에노 주리양이 맡은 캐릭터가 그닥 비중있지 않으며 여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흔해빠진 해변의 비키니 아가씨조차 나오지 않고, 시작부터 후덥지근한 남정내들이 화면을 누비고 다녀 영 불쾌하기 짝이 없긴 하지만 영화는 일본 영화 특유의 유쾌한 B급 센스를 보여준다.
 
지구의 지도자 존 코너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온 T-800의 범지구적 사명감 따위는 가볍게 코웃음 치듯 한여름 에어콘 바람을 쐬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에어콘 리모컨이 고장나기 전 시간으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로 SF동아리 부원들의 절박한 생존본능이 영화전반에 구구절절 수놓여 있다. 시간의 인과율과 타임머신이라는 시공간적 소재를 잘 꼬았다가 재밌게 풀어놓고 있는데 영화가 흐를수록 하나씩 밝혀지는 이야기들은 마음에 거친 웃음의 쓰나미를 일으킨다. 가까운 미래 1인 1타임머신의 시대를 예견하는 듯 소박하기 그지없는 타임머신의 꼬라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진공 self_fish

소설 “파피용”을 통해서 본 과학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기상이변,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 핵무기 등 인류는 내일 당장 하느님의 나라로 승천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스팩타클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똥줄타는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인류는 우주 탐사를 한 이래로 우주 저 너머 제 2의 스위트 홈을 꾸릴 만한 행성을 찾고 있다. 그나마 만만한 태양계 안에서는 이 한 몸 뉘일 만한 곳이 없으니 지금 당장은 멀어서 못가지만 우선은 찾아놓고 보자는 심정으로 인근 은하계까지 눈을 돌려보지만 멀기도 멀거니와 행성에 초거대 사이키 조명이 달려있는 것도 아니니 스스로 빛을 발하지 않는 행성을 관측할 방법은 전무하였다. 그러나 불굴의 정신의 소유자들인 천문학자들은 열심히 해골을 굴린 끝에 한가지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태양은 가만히 자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행성들 간의 인력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태양 다음으로 큰 두 번째 형님인 목성의 인력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태양의 진동주기인 12년 주기로 흔들리며 태양과 비슷한 크기와 밝기의 별을 찾으려 하였다. 오랜 관찰 끝에 진동하는 별은 찾지만 아쉽게도 태양과 비슷한 주기의 별을 찾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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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999년에 촬영한 태양을 지나가는 수성의 모습이다. 이렇게
행성이 별을 지나갈 때 밝기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이용하여 진동하는
별의 밝기의 변화를 관찰하면 그 별을 공전하고 있는 행성의 크기를 유추할 수 있다.





당시 발견한 진동하는 별들. 발견한 별들 중에는 4.2일을 주기로
흔들리는 별도 있었다. 이는 별을 흔들 정도로 커다란 행성이 엄청난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태양을 목성이 4.2일만에 한바퀴
도는 꼴이라고 할까. 이렇게 전혀 생각지 못한 발견에 당시
천문학계는 화들짝 놀랬다고.



제 2의 스위트 홈을 찾는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영화나 소설들은 이런 매력적인 소재를 놓칠리 없으니 지금까지 많은 SF장르에서 제 2의 지구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는 인기있는 소재였다. 이번에 출간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파피용’ 역시 인간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막되먹은 본성으로 인해 막장으로 치닫는 지구를 탈출해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 2의 지구까지 천 년이 걸리는 여행. 짧지 않는 기간을 우주선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같이 살아가야하는 14만 4천명의 인간들. 이들은 지구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를 우주선 안에 구축하려 한다. 그래서 그려지는 것은 공산주의 사회. 하지만 공산주의 이론이 고달픈 현실을 바꿔보려는 선한 가슴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일그러진 결과들을 초래했듯이 소설 속에서도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는 얼마 가지 않아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전복되고 지구에서 인류가 보여주었던 폭력적인 역사들이 우주선 안에서 고스란히 재연하게 된다. 




같은 소재를 다룬 여타의 SF소설에 비한다면 이번 베르나르의 작품은 그다지 특별함을 보여주지 못하며 소설 전반에 깔려있는 종교적인 비유와 결말 역시 진부하다. 특히 미국 sci-fi 채널에서 방영중인 ‘배틀스타 갈락티카’는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아주 높은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미 ‘배틀스타’를 본 독자라면 ‘빠삐용’은 꽤나 싱거울 듯 하다. 이런 실망스러운 작품성은 예외로 두고 눈길을 끄는 것은 작품에서 인류가 탈출하기 위해 건조한 우주선이 광자를 이용해 움직인 다는 점이다. 광자를 이용한 우주선은 현재 기초단계의 연구가 진행 중인, 결코 허무맹랑한 이론이 아니다.




빛은 무엇일까? 이 뒷골 땡기는 질문에 일찍이 맥스웰 옹은 ‘빛은 전자기파’임을 주장하셨고 아인슈타인 옹은 ‘빛은 에너지 덩어리(광양자)’라고 주장하셨다. 두 천재의 주장은 실험으로 증명되었고 결국 빛은 전자기파이며 동시에 광자로 행동하는 것이 들통나 버렸다. 빛이 에너지 덩어리라는 말은 곧 빛을 받는 물체는 빛으로부터 압력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 한낮에는 왠지 몸이 무겁다고 느끼지 않았는가? 그건 바로 태양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광자로 인해 압력을 받아서…..는 아니고. 그건 단지 기력이 허해서 그런거고…..일반적으로 빛의 압력은 극히 약해서 일상 생활에서는 느껴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에서는 근소한 빛의 압력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혜성의 꼬리는 태양에서 방출되는 빛의 압력과 태양풍의 영향으로
태양과는 반대쪽으로 나타난다.




일본에서 발사한 탐사선 ‘하야부사‘. 2005년 소행성 ’이토카와‘에 착륙해
최초 소행성 탐사라는 큰 업적을 달성했는데 당시 ’하야부사‘가
’이토카와‘에 착륙하려 접근했을 때 소행성으로부터의 받는 중력보다
태양빛으로부터 받는 압력이 훨씬 강했다고 한다.




이런 빛의 압력을 이용하여 현재 우주 탐사선 계획이 진행중이다. 탐사선에 돛을 달고 태양빛의 압력으로 요트처럼 추진하는 것으로 ‘파피용’에서 보여지는 이론과 같다. ‘파피용’에서는 태양계 내에서는 태양열을 저장하고 광자의 압력을 이용해서 나아가고 빛이 닿지 않는 태양계 외부에서는 비축해놓은 태양열을 이용하는데 현실에서 역시 광자의 압력을 이용하는 탐사선 계획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서 시작한 것이다. 아직은 기초 실험단계에 있으며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에서는 2004년 지름 10미터 돛을 우주에 전개시키는 실험에 성공하였고 같은 연구가 미국 등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계발이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쉽게(?) 화성 밖으로의 탐사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금속박으로 된 돛을 가지고 있는 우주 범선의 모습.



광자를 이용한 우주선 연구와 별개로 화성을 대상으로 지구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화성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대기 온도를 상승, 내부 얼음을 녹여 결과적으로 지구처럼 거주 가능한 별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는 탈출할 공간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정작 지구를 살릴 획기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개발로 인한 지구의 앞날은 일찍부터 예상되었지만 그에비해 우리의 행동은 정작 바뀐게 별로 없다. 미국은 여전히 기후협약을 하지 않겠다고 배짱부리고 있으며 환경정책은 언제나 계발논리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핵무기는 폐기되지 않고 인류는 여전히 폭력적이다.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하든, 아니면 안드로메다로 이주하든 지금의 인류라면 어딜가나 지구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 한 탈출이 희망이 될 수는 없다. 

노아의 방주는 지구인에게는 희망의 씨앗이겠지만 우주에게는 불행의 씨앗이지 않을까?


영진공 self_fish

<의천도룡기> 마니아, <태왕사신기>도 <의천도룡기>로 번안해서 보다.


애기가 10시 경에 잠이 들기 땜에 사실 10시에 하는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주말 재방송이라는 게 있잖아요. 재방송 봤다, 본방송 봤다 하면 얼추 ‘이산’과 ‘태왕사신기’를 다 보게됩니다.


어제는 애기가 10시 40분쯤 잠 들어서 태왕사신기를 보았지요. 재미있습니다. 어제 처로가 허물을 벗는데, 그 초록색 얼굴에서 파충류가 허물을 벗던 V도 생각나고, 또 거미(?) 무술을 연마하여 얼굴이 변해가던 의천도룡기 주아(주아 맞나? 하도 본지 오래되어서 원…)에게 느끼던 연민마저 느껴지더이다.


뭐 전 사실 그 유명하다는 반지의 제왕도 못 봐서 사람들이 반지의 제왕과의 비교를 해도 잘 모르겠고,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도 안 해봐서 이 태왕사신기가 ‘사극’스럽다기 보다는 상당히 ‘게임’스럽다는 생각을 하기는 해도 얼마나 비슷한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어릴적 즐겨보던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같은 홍콩 드라마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또 전 그것들을 굉장히 즐겨보았던 사람이라 그런 비슷한 점이 재미로 다가오고요. 신조협려는 거의 기억이 안납니다만, 몇번이고 반복해서 본 (양조위 주연의~~ 빰빠밤~~) 의천도룡기는 가물가물하기는 해도 그 재미의 요소는 기억합니다.

그중 하나는 특수효과의 어설픔이지요. 신조협려나 의천도룡기 같은 드라마는 어린 제 눈에도 참 어설픈 점이 많았는데, 장무기가 성성이의 배속에서 책(?)을 찾아낼 때 그 성성이가 사람인 것이 너무 생생하던 것. 장무기가 힘겹게 돌을 헤치고 나아가는데, 그 돌이 스티로폼이어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통통 튕기던 것들까지도 너무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제는 CG가 보편화 되다보니, 제가 질박하고 구수한(?) 소품들에서 느끼던 그런 B스러움을 태왕사신기 CG에서 느끼게 되네요.


또 아이템을 찾아다닌다니면서 점점 내공이 세진다는 (별로 오디세이아적이지는 않고, 어드벤처 게임스러운)것도 사실 의천도룡기에서 느끼던 재미지요. 어찌되었든 의천도룡기도 의천검과 도룡도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니까요. 사람간의 갈등관계에서 오는 이야기의 추진력이 아니라, 물건을 찾는데서 오는 이야기의 추진력인데, 이게 고급스럽지는 못해도 단순한 맛이 있습니다. 그 맛에 보는 것 같아요.


도무지 현실에 있다면 하나도 매력없을 것 같은 (남자친구나 남편감으로는 빵점이다 못해 마이너스 점수 감인)남자가 나오는 것도 공통점이네요. 장무기같이 별볼일 없는(왜 여자들에게 인기만 많고, 자아도 없고, 목적의식도 없는) 놈이 왜 구양신공(? 맞나요? 가물가물)을 연마하고, 의천검과 도룡도를 찾고, 명교의 교주가 되는지 알수 없던 것처럼. 태왕사신기의 담덕또한 마찬가지네요. 대체 왜. 와이. 어째서. 단지 잘생겼고, 반 묶음 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지존이 되어야 하는 건가요? 답은 피터팬의 매력입니다. 담덕이나 장무기는 어린아이이고, 어른이 되고자 진지하게 노력하지도 않는 캐릭터들입니다. 걔들은 타고 났기 때문에 후크가 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냥 그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힘이 센거고, 세상을 장악할 겁니다. (그러고 보니, 담덕이라는 피터팬 건너편에는 정확히 대장로라는 후크가 자리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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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인에서 적으로 발전하는 기하의 캐릭터도 낯설지 않지요. 아미파의 주지약(기하 보다는 ‘적’의 개념이 모호하기는 해도)이 있으니까요. 남자의 캐릭터를 ‘아버지’와 ‘아들’둘로 험하게 이분법 하여 본다면 (뭐 별로 틀리지 않습니다. 여자가 ‘엄마’아니면 ‘창녀’로 이분되고 -그래서 어쩔때는 이 둘의 완벽한 합일이 이야기의 결론이 되는 이야기가 수도 없듯이, 남자는 ‘아버지’아니면 ‘아들’인 것 같습니다. 아아 이 얘기는 나중에…) 이들 피터팬들은 ‘아버지’캐릭터라기보다는 ‘아들’캐릭터입니다. 사실 기하나 주지약은 부모의 부재(고국양왕은 별로 아버지 역할을 못하지요. ^^) 속에서 나름 엄마역할을 수행하던 사람들인데, 요놈의 피터팬들은 엄마를 나쁜 년 만들어 놓고 줄행랑 치고 있네요.


그냥 수다 떨려고 시작하다가 주절주절 역시 수다가 길어졌습니다. 결론은요. (쌩뚱 맞긴 하지만) 태왕사신기 재미있게 보고 있긴 한데, 이거 이런 재미 주고자 만든게 맞나? 기획의도에 맞나? 하는 생각은 합니다. 전 이게 저의 홍콩 키드였던 어린시절에 바치는 오마주라서 재미있는 거거든요? 그거 기획의도 아니죠?


영진공 라이

하고 싶니 ?

 사실 섹스, 즉 ‘떡’ 이라는건 그 목적이 ‘어디까지나 종족번식을 위한 것’ 이라는데 있었다. 허나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를 넘어오고 문명에 의해 모든 것이 재해석되면서 섹스의 당초 목적이었던 임신과 출산을 위한 섹스는 이제 아마존에서나 찾을수 있으려나.

 현대인들은 ‘섹스’ 하면 ‘쾌락’ 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문명병인가? 그러나 이걸 병으로 보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점이 있다. 언어에도 사회성이 있는데 하물며 섹스라고! 섹스 본래의 의미가 약간 바뀐건지 아니면 섹스할때 쾌락과 임신의 중요도가 바뀐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가 바뀌었건간에 섹스는 쾌락뿐 아니라 임신 및 출산의 기능도 자의든 타의든 충분히 해내고 있으니 이쯤되면 변질이 됐네 어쩌네 떠들지 않아도 될성 싶다.

 하지만 섹스의 목적을 쾌락으로 봤을때, 그 쾌락을 만끽할수 있는 권리는 남녀 모두에게 있느냐하면, 그건 아니다.

 술마시고 정육점에 가야 집에 돌아가는 길이 허전하지 않고 야동, 야설은 세계명작소설 100선보다 더 피가되고 살이 되며 딸딸이를 하다 걸리면 민망하지만 웃긴, 두고두고 회자되는 추억이며 비지니스 클럽에서 접대를 받아야 계약서 쓸 만년필에 잉크라도 채울 맘이 생기며 터키탕이 웰빙스파의 정석이라고 역설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자기 클리토리스가 어딘지를 몰라서 오르가즘이 뭔지도 모르고, 자신이 자위를 한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절대 먼저 섹스를 요구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애인이 요구했을때는 무조건 순응해야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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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이 신장됐다는 소리는 어느 남자가 퍼뜨린 유언비어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뭐 유언비어 덕택인지는 몰라도 사방에서 ‘여성’ 섹스 칼럼니스트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나오는데 정작 칼럼의 소비자는 여성이 아닌 남성. 아 물론, ‘우리 여자들은 이래요. 그러니까 잘 들어요.’ 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겠지만, 암만 소리쳐봐라 그걸 걔들이 듣나, 말하는 ‘여자’ 를 구경하고 있지.

 섹스에 관해 남자는 이미 차고 넘칠만큼 능동적이다. 뭣모르는 여자들은 아직도 조선시대 사대부집안 딸내미 마냥 굴고, 그게 자신의 최대 메리트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있기 때문에 여성 칼럼니스트들이 지면에다 토한 열변의 흔적은 냄비받침밖에 안되는거다. 이쯤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채는 사람이 있을것 같다. 그렇다. 꼬셔야 할 대상은 능동적인 ‘남자’ 가 아니라 수동적인 ‘여자’ 다.

 전희가 존나 길었다.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자.

 앞에서 섹스의 또 다른 목적이 이른바 ‘쾌락’ 이라고 역설한바 있다. 그래서 성적욕망의 표현, 분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에게 잔소리 좀 해볼까 한다.

‘저기… 그거 꼭 즐겨야 되는거에요?’ 라고 질문할 여자가 있을거 같다. 존나 좋은 질문이다. 그건 너 꼴리는대로 해라. 꼴리는대로 하는건 좋은데 네 자신의 기쁨도 없이 상대방에게 이른바 ‘대주기’ 라는 자원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면 당장 집어치우기 바란다. 너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거냐. 그이가 좋다면 난 다 좋아요?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구나.

 쾌락의 필요성에 대해 자꾸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암만 필요에 의해 음식을 섭취하고 있다고는 하나 혀의 즐거움을 위해 간을 하는것이 당연하거늘, 맛없으면 먹냐? 안 먹지.

‘쾌락을 표현해야 한다.’ 는 주장은 이미 수많은 여성들이 역설한바 있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쾌락은 표현하는 것’ 이라는 그 사실을 알고는 있다. 알고만 있으랴, 귀에 딱지가 앉았겠지. 그러나 막상 때가 되면 표현을 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이고도 실용적인 예를 몇가지 들어주도록 하겠다.

 먼저 당신이 남자친구와 모텔에 가고 싶은 경우를 한번 들어보자. 당신은 가고 싶다. 섹스도 하고 싶거니와 한 차례의 격정이 지나간 후에는 같이 살맞대고 끌어안고 있고도 싶고, 함께 씻고 싶기도 하고. 헌데 이 남자 눈치는 어디 갔는지 내가 몸이 달아있다는걸 모른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 일단 신호가 왔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꼴리기 시작한다. 일단 기다린다. 그러다보면 늘상 하는 것처럼 남자친구가 당신의 손을 잡거나 뽀뽀를 하려 할 것이다. 기회는 찬스! 바로 이때다. 손을 잡으려 하거든 그 손을 자연스럽게 당신의 몸으로 유도하고 뽀뽀를 하려하면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농도짙은 키스로 이어간다. 일단 당신의 몸에 얹힌 손은 절대 물러서거나 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한발 앞서갔으니 이제 뒤로 물러설 차례. 갑자기 그의 손을 당신의 몸에서 거둔다(혹은 그의 몸을 살짝 밀쳐 키스를 중단한다). 남자친구는 의아해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달뜬 입을 천천히 떼면서 물어볼 것이다(그 대답이 바로 이 작전의 열쇠다).

“왜?”

 그래. 바로 ‘왜’ ! 여기서 ‘왜’ 라는 질문은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해서 저런 질문을 한다기보다도 ‘아니 한참 재밌는데 왜 판을 깨느냐.’ 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편이 더 좋다. 사실 왜인지가 궁금할 턱이 없잖은가. 이제 당신에게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을 가르쳐주겠다.

“흥분된단 말야….”

 최대한 에로틱하게 말하는거 잊지 말자. 사실 저 표현은 미풍양속에도 어긋나지 않거니와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쾌락과 욕망을 표현하자는 주장에도 한치 어긋남이 없다. ‘흥분된단 말야.’ 라는 말은 일단 그 겉모양을 해석하자면 ‘흥분이 되니까 그만해라.’ 라는 뜻인데,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게다가 그냥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흥분이 되니까 하지 말라는거 아닌가. 그리고 말의 껍데기를 벗겨서 보면, ‘계속하면 점점 더 흥분할것이다.’ 라는 뜻이 내포되어있으므로, 당신이 흥분하는걸 보고 싶어서라도 그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부작용으로는 정말 그만하는 결과 등이 초래되므로 말할때의 말투와 표정에 유의하자).

 우리가 우려하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당신은 남자친구와 모텔에 있을 것이다. 아마도 열심히 전희중이겠지? 근데 이상하다. 분명 아까는 뽀뽀만 해두 막 꼴렸던거 같은데, 게다가 지금 그가 열심히 입과 혀를 놀리고 있는데도 뭔가 2% 부족하다. 문제는 그가  당신의 성감대를 자꾸 겉도는데 있다. 군대 얘기만 나오면 자기 부대에서 알아주는 명사수였네 어쩌네 하더니만 자꾸만 표적을 빗나가는 그(이런 상황에서 종종 ‘거기 말고 거기’ 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때 ‘말고’ 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어떻게 할것인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말해야지!

 상황설명 들어간다. 아무리 야메 스나이퍼라도 소 뒷걸음질쳐 쥐 잡는다고 한두번은 당신의 성감대를 스칠것이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그의 입과 혀가 당신의 주요 성감대를 스치는 순간 소리친다.

“거긴 안돼!”

 이러면 또 다시 열에 달뜬 남자가 당황하며 물어본다. ‘왜?’ 그렇다. 우리는 이 ‘왜’ 라는 말에 대답을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잖은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듯 말한다(늘 그렇지만 표정 중요하다).

“기분이 이상해진단 말야….”

‘옳다구나’ 하는 그의 표정과 함께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낼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희가 끝나면 본격적인 섹스로 들어갈 것이다. 열심히 허리를 놀리던 그에게 갑자기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 눈이 뒤집히면서 허리놀림이 점점 빨라지고 표정이 컨트롤이 안된다. 사정을 하려나보다. 근데 아직 당신은 절정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급박한 사태를 어찌 할것인가.

 두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한가지 방법은 그의 허리를 꼭 안고 ‘잠시만 쉬었다 하자.’ 라고 도닥이듯 말해주자. 자존심때문에라도 일찍 사정하는거 좋아하는 남자 없다. 흥분이 좀 가라앉았다싶으면 다시 시작하자. 말로 하기가 부끄럽다면 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몸을 움직여서 체위를 바꾸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허리놀림이 둔화 될 수 밖에 없다. 더 좋은건 아예 빼고 다시 시작하는 것, 원래 남자는 여자보다 빨리 식고 빨리 데워진다.

 그리고 다른 한가지 방법은 사정하게 내버려둔다. 내버려두고 당신은 2회전을 노리면 된다. 여유있게 생각하자. 사정 좀 일찍 했다고 해서 ‘개새끼야 너 토끼지?’ 라는 둥 촌철살인의 말을 내뱉는다면 진짜로 개가 토끼가 되는 놀라운 현상을  경험할수 있을지도 모르니 함부로 뱉어서는 안된다. 한번 주저앉은 사기는 사정직후의 꼬추마냥 암만 북돋아줘도 웬만해선 잘 서질 않는 것이므로 조심하도록 하자.

 보노보노 같은 원숭이 들은 쾌락을 위해서 성교를 하기도 하지만, 세상의 모든 동물 중  “오르가즘”을 느끼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고 한다. 남자의 오르가즘이 어디 오르가즘이랴, 전 지구에 절정같은 절정은 여자가 느끼는 오름가즘 밖에 없다. 그런 소중한 것을 말한마디 못해서 놓쳐버린다면 그보다 아쉬운 일이 또 있을까, 그리고 부끄러워 하시는 분들께 말씀 드리자면, 그런 표현을 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남자들 요즘 없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 좋아들 한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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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 전에 페미니스트 잡지 if 에서 원고청탁이 들어왔을때 써 준 글이다 . 근데 이게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른 걸 요구하길래 그냥 예전 글을 주었더니 이건 별 탈없이 실렸다 . 그냥 , 메일함 정리를 하다보니 예전 글들이 막 나오길래 그냥 올려본거 . 참고로 2년이 좀 넘은 글이다 . 2년 … 반 전인가 .

영진공 담패설